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타는 꼬까 여름엔 파랗더니 이제야 타는구나 가을이 한창이니 겨울이 멀지 않네 오가는 두 철 사이를 지고 돋는 아름다움 * 꼬까 : 단풍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지저깨비 [뜻] 1)나무를 깎거나 다듬을 때 생기는 잔 조각[보기월] 그래서 밖에 있던지저깨비까지 보태서 북을 돋우어 주었습니다. 지난 닷날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갖춤 모임이 있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오신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좋은 수를 말씀해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한 사람이 한 생각을 여러 사람들이 보태고 채우니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다 일이다 생각하고 짐이다 생각하면 그렇겠지만 내가 우리 아이들과 가르치고 배운 열매를 나누고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쪽으로 가게 하는데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때 번개처럼 만난 두 분께서 '토박이말바라기'가 하는 일을 좋게 봐 주시고 더 잘 되게 도움 말씀과 함께 좋은 수도 말씀을 해 주셔서 기운이 났습니다. 그런 만남을 만들어 주신 분께는 말할 것도 없고 두 분께 머리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올렸습니다. 바쁘게 다니는 저를 안쓰럽게 보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식구들이 더 안쓰럽게 여기고 있을 겁니다. 안친 일들이 많지만 식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기대다 [뜻]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못마땅한 말이나 짓으로 뻗대다.[보기월] 마음 먹고어기대는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 알려 주면 좋겠습니다. 바쁜 게 다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꾸 놓치고 빠뜨리는 게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둘레 분들께 미안할 때도 있습니다. 핑계를 대고 넘어 갈 수도 넘어 가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미안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요즘은 미안해야 할 일이 잦습니다. 집에서도 그렇고 밖에서 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일을 벌여 놓고 둘레 사람들에게 손 벌리기를 되풀이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겠다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일을 만들고 척척 잘도 꾸려 가시는 분들을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분들 따라 하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질지도 모르니 살살 해야겠습니다. 좀 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그만큼 늦은 저녁을 네 식구가 함께 먹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니 참 씁쓸했습니다. 배움 때새에 지나치게 장난을 치는 아이를 나무라는 갈침이께 막말을 한 아이 이야기였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섧다 [뜻]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화나고 답답해서 슬픈 느낌이 마음에 차 있다.[보기월] 무슨 까닭인지 잘 모르지만 아주섧게우는 걸 보니 마음이 쓰였습니다. 갑자기 닥친 추위에 놀란 것은 사람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높은 곳에는 벌써 서리가 내려서 서리를 맞은 푸나무들이 마치 삶은 것처럼 되어 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그 푸나무들도 우리처럼 놀랬겠지요? 추위와 가장 가까이 자주 만나게 되는 손이 거칠어지고 입술도 거칠어진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주머니를 털어가는 갖가지 겨울 쓸몬(용품)들이 벌써 나와 그것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그것을 뜯어서 뿌리는 장난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장난감을 만드는 분들이 이런 것까지 생각해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일을 마칠 때가 되지 않았는데 나갈 일이 있어 좀 일찍 나가는 길에 다른 것을 챙긴다고 열쇠를 두고 나오는 바람에 또 들어갔다 나오느라 마음이 더 바빴습니다. 수레를 가지러 바쁘게 걸어 가는데 한 아이가 길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무슨 까닭인지 잘 모르지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지싯지싯 [뜻] 남이 싫어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것만 자꾸 짓궂게 해 달라고 하거나 괴롭히고 귀찮게 구는 모양[보기월] 어제도 그렇게 싫다고 하는데도지싯지싯말을 걸어서 끝내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걸 봤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고뿔에 걸린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저도 목이 좀 마뜩잖아서 따뜻한 물을 자주 먹고 있습니다. 벌써 아이들은 따뜻한 바람을 틀어 달라고 했지만 아직은 아니라며 좀 참아달라고 했습니다. 눈에 띄게 빛이 달라진 나무에 고까잎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추운 날씨를 핑계로 아이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 놀다보니 여느 날보다 더 시끄럽고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납니다. 어제도 그렇게 싫다고 하는데도지싯지싯말을 걸어서 끝내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걸 봤습니다. 좀 더 넓은 곳에서 마음껏 뛰고 달리며 넘치는 힘을 좀 쓰면 좋을 텐데 마당이 그리 넓지 않으니 아이들 탓을 할 수도 없습니다. 오늘까지 춥고 날이 다시 풀린다고 하니 그나마 낫습니다. 이 말은 여러 해 앞에 맛보여 드린 적이 있는 '지싯거리다'의 어찌씨꼴입니다. '지싯대다'라고도 하며 다음과 같은 보기들이 있습니다. -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입동(立冬) 아직 아름다운 한 잎마저 떨어트려 맨살로 강추위에 맞서려 하네 동장군 일파에 딱 부러질지라도 알몸뚱이 가리지 않고 피하지 않으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근버근 [뜻] 1)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사이가 꽤 멀어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보기월] 이렇게어근버근지내다가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어제 날씨가 많이 쌀쌀해져서 좀 놀랐습니다. 저도 옷을 좀 더 따뜻하게 입고 올 걸 싶은 마음이 들만큼 썰렁했고 아이들도 춥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가을 더위'라는 말을 한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겨울'이 와 버렸습니다. 가을을 탈 겨를도 없이 말입니다. 아이들이 부쩍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자꾸 다투고 헐뜯는 걸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는 사람을 선물처럼 여기라고 타이르지만 아이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는 말인가 봅니다. 우리 어른들이 지내는 것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한마음으로 뭉쳐서 헤치고 나가야 할 때인데 여전히 제 살길 찾느라 셈하기 바빠 보입니다. 그렇게 우리를 받들고 섬기겠다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어근버근지내다가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저는 우리가 나아갈 쪽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이 참우리말 토박이말을 없신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박이말을 잃고 우리답게 생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설치다 [뜻] 꼭 해야/있어야 할 만큼에 미치지 못한 채로 그만두다.[보기월] 요즘은 일을 하느라 잠을설치는날이 많습니다. 지난 엿날(토요일)은 잊지 못할 좋은 날이었습니다. 땅이름갈모임(지명학회)이 제가 사는 참고을 진주에서 열렸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마을에 있던 너린바구, 절골, 새내, 새미골은 아직 그대로 살아 있는데 글로 적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하나씩 잊혀지고 있는 게 늘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도 '너우니'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있었는데 왜 '너우니'라고 불렀는지를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일한 적이 있는 곳에도 '두물'이라는 예쁜 이름이 '두문(斗文)'이란 한자로 바뀌고 나서는 그 말밑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었거든요. 갈모임에는 늘 배움과 만남이 있어 좋습니다. 몰랐던 것을 새로 알 수 있어 좋고 또 곳곳에서 갈고 닦아 오신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 토박이말로 된 땅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밝히기 어렵게 된 게 많다는 말씀을 들으며 우리말에 맞는 글자를 좀 더 일찍 만들어 쓰지 못한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런데 모이신 분들이 거의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첫 서리 첫 서리 곱게 오니 짐승은 결잠 자고 바윗물 더 맑고 소나무 꿋꿋하고 흰 눈에 마음 씻기고 어르신은 꿈꾸고 * 결잠 : 짐승의 겨울 잠 곧 동면(冬眠)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1. 역사의 상상 18세기 후기 정조(재위 1776~1800) 시절 박지원(1737~1805), 박제가(1750~1815), 정약용(1762~1836) 등 많은 실학자들이 세검정에서 회합을 갖고 몇 가지 조정에 건의할 강령을 채택하고 정조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정조의 개혁 정치가 더욱 힘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서인의 보수 정치에 주춤하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행동에 난선 것이다. 실학의 진정한 학문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거대한 역사의 발걸음이었다. 일부 평민들도 동참했다. 상소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 중종 때 어숙권이 건의했다가 실패한 책방 설치를 전국 주요 도마다 최소 하나씩 설치한다. 둘. 지식과 정보를 쉬운 문자와 책으로 보급하고 나누고자 했던 세종 정신을 시대정신으로 삼는다. 셋. 한글을 주류 문자로 채택하고 단계적으로 실록도 한글로 적고 모든 공문서도 단계적으로 한글로 적는다. 넷. 공공 교육 기관에서 다루지 않은 한글 교육을 서당과 향교부터 단계적으로 정규 교과로 다룬다. 다섯. 한글 문학을 장려하고 기존 한문 문학을 한글로 번역한다. 정조도 익히 마음에 둔 정책들이라 이를 채택하기에 이른다.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