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수떨다/이창수(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수떨다 [뜻]수다스럽게 떠들다 [보기월]늘수떨던아이들로 북적였던 골마루에도 더위만 가득해 걷기가 어려웠습니다. 그제 밤에 자다가 더워 잠이 깼습니다.아이들이 찬바람을 틀고 자는 밖에 나오니 한결 시원하긴 했습니다.그런데 찬바람틀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져 잠이 확 달아나더군요.잠귀 밝은 사람은 잠을 못 자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얼른 껐습니다.여러 가지로 마음을 쓰려니 힘이 들기는 합니다. 그렇게 잠을 설치고 벌레약을 치러 사람들이 아침에 온다고 해서 여느 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습니다.일어나 움직이면 땀이 나는데 갓 지은 밥과 새로 끓인 국을 먹으니 땀이 더 많이 났습니다. 낮에 이를 손보러 나갔을 때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어제는 가을로 들어간다는 들가을(입추)이었습니다.그런데 온 나라는 불볕더위로 썩썩 끓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뒤낮(오후)에 일을 하러 나간 배곳(학교)안도 찜통이나 다름없었습니다.늘수떨던아이들로 북적였던 골마루에도 더위만 가득해 걷기가 어려웠습니다.다들 어디서 더위를 쫓는지 궁금했습니다. 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찔통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찔통 [뜻]어린 아이가 몸이 좋지 않거나 바라는 것을 가지지 못하여 자꾸 울거나 보챔 [보기월] '뗑깡'이란 말보다'찔통'을 쓰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한바람(태풍)이 올 거라고 했었는데 일본으로 가서 우리나라에는 뜨끈한 바람만 조금 불고 말았습니다.비가 많이 온 곳에는 비가 오는 것도 달갑지 않을 것 같아서 가뭄으로 힘들어 하는 곳에 바람 말고 비만 좀 많이 뿌려 줬으면 하고 빌었는데 제 바람과 그 바람은 달랐습니다.마음을 다해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제 마음이 모자랐나 봅니다. 더위에 힘든 것은 어른 아이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오히려 어른들은 견디는 힘이라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해 보기가 딱합니다.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좋겠는데 그것도 싫다고 하면 해 줄 게 없습니다.배곳(학교)에서 해 달라는 것도 있고 해서 보내야 할 것도 있어서 나갔는데 참 더웠습니다.수레(차)안이 시원해서 내리기가 싫었으니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책집(도서관)도 사람으로 북적였습니다.그곳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든 가을(입추) 가는가 늦여름 왔는가 첫가을 하늘은 높고 넓어 바람도 곱고 맑아 이 석달 옹근 묵으면 된바람이 설치누나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조용한 삶 일 없어 오갈 이 적고 일 앉음 편안해 기운을 돋운다 과일따려 숲 들자 가을 이슬 지고 차 달이는 불꽃에 저녁 연기 인다 들 물 못에 이어 오리들 모이고 산 구름 뜰에 눕자 사슴 뛰노네 정적 속에 살피는 자연의 이치 풍성한 만물은 저절로 자라지. 이는 설암대사(雪巖大師,1651~1706) 의 ‘유거(幽居)’를 노래한 시로 산사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대사는 편양당의 제자인 월저대사의 제자이나 스승 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바람에 스승이 비문을 짓게 되었다. 10살에 원주 법흥사에서 출가하여 월저대사 문하에서 10여년 수행하였다. 『설암잡저』 3권과 『설암선사난고』 2권이 전해진다. 잡저에는 시문이 806편에 이르며 그 가운데 시는 132편 전한다. 홀로 오른 강 누대 아득한 시선 난간 앞에 펼친 끝없는 경치 강물 일렁이는 푸름 포도송이 넘치고 뭇 뫼 영웅 다툼 창칼 이은 듯 이 경계 하늘 위의 땅 아니지만 아 몸은 그림 속 신선인가 의심쩍다 바람에 모두 날린 평생의 한 다음에는 술 샘 물을 것도 없다. 맑은 샘 이빨 울리고 가을 햇살 산 눈썹 비추다 골 깊어 다니기 힘들어 조심스레 의지하는 등나무 가지 하나. 돌구멍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얼밋얼밋,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얼밋얼밋 [뜻] 1)우물쭈물하며 미적미적 미루는 모양[보기월] 이렇게얼밋멀밋보내다가 때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서 얼른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제 밤은 좀 시원했습니다. 잠이 들때는 바람틀을 돌려 놓고 잤는데 새벽에 서늘해서 껐을 만큼 말입니다. 아이들도 이불을 덮고 있더군요. 아침에 나가는 길에 만난 이웃 분의 말씀을 들으니 저는 여러 날 다른 고장에 있어서 몰랐는데 그 동안 더 더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밤새 시원해서 잠을 좀 잘 잤다고 하시더라구요. 싹쓸바람이 길을 잃고 헤매다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이름은 토박이말 '노루'인데 엄청 셀 거라고 해서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람은 오지 말고 비만 가뭄 때문에 힘들어 하는 고장에 좀 뿌리고 가기를 비손해야겠습니다.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여느 때처럼 일어났습니다. 목을 빼고 기다리는 분들은 없지만 늘 올리던 글을 쓰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래끝(주말)까지 해 내야 할 것도 있어서 마음이 바빴습니다. 한 가지 일을 하고 나니 앞낮(오전)이 다 가고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사는 법 능금나무 한그루 뜨락에 옮겨놓고 사는 법을 배운다 봄이면 지나가던 나비, 꿀벌도 화들짝 놀라게 꽃을 피우고 땡볕이 쨍쨍한 칠팔월에는 인내의 땀방울을 안으로 모아 알알이 열매를 무겁게 하고 마가을* 찬바람엔 남은 잎사귀마저 다 뿌려주고 함박눈이 쏟아져도 그런대로 칼바람이 불어와도 그런대로 맨몸에 빈가지로 말없이 서서 다시 올 봄의 꿈을 조용히 펼쳐가는 능금나무 한그루 뜨락에 옮겨놓고 사는 법을 배운다. * 마가을 : 늦가을 해설 시는 겉을 보면 붓으로 쓰는 것 같지만 실은 그건 시행 위에 흘러가는 마음의 시내이며 강물이다. 언제 가선 시는 또 마음의 격랑으로 사품치는(물살이 계속 부딪치며 세차게 흐르는) 바다로 될 수 있는 것이다. 매 시행에 박힌 글자글자마다에는 시인의 사상과 감정이 고여 있다. 석화의 시는 실은 그의 인생관념과 미학관념, 시창작관념의 시형식으로의 표현일 것이다. 염열한(炎熱, 몹시 심한) 더위에도 “인내의 땀방울을 안으로 모아 / 알알이 열매를 무겁게” 맺고 엄동설한에는 빈 가지에 겨울을 이기며 오는 새봄을 “조용히 펼쳐가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땅 위에 몸 붙여 사는 사람 가운데 열에 여섯은 ‘쌀’을 으뜸 먹거리로 삼아서 살아간다고 한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우리 겨레도 쌀을 으뜸 먹거리로 삼아서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 토박이말에는 ‘벼’와 ‘쌀’에 따른 낱말이 놀랍도록 푸짐하다. 우선 내년 농사에 씨앗으로 쓰려고 챙겨 두는 ‘씻나락’에서 시작해 보자. 나락을 털어서 가장 알찬 것들만 골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듬해 봄까지 건드리지 않도록 깊숙이 감추어 두는 것이 ‘씻나락’이다. 그러나 귀신까지 속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배고픈 귀신이 씻나락을 찾아 까먹으면서 미안하다고 혼자 군소리라도 하는 것일까? 알아들을 수도 없고 쓸데도 없는 소리를 이른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 한다. 봄이 오고 사월이 되면 무논에 모판을 마련하는 한편으로 씻나락을 꺼내서 물 채운 항아리에 담근다. 물에 담가 싹이 잘 나도록 돕는 것인데, 물에 들어가는 그때부터 씻나락은 ‘볍씨’로 이름이 바뀐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볍씨는 씨눈 쪽에 껍질을 뚫고 움이 트고 싹이 나서 모판에 내다 뿌려야 한다. 모판에 떨어진 볍씨는 곧장 위로 싹을 밀어올리고 아래로 뿌리를 내리며 자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수더분하다, 이창수(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오늘 토박이말] 수더분하다 [뜻] (사람이나 그 됨됨이)까다롭거나 모나지 않고 서글서글하여 무던하다[보기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제 눈으로 뵙지는 못했지만 참수더분한분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이레끝부터 닷새 동안 여러 곳을 다녀왔습니다. 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왔습니다. 가장 머리에 남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우리나라 사람답게 살다 가신 한 분이 남기신 나무동산(수목원)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었는데 이름까지 바꾸고 우리나라 사람이 된 분이었습니다. 소금물이 베인 모래땅에 풀과 나무를 심어 온 누리에서 가장 많은 풀과 나무가 있는 나무동산으로 가꿔 놓으셨다는 게 우러러 보였습니다. 남들이 해 놓은 것을 산 게 아니라 몸소 하나씩 배우며 만드신 거라 더 그랬습니다. 남겨 놓으신 나무동산은 말할 것도 없고 찍그림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제가 뵙지는 못했지만 참 수더분한 분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이라 생각하면 일이고 놀이라 생각하면 놀이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제철 토박이말-4,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더위달7월도 지나고 들가을달8월입니다.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말미를 얻어 시원한 바다로 골짜기로 더위를 가시러 가고 있습니다.집을 빌려서 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밖에서 들살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야영’, ‘캠핑’이라는 말에 밀려나 잘 몰라서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토박이말‘들살이’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물놀이를 하러 가면 바다든 내든 물이 조금 세차게 흐르는 곳을 만나거나 그런 곳에서 놀기도 합니다.그런데 그런 곳을 보거나 그런 곳에서 놀면서도 그곳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토박이말로‘여울’이라고 합니다. 물결이 더 세차게 흐르는 여울은‘된여울’이고 물살이 쏜살같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은‘살여울’이지요.여울에서 낚시를 하면서 즐기는 놀이는‘여울놀이’라고 합니다.많은 분들이‘여울’에 가서‘여울’을 보고도‘여울’이라 하지 못하고 여울에서 놀면서도‘여울놀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모래’, ‘자갈’을 앞에 세워도 되고‘다리’, ‘길’을
[우리문화신문=김연갑 아리랑학교 교장] 윤치호는 세 가지 애국가류를 작사했다. 1897년 이전에 <KOREA>를, 1897년 <무궁화노래>를, 1907년 <애국가>를 작사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세 작품을 애국찬미가 모음집인「찬미가」에 12편의 번역 찬송가와 함께 수록하여 발행한 것이 1908년(재판)이다. 이 때 창작 3편을 12편의 번역 찬송가와 함께 수록하게 됨으로서 「찬미가」 판권(板權)에 윤치호 ‘저(著)’나 ‘저술(著述)’ 또는 ‘역(譯)’이나 ‘번역(飜譯)’ 아닌, ‘역술’(譯述)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번역하고 나머지는 창작으로 이뤄졌다는 개화기적 출판 용어로 표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세 작품은 일본, 중국, 미국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895년부터 1907년 사이에 각기 다른 시기와 목적과 상황에 의해 작사되어 유통ㆍ전승됨으로서 작사자 표기나 작사 당시의 기능이나 작품명도 고정되지 않은 채, 일정 기간 함께 또는 길항(拮抗, 비슷한 힘으로 서로 버티어 대항함)하며 국내와 해외에서 독립운동 전선에서 유통되었다. 특히 1910년 경술국치 이후 국내에서는 내놓고 부를 수 없는 노래들이 되어 의도적으로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