[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한국에서 도교가 활성화되고 초제(醮祭)를 전문으로 맡아보던 재초도감(齋醮都監)이 생겨났는데 이는 북송(北宋, 960∼1126) 휘종(재위 1100~1125) 대관 4년(1110년)인 예종(재위 1105-1122) 5년에 도사 2명이 고려로 직접 와서 복원궁(福源宮)을 세운 것이 시초이다. 복원궁은 국가가 마련한 도관으로서 별에 대한 제를 올리는 신앙처였다. 이에 앞서, 고려 현종, 문종, 선종, 숙종 때에는 궁중 안의 넓은 격구장이나 회경전(會慶殿)에서도 초제(醮祭)를 올렸는데 그 대상은 천지만물이 나고 이루어진 근원 또는 우주의 본체를 이르는 태일(太一)이었다. 뿐만 아니라 초제를 고려 정종은 남쪽 교외에서, 예종은 남단에서, 의종은 내전(內殿)에서도 올렸는데 이때는 노인성(老人星)이 제사 대상이었다. 특히 고려 예종 즉위 2년에는 연경궁(延慶宮, 개성 송악산 밑에 있던 고려 시대의 궁궐) 후원에 있는 옥청정(玉淸亭)에 도교의 최고신인 원시천존상(元始天尊像)을 모시고 달마다 초제(醮祭)를 지냈고 청연각(淸燕閣)에서 노자 도덕경을 강론토록 하였다. 초제는 조선으로 이어졌다. 소격서(昭格署)에 도사가 배속되었고 그에 의해 초제가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어느 때부터 남편이 미안한 눈길을 보내더니 올해 한가위는 오빠와 함께 내 친정아버지의 산소에 가보자고 청들었다.(그동안 오빠와 형님 수고했어요! 해마다 잊지 않고 아빠의 산소를 찾아주셔서… 이 못난 동생을 용서해주세요!) 해마다 찾아오는 아빠의 산소지만 올해 따라 낫질하기 바쁠 정도로 이렇게 풀이 컸는가고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오빠가 낫부터 꺼내든다. "아빠, 막내딸 왔어요. 아빤 그래도 이 막내딸 알아볼 수 있죠? 어릴 적 오빠와 엄마의 꽁무니를 따라 아빠의 산소를 찾아 뵌 뒤로, 시집간 딸은 친정집 산소를 찾아뵈면 나쁘다는 봉건의식에 30여년이 되도록 여태껏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뵙지 못했어요. 제가 '못 된 딸년' 맞죠?"하고 내가 입으로 주절주절 댄다. 오늘따라 아빠의 무덤 위에 꺼칠하게 자란 저 풀이 마치 길게 자란 아빠의 머리 같아 보여 오빠의 손에 쥐였던 낫을 빼앗으며 "불효한 딸"의 감투를 벗어보려고 나는 아빠의 "머리"를 다듬어본다. 그동안 아빠가 많이 노여워 했나보다. "머리"가 이렇게 더부룩할 정도로 자랐으니… 올해 따라 하늘에서 물함지가 륙속 터지는 바람에1 억세게 자란 저 풀~ 그동안 아빠가 이 막내딸 와주길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영도다리에서 우리가 헤어져서 찾지를 못하거든 부산의 영도다리 그 아래 기다리자 그리움 파도가 되어 멈출 줄을 모르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술명하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술명하다 [뜻]옷차림이 수수하고 걸맞다. [보기월]누가 보아도 술명한 차림새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요. 지난 엿날(토요일)은 앞낮(오전)에 일을 하러 갔습니다.집에서 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었거든요.이바지하기(봉사활동)를 한다고 미리 올려야 되는데 그걸 깜빡하고 안 올린 것이었습니다.울력다짐(업무협약,엠오유)을 하기로 한 두 곳에 쪽글(메일)을 보내는 일도 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아이들을 보았습니다.얼핏 보아도 가온배움이(중학생)인데 얼굴을 하얗고 빨갛게 꾸민 것과 옷차림이 지나쳤습니다.누가 보아도 술명한 차림새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요.배곳(학교)에 갈 때는 못 하니 안 가는 날 마음껏 하고 다니는 것일 겁니다. 저는 좀 배움이(학생)답게 하고 다녔으면 하는데 아이들 마음은 많이 다른가 봅니다.겉을 보고 속을 다 알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겉을 보고 속을 어림을 하는데 배곳 안이든 밖이든 배움이다운 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밝날(일요일)뒤낮(오후)에는 이바지하기(봉사활동)을 했습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밝검날(개천절) 한겨레 으뜸 아비 뿌리이자 얼넋이니 첫 새벽 샘물 떠서 큰절을 올려 드려 하나인 울 한겨레를 지키소서 비손하네 * 으뜸 아비 : 단군 할아버지 * 첫 새벽 샘물 : 정화수 * 울 : 우리 * 얼넋 : 얼과 넋, 혼백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아름답다’는 그림씨 낱말이다. 그것을 국어사전들이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1) ① 사물이 보거나 듣기에 좋은 느낌을 가지게 할 만하다. ② 마음에 들게 갸륵하고 훌륭하다. 2) ① 사물, 현상의 상태나 모양이 조화를 이루어 마음에 만족한 느낌을 자아낼 만큼 이쁘고 곱다. ② 들리는 소리가 감정ㆍ정서에 맞게 조화를 이루어 마음에 만족한 느낌을 자아낼 만하다. ③ (사람들 사이의 관계 곧 언행, 소행, 덕행, 도덕, 동지애, 협조 정신 등이) 사람들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바르고 훌륭하다. 3) ①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②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보다시피 1)《우리말큰사전》과 3)《표준국어대사전》은 두 몫으로 나누어 풀이하고, 2)《조선말대사전》은 세 몫으로 나누어 풀이해서 크게 다른 듯하다. 그러나 1)《우리말큰사전》과 3)《표준국어대사전》이 ‘보는 것(눈)’과 ‘듣는 것(귀)’을 하나로 묶어 풀이하고, 2)《조선말대사전》에서는 그것을 따로 몫을 나누어 풀이했을 뿐이기에 속내로는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첫봄 풍경이 오히려 쓸쓸하구나 나는 강동에 살고 그대 서쪽으로 가니 무정한 학 가는 곳마다 춤을 추나 주린새는 생각있어 사람보고 운다 조계사 이 밤은 천겹으로 둘린 산 불갑사 어느해에 손을 마주 잡을까 높낮이 출렁이는 옛 가락을 아는 이 없어 고개 넘어 나직한 구름 시름겨워 바라보다 이는 상월대사(霜月大師, 1687~1767)가 축계 스님과 이병하며 쓴 시다. 상월대사는 순천 사람으로 속성은 손 씨다. 어머니 꿈에 한 스님으로부터 구슬 한 알을 받아들고 잉태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이 스님이 될 인연이라고 전한다. 11살 때 선암사에 출가하였으며 16살에 문신대사(文信大師)에게 구족계를 받고 벽허, 남악, 환성, 연화 등 큰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후학들에게는 문자의 뜻을 떠나 뜻을 밝혀 근본 원리를 밝히는데 힘쓰도록 지도하였다. 1754년에 선암사에서 화엄강회를 열어 1200여명의 문도가 모일 정도로 법력이 뛰어났으며 81살로 입적했다.(법랍 70살) 오래 머무름, 사람 천하게 됨 알기에 4년 동안의 두류산에서 흩어지게 하다 시름 겨우면 기러기 소리도 견디기 어려운데 나그네 길에서 지기를 떠나보냄이야 지팡이 둘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토박이말바라기 갈침이 모임을 했습니다.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앞생각(계획)을 마련하려고 슬기를 모으는 자리였습니다.다들 바쁘셔서 늘 함께할 수 있는 분들이기 아니라서 미리 기별을 드린다고 드렸는데 글이 올라가지 않아서 한 분이 못 올 뻔 하기도 했습니다. 늦게나마 오셔서 좋았고 더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일이 잘 풀렸습니다.제가 혼자서 생각하던 일 가운데 안 풀렸던 것들이 술술 풀려서 제 속이 시원했습니다.사람이 많아 좋을 때도 있지만 많은 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밤이었습니다. 한가위를 앞뒤로 여러 날을 이어서 쉬게 되었습니다.우리 아이들과 다짐을 했습니다.가까이 계신 분들에게 한가위를 쓰자는 말을 하기로 말입니다.알아도 입에 익지 않아서 잘 쓰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자꾸 쓰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런 뜻에서 토박이말 되새김에 이어'토박이말 찾기'를 합니다.이 이레 맛보신 토박이말 엄벙하다 숙붙다,엄부럭과 옛배움책에서 보신 살갗,땀샘,땀구멍,겉껍질,참가죽,기름을 보탰습니다.찾기 놀이를 하시면서 토박이말을 익히게 된다면 더 좋겠습니다. 한가위를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즐겁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좋은 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 마음이 붕 떠있다는 게 보이는 요즘입니다.열흘을 이어서 쉴 수 있어서 가을 말미(방학)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으니 아이들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다만 그렇게 붕 떠다니다 서로 부딪혀 다치거나 다툴까 싶어 걱정을 하는 것이지요.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칫날을 잡고 나니 마음 쓸 게 더 많아졌습니다.제가 하나씩 챙기고 있긴 하지만 여러 사람 슬기를 모으는 게 좋으니 많은 분들께 여쭙고 있습니다.어려움이 있을 때마다"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신 스승님 말씀을 떠올리며 기운을 내곤 합니다. 지난해 했던 놀배움 마당,노래 잔치는 더욱 알차게 만들려고 하고 있고 새롭게 이야기 잔치를 할 생각입니다.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말나눔 잔치까지 더해 그야말로 한마당 잔치가 될 것입니다.^^ 그 동안 맛보신 토박이말을 되새기는 날입니다.생각이 날 수도 있고 안 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익혀 알아 두시면 언제든 쓸 날이 올 거라 믿고 같이 되새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토박이말 되새김]9-4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4350해 온가을달 스무아흐레 닷날(2017년9월29일 금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엄부럭/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엄부럭 [뜻]어린아이처럼 철없이 부리는 억지나 엄살 또는 심술 [보기월]제가 엄부럭을 부려서 될 일이라면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가을을 부르는 비가 내렸습니다.불어오는 바람에 가랑비가 날리는 길을 걸어가며 참 좋다고 느꼈습니다.다른 사람은 서늘함을 넘어 춥다고 했지만 저는 시원했습니다.이런 날씨가 제 몸에는 딱 맞기 때문에 오래 갔으면 좋겠는데 제 마음과 다를 때가 많습니다. 제 기분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더위와 추위가 널을 뛰듯 왔다 갔다 하는 요즘 날씨와 비슷합니다.사람이 다 달라서 일을 맡아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 걸 잘 알면서도 앞서 계시던 분과 달라도 너무 달라 기쁘면서도 슬프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와 있을까 싶으니 안타깝고 슬펐습니다.제가 엄부럭을 부려서 될 일이라면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하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안타깝습니다. 봄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겨울이 된 기분입니다.토박이말 갈배움이 걸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