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연가(戀歌) 망칠(望七)에 이르는 수많은 기억 속에 잊을 수 없어 저 도솔천까지. 호올로 눈물짓고 미소 지어 누가 알리, 그리움 언제가 가야 할 혼자 가는 길 나만의 비밀로 함께 묻히리.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울도 담도 없는 집에 시집 삼 년을 살고 나니……” 이렇게 비롯하는 진주 난봉가는 지난 시절 우리 아낙네들의 서럽고도 애달픈 삶을 그림처럼 이야기하는 노래다. ‘울’이나 ‘담’이나 모두 삶의 터전을 지켜 주고 막아 주는 노릇을 한다. 이것들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은 그 안에서 마음 놓고 쉬고 놀고 일하며 살아갈 수가 있다. 울도 담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믿고 기대고 숨을 데가 없이 내동댕이쳐진 신세라는 뜻이다. ‘울’은 집이나 논밭을 지키느라고 둘러막아 놓은 가리개의 하나로, ‘바자’로 만드는 것과 ‘타리’로 만드는 것의 두 가지가 있었다. ‘바자’는 대, 갈대, 수수깡, 싸리 따위를 길이가 가지런하도록 가다듬어 새끼줄로 엮거나 결어서 만든다. 드문드문 박아 둔 ‘울대’라고 부르는 말뚝에다 바자를 붙들어 매어 놓으면 ‘울바자’가 된다. ‘타리’는 나무를 심어 기르거나 다 자란 나무를 베어다 세워서 만든다. 탱자나무, 잔솔나무, 동백나무 같은 나무를 심어서 기르면 저절로 자라서 ‘생울타리’가 되고, 알맞게 자란 나무를 베거나 가지를 쳐서 세우고 울대 사이를 새끼줄로 엮어서 묶으면 그냥 ‘울타리’가 된다. ‘담’은 논밭 가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지새다 [뜻] 달빛이 사라지면서 밤이 새다.[보기월] 날이지새는걸 본 적이 있으신지요? 큰소리, 찡그림, 거친 말에 따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참 모자라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어른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마뜩잖은 몸을 이끌고 나와 터울거리고 있는 제가 딱하게 느껴졌습니다.몸이 가라앉으니 마음까지 가라앉나 봅니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이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만 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른 수를 써야겠지요? 날이지새는걸 본 적이 있으신지요? 아무 일없이 그걸 보려고 기다린다면 참으로 지겨울 것입니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하게 되거나 보게 될 것이 좋은 무엇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테지요. 시나브로 찾아오는 아침처럼 아이들도 시나브로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옳고 바른 것들을 많이 많이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이 말과 '지새우다'를 헷갈려 쓰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제움직씨(자동사)로 부림말(목적어) 없이 쓰는 말입니다. 이와 달리 '지새우다'는 '고스란히 새우다'는 뜻이고 '남움직씨(타동사)'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 [오늘 토박이말] 야지러지다 [뜻] 작은 몬의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없어지거나 찌그러지다.[보기월] 밥을 먹다가 국그릇이야지러져있는 것을 봤습니다.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이런 인사를 그냥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인사가 꼭 있어야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이 어제 있었습니다. 가까운 분이 제가 잠을 자는 사이 수술을 하셨다는 기별을 눈을 뜨자마자 들었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되셔서 부르고 할 겨를이 없었다고 하셨지만 두 분이서 놀라셨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가까이 있으면서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서 더 그렇습니다. 그나마 얼른 와서 빨리 나으실 거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아이들 밥을 챙겨 주면서 저도 같이 한 술 떴습니다. 마음이 바빠서 국에 말아 먹었지요. 밥을 먹다가 국그릇이야지러져있는 것을 봤습니다. 아마도 설거지를 하면서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 말아서 먹지 않았다면 못 봤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좋게 생각해야겠지요?^^ 돌날이 같은 두 사람 돌을 맞아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는데 두 사람 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느라 밥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 [오늘 토박이말] 설레 [뜻] 가만히 있지 아니하고 자꾸 움직이는 짓이나 모습[보기월] 그러면 제설레에 오히려 더 힘들어지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일거리는 많아지는데 일이 힘들다며 일을 안 했으면 하는 분들이 자꾸 보여 안타깝습니다. 아무리 힘이 든다고 하지만 조금씩 늘어 가는 열매를 보며 보람도 느끼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엿날 배달말난이들 열매 나누기를 마치자마자 배움 돕기를 끝내고 먼 길을 나섰습니다. 먼 줄 알고 나섰지만 참으로 멀었습니다. 길에 수레는 또 어찌나 많던지요. 늦은 밤에 닿아 오랜 만에 만난 반가운 사람과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습니다. 아침에 가서 보니 아는 분들도 있었지만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챙기고 갖추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오가다가 살짝 들어보니 매기러 오신 분들께서 묻는 것이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잘 알고 왔다는 말이겠지요? 아쉬움이 있다면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인지 한 바퀴 다 둘러 보고도 참 좋다 싶은 게 없었다는 것입니다. 여러 때새 수레를 몰고 갔는데 말입니다. 그곳에서 본 말들이 우리가 바라는 것과 많이 달라 마음이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다 간 매미 매미는 어디 갔나 수풀이 고요하네 꼬까잎 천천히 곱게들 물드는데 올 가을 높은 하늘엔 무어이 그려질까 * 꼬까 : 단풍 * 갈 하늘 : 가을 하늘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높푸른 하늘의 시월을 맞았지만 우리 사는 세상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늘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이다 아무리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이라도 우리를 안심시키고 평화롭게 하는 것은 함께하는 이웃들의 사랑과 믿음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정직한 이웃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다 자식이 부모를 또는 부모가 어린 자식을 버리고 해치는 요즘 서로가 믿고 사랑한다면야 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지난 7월 무더위가 한창인 삼복더위에 시원한 뉴스가 있었다. 한 은행원이 늦은 밤거리에서 4억 5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주워 경찰에 신고했다는 뉴스를 듣고는 저 사람 참 착하구나했다. 당연한 것 같아도 도적놈 같은 내 심보로는 참 어려웠겠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존경할만한 인물이다 서로가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는 우리를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한다 그러나 믿음을 선사해 주는 훌륭한 그가 있기에 우리는 행복하다 최 현 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더위에 소나기 같은 시원한 소식 반갑다 마흔 여섯 살 젊은 은행원이 늦은 밤거리에서 비닐봉투에 든 4억 오천만 원을 주워 파출소에 신고했단다 은행원은 순간 돈을 돌처럼 보라는 말이 생각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지분거리다 [뜻] 짓궂은 말이나 짓으로 자꾸 남을 귀찮게 하다=지분대다[보기월] 그렇게지분거리는 아이를 두고 참으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배곳 밖은 참 좋은 곳인가 봅니다. 아이들 얼굴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습니다.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큼 싸간 먹거리와 즐거움이 가득했으니 말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보는 사람도 절로 웃음꽃이 피지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던가요?몇 몇 아이들은 여전히 그랬습니다. 하지 말라는 짓을 하고 남이 싫다는 말을 해서 티격태격하는 걸 자주 봤습니다. 그렇게지분거리는아이를 두고 참으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하나하나 다 챙기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아무 일없이 몸소겪배움을 마치고 아이들을 돌려 보내고 난 뒤 반가운 기별을 들었습니다. 진주 엠비시에서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가 하는 일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모임도 있고 바빴지만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때새(시간) 안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고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이 우러러보였습니다. 어떻게 나올 지는 모르지만 더 많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얄개 [뜻] 하는 말이나 짓이 여느 사람과 아주 다르고 얄밉게 되바라진 사람=야살이=야살쟁이[보기월] 그 높은 곳에서다 마당을 지어 놓고 꼭 거기서 공을 차자는 사람들이얄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을 안 자고 잘하라고 힘을 보내 줬는데 끝내 지고 말았습니다. 먼 나라까지 여러 때새를 날아가서 낯선 땅에서 공을 차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높은 곳에다 마당을 지어 놓고 꼭 거기서 공을 차자는 사람들이얄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집 앞마당 같은 곳에서 뛰니 얼마나 몸이 가볍겠습니까. 우리 공참이(축구선수)들 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세게 몸싸움을 하는 게 얄밉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할 때는 꼭 되갚아 줄 거라 믿습니다. '얄개'는 '얄+개' 짜임인데 '얄'은 '야살스럽게 또는 되바라지게 구는 짓'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꾀를 잘 부려 매우 마음에 들지 않은 거라고 하겠습니다. '얄 부리다', '얄 피우다'처럼 씁니다. 그래서 '얄개'를 '야살이'라고도 하고 '야살쟁이'라고도 합니다. '얄밉다', '얄궂다'의 '얄'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이지 싶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을 데리고 몸소겪배움(현장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우리’라는 낱말은 ‘나’를 싸잡아 여러 사람을 뜻하는 대이름씨다. ‘여러 사람’에는 듣는 사람이 싸잡힐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이런 대이름씨는 다른 겨레들이 두루 쓰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우리’라는 대이름씨 낱말은 다른 대이름씨와 마찬가지로 매김씨로도 쓰인다. ‘우리 집, 우리 마을, 우리 나라, 우리 회사, 우리 학교, 우리 아기, 우리 어머니……’ 이런 매김씨 또한 남다를 것이 별로 없는 쓰임새다. 그러나 외동도 서슴없이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라 하고, 마침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에 이르면 이런 매김씨야말로 참으로 남다르다. 그래서 안다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그건 잘못 쓴 것이고 틀린 말이라는 사람까지 나왔다. 하지만 여기 쓰인 매김씨 ‘우리’는 나를 싸잡아 여러 사람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을 싸잡아 쓰는 것도 아니며, 다만 나와 대상을 싸잡아 쓰는 것이다. 나와 대상을 싸잡으면 둘이니까 ‘우리’가 되는 것이지만, 드러내는 뜻은 ‘둘’이 아니라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를 이루는 깊은 사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 땅에서 뿌리 깊게 얽혀 살아온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