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건사하다, 옮다, 졸보기눈, 돋보기눈, 쓸리다 오늘은4284해(1951년)만든‘과학공부6-1’의36쪽부터39쪽까지 보고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과학공부6-1 우리한글박물관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36쪽에 보면‘건사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눈을 잘 건사하여야 한다.”라고 했는데 요즘은‘관리하다’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말모이 풀이를 보면‘건사하다’를 쓰는 게 맞습니다.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일거리를 챙겨주는 것도‘건사하다’라고 한다면‘관리자’는‘건사함이’가 될 것입니다. 37쪽에는‘옮다’가 있습니다. “거울에 전등이 비치지 않는 자리로 옮아 앉으면...”이라고 했는데 요즘 많이 쓰는‘이동하다’를 써야 할 때 갈음해 쓰는 것도 좋겠습니다. 과학공부 6-1 우리한글박물관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38쪽에는‘졸보기눈’과‘돋보기눈’이 있습니다.요즘은‘근시’, ‘원시’라고 하지만 이 책에는‘근안’, ‘원안’이라고도 했군요.말모이를 보면‘졸보기’, ‘돋보기’라고도 한다는 풀이가 있습니다.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해 본 바에 따르면‘오목렌즈’는 작게 보이니‘졸보기’, ‘볼록렌즈’는 크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옥수수밭에서 옥수수밭머리에 멈추어섰다 시골길가다가 하나씩 둘씩 서넛씩 등에 그리고가슴에 아기를업고또안고있는 내엄마같은옥수수여 큰절이라도 드리고싶다 달구지바퀴에깊숙히패인 길한복판에 그대로넙적엎드려 절하고싶다 남들에게는 너무나도화사했던 그한시절도 있었던듯없었던듯… 눈에띄우는 꽃잎하나피우지못한채 벌써오늘의계절에 휘여질듯서있는 옥수수여 철없던시절의수수께끼가 언제나가슴을허빈다 잠자리무리지어날아오르는 이늦은여름의오후 그대의어느 푸른잎사귀한자락잡고 빨간댕기라도매여드리고싶다 내엄마같은 옥수수여. 해설 할아버지 대에 중국 동북 지역으로 이주한 중국 조선족 제3세대인 석화는 연변대학 조선어문학부를 졸업한 지식인으로서 20대(1970년대말)부터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여 이후 네 권의 시집을 냈다. “나”를 화자로 내세운 그의 초기시 중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벌여놓은 모든 물상 다 허깨비 긴 허공 지나는 사이 자취 안남겨 허공이 몸 갈무리할 자리 못되니 바람결에 비 젖은 소나무 보게 백 천의 경전 손가락 같아서 손가락 따라 하늘의 달을 보네 달 지고 손가락 있어 한일도 없으니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잔다 이는 서산대사의 제자 소요(당) 대사(1562~1649)가 지은 시다. 소요당의 속 씨는 오 씨이고 담양사람이다. 13살에 백양산에 갔다가 세속 밖의 경지를 보고는 출가의 길을 걸은 소요당 대사는 나이 20살에 서산대사를 찾아 묘향산에 갔다가 서산대사로부터 게송 하나를 받는다. 그림자 없는 나무 베어다 물 속 거품 다 태워버린다 우습구나 소를 타고 있는 이가 소 등에서 다시 소를 찾네 이게송의 뜻을 수많은 제자들이 이해 못하고 있을 때 소요당은 서산대사의 이 게송이 ‘삶이 없음(無生)’ 임을 깨닫는다. 소요당은 서산대사의 가르침으로 비로소 ‘마음’을 보았고 본성에 내 맡길 수 있어 툭 트인 몸으로 이리저리 노닐며 구름처럼 모여드는 대중을 교화했다고 전한다. 소요당 대사는 경전에 얽매여 있는 것을 경계하였는데 온갖 경전은 길잡이일 뿐 그 자체가 길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마치 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얼뜨다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얼뜨다 [뜻] 다부지지 못하여 어수룩하고 멍하다(얼이 빠진 듯하다)[보기월] 되지도 않을 일을 한다고 저를얼뜬사람으로 보는 것에 견주면 아무 것도 아니었지요. 어제 아침에 집에 나올 때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낮에 비가 올 거라고 해서 슈룹(우산)을 들고 왔습니다. 아침부터 끈끈한 숨씨(공기)가 살갗에 착착 달라 붙는 것 같았습니다. 집을 나설 때 이마에 맺힌 땀은 배곳에 닿았을 때는 흘러 내려서 닦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바람이 좀 많이 불어서 바람틀(선풍기)를 돌리지 않아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더위에 날카로워진 사람들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얼굴을 찌푸리고 있거나 조금만 언짢아도 큰소리를 내곤 했습니다. 어른도 그런데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빠지지 않도록 미리 챙긴다고 챙기는데 아이들 마음에 차지 않는 것 같습니다. 뒤낮에 비가 조금 내리기는 했지만 안에 있어서 비를 맞을 일은 없었습니다. 일을 마칠 무렵 누리어울림마당에서 여러 해 만에 만난 사람이 아직도 그러고 있냐면서 대단하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태풍이 오고 있다고 하네요.며칠 전까지는 가뭄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태풍을 걱정해야 합니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겸손해야 하는지, 인간의 나약함에 허탈해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태풍은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17m/sec가 넘는 아주 센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성저기압을 이릅니다. 태풍은 일주일 넘게 이어질 수 있고, 동시에 같은 지역에 하나 이상의 태풍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태풍 예보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고자 태풍에 이름을 붙입니다. 북서태평양에서의 태풍 이름은 1999년까지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태풍위원회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태풍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태풍 이름을 서양식에서 태풍위원회 회원국의 고유한 이름으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조 :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태풍 이름은 14개 나라에서 10개씩 내서 총 140개가 각 조 28개씩 5개조로 구성되고,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합니다.(140개를 모두 쓰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씁니다.) 태풍이 보통 연간 약 30여 개쯤 발생하므로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이제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우리 전통 무속신앙의 전문가로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와 샤머니즘박물관 관장,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를 하고 있는 양종승 박사가 칼럼을 쓰게 됩니다. 이 칼럼의 목적은 “한민족 역사 문화 뿌리인 무속신앙의 이론과 실체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종교 심성을 파악하고 슬기를 모아 보다 낳은 삶을 개척해 나기기 위한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편집자말) 한국 고유의 칠성신앙은 단군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삼신신상으로부터 전개되었다. 하지만 우리 칠성신앙을 중국 도교로부터 유입된 외래 칠성신앙과의 차이점을 구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도교가 들어온 전후 상황 그리고 전개 양상을 비롯하여 관련자료 및 현재적 전승자료 등을 참고하여 살펴보면 그에 대한 차이점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한국 고유의 것은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도교의 그것과는 달리 단군조선으로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온 한민족 고유의 별신앙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 실체를 무교의 신앙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칠성신앙의 핵심수 칠(七)과 관련된 단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쇠다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쇠다 [뜻] 잔치, 돌, 기림날(기념일)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다.[보기월] 더 나아가 '한가위, 설'과 같은 날뿐만 아니라 돌(생일)도쇠는거라는 것도 알고 쓰면 좋겠습니다. 지난 엿날(토요일)은 잊지 못할 날이었습니다. 올해도 가웃(반)이 지나고 새로운 달을 비롯하는 첫날이기도 했습니다.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북돋우자는 우리 모임의 뜻을 처음으로 길에 나가 널알리기(캠페인)를 한 날이라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다들 때끝꼲기(기말평가)가 있어서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토박이말바라기가 하는 일 알기, 토박이말 놀이로 낯설음을 없애고 토박이말 널알림감 만들기를 웃으며 재미있게 했습니다. 꽃배곳(초등학교) 배움이 셋이서 자리느낌(분위기)을 돋우고 큰배곳(대학교) 배움이들이 맞장구를 잘 쳐 주어서 훨씬 좋았습니다. 엘지베스트샵 진주성점 장홍점 점장님은 우리가 마실 시원한 물도 챙겨 주시고 모람(회원)이 되어 준 사람들에게 토박이말바라기 보람(로고)을 새긴 예쁜 물그릇(컵)에 까지 선물로 주셨습니다. 닦음(연수)과 이바지(봉사)를 할 자리를 내어 주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정선가는 길 녹음은 첩첩하고 고개는 구비구비 굽어진 길자락에 한가함이 만연해 푸름은 가득하건만 그리운님 없어라. 장터에 비가 오니 흥판이 깨지누나 기다린 임이기에 기꺼이 맞이하리 축제*는 멈추었지만 한 닷새도 괜찮아. 외로움 타거들랑 시장에 가봐야리 싫증 나 무료하면 오일장 찾아야리 세상에 이름있는 것 존재감을 과시해. * 축제 : 전국5일장 박람회( 2017. 6. 22 ~ 25)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반 딧 불 뜨겁잖고 밝던 빛은 옛날엔 선비의 불 길잖는 목숨을 배울이께 바친걸까 반딧불 너희 날 때면 우리 마음 흐뭇하다 * 뜨겁잖고 : 뜨겁지 않고 * 선비의 불 : 선비들이 독서할 때 쓰던 등잔불 * 길잖는 : 질지 않는 * 배울이 : 선비, 학자, 연구자, 학생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집에 들어서는 순간 고소한 음식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신발을 벗기 바쁘게 허둥지둥 주방에 들어가 보니 그릇에 수북하게 담겨져 있는 만두가 아직도 따끈따끈하다. 그제야 동지날 팥죽 먹는 것이 전통적인 민속습관이지만 올해는 애동지(음력으로 초순에 드는 동지)라서 만두도 먹어야 된다고 하시던 엄마의 말씀이 떠오른다. 명절이나 기념일이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우리 집 식탁에까지 놓고 가시는 우렁각시는 다름 아닌 우리 엄마다. 그 어떤 산해진미와도 비길 수 없는 엄마가 정성들여 만드신 만두를 나는 볼이 미여지게 집어먹는다. 그러면서 불혹의 나이에도 부모님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있다는 현실에 나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남실거린다. 명절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유래에 따라서 지정된 음식을 먹으면 무조건 액운을 쫓고 만사형통하다는 말이 물론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것을 어기면 마치 큰일이나 나듯이 늘 잊지 않고 챙겨주신다. 매년 음력설이 지나서부터 엄마는 정월대보름에는 꼭 부럼을 깨먹어야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일년 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씀해주신다. 귀띔해주시고도 혹시 지나쳐 버릴까봐 엄마는 오곡밥에다가 땅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