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문화식문=이창수 기자] [오늘의 토박이말] 앞가림 [뜻] 제 앞에 닥친 일을 제힘으로 겨우 해냄. [보기월] 제앞가림도 못 하면서 다른 사람 잘못이 눈에 들어오는지 묻고 싶었습니다.들여름이 아니라 온여름이라는 느낌이 들만큼 많이 더웠습니다. 누가 묻지 않아도 다 느낄 수 있는 더위, 그 더위를 온 몸으로 느끼며 땀과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이제 달이 바뀌었습니다. 여름이 가득한 온 여름달이지요.일찍 온 아이들이 열어 놓은 배움방이 많이 더웠습니다. 열어도 풀리지 않는 더위를 온 몸으로 받으며 하루를 열었습니다. 오자마자 바람틀을 돌려도 가시지 않는 더위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건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는 철바뀜입니다.철은 봄에서 여름으로 가면서 조금씩 익어가고 있는데 아이들을 보면 봄에서 바로 겨울로 가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픕니다. 서로 힘을 모아서 나아질 수를 찾기도 모자란데 다투고 헐뜯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런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했더니 받아 들이는 아이들이 있어 마음이 놓였습니다.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게 있습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우리문화신문=김영호 시인] 반차도(班次圖) 하늘이 각에 갇혀 암흑이 되었지만 존귀한 효행 깊어 빛나는 석양이라 여의고 행복 이르니 인생 유전 끝없어. 칼날을 혀에 무는 지옥의 한 시절에 해지고 닳아져서 마음은 흔적 없어 지옥에 살고 죽음이 다를 것이 무어랴. 궁형의 치욕에도 만세를 빛낸 자장* 참혹한 가슴으로 만인을 울린 홍씨* 불굴의 인간 승리에 누가 낫다 하리오. * 자장(子長) : 사기의 저자 사마천의 자 * 홍씨 : 사도세자의 아내로 정조의 어머니 ▲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반차도 혜경궁 홍씨가 탄 자궁가교 부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샐빛 [뜻] 날이 샐 무렵의 빛[보기월] 수레에서 자다가샐빛에 놀라서 잠을 깬 적도 있었지요.생각보다 일찍 찾아 온 더위 이야기가 인사가 되었습니다. 벌써 더운데 어떻게 지내냐고 인사를 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아침에 집에서 나가 배곳까지 걸어가서 들어 앉으니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더군요. 바람틀을 돌려도 저한테까지 바람이 오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땀과 사이좋게 지내는 수 밖에 없었지요.^^날씨와 어울리는 토박이말이어서 그랬는지 어제 맛보여 드린 '훗훗'을 반겨 주시고 좋아해 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웃음 소리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앞세워 나눠 드렸었는데 그 말이 재미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토박이말을 맛보고 좋아해 주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일을 마칠 무렵이 되자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하늘 나라에 계신 할아버지를 뵙는 날이라 갖출 게 많았거든요. 제가 먼저 가서 해야 할 일이 돼지고기와 달걀을 삶는 것이었습니다. 돼지고기를 사서 넣을 것들을 챙겨서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걸리긴 했습니다. 갖춘 것들을 가져 가서 할아버지를 뵙고 오니 날이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벨린스키의 생각 벨린스키 가로되 텅 빈 이는 날미 벌레 앎이야 메 같아도 제 골을 못 쓰니 밝검을 모르는 선비 그들과 같아라 * 벨린스키 : 옛 러시아의 문예평론가(1811~1848.5.26.) * 텅 빈 이는 : 공허한 사람은 * 날미 : 책 * 제 골 : 스스로의 머리 * 밝검 : 단군왕검 ▲ 밝검(단군성조)를 모르는 공허한 책벌레(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훗훗[뜻] 바람이나 입김 따위가 거듭 안겨 오는 모양 또는 따뜻한 기운(열기)가 후끈하게 거듭 안겨 오는 모양[보기월] 오늘도 여름같이 더울 거라고 하던데 더운 바람이 훗훗 불어 오겠지요? 지난 이레는 어떻게 하다 보니 이틀 달아서 밖에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낫날은 진주교육지원청에 가서 올해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와 갈닦음(연수)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모았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느낄 만큼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해 주신 이야기들이 토박이말 갈배움이 더욱 나아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닷날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에 가서 어떤 토박이말 갈배움감(교수학습자료)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른 갈배움감을 만드는 분들도 와서 이야기를 하셨고 더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분들의 말씀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날마다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이 줄글로 되어 있어 읽는 분들이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에 그림을 곁들여 좀 짧게 줄여서 보여 드릴 거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낱말 뜻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우리 아이들이 자주 듣게 되는 노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참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넘어서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노랫말을 보면 거칠고 메마른 느낌에 할퀴는 듯한 말이 가득한 노래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엊그제 수레를 몰고 가다 들은 이 노래는 참 곱고 예쁜 느낌이 들어 반가웠습니다. 그 노래는 바로 김이나 님이 노랫말을 김도훈 님이 가락을 지어 케이윌이 부른 '꽃이 핀다'라는 노래입니다.''바람꽃'이라는 예쁜 토박이말이 처음으로 나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 하고 다시 생각하는 마음을 꽃이 피는 것에 빗대어 나타낸 것이 참으로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계절', '번'이라는 한자말과 'no'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있더라구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은 'no'라는 말이 꼭 들어가야 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노랫말 흐름을 볼 때 '너'가 들어가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실지 궁금합니다. 함께 들어 보시죠.^^ ▲ 꽃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사투리는 대중말(대중은 눈대중이 매섭다, 대중없이 왜 이랬다저랬다 해?에서처럼 가늠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다. 대중말과 같은 뜻으로 표준말을 쓰지만, 그것은 일본에서 온 들온말이다.)에 맞선다. 대중말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국민이 막힘없이 주고받도록 규정에 맞추어 마련해 놓은 말이고, 그런 규정에서 밀려난 우리말은 모두 사투리다. 사투리에는 어느 고장에서만 쓰는 사투리도 있고, 어떤 사람이나 모둠에서만 쓰는 사투리도 있다. 토박이말은 들온말(외래어)에 맞선다. 들온말은 가까운 중국과 일본과 몽고를 비롯하여 멀리 서양 여러 겨레(민족)에게서 들어왔다. 이렇게 남의 말에서 들어온 것을 뺀 나머지는 모두 토박이말이다. 토박이말은 우리에게서 저절로 싹트고 자라난 우리말의 알짜요 노른자위다. ▲ 사투리나 토박이말은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낱말이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토박이말에도 대중말과 사투리가 싸잡혀 있고, 사투리에도 토박이말과 들온말이 싸잡혀 있다. 그런데 사투리와 토박이말이란 낱말은 우리네 배웠다는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았다. 그들은 굳이 사투리를 버리고 방언/지역어라는 한자말을 쓰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좁쌀과녁 [뜻] 얼굴이 매우 넓적하고 큰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보기월] 아마도 '좁쌀과녁'이란 토박이말을 모르니 '대두'라는 말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아주잔먼지(미세먼지) 짙기(농도)가 나쁠 거라는 기별을 듣고 나와 보니 뿌옇게 흐린 하늘이 마치 비가 올 날씨처럼 보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은 아주 작은 먼지들도 많이 모이면 그렇게 눈에 띄는 걸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센 것인지 되새기게 됩니다. 어떤 모임이나 다 비슷할 것입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못을 다 흐리기도 하고 어떤 한 사람이 이룩한 일이 나라 이름을 드높이기도 하니까요.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여러 마리면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흐림이가 될 수도 있고 맑힘이가 될 수도 있는데 어떤 사람이 될지는 스스로 하기 나름일 것입니다. 안팎에서 갖가지 터짐소리가 들려 마음이 쓰입니다. 서로 한마음이 되어서 일을 해야 잘 될 텐데, 제 한 몸 생각이 앞서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거친 말투와 큰소리에 길이 든 나머지 곱고 부드러운 말은 깔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앙상하다[뜻] 1)꼭 짜이지 않고 어슬프다[보기월] 아이들이 만든 널알림감이앙상해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해가 조금씩 일찍 뜨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 달동안 조금씩 조금씩 더 길어질 것입니다. 가방을 가볍게 하고 옷도 얇게 입고 가지만 걸어 가서 배곳 안에 들어가면 바로 따뜻함을 넘은 더위가 느껴집니다. 먼저 온 아이들이 문을 열어 놓은 날은 좀 낫지만 그렇지 않은 어제 같은 날은 아침부터 땀을 흘린답니다. 배움열기(수업공개)를 하는 날이라서 여느날보다 챙길 게 많아서 빠뜨리지 않으려고 할 일을 적어 왔었습니다. 무엇보다 누리갈닦음(원격연수)을 마치는 날이라서 그건 더더욱 잊지 말아야 할 일이라 꽃등으로 적었지요. 하라는 때까지 꼲기(평가)를 하지 않으면 마친보람(이수증)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들이 우리 갈배움을 보러 오신다고 해도 아이들은 여느 날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때맞춰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으니까요. 이제까지 배운 것을 바탕으로 토박이말 널알림(홍보)를 할 때 쓸 널알림감을 미리 만들어 본다고 생각하고 만든 널알림감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새참하다 [뜻] 새뜻하고 참하다[보기월] 새참한옷이나 꾸미개로 겉을 꾸미는 만큼 마음을 닦고 얼을 맑혀야겠습니다. 믿고 기다린다면 어떻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요? 아이들과 만난지 세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잘하는 아이들은 어김없이 잘하는데 좀 나아졌으면 하는 아이들은 더 못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서로 돕고 아껴줘야 할 동무를 서로 헐뜯고 괴롭히며 아파하기도 합니다. 그걸 돕는 가르침이 되고 그 길을 찾는 배움이 되어야 하는데 저마다 다른 곳을 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걸 다 맡아서 풀어 줄 수는 없지만 언제든지 손을 내밀면 잡아 줄 것이고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다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할 겨를이 많아야 되는데 그러기에는 아이들도 갈침이님들도 참 바쁘게 삽니다.새참한옷이나 꾸미개로 겉을 꾸미는 만큼 마음을 닦고 얼을 맑혀야겠습니다. 아이들이 그러길 바란다면 저부터 그래야겠지요?^^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