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서덜 [뜻] 1)냇가, 바닷가 따위에 돌이 많은 곳=돌서덜[보기월] 하지만 요즘 저는 이래저래 서덜 위를 뛰어 다니는 기분입니다. 엎친 데 덮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요즘 저를 두고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분이 잠결에 다시는 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신 일 때문에 슬픔을 느끼고 있는데 또 다른 궂은 기별을 들었으니 말입니다. 우리말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우리나라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러 떠났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제가 배움을 도운 분이고 또 잘 아는 분이랑 새로운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떠났던 분이라 남달랐던 분이었습니다. 그 먼 나라로 가는 것을 누구보다 반겼고 기쁘게 생각했었는데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그제 어울림노래로 슬픔을 가시게 하는 반가운 기별이 있었다고 했는데 하루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일찍 잠이 드는 바람에 늦은 밤 들었어야 할 기별을 오늘 아침에 듣게 된 것이지요. 저도 모르게 멍하게 되더군요. 이렇게 잇달아 궂은 기별을 들은 적이 없었지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자랑스럽게 보여 주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흘금흘금[뜻] 곁눈으로 자꾸 슬그머니 흘겨보는 모양[보기월] 하지 말라는데도흘금흘금눈치를 살피며 그치지를 않는 아이들이 더 많았지요. 바쁘게 살다보니 이리저리 치이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믿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제 잘못이긴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라구요. 아이들도 저를 어찌나 살갑게 여기는지 모릅니다.^^딱 끊고 자르는 것을 남들만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것을 보면 마음 다스리는 일이 어려운 건가 봅니다. 몸은 배곳에 와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려야 하는 사람들 생각 때문에 몸도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겪어 본 사람이 더 잘 안다고 저도 일찍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낸 터라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일을 접어 놓고 그 자리에 함께하는 다른 분이 있어서 그마나 좀 나았습니다. 그리 얽히고설킨 제 마음을 알 까닭이 없는 아이들은 여느 날보다 더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 말라는데도흘금흘금눈치를 살피며 그치지를 않는 아이들이 더 많았지요. 하나하나 짚고 따질 힘도 없었습니다. 달래다시피 해 놓고 참고을 어울림노래 겨루기(진주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주검[뜻] 죽은 사람의 몸을 이르는 말[보기월] 어제까지 살아 계셨던 분을주검으로 맞았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났습니다. 날씨도 덥고 갑자기 날아든 궂은 기별에 마음이 어수선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가시아우 시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받고 슬픔과 함께 사는 게 참 덧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들 딸 남부럽지 않게 잘 키워 놓고 이제 걱정도 없이 잘 지내시는 일만 남았는데 그렇게 가셨으니 말입니다. 일을 마치자마자 가서 슬픔을 나눴습니다. 갑자기 큰일을 겪다보니 슬픔이 더 크고 깊어 보였습니다.어제까지 살아 계셨던 분을 주검으로 맞았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났습니다.절을 올리며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쉬시기를 빌어 드렸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실 거라 믿습니다. 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동안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 가더라도 아쉬움이 없도록 삶을 갈무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오늘이 내 삶에서 마지막 날이라 여기며 하루하루를 사는 게 좋다는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몸도 마음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박두진의 이름 높은 노래인 해는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이렇게 시작한다. 이 노래가 쓰인 1946년은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때인데도,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는 아직 솟지 않았다고 느꼈던가 보다. 그러고 보면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도 남과 북은 갈라져 원수처럼 지내자는 사람들이 많고, 정권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인들은 힘센 미국만 쳐다보며 셈판을 굴리는 판국이니, 우리 겨레에게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는 여전히 솟지 않았다고 해야 옳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는 솟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온통 ‘해가 뜬다’고만 한다. 그렇다면 ‘솟다’는 무엇이며, ‘뜨다’는 무엇인가? ‘솟다’는 제 힘으로 밑에서 위로 거침없이 밀고 올라오는 것이고, ‘뜨다’는 남의 힘에 얹혀서 아래에서 위로 밀려 올라오고 또 그 힘에 얹혀 높은 곳에 머무는 것이다. 그래서 ‘샘물’도 솟고 ‘불길’도 솟고 ‘해’도 솟는 것이지만, ‘배’는 뜨고 ‘연’은 뜨고 ‘달’은 뜨는 것이다. 샘물이 제 힘으로 밀고 올라오고 불길도 제 힘으로 밀고 올라오는 것은 알겠고, 배는 물의 힘에 얹혀서 밀려 올라오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반 딧 불 그 불은 어디 가냐 내 맘은 여기 있고 희멀숙한 그 불은 뜨겁지가 않아서 이 밤은 내 손아귀에 온 밤을 가둘까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애[뜻] 2)마음과 몸의 수고로움을 빗대어 이르는 말[보기월] 또 그동안 얼마나 많은애를 썼는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닷날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일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날마다 해내야 할 일들이 이어져 있어서 하나라도 해 놓고 온다고 그랬는데 저 말고도 그때까지 일을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쉴 때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고른 듯하면서도 고르지 않은 누리입니다.^^ 엿날(토요일) 아이들을 데리고 창원에서 열린 어울림노래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아침부터 제가 맡은 일을 하러 때를 맞춰 갔는데 있어야 할 사람들이 그 자리에 없어 좀 놀랐습니다. 기별을 해서 부르고 맡은 일을 한 가지 해 놓고 나서야 제가 해야 할 다른 일을 깜빡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잊을 수가 있는지 저도 놀랐습니다. 어울림노래 잔치에 나온 12배곳 아이들 노래를 들으면서 놀라기도 했고 또 코끝이 시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노래가 사람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 고마운 자리였습니다. 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애를 썼는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장 마 끝장을 보려는가보다 긴 한숨 이루어져 그칠 줄 모르는 바람인가보다 눅눅함 넘쳐 물러터지니 어둠 다다라 빛살 영그는가보다 그리움 그새 지겨워.
[우리문화신문=이규봉 교수] 마음껏 잤다. 일어나 보니 해는 중천에 떠 있고 창 너머로 패러글라이더가 보인다. 베란다에 나가 보니 어제 케이블카 타고 오른 산 정상에서 출발한 패러글라이더가 여러 대 날라 다니고 있었다. 땅에서 사는 우리는 땅 위에서도 할 것이 많은 데 굳이 하늘과 물속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나는 무섭기도 하지만 하늘을 날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활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는 것은 좋아한다. 멋진 경치를 보여주는 퀸스타운 고갯길 오늘 할 일은 퀸스타운 고개 산책길(Queenstown Hill Walkway)를 걷는 것이다. 돈 드는 활동은 나도 아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걷는 것 외엔 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도를 보니 그 언덕은 숙소에서 아주 가까웠다. 체크아웃이 11시라 짐을 숙소 로비에 맡기고 길을 떠났다. 길을 따라 30분 남짓 걸으니 입구가 나온다. 길은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오르면서 호수의 경치를 보니 어제 케이블 카 타고 올라가서 본 경치보다 훨씬 근사하다. 그러나 이것도 정상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날씨는 매우 맑아 산 아래 모든 전경이 매우 잘 보인다. 높디높으면서 경사도 매우 급한 산 아래에 짙은 청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서낙하다[뜻] 하는 짓, 장난이 드세거나 지나치다(극성맞다).[보기월] 배때끝(학기말)이 되면서 갈수록 서낙해지는 아이들을 보고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제 매미 주검을 보고 제가 늘어 놓은 말을 보시고 어떤 분이 걱정을 해 주셨습니다. 제가 더위에 지쳐서 앞짧은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시며 기운을 내라는 말씀이었지요. 저는 무엇보다 '앞짧은생각'이란 말이 반갑고 더 고마웠습니다. 엊그제 맛보여 드린 '앞짧은소리'를 보시고 새로 만드신 말이었습니다. 이처럼 몰랐던 말을 알게 되니 바로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셨지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토박이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낯설고 어렵게 느끼는 것이지 말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제가 겪어 본 바에 따르면 아이들은 새로운 말을 더 잘 만듭니다. 어른들이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았으면서 얄궂은 말을 만들어 쓴다고 나무란다는 아이들 볼멘소리를 흘려 듣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때끝(학기말)이 되면서 갈수록 서낙해지는 아이들을 보고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막을 마땅한 구멍수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흐슬부슬 [뜻]차진기가 없고 부스러져 헤어질 듯한 모양[보기월]그런데 매미 몸은 벌써흐슬부슬곧 부스러질 것 같았습니다. 언제부터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매미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울음 소리도 달라서 어릴 때 울음 소리에 따라 이름을 붙여 부르던 게 생각납니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답다지만 시원하게 씻고 옷을 다 입기 앞에 땀이 나는 저는 더위가 반갑지 않습니다. 집을 나설 때 손쥬련(손수건)을 들고 나가 땀을 훔치며 갑니다. 배곳으로 오는 길, 땀을 닦느라 고개를 숙이니 바닥에 매미가 죽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미 몸은 벌써흐슬부슬곧 부스러질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서 그런 것인지 개미들이 달려들어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개미떼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벌써 그 매미는 한살이를 마친 것일 테지요. 우리가 못 보고 못 알아차리는 사이 그렇게 새롭게 태어나고 또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살이(생물)들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입니다.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아있음에 고마워해야 하고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서로 먼저 생각해 주고 높여 주며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