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들봄(입춘) 이 고을은 빠르고 저 마을엔 더디 오니 사내는 달리고 아가씨는 꿈을 꾸고 봄가람 느릿 내리고 개나린 눈 비비네 * 녹은 내 : 얼음 풀린 강 * 봄가람 : 봄강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거짓말’은 왜 하는 것일까? 거짓말의 첫걸음은 스스로를 지켜서 살아남으려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모든 것은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를 지켜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런 안간힘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마땅한 길을 찾아 익히며 살아남는다. 거짓말은 사람이 스스로를 지켜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며 찾아낸 속임수 가운데 맨 첫걸음이다. 사람은 세상으로부터 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때에 무엇보다 먼저 거짓말을 방패로 삼는다. 세상이 저를 못살게 군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사람은 맨 먼저 거짓말이라는 속임수로 스스로를 지키려 든다. 이러한 것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들을 수 있으며 집 밖에 나가서 이웃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배우는 때, 곧 너덧 살 때부터 비롯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이런 첫걸음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짓말의 둘째 걸음은 속임수가 먹혀들어 갔을 적에 돌아오는 야릇한 기쁨을 맛보려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나 참기 어려운 괴로움에 빠져 헤어날 길이 없을 적에, 세 치 혀로만 내뱉는 손쉬운 거짓말 한마디로 거뜬히 거기서 벗어나면 그때 돌아오는 기쁨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질깃하다 [뜻] 1)질긴 듯한 느낌이 있다.[보기월] 감자볶음에 들어있던 고기가 저한테는질깃했지만맛있게 먹었습니다. "전교임원선거를 하는데 회장, 부회장을 토박이말로 바꾸고 싶은데 알려 주세요.""이런 모임을 하는데 알림글에 쓸 토박이말로 알맞은 게 뭐가 있을까?"어제와 그제 저한테 기별을 주신 분들이 한 말씀입니다. 곧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라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걸 물어 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기운이 나고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절로 하게 됩니다. 토박이말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지만 쓰는 분들도 늘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누구보다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가꾸려는 고운 마음을 가진 우리 배움이들한테 더욱 힘이 되는 기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배곳에 와서 얻는 즐거움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울 게 바로 낮밥입니다. 날마다 바뀌어 나와서 좋고 입맛에 맞는 것을 실컷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어제는 제가 좋아하는 감자볶음이 나왔더라구요. 감자볶음에 들어있던 고기가 저한테는질깃했지만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남이 해 주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다고 했던가요? 맛있는 걸 먹으며 먹는 즐거움에는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천지꽃과 백두산 이른봄이면 진달래가 천지꽃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피어나는 곳이다 사래 긴 밭을 갈면 가끔씩 오랜 옛말이 기와쪼각에 묻어나오고 용드레우물가에 키 높은 버드나무가 늘 푸르다 할아버지는 마을 뒷산에 낮은 언덕으로 누워계시고 햇살이 유리창에 반짝이는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공부가 한창이다 백두산 이마가 높고 두만강 천리를 흘러 내가 지금 자랑스러운 여기가 연변이다 해설 이 시는 석화의 연작시 “연변”의 머리시로 “연변” 제1번의 부제를 “천지꽃과 백두산”으로 하였다. 연변에서는 진달래를 천지꽃이라 부른다고 한다. 시인이 말하는 연변이란 도대체 어떤 곳인가. “사래 긴 밭을 갈면 가끔씩 / 오랜 옛말이 기와조각에 묻어 나오고 / 룡드레우물가에 / 키 높은 버드나무가 늘 푸른” 곳이다. 이 두 번째 연에서 시인은 연변이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풍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곳이며, 드높은 기상이 뚜렷이 남아 있는 곳임을 암시하고 있다. 마을 뒷산에는 조상의 뼈가 묻혀 있고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한창 공부를 하고 있다. 연변의 과거와 현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제3연에 이어 시인은 4연에 가서 내가 지금 살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오늘 자 어떤 신문에 보니'새만 보면 덜덜… 번지는 조류포비아'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있네요. http://news.donga.com/3/all/20170202/82694409/1 '조류포비아'... 마땅히 사전에 없는 낱말입니다. '포비아'는 영어 phobia로 병적 공포나 공포증을 뜻합니다. 요즘 조류독감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서 새만 보면 벌벌 떨게 된다는 것을 두고 그런 제목을 뽑았나 봅니다. 기사 제목이 '새만 보면 덜덜… 번지는 조류포비아'인데, 뒤에 오는 '번지는 조류포비아'를 빼도 멋진 제목이 됩니다. 굳이 이상한 '조류포비아'를 쓰지 않아도 되는 거죠. 언론에서 이상한 말을 만들면 안 됩니다. 좋은 우리말을 더 자주 쓰도록 앞장서야 할 언론에서 이상한 말을 만들어서 우리말을 괴롭히고 비틀면 안 됩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살버살 [뜻]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은 모양[보기월] 오랜만에 모여서어살버살말을 많이 하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깨끗한 방에서 맞이하려고 땀을 흘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깨끗한 때는 없었다며 좋아했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환한 얼굴로 와 주어서 참으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새 배움책을 가져 오고 미처 넣지 못했던 짐을 넣느라 아이들과 인사할 겨를이 짧아 아쉬웠습니다.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땀까지 흘리며 돕는 아이들도 있었고 끼리끼리 모여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바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힘이 센 몇 몇이 아닌 힘은 여리지만 여럿이 힘을 모을 때 더 큰 일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앉는 자리, 따숨틀(난로) 켜기,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하는 차례, 낮밥 먹는 차례를 두고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여서어살버살말을 많이 하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기로 다짐을 한 만큼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그 다짐을 지킬 수 있게 서로 마음을 맞춰 나가야겠습니다. 여느 때 안 쓰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소소리 [뜻] 높이 우뚝 솟은 모양[보기월] 고개를 넘어 가니소소리높은 고개에는 눈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레가 넘도록 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리지 못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씩 알려드려도 종이가 모자랄 만큼 말이지요. 그래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죽보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님과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가 울력다짐을 했습니다. 서로 도울 일이 많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지요. 그리고 여주 늘푸른 자연학교에서 겨울 토박이말 놀배움터를 열었습니다. 배움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갈침이들께서도 아주 마음에 들어하셔서 먼 길 달려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또 만나고 싶다는 말에 기운이 났습니다.^^ 그렇게 먼 길을 다녀온 바로 다음날 궂은 기별을 듣고 여러 날 슬픔에 빠져 지냈습니다. 저보다 세 살 많은 집안 언니가 다시 오지 못할 그곳으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에 봤을 때도 그렇게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설을 앞두고 있었지만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푹 쉬기를 빌어 주고 왔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지난 1월 21일. 한파가 몰아친, 눈발이 날린 토요일, 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아카데미 초중고 학생들 37명을 데리고 한글가온길 답사를 했다. 마지막 답사지인 세종로공원의 한글글자마당에서 한글가온길의 의미를 되새기며 모두들 한글만세를 외쳤다. 세종대왕 동상을 뒤로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길 건너 정부종합청사 쪽으로 오게 되면 세종로 공원이 있다. 여기에는 2011년도에 먼저 조성된 글자 마당과 2013년도에 조성된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탑이 있다. 글자마당은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긍심을 높이기 위하여 한글 첫소리(19자), 가운뎃소리(21자), 끝소리(27자) 글자로 조합 가능한 11,172자를 재외동포, 다문화가정, 국내거주 외국인, 새터민 등을 포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하여 11,172명이 각각 한 글자씩 직접 쓴 글씨를 돌에 새겼다. 마침 이때 공모하여 자신의 글씨가 뽑힌 박정애 세종연수원 대표가 참가하여 공모 경위와 글맵시를 설명해 참석자들의 손뼉을 받았다. ‘릱’이란 글자인데 ‘ㄹ’자를 태극 모양으로 하여 천지자연의 조화를 담은 한글의 가치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11,17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아 구 찌 개 겨울은 다들 모아 아구찌개 으뜸이요 언젠가 설날을 뒷마 함께 지내얀대 이 해도 김치랑 밥을 나눠 먹지 못할까 * 뒷마 : 남북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편집자말] 연변 토박이로 중국 연변조선족 사이에서 대표적 시인으로 인정받는 석화 시인의 시를 연재한다. 시인은 우리문화신문과 손을 잡을 연변의 인터넷신문 “해란강닷컴” 문학 담당 이사다. 시인의 시는 우리 겨레의 정서와 핏줄이 그대로 뚝뚝 묻어나는 아름다운 노랫말로 가득하다.시인은 연변 토박이말로 시를 쓰지만 한국의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전혀 무리 없는 것이라서연재에 주저함이 없었다. 석 화 나는 나를 위해 구슬픈 장송곡 목메게 부르며 나는 나의 무덤을 판다 나는 나의 흙 묻은 괭이를 던지고 나는 나의 안식처 나의 무덤에 드러눕는다 시커먼 구덩이는 구슬픈 기도 읊조리고 서리 찬 기운은 쓰다듬어 안아준다 그러면 내가 무져놓은 흙더미 내 몸을 묻어주고 그러면 무덤은 둥그런 언덕이 된다 그러면 파묻힌 내 몸에서 심장만이 살아 아, 그러면 심장만이 살아서 싹터 오른다 심장은 한그루의 나무가 되여 하늘 찌르며 자란다 그 나무에선 주렁주렁 새 심장들이 가득 열린다. 해 설 이 시는 1982년 4월 20일에 쓰여 1986년 《아리랑》 잡지에 발표되고 이듬해 “아리랑문학상”을 받은 “나의 장례식”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