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쇰직하다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쇰직하다 [뜻] 크기나 만큼(정도)이 다른 것보다 조금 더 하거나 비슷하다[보기월] 우리는 이모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여느 집쇰직한집을 빌려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아버지와 여섯 언니 아우가 이모님을 뵈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집을 나서자마자 작달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엄청 많이 올 거라는 기별을 듣기는 했지만 밖에서 그런 비를 만난 것도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래도 짧게 내리고 말아서 발길을 돌리지는 않았습니다. 가까운 길도 아니고 가는 길에 몇 차례 많이 내리는 비를 만나기는 했지만 저희들 걸음을 돕기라도 하듯이 그리 오래 내리지 않았습니다. 일곱 사람이 함께 하는 나들이도 처음일 뿐더러 한 수레를 타고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짜장 좋았습니다. 여러 해 만에 만난 이모님께서는 보자마자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희를 만나기 앞에 꿈에서 어머니를 보셨는데 얼굴이 참 좋더라고 하셔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모님보다 더 오랜만에 만난 이모집 언니들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피붙이기 때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도롱이 비옷이니 우습고나 입은이는 벌레 같고 파랑 벼는 꿋꿋하게 하늘을 솟느나 옳구나 도롱이 뜻은 여름지기 맘이어라 * 도롱이 : 농민이 걸치는 짚 비옷 *여름지기 : 농민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장 마 척척히 끈적하여 끔찍이 싫다마는 내 깊은 고독으로 기꺼이 반기려니 엉클고 뒹굴어져서 일주일만 보내리.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아침에 세수하다 보니 오늘따라 얼굴에 잔주름이 많이 보이네요.살다 보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지만, 그래도 썩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잔주름'은 잘 아시는 것처럼 "잘게 잡힌 주름"입니다. “눈 밑에 잔주름이 잡히다”, “치마허리 부분에 잔주름을 넣다”처럼 씁니다. 얼굴에도 쓰지만, 옷에도 쓸 수 있습니다. '잗주름'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얼굴에는 쓰지 않고 "옷 따위에 잡은 잔주름"에만 씁니다. 따라서, 치마허리 부분에 잔주름을 넣다고 해도 되고, 잗주름을 넣다고 해도 됩니다. 얼굴에 쓰는 멋진 말로 '가선'이 있습니다. 쌍꺼풀이 진 눈시울의 주름진 금을 뜻합니다. 가선 졌다고 하죠.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게 잔주름이고 가선이라면, 너무 가슴 아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삶을 잘 살아온 훈장 같은 것 아닐까요?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눈으로 보는 것이 없어야 분별이 없고 귀는 소리 없음 들어야 시비가 끊겨 분별과 시비를 모두 버려버려야 마음 부터에 스스로 귀의 함을 보라 비 개자 꽃들이 일제히 피고 봄 깊자 우는 새들의 울음 맑은 바람 밝은 달밤 또렷또렷 맑긋맑긋한 마음 한 벌의 가사 걸쳐 풍진에 맡겼으니 청정의 선정공부도 참이 못되네 범의 굴, 마귀 집 어디나 즐거워 천지를 소요하는 한가로운 사람 되네 이는 영허대사(暎虛大師, 1541~1609)의 시다. 영허대사의 시는 《영허집》4권에 실려 있으며 54편의 시가 전한다. 사대부 가문에 태어나 15살에 과거 시험에서 떨어진 뒤 19살에 출가하여 능가산 실상사를 거쳐, 금강산, 묘항산 등에서 수행 정진 하였다. 《영허집》은 영허대사 사후 시와 산문, 소설 등을 행장(行狀)과 덧붙여 그의 제자들이 1635년에 간행한 문집이다. 모두 4권 1책으로, 오언절구(五言絶句) 5편, 칠언절구(七言絶句) 16편, 오언율시(五言律詩) 29편, 칠언율시(七言律詩) 14편, 부(賦) 1편, 가(歌) 1편, 소설[傳] 1편, 유산록(遊山錄) 3편, 행장(行狀)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목판본 2본이 전한다. 조선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요즘 뉴스에는 영국에 사는 한 꼬마의 희귀병 이야기가 나오네요.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에 걸린 태어난 지 10개월 된 아기의 치료를 중단한다는 내용입니다. 희귀병... 아마도 그 어린아이에게는 결코 희귀병이 아닐 겁니다. '희귀'는 "드물어서 특이하거나 매우 귀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희귀병'이라고 하면 "드물어서 특이하거나 매우 귀한 병."이라는 뜻이 될 겁니다.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이 드물어서 특이한 것은 맞지만, 귀한 것은 아닐 겁니다. '희소'는 "매우 드물고 적음"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굳이 '병'을 붙이자면 희귀병이 아니라 희소병이 맞을 겁니다. (희귀병이나 희소병이나 모두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낱말은 아닙니다.) 모르겠습니다. 의사나 연구자 처지에서,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을 꼭 다뤄보고 싶은데, 그런 환자가 없어서 치료할 기회가 없었다면, 그럴 경우에 '희귀'라는 말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치료방법을 찾지못해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어린아이에게 '희귀병'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것 같습니다. 부모는 생명유지장치를 써서 아이를 살려두고 싶은데,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면서 연명장치를 떼라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오란비(장마)'에 어울리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날마다 집을 나서서 배곳(학교)에 가는 동안 땀을 넉넉하게 흘립니다. 가자마자 바람틀(선풍기) 앞에 앉을 수 있어서 그나마 낫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옷이 다 젖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들을 보면 남일같지 않습니다.^^ 제가 토박이말을 살리고 일으켜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해 온 지 스무 해가 다 되어 갑니다. 그렇다 보니 잘한다는 좋다는 말도 듣지만 되잖은 일로 귀찮게 한다며 싫다는 말도 듣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은 말이라고 하는 말도 저는 살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꿋꿋하게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이레마다(매주) 낫날(목요일)에 하는 토박이말 갈배움 힘 기르기 닦음(연수)이 있었습니다. 옛배움책에 나온 토박이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토박이말 노래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시조문학관'과 울력다짐(엠오유)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는 기별을 들어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서석 온마을 배움터'하고도 서로 도우며 배울 길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어김없이 토박이말을 되새기는 날이 오듯이 온나라 사람들이 함께
[우리문화신문=김연갑 애국가학교 교장] 임시정부는 애국가 작사자를 누구로 알고 있었을까? 이는 김구 주석의 인식에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김구 주석은 1945년 애국가 악보에서 그 해석을 가능케 하는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바로 《한중영문중국판(韓中英文中國版) 한국애국가(韓國愛國歌)》란 악보집 기록이다. 이 악보에는 중국 충칭(중경)에서 발행된 김구의 장서인과 친필로 표제를 쓴 표지 왼쪽에 ‘金九 題(김구 제)’와 ‘金九之印(김구지인)’이라는 인장과 김구 친필로 ‘一九四五 十月十八日’(1945년 10월18일)이 쓰여 있다. 뒷면 중앙에는 중사장(中山裝)의 김구 사진이 있고, 사진 아래쪽에서는 <한국애국가 고사(故事)>와 작곡자 그리고 번역자(중역/민석린, 영역/정한범)를 소개했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김구를 비롯한 임정 요인들은 이 악보집 출간에 의한 실물 악보를 보지 못하고 귀국했을 것이다. 이 악보집은 충칭의 <음악월간사(音樂月刊社)>라는 출판사에서 이사소(李士釗)가 편집, 발행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한국 국가의 역사성을 비롯해 변천 과정과 법적 지위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다. 일본의 항복으로 광복을 중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거문고 속에 소리 있다면 갑 속에서는 왜 울리지 않나 그 소리 손끝에 있다면 그대 손끝에서 왜 들리지 않지 봉래산에서 도 물을 때도 도는 둘이 아니었고 묘향산에서 다시 맞았어도 역시 이 마음뿐이지 해 저물어 문밖에서 전송할 때도 온산의 소나무 회나무는 제 바람에 제 거문고 소리로군 속세 멀리한 사립문 온 산을 안고 사람 없는 숲 길 눈빛만 깊다 유정은 그래도 하늘에 있어 밤사이 밝은 달 창을 엿보네 이는 편양당(鞭羊堂, 1581~1644)의 시다. 서산대사의 제자인 사명당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명당과 쌍벽을 이루는 편양당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편양당의 시는 《편양집》에 실려 있는데 이 책은 제자 설청(說淸) 등이 스승의 글을 3년에 걸쳐 모아 1647년(인조 25) 백운암(白雲庵)에서 판각(板刻)하였으며, 용복사(龍腹寺)에 보관했던 간본(刊本)이 현존하고 있다. 모두 90수의 한시가 수록되어 있는《편양집》을 통해 승속을 넘나든 편양당의 폭 넓은 인생관과 이해득실을 초월한 철두철미한 선사(禪師)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시문에 나타나 있는 ‘초월’은 단순한 도피나 은둔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자각하여 어느 곳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쭉정이/(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쭉정이 [뜻] 1)껍질만 있고 속에 알맹이가 들지 않은 낟알이나 과일 따위의 열매 벼[보기월] 여러 가지 낟알이 섞인 그릇에 물을 부으니 바로쭉정이가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설거지와 밥하기를 겨끔내기로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제가 할 차례였습니다. 설거지를 할 게 많지는 않아서 얼른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쌀을 씻었습니다. 쌀을 세 그릇 담은 뒤 몸에 좋다는 보리, 콩, 조, 수수를 조금씩 덜어 넣었습니다. 여러 가지 낟알이 섞인 그릇에 물을 부으니 바로쭉정이가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집에서 절구로 방아를 찧은 쌀을 씻으시던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쌀을 씻은 물도 버리지 않고 모아 소를 먹였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 가끔은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게 그대로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걸 까서 먹는 재미도 쏠쏠했었지요. 그때와 견주면 어제 나온 것은 쭉정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때끝꼲기(기말평가)가 끝이 났습니다. 잘 봤네 못 봤네 말들을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는 버릇을 제대로 들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