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짊다 [뜻] 짐을 가뜬하게 꾸려서 지게나 수레 따위에 올려 얹다.[보기월] 그 많은 일들을 혼자짊어지고 왔으면 벌써 지쳤을 것입니다. 배곳에 가도 아이들은 없지만 할 일은 많습니다. 벌써 했어야 하는 했는데 겨를이 나지 않아 못 하고 있던 일들을 몇 가지 했습니다. 꾸림빛(운영위원)을 모시는 일, 다른 모임과 울력다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알려 드리는 일을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남들은 낮밥을 먹으러 갈 무렵 서울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다른 분이 낮밥을 드시고 올 때까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낮밥을 사 드리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말을 하다보니 때를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 동안 해 온 일들을 돌이켜 말씀 드리면서 함께해 주신 분들께 새삼 고마운 마음이 더 들었습니다. 그 많은 일들을 혼자짊어지고 왔으면 벌써 지쳤을 것입니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과 같은 만남도 있다 싶어서 말입니다. 밥집에 가서 보니 돌아갈 때가 얼마남지 않아 밥도 제대로 못 드시고 바삐 가시게 해서 마음이 쓰였지요. 그래도 늦지 않게 닿아 가셨다는 기별을 받고 마음이 놓였습니다. 멀리 있는 이곳까지 저를 만나러 와 주신 것도 고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쌔고비쌔다 [뜻] 해 달라거나 하라는 것을 이런저런 까닭으로 마다하다.[보기월] 일을 처음 맡을 때는 많이 바빴는데어쌔고비쌜수가 없어서 한 일이긴 했습니다. 어제는 바람이 참 많이 불었습니다. 사람들은 봄을 데리고 오는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위 속에서도 벌써 핀 꽃들이 바람에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집을 나가면서 앞뜰에 핀 꽃을 보기는 했지만 걱정할 만큼 많이 피지는 않았더라구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생각해 보니 이 바람은 꽃이 피는 걸 시샘하는 '꽃샘바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으로 들어가는 들봄달 막바지 꽃들이 피고 있는 요즘 불어닥치는 이런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한다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날씨는 추웠지만 여러 달 동안 여러 사람이 힘과 슬기를 모은 열매를 거두어 알리는 자리가 있어 제 마음은 참 포근했습니다. 참고을 진주 아이들이 고장 진주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책을 만들어 그것을 쓰실 갈침이들께 풀이를 해 드리는 자리였지요. 일을 처음 맡을 때는 많이 바빴는데어쌔고비쌜수가 없어서 한 일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 열매를 받고 보니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고맙다’는 아무리 많이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고 늘 반가운 낱말 가운데 첫손 꼽힐 것이다. 그런데 일제 침략 뒤로 일본 한자말 ‘감사하다’에 짓밟히고, 광복 뒤로 미국말 ‘땡큐’에 밀려서 안방을 빼앗기고 내쫓겨 요즘은 목숨마저 간당간당한다. 우리말을 아끼고 가꾸려는 뜻을 굳게 세우고 생각의 끈을 단단히 다잡는 사람이 아니면 입에서 ‘감사하다’ 소리가 절로 나오고, 새로운 세상에 남보다 앞장서려는 사람들 입에서는 ‘땡큐’ 소리까지 보란 듯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고맙다’는 ‘곰’에서 말미암았다. 단군 이야기에 단군을 낳으신 어머니로 나오는 ‘곰’, 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으며 백일기도를 드리고 마침내 사람으로 탈바꿈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신 환웅의 아내가 되어 단군을 낳았다는 바로 그 ‘곰’이다. 이 곰은 본디 하늘 위에서 온갖 목숨을 세상으로 내려보내고 해와 달을 거느려 목숨을 살리고 다스리는 하늘 서낭[천신]과 맞잡이로, 땅 밑에서 온갖 목숨을 세상으로 밀어 올리고 비와 바람을 다스려 목숨을 살리고 북돋우는 땅 서낭[지신]의 이름이다. 이런 땅 서낭 ‘곰’을, 우리 글자가 없던 시절의 《삼국유사》에서는 ‘熊(곰 웅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속말 [뜻] 속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보기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끝을 내고 보니속말을 다 못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닷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송국'이라는 곳에 가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왔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끝을 내고 보니속말을 다 못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살고 있는 고장에서 고장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풀그림을 만들어 주는 곳에서 그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무엇보다 (사)토박이말바라기가 하고 있는 토박이말 살리는 일에 남다른 마음을 써 주시는 서경방송 김호진 님을 비롯한 여러분들께서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서로 도움이 될 일을 찾아 보기로 했고 될 수 있으면 '토박이말'을 널리 알리는 풀그림을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도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작지만 또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일을 생각할 때마다 함께할 손이 모자라서 아쉬움이 큽니다.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늘 함께해 주시는 분들께 짐을 지워 드리는 것 같아 망설이게 됩니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물고기 첫 뜀 그렇게도 좋다느냐 첫 뜀은 곤 춤이야 이제는 치올라 하늘 잡고 내리니 햇빛은 못 녹인 눈을 보드랍게 안아 주네 *곤 춤 : 고운 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질펀하다 [뜻] 2)주저앉아 하는 일 없이 늘어져 있다.[보기월] 바닥에질펀하게앉거나 누워서 좋아하는 걸 보니 잘했다 싶었습니다. 배해끝 아이들은 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뜻 깊은 일들을 마련해서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과는 조금 먼 것이기는 하지요. 다 배운 배움책을 버리고 난 뒤부터는 더 그랬습니다. 그래서 책상을 밀고 바닥에서 놀이를 하자고 했습니다. 놀이라고 해도 그냥 멍하니 있기와 누워 있기였습니다. 바닥에질펀하게앉거나 누워서 좋아하는 걸 보니 잘했다 싶었습니다. 늘 자리에 앉아서 하다가 바닥에 앉기만 해도 저렇게 좋아하는데 진작부터 좀 자주 해 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이들이 바라는 것보다는 제가 바라는 것을 훨씬 더 많이 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들을 다 이루지도 못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래서 많이 미안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그런 아이들과 보내는 마지막 날입니다. 무엇을 해 줄까 생각을 하다가 그냥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해 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운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 주려고 합니다. 문득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저는 요즘 시쳇말로 전문가라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제가 맡은 일이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이 많아 그런 쪽 전문가들을 만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라고 하시고, 이러저러한 경험도 많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래서 무슨 무슨 일을 잘 할 수 있다고도 하시고... 우리말에 '어섯'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물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아니하는 정도.'라는 뜻으로 '방문 틈으로 마당에서 벌어지는 굿의 어섯만 보았다.'처럼 씁니다. 요즘처럼 복잡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모든 분야에서 다 잘 알지는 못할 겁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조금 아는 것을 가지고 전체를 다 아는 체하거나, 작은 힘으로 책임못질 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말 한마디가 엉뚱한 데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슴새벽 [뜻] 조금 어둑어둑한 새벽[보기월]어슴새벽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며 챙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날씨가 좀 풀리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날 날이 추웠다는 것을 제 몸이 바로 알려 줍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가장 먼저 알려 주는 것은 눈입니다. 슬픈 일도 없는데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오거든요. 그 다음은 손끝입니다. 손끝이 거칠어지고 어떨 때는 살이 깨진 것처럼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요즘 제 눈과 손은 안 봐도 어떤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해가 갈수록 달라지는 몸을 보며 이제 좀 챙겨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생각만큼 잘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제 동무가 갑자기 쓸개를 떼어 냈다는 기별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무들 사이에서는 누구보다 튼튼하다고 이야기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습니다. 몸에 좋은 것들을 알려주고 얼른 많이 먹고 나으라는 말을 해 주었지요. 그리고 저도 남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실을 나갔다 왔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어슴새벽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며 챙기는 사람도 있다는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아침에 부르는 처용가 아침 일어나 보니 머리카락 서너 오리 베개 위에 떨어져 있다 이젠 내 두피와 영영 작별한 저 것들을 지금도 내 것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지난겨울 둘러보았던 충남 부여의 고란사와 낙화암과 백마강이 떠오르고 삼천궁녀 꽃 같은 치맛자락이 베개 위에 얼른거린다 백제는 이미 망해 간 곳이 없고 그를 이긴 신라도 사라졌으니 고구려의 높고 낮은 무덤들조차 북국의 차디찬 적설에 묻혀있을 뿐이다 어제까지 내 머리에 붙어 있던 저것들 지난 밤 어수선하던 꿈의 조각들처럼 떨어져가고 흩어져가고 지워져가고 그리고 이제는 모두 잊혀 갈 것인가 “원래는 내 해인데 앗아가니 어찌 하리요." 체조하는 달밤도 아닌데 「처용가」한 가락이 저절로 흥얼거려 진다. 해설 석화의 이 시는 “처용가”를 재치 있게 패러디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처용가(處容歌)”는 일연(一然)이 편찬한 《삼국유사(三國遺事)》 중의 “처용낭망해사조(處容郞望海寺條)”에 실려 있다. 처용은 헌강왕(憲康王)의 아들이었는데, 왕은 처용에게 미녀를 아내로 주고 그의 마음을 잡아두려고 급간(級干)이라는 벼슬을 주었다. 그런데 역신(疫神)이 처용 처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속다짐 [뜻] 1)마음속으로 하는 다짐(어떤 뜻을 마음속으로 굳게 가다듬음)[보기월] 무슨 일이 있어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겠다고속다짐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땅을 파고 들어 가서라도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인데 우리 아이들은 참 깊은 곳에 있나 봅니다. 아이들이 요즘 지내는 걸 보며 한 생각입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자는 말은 귓등으로 흘리는 게 틀림이 없지 싶습니다. 아니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어서 들리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아이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아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더 많으니 말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속다짐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서 하던 일을 못 하기도 하고 바쁘게 다니느라 해 내라는 것을 제때 못 내는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저보다 나은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맡아서 하시면 더 잘하실 텐데 싶은 생각이 나서 말이지요.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야기하면서도 새로운 만남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건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루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