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깊은 우물 마시려 두레박끝 깊게 하랴 짧은 지팡이로 먼 길 가려말라 하고많은 세 상일 양 창자인 듯 험하고 끝없는 사람살이 호랑이 뿔 위의 맞섬 숨는 체 하려면 차라리 깊이 숨음이 낫고 육신의 단련이 육신을 잊는 것만 하겠나 이름 찾고 법에 노닌다고 진실됨일까 이려 쩌쩌 부르는 마소도 소리에 따를뿐 중관 대사(中觀大師, 1567~?, 명종 22)는 서산대사 문하에서 한 유파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세한 행적은 전하지 않고 있다. 다만《불조원류(佛祖原流)》에 따르면, “성은 오씨(吳氏)이고 전라남도 무안(務安)사람이다. 어려서 총명하고 지혜가 있어 신동이라 일렀다. 입산하여 머리를 깎고 곧 오묘한 선지를 깨쳐 임제의 정맥과 태고의 청풍이 다시 혼탁한 세상에 떨치게 되었다. ”고 기록하고 있다. 중관대사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그 해에 영남지방에서 승병을 일으켰고, 전공을 세워 총섭(摠攝)이 되었다. 전란 뒤 지리산 화엄사에 있으면서 대화엄종주(大華嚴宗主)로서 법화(法化)를 폈다. 만년에는 지리산 귀정사(歸正寺) 소은암(小隱庵)의 옛터에 대은암(大隱庵)을 중창하고 그 곳에서 참선수도에 정진하였다. 시서 3만의 권축에 있지 않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멋진 상상을 하면 기분이 참 좋잖아요? 오늘 아침에 딸 아이와 같이 일터에 나오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이 녀석이 유치원을 졸업한다며 오늘 졸업여행을 갑니다. 비록 1박2일 가는 것이지만, 처음 가는 여행이라 나름대로는 꿈에 부풀어 있더군요. 애가 학교에 들어가면 그 기념으로 두 가지 일을 해 주려고 합니다. 하나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를 목표로 애들과 같이 걸어서 전국 일주 하고자 초등학교 입학기념으로 땅끝에서 걸어서 해남 고향집까지 걷는 것입니다. 다음에는(방학 때...) 해남에서 영암까지 걷고... 그다음에는 영암에서 나주까지 걷고... ^^*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전국을 걸어서 돌아다니는 경험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애들 책꽂이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어제 그 설계를 했습니다. 높이는 애 키 높이에 맞춰 1.2미터로 하고, 길이는 세 자인 1.8미터로 했습니다. 원목을 그대로 쓸 예정이고 자르기와 못질을 애들 손으로 해 볼 생각입니다. 이런 멋진 생각을 하면서 일터에 나오다 보니 오는 시간도 짧게 느껴졌고, 기분도 좋더군요. 사실은 애들 책꽂이가 아닌 책상을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그건 제 깜냥에 여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만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터울거리는 만큼 작은 열매들을 거두고 있지만 나아가는 걸음은 더딘 게 참일입니다. 제가 혼자 잘 살기를 바라고 또는 제 좋을 일을 하느라 사람을 만나고 손을 벌리러 다닌다면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말다운 말을 쓰며 살게 해 주고 싶어서 애면글면 하고 있는 토박이말 살리기에 힘과 슬기를 보태겠다는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갈배움을 가장 앞장서 이끄는 일을 맡은 분들 가운데 한 분도 없고, 나랏일꾼들 가운데도 없습니다. 새로 일머리를 틀 자리로 가실 분께 말씀을 드려도 다른 일이 더 바쁘다고 하십니다. 우리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말을 앞세우고 있기에 그렇다면 우리말 토박이말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하는데도 말입니다. 어쩌다 우리가 우리나라 사람에게 토박이말을 왜 살려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어야 되게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토박이말 갈닦음(연수)에 자리해 주시는 분들 토박이말 놀배움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기운이 나다가도 저 위에 있는 분들이 하는 것을 보면 힘이 빠집니다. 또 이레가 지나고 찾아왔습니다. 토박이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쫌맞다 [뜻] 움직임이 어떤 때에 마침 알맞게 들어맞다.[보기월] 이런 때 큰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 챙겨주신다면쫌맞다싶을 텐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제는 차돌꽃배곳(수정초등학교) 갈침이님들을 뵙고 왔습니다. 불러 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데 바로 이웃 배곳이라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좀 재미있게 하면 나을 줄은 알지만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됩니다. 주어진 때새 동안 드리고 싶은 말씀은 빠짐없이 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저한테 오셔서 아이들에게 토박이말을 꼭 알려주겠다고 입다짐을 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어제는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모임을 했습니다.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들을 알려 드리고 어떤 말이 아이들 앞날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보는 자리였습니다. 제 말씀을 듣고 얼른 배움책부터 바꿔야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한 분 한 분 생각과 목소리가 모이면 더 멀리까지 퍼져갈 거라 믿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아이들과는 새로운 토박이말 놀이를 만들어 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 놀이를 조금 바꿨는데 재미있다고 해서 저도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나는나입니다 나는봄의들판에서어여쁨을뽐내는장미꽃도길섶에소문없이피어난민들레꽃도아닙니다나는아득한벼랑가에솟아나서흘러가는구름을비웃는소나무도강가에흐드러져산들바람에도춤을추는버드나무도아닙니다 나는나입니다 나는여기저기에서아무렇게나뒹구는이름없는조약돌도아니고뭇사람들이쳐다보는하늘가에서도고한빛을뿌리는그어느성좌의이름있는별도아닙니다 나는나입니다 내가어찌그저한송이꽃이나한그루나무나또돌이나별이겠습니까나는그것들과그리고그보다더많은것들이어우러진통일체이며세계이며우주입니다 나는나입니다 자꾸만그저꽃이나나무나돌이나별이되라고하지마십시오그것들은나의머리카락한오리나귀나코나눈밖에또무엇이겠습니까 나는나입니다 그리고당신도당신이기를바랍니다. 1985. 7. 1. 해설 / 인간의 자아실현을 호소 석화는1958년 길림성 룡정시에서 출생했다. 1980년대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1986년 시 “나는 나입니다”로 시간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 시는 당시의 시관념 갱신에 크게 이바지한 작품으로 창조주체의 각성과 인간의 자아실현을 호소하고 있다. 시에서 시적화자는 “나는 나다. 돌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많은 것들이 합쳐진 통일체이며 하나의 세계이며 우주라고 하면서 자꾸만 꽃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과학공부 6-1(1951) 우리한글박물관/(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오늘은 4284해(1951년) 만든 ‘과학공부 6-1’의 22쪽, 3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2쪽에 보면 ‘빨아들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앞서 알게 된 되쏘다와 맞서는 말인데 우리는 ‘흡수하다’는 말을 많이 씁니다. 무엇보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더욱 만나기가 어려운 말입니다. ‘되쏘다-반사하다,’ ‘빨아들이다-흡수하다’를 짝으로 맞춰서 알고 쓸 수 있도록 가르치고 배우게 하면 좋겠습니다. 31쪽에는 토박이말이 넝쿨처럼 달려 있습니다. 가장 먼저 ‘힘살’이란 말이 보입니다. ‘근육’이란 말만 쓰기 때문에 아주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우리 몸에서 힘을 낼 수 있거나 힘을 쓰는 일을 하는 살을 ‘힘살’이라고 가르치고 배우면 참으로 쉽고 좋을 것입니다. 그 아래에 ‘동무들의 눈을 서로 살펴보자’는 말 가운데 ‘동무’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까닭으로 ‘친구’라는 말에 밀려서 낯설게 된 말이지요. 그 아래 ‘견주다’는 말이 보입니다. ‘비교하다’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요즘은 만날 수 없는 말이지요. 이렇게 옛날에는 배움책에서도 흔히 쓰던 말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이불장을 펼치면 아롱다롱 꽃이불들이 나를 보고 해시시 웃는다. 그렇다. 지금은 집집마다 이블장이 넘쳐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철철이 자기 이불이 따로 있고 폭신폭신한 꽃이불 속에서 모두들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쪼들리게 가난했던 지난 세기 50년대 그 시절 우리집 농짝위에는 이불 두 채가 횡뎅그레 올라 앉아있었는데 이 허름한 이불 두 채가 우리 온 집안의 큰 재산이었다. 엄마는 31살에 내가 돌도 안 되던 해에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시고 “밥그릇 하나라도 줄이라”는 삼촌의 뜻에 쫓아 언니를 일찍 시집보내곤 철모르는 우리 3남매를 데리고 시골에서 아글타글 고된 일을 하시면서 눈물겨운 나날을 보내었다. 세월이 흘러 1957년 큰 오빠가 연변1중에 입학하였다. 학비와 숙사비도 마련해야 했지만 이불도 큰 문제꺼리였다. 우리집 형편에서 새 이불을 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엄마는 말없이 이불 한 채를 뜯어 씻고 끓이고 바래워* 다듬질하였다. 방치돌*에 두드리고 대명대*에 담아 다듬은 덕분인지 눈같이 하얀 이불은 웃었다. 오빠는 엄마의 정성이 슴배인* 이불짐을 지고 도시로 떠났다. 집에는 이불 한 채만 달랑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참우리말 토박이말 살리기 [오늘 토박이말] 얼넘기다 [뜻] 일을 대충얼버루려서 슬척 넘기다.[보기월] 왜 그렇게 우느냐고 물었을 때 뭐라고 얼넘겨야 하는지 모른 채 실컷 울었습니다. 빛그림(영화)을 보면서 그렇게 눈물 콧물 흘린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할 일이 많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제 마음이 끌렸습니다. 언젠가 보려고 했는데 아내와 마음이 맞아 생각보다 일찍 보러 갔습니다.가지고 갔던 손수건이 모자랄 만큼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내가 맨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건낼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다 보았던 일인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겪고 있는 아픔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왜 그렇게 우느냐고 물었을 때 뭐라고 얼넘겨야 하는지 모른 채 실컷 울었습니다. 갖고 갔던 손수건이 다 젖을 만큼 말입니다. 그때 제가 바랐던 것과 그 분이 바랐던 게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온나라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곧 쓰러질 것 같은 느낌으로 비롯한 하루가 생각보다 빨리 끝이 났습니다. 나보다 남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솟구다 [뜻] (빠르고 날세게)위로 솟아 떠오르다(솟게 하다)[보기월] 그런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제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솟구는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 닷날은 창원에 있는 스스로꽃배곳(자여초등학교) 배움이들과 만났습니다. 한뎃잠을 자면서(야영을 하면서) 빛그림(영화)도 보고 밤하늘 별구경을 하는데 그 사이에 살짝 토박이말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해서 갔습니다. 만남은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가서 이야기를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가 워낙 재미가 있다 보니(?) 아이들 기분을 가라앉힌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저한테는 짧았지만 아이들한테는 긴 때새였을 텐데 끝까지 들어 준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별, 별자리 이름까지 좀 더 깊이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엿날은 새로 든 갈침이 모임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왔습니다.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과 겹쳐서 마음이 쓰이긴 했지만 첫 모임이라 그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새롭게 나랏일을 이끌 분들께 갈침이들이 바라는 갈배움(교육)을 새롭게 할 수를 생각해 밝히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생각하지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장 마 줄곧 오면 탄하건만 안 오면 땅 터지니 너는야 무엇이냐 눈물인가 억진가 그러니 가물지 말고 울지 말고 와야지 * 탄하건만 : 탓하여 나무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