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옳은말’과 ‘그른말’은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낱말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참말’과 ‘거짓말’이 국어사전에 오른 낱말인 것처럼, ‘옳은말’과 ‘그른말’도 국어사전에 올라야 마땅한 낱말이다. 우리 겨레가 이들 두 낱말을 두루 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옳은말’과 ‘그른말’은 서로 맞서, ‘옳은말’은 ‘그른말’이 아니고 ‘그른말’은 ‘옳은말’이 아니다. ‘옳은말’과 ‘그른말’이 가려지는 잣대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있어야 하는 것(이치, 당위)’이다. 있어야 하는 것과 맞으면 ‘옳은말’이고, 있어야 하는 것과 어긋나면 ‘그른말’이다. ‘있어야 하는 것’이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돌아가는 세상살이에 길을 밝혀 주는 잣대다. 사람들이 동아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곳에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내려고 말잔치가 벌어지고 삿대질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는 어김없이 ‘옳은말’과 ‘그른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뒤섞여 쏟아지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른말’은 하나 둘 밀려나 꼬리를 감추고 마침내 가장 ‘옳은말’이 홀로 남아 말잔치를 끝낸다. 그리고 끝까지 남았던 ‘옳은말’은 드디어 삶의 터전으로 걸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선하다 [뜻] 잊히지 않고 뚜렷이 보이거나 들리는 듯하다.[보기월] 이름만 들어도 어릴 때 함께 지냈던 일들이 눈에선하거든요. 그제와 달리 서늘한 바람이 어제 아침 배곳으로 가는 제 기분을 좋게 해 주었습니다. 윗도리를 하나 입고 올 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견딜 만했습니다. 날씨 때문이었는지 아이들도 아침에는 차분하게 잘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더하기를 줄만큼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추어 준 보람도 없이 쉽게 흐트러지고 말았습니다. 모르긴 해도 여러 날 햇볕을 못 봐서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더한 때도 있었지만 숨을 깊이 들이 쉬고 내 쉬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해야만 했습니다. 일을 마칠 무렵 궂은 기별을 받았습니다. 시골 동무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기별이었는데 먼저 잡힌 일이 있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가서 얼굴을 보고 슬픔을 나누지 못해 미안했지만 다른 사람한테 인사를 해 달라고 하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빌어 드렸습니다. 다들 살기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시골 동무들은 오래 못 만나도 늘 함께 지내는 듯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릴 때 함께 지냈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힁허케 [뜻 ]조금도 때를 늦추거나 질질 끌지 않고 아주 빠르게 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휭하니[보기월]힁허케다녀오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제 바람이었습니다. 하늘이 낮더니 어김없이 비가 내렸습니다. 밖에서 놀아야 할 아이들이 밖으로 못 나가니 여러 가지 일이 벌어졌습니다. 늦더위가 이어지는 바람에 덥기는 좀 더워야 말이지요 아이들 등쌀에 귀가 다 아팠습니다. 몸이 살아나서 얼른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어제 아침 제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조금도 겨를이 나지 않을 만큼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를 맞추기도 바빴으니 말입니다. 좀 능을 두고 나설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모임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힁허케다녀오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제 바람이었습니다. 마치고 와서 해야지 생각했던 것은 때가 지나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마칠 무렵에 나오는 바람에 빗길을 걸어가다 겨우 빈 수레를 타고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또 이어질 일과 아랑곳한 기별들이 곳곳에서 왔습니다. 가기 앞서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기쁜 마음으로 하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서 벌려 놓은 일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지금지금 [뜻] 먹거리에 섞인 잔모래나 흙 따위가 가볍게 자꾸 씹히는 소리. 또는 그 모양[보기월] 나물을 먹었는데지금지금뭐가 씹혀서 얼른 뱉어야 했습니다. 잘 견딘다 싶었는데 어제 저녁에는 몸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저녁을 챙겨 먹을 때부터 여느 날과 조금 달랐습니다. 입맛이 없어 밥을 먹고 싶지 않았는데 아이 혼자 먹는 게 마음이 쓰여 마주 앉았지요. 까끌까끌한 입에 밥을 몇 술 먹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나물을 먹었는데지금지금뭐가 씹혀서 얼른 뱉어야 했습니다. 그러고는 더는 못 먹겠다 싶어서 그만 먹었습니다. 할 일이 있어서 슬기틀 앞에 앉았는데 몸이 나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었지요. 그래서 눈을 좀 붙여야겠다 하고 그대로 뒤로 누워 잠이 들었는데 끈끈하고 축축한 느낌에 잠이 깼습니다. 그래서 씻고는 아침까지 푹 잤덨니 이제는 한결 몸이 가볍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제대로 느낀 하루였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어제 했어야 할 일 때문에 오늘은 더 바쁘겠지만 그래도 몸이 살아났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하늘은 낮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부 추 꽃 찬 서리 좋아해서 늦가을 오시는가 파아란 하늘 높아 마중을 하시는가 무화초 아니란 듯이 그리 곱게 피셨네. 자르고 베어내도 또 다시 자라나서 베풀고 희생하는 누구를 닮으셨나 수줍게 이름도 없이 뒤 안에서 피나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야다하면 [뜻] 어찌할 수 없이 매우 바쁘게(긴급하게) 되면[보기월] 사람이야다하면어떻게 할지 모르는데 미리미리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아이가 배움나들이를 간다고 해서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났습니다. 서둘렀는데도 오라고 한 때를 조금 넘겨서 집에서 나갔습니다. 뒤따라 가서 보니 거의 다 와 있었고 한 두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갈 때를 한참 넘겨서 오는 바람에 잊지 못할 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무 일 없이 즐겁게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왔습니다. 누가 일부러 만드는 것은 아닌데 궂은 일이 이어져서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높무리집(아파트)에 불이 나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는 이야기에 이어 물쏘개에 맞으신 뒤 오랫동안 아픔을 겪으시던 분이 끝내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기별도 들었습니다. 어제는 손님과 다툼 끝에 목숨을 잃게 만든 사람, 배곳에서 동무들끼리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기별까지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이어진 궂은 일들이 어쩌면 미리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 더 안타까웠습니다. 사람이야다하면어떻게 할지 모르는데 미리미리 잘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되돌아 간 제비 다음 해 피려고 참아욱 얇아지고 한울님 부르심에 제비도 가는구나 간 여름 오는 가을을 꼬까는 고울까 * 참아욱 : 무궁화 * 꼬까 : 단풍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선소리하다 [뜻] 앞뒤가 안 맞고 짜임새가 없는(이치에 맞지 않은) 덜된 말을 하다.[보기월] 선소리하는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말을 못 하는 몸이 되다고 바로 겉으로 드러내니 모른 척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이레 여러 날을 일에 쫓겨 다녔더니 얼굴과 몸에 뾰루지가 났습니다. 겉으로 봐도 발갛게 부어 있고 속에 뭐가 들었는지 딱딱한 게 느껴집니다. 절로 나으려면 또 여러 날이 지나야 되지 싶습니다. 지난 닷날 저녁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마름빛 모임(이사회)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동안 해 온 일들에 손뼉을 쳐 주셨고 앞으로 할 일들에 도움을 주시기로 했습니다. 훌륭한 분들을 슬기빛(고문)으로 모시는 일, 다른 모임과 울력다짐을 하는 일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엿날은 아침부터 뒷낮까지 배움자리에 가서 도움을 줬습니다. 그동안 엉뚱한 말과 장난스러운 짓을 많이 하던 아이가 남다른 생각을 내 놓아서 제 기분이 좋았습니다.선소리하는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가끔 쓸만한 게 있어야 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지요. 그래야 봐 줄 수도 있고 말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니 그럴 수도
[우리문화신문=이규봉 교수] 10시 반쯤 숙소를 떠나 중간에 한국 마트에 들려 장을 조금 봤다. 오늘 연어 회를 먹으려면 초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시간 걸려 테카포 호수에 도착했다. 맑은 옥색의 호수 물빛과 교회 그리고 개 동상은 그대로인데 뭔가 번잡하다. 관광객이 많고 특히 중국인들이 많다. 설 명절 연휴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가 보다. 예전과 다른 점은 많은 중국인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소유주가 중국인이지 키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모텔이고 상가고 손님을 상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들이다. 호수 주변은 왜 그리 많이 파헤쳐놨는지 볼썽사납다. 예전에 사진 찍었던 한 그루의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예전의 감격은 사라지고 다시 찾아올 이유가 없는 곳이 되었다. 이래서 아름다운 추억은 간직하고 있을 뿐 다시 찾으면 안 된다고 하는 가 보다. 교회에는 실내에서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표시가 있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성스러운 곳이기 때문이란다. 왜 사진을 찍는 것이 성스러움에 반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 교회는 교파를 초월해 미사와 예배를 드리고 있다. 내부에서 보는 호수의 모습은 절경 중의 절경이다. 교회 옆에는 개 동상이 있다. 양을 키우기 위해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희붐하다 [뜻] 날이 새려고 빛이 희미하게 돌아 조금 밝은 듯하다=붐하다[보기월] 쉬지 않고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밖이희붐하게밝아 오고 있었습니다. 곧 비가 내릴 듯이 흐린 하늘에서 끝내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바람은 더 서늘하게 느껴지고 날은 또 얼른 어두워지더군요.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갑니다. 몇 해 만에 여러 날을 잠과 바꿔 가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서 때에 맞춰 해 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도 생각만큼 얼른 안 되니 답답하기도 합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알고 보니 무른모(소프트웨어)를 잘 못 다루는 제 탓이 크더라구요. 좀 더 잘 다룰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여러 날을 들이지 않아도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저 꾀 부리지 않고 부지런히만 한다고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을 좀 수월하게 하려고 좋은 무른모를 만들어 놓았는데도 그걸 잘 부릴 줄 몰랐으니 몸이 고된 것입니다. 새로 배워 서툴기도 하고 또 조심조심 틀리지 않게 하느라 바람만큼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쉬지 않고 일을 하다보니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