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얼레빗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얼레빗 [뜻] 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보기월] 옛날에는 머리를 빗을 때도얼레빗으로 빗고 난 다음 참빗으로 빗었습니다. 더위 이야기를 하는 게 지겹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위에 더해 다른 것까지 겹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낮에는 말할 것도 없고 밤에도 여느 낮과 같이 더워서 잠을 설쳤다는 분도 있고 찬바람틀을 쉬지 않고 돌려서 바깥에 둔 틀에 불이 났다는 기별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잠이 들기까지 힘이 들어서 그렇지 잠이 들고 나면 모르고 잘 잡니다. 그런데 다른 식구들은 더워서 잠을 깼다며 투덜거리네요. 배곳 아이들도 아침부터 찬바람을 틀지 않고 견디기 어려워 합니다. 그런데 문을 닫아 놓고 바람틀(선풍기)만 돌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참 많이 답답합니다. 옛날에는 머리를 빗을 때도 얼레빗으로 빗고 난 다음 참빗으로 빗었습니다. 그렇게 거의 모든 일에는 앞뒤 차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문을 여는 사람은 없이 바람틀만 돌려 놓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잔소
[우리문화신문=김연갑 아리랑학교 교장]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보전하세” 이 <애국가>의 후렴은 1897년부터 불린 <무궁화가>에서 쓰인 것이다. 그래서 <무궁화가>를 작사한 이가 <애국가> 작사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논리에서 윤치호가 <무궁화가>를 작사했음이 확인 되어야 한다. 이는 최근 영문판<독립신문>의 발굴에서 확인 되었다. 1897년 8월 8일에는 독립협회 <통상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서재필과 윤치호는 회원들에게 독립협회 활성화를 위해 토론회의 조직체 결성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 규칙을 제정하기 위해 위원 3인을 선출했는데 윤치호 등이 선출되었고, 윤치호가 독립협회를 시민들의 참여를 확장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는 각종 기념행사에서 강연과 통역은 물론, 기념가를 지어 사용하는 활동이 확인이 된다. 바로 1897년 8월 13일 오후 3시, 조선 개국 505회 경절회(慶節會) 행사 참여다. <독립관>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 대해서 먼저 당시 독립신문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행사 4일 후 17일자의 보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정가예찬 낮고도 깊은 소리 지극한 절제로고 백자의 격조인가 담담함 그윽하네 가슴을 울리는 것은 바른 노래 이어라.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평생을 웃어야 하는 나의 사람됨 온갖 비방 불러서 허물이 잦다 외로운 학인양 나라 지킬 수 없는 재주 소나무도 말이 없다 할 말 있으랴 겨우 3년 동안의 녹이라는 자리 백일도 아니 되는 도총섭 업무 벼슬이란 원래 자연과 맞지 않는 것 급히 날리는 석장 산중으로 가리라 이는 백곡대사(白谷大師, ? ~ 1680)가 남한산성 도총섭 자리를 맡았다가 얼마되지 않아 그만 둔 뒤 지은 노래다. 현종4년(1663) 서울 도성 안의 승려를 성 밖으로 쫓아내고 절에 소속된 재산을 몰수하며 승려를 환속 시키는 것에 대해 백곡대사는 전국의 승려를 대표하여 그의 부당성을 상소했다. 그것이 『백곡집』에 남아있는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다. 이 간폐석교소는 8만여 자에 이르는 상소다. 현종은 어린 두 공주를 잃게 되자 봉국사를 짓게 했는데 이 절의 <봉국사신창기(奉國寺新創記)>를 백곡대사가 부탁한 것을 보면 현종이 백곡대사를 얼마나 신뢰했는가를 알 수 있다. 중은 말 한필 갑옷 입었고 술 실은 조각배에 재상님 오셨네 포구의 석양은 까마귀 몰아가고 바다 끝 가을빛은 기러기 가져오네 시 한편 마치기도 전에 서로 이별 만날 기약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수꿀하다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수꿀하다 [뜻] 무서워서 몸이 으쓱하다[보기월] 여름이면수꿀해지는이야기를 듣거나 읽으며 더위를 쫓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난 닷날 일을 마치자마자 서울로 갔습니다. 타려고 했던 수레를 놓치는 바람에 만남이 그만큼 짧았습니다.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구연상 으뜸빛(회장)님을 뵙고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있을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때 배움책(교과서)과 토박이말을 벼름소(주제)로 말나눔 잔치(토론회)를 함께 마련해 보기로 다짐을 한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그 밖에도 앞으로 쉬운 우리말로 학문하기, 토박이말 살리는 일을 많은 사람들께 널리 알리는 일을 서로 돕기로 했습니다. 엿날(토요일) 낮에는 정재환 박사님을 뵙고 여러 가지 도움 말씀을 들었습니다. 맛있는 낮밥을 사 주시고 토박이말바라기를 널리 알릴 좋은 수까지 알려 주셔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었고, 사람들이 함께하며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많이 마련해 주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일이 많아 엄청 바쁘셔서 잠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한힌샘 스승님 보따리 스승님은 한말글의 바뀐몸을 오늘도 하늘서 우리를 갈치시니 한겨레 말글살이를 차분히 이끄시네 * 한힌샘 : 일제강점기 초 우리말 연구의 바탕을 만든 주시경 선생의 호 * 바뀐몸 : 화신(化身)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 ‘사람’이란 참으로 무엇인가 싶다. 어버이를 죽이는 자식이 있더니 자식을 죽이는 어버이까지 나타나고, 돈 몇 푼 때문에 다른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이틀에 셋씩이나 나타난다. 이 좁은 땅에서 피를 섞으며 살아온 우리가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앞으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값지고 복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우선 국어사전에서는 ‘사람’을 뭐라 풀이하는지 알아보자. ① 생각과 말을 하고 기구를 만들어 쓰며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② 자연과 사회의 주인으로서 자주성과 창조성, 의식성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발전되고 힘 있는 사회적 존재. ③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남녘의 국어사전인 ①《우리말큰사전》과 ③《표준국어대사전》은 사람을 ‘동물’ 곧 ‘짐승’이라고 풀이해 두었다. 북녘의 국어사전인 ②《조선어대사전》은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 사회적’ 같은 얼떨떨한 낱말을 많이 썼지만, 사람을 동물이라 하지는 않고 ‘자연과 사회의 주인으로 가장 힘 있는 존재’라 했다. 사람을 동물 아닌 것으로 풀이하느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오는 바람에 구름따라 오고 바람 가면 구름도 따라가지 구름은 바람따라 오간다지만 바람 자면 구름은 어디에 있죠. 발걸음 동서 남북의 길 지팡이 일만 이천봉 봉우리 밝은 천지 집 없는 나그네 태백산 속의 머리 기른 중. 이는 월저대사(月渚大師,1638~1709)의 노래로 대사는 12살에 출가하여 금강산에서 풍담화상 밑에서 20년간 수행하였다. 그 뒤 묘향산에서 법당을 세우고 대중교화에 힘썼다. 이 노래가 실린 『월저집』은 묘향산 내원암에서 간행되었다. 회주에서 풀을 뜯는 소 익주의 말이 배가 터진다 천하에 이름난 의사들 돼지 어깨에 뜸을 뜨네 깊은 산 숨은 범 큰 바다에 잠긴 용 풍운 변화 얻으면 푸른 하늘 솟아오르지 위 노래에서 회주니 익주니하는 공간이나, 말이니 돼지니 하는 동물도 의미없는 개념일뿐 월저대사의 관념은 ‘구애됨이 없는 자유로움’이다. 묘향산 밑 오두막집 누가 너를 알아주었나 몸은 구름에 싸여 숨고 꿈에 들자 달도 뜨네 발길은 원숭이가 친구 선정에 든 나 학이 깨우네 분향과 예배로 아침저녁 딴 일은 없어. 이는 묘향산에서 지은 시다. 월저대사는 팔도선교도총섭에 임명되지만 사양하고 오로지 불도를 닦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되새김]더위달 세이레(7월 3주) 배곳(학교) 안에 있는 구름다리를 닫아 놓으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뜨거웠습니다. 바람이 불었지만 바람도 밑에서 물을 끓이고 있는 것처럼 뜨거운 김이 섞여 후끈했습니다. 더운 게 아니라 뜨겁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모레가 한더위(대서)라고 하니 여름도 고비로 치닫고 있는가 봅니다. 어제는 토박이말 갈배움 힘기르기 닦음(연수)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갈말(학술용어)과 나날말(일상용어)을 챙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좀 더 마음을 쓰면 더 많이 쓸 수 있는 '대중'과 '알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철인 '달맞이꽃'과 아랑곳한 노래들을 듣고 노랫말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아직 어린 새싹과 다름없는 토박이말바라기가 튼튼한 나무로 자라고 그 나무가 퍼져 푸른 숲을 이룰 수 있도록 힘과 슬기를 보태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더디긴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보인다는 말씀에 기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라는 얄궂은 말을 만든 나라일꾼들이나 말이 얼마나 종요롭고 힘이 센지 모르는 이른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챙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찌러기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찌러기 [뜻] 몹시 사나운 황소[보기월] 오늘같은 날씨에 찬바람틀이 없으면찌러기처럼 되는 아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날씨를 미리 알리며 '찜통더위'라는 말을 쓰는 것을 봤습니다. 찜통에 들어가 본 사람이 있을까마는 찜통 안에 들어가 있는 듯이 매우 덥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 만든 말일 것입니다. 아침부터 찬바람을 틀어 달라는 아이 말에 못 이기는 듯이 찬바람틀을 켰습니다. 참일 저도 흐르는 땀을 닦기에 바빴기 때문입니다. 배곳(학교)에 가는 동안 만들어진 땀을 말리지도 않아서 아이들끼리 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같은 날씨에 찬바람틀이 없으면찌러기처럼 되는 아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욱하는 것을 잘 다스리지 못해 말밥에 오르내리는 이름난 사람 이야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뒤낮에는 오랜만에 배곳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을 넘기며 서로 웃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웃으며 즐기는 자리와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