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존조리 [뜻] 잘 알아듣도록 타이르듯이 갈피(조리) 있고 고분고분하게(친절하게)[보기월] 잘하는 것을 추어 주고 때를 맞춰존조리타이른 보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어제 아침나절까지 내린 비는 낮밥을 먹기 앞서 그쳤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더 서늘했습니다. 여느 날보다 조금 일찍 배곳에 가서 할 일을 했습니다. 밖으로 나갈 일이 있어서 마음이 좀 바빴지요. 제 마음과 달리 비가 오는 날 아이들은 좀 더 시끄러웠습니다.낮밥을 먹으러 가서는 여러 아이들이 함께 떠들고 장난을 쳐서 마음이 좀 언짢아졌습니다. 한두 아이가 흐려 놓은 자리느낌을 따라 더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밥을 먹으며 좀 다잡아야겠다 싶어서 서너 아이를 불러 이야기를 하고 다짐글도 쓰게 했습니다.닷째때 셈갈(수학)을 하는데 여느 때와 달리 다들 조용하게 푸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한 아이들이 어려워 하는 아이를 도와 주겠다고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하겠다는 것을 말리지 않고 해 보게 두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하더라구요. 이제까지 여러 가지로 마음을 쓰게 하던 아이가 그러니 아주 반가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앙버티다 [뜻]굽히거나 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맞서서 버티다[보기월]아이들이 힘으로 눌러도앙버티더니먹거리를 갖고 하니 바로 말을 들었습니다. 쉬지 않고 바쁘게 닷새를 지내고 난 뒤에 찾아 온 이레끝이었지만 마음 놓고 쉬지는 못 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아버지를 모시고 절에 다녀왔습니다. 식구들 이름을 모두 적고 그 종이를 제 손으로 달고 왔습니다. 다들 튼튼하게 지내고 하는 일 모두 뜻대로 잘 이루어지길 비는 마음을 담아 절도 했습니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엄청 바쁘게 도다녀와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낮밥을 먹을 때가 거의 다 되었었는데 제가 낮밥을 같이 먹기로 다짐을 한 터라 맛있는 절밥을 못 드시게 한 것이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어제는 피붙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아버지 나신 날을 앞두고 미리 만나서 기쁨을 나누려고 말입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신 아버지를 모시고 모이기로 한 큰언니 집으로 갔습니다. 만나기로 한 때보다 좀 일찍 닿아서 집구경도 하고 마당에 매어 놓은 개를 데리고 놀았습니다. 사람을 잘 따르고 말도 알아들어서 시키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땅속대싹 대숲이 고요하니 네 눈이 돋았느냐 바람이 일더니 먼 먼데서 종달 소리 닿으면 어디까지냐 하늘땅이 싱싱하다. * 땅속 대싹 : 죽순 * 종달 : 종달새 ▲ 대숲이 고요하니 땅속대싹이 돋았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새참 [뜻] 일을 하다가 좀 쉬면서 먹는 먹거리=곁두리[보기월] 그렇게 바쁜 걸음을 치며 일을 끝내고 나니새참생각이 났습니다.그제 낮을 생각하면서 어제 아침에는 윗도리를 안 입고 나갔습니다. 나가자마자 조금 서늘하긴 했지만 해가 있는 곳에 나서니 괜찮았습니다. 아이들도 저처럼 짧은 옷만 입고 오더군요. 하지만 바람이 그렇게 불 줄은 몰랐습니다. 날씨에 맞춰 입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해서 보내야 했는데 여느 날 하지 않던 일이 겹쳐서 더 바빴습니다. 아이들을 보내 놓고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일을 마치기 앞서 보내야 하는 거였는데 겨우 맞춰 보내기는 했습니다. 도움을 받는 일이면서 도움을 주는 일이라서 기분 좋게 바쁠 수 있었습니다.그렇게 바쁜 걸음을 치며 일을 끝내고 나니새참생각이 났습니다. 따로 갖춰 놓은 게 없어서 챙겨간 물을 다 마셨습니다. 앞낮에 마시다 남은 거라서 마음에 차지 않았지요. 입 안은 헐어서 아픈데도 입이 심심해서 끝내 못 참고 과자로 볼가심을 했습니다. '사이참'이 줄어 된 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홀홀하다 [뜻] 미음 따위가 알맞게 퍼져서 묽다[보기월] 어제 저녁에는홀홀했었는데자꾸 끓여서 그런지 뻑뻑해져 있었습니다. 어제 앞낮까지는 바람이 서늘해서 짧은 옷을 입고 있기 어려웠습니다. 문을 닫자는 아이도 있었고 스스로 문을 닫고 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침까지 질던 마당도 해가 나오고 난 뒤에는 빠르게 말랐습니다. 낮밥을 먹고 보니 아이들이 마음껏 놀만큼 말이지요.다른 뜸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뜸마다 조금씩 받아들이는 게 다름을 느낍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까닭도 있겠지만 그 뜸 안에 흐르는 기운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똑같지는 않지만 귀담아 듣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힘이 든 줄 모르고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이레에 하게 될 토박이말 알음알이와 토박이말 살리기 널알림(캠페인)이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궁금합니다. 뜻밖에 좋은 일이 한 가지 있어서 반가웠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반갑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어쩔 수 없지만 아쉽기는 했습니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기가 참 쉽지 않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조아리다 [뜻] 맞은사람(상대방)에게 우러러보는 뜻을 보이거나 더없이 바라느라고 이마가 바닥에 닿을 만큼 머리를 자꾸 숙이다.[보기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이리 되는데 머리를조아려야더 잘 된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소리없이 차분히 내리는 비에 제 마음은 가라앉았는데 아이들은 저와 달리 많이 가벼워 보였습니다. 억지로 가라앉힐 수 있는 것도 아닌 걸 알기에 좀 무거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늘 숨을 쉬면서도 숨씨(공기)가 값지다는 걸 잘 못 느끼고 사는 것처럼 늘 말을 하고 살면서도 말이 값지다는 걸 모르고 산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입니다. 우리가 생각없이 쓰고 있는 말 가운데 그 뜻을 알고 보면 써지 말아야 될 말이 많은데 그걸 모르니 자꾸 쓰게 되는 이야기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잃어버린 토박이말 이야기를 했습니다. 낯빛이 달라지며 놀랍다는 아이도 있고 여전히 새새거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뒷낮에는 다른 뜸(반) 아이들을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래도 낯선 사람이 새로운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더 찬찬히 참되게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는 좀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단오선(端午扇) - 단월 임수정님 창작 춤 단오선에 놀다 한 마리 고운 나비 바람을 가두고, 바람을 놓네. 날렵한 발걸음은 치솟는 나래 입가의 미소는 가슴에 만개한 부용 오늘 한 마리 고운 나비되어 단오선에 노닐레라. ▲ 임수정 부채춤 1 ▲ 임수정 부채춤 2
[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앙바틈하다 [뜻] 짤막하고 딱 바라져 있다. [보기월] 무엇보다도앙바틈한몸에서 뿜어내는 힘이 아주 셌던 게 떠올랐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가 싶을 만큼 날은 어두웠습니다. 윗도리를 챙겨 입고 갈까 생각을 했지만 낮이 되면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서 그냥 나갔더니 팔이 서늘하긴 했습니다. 얇은 바람막이를 입고 오는 아이들이 제대로 입었다는 생각에 조금 부러웠습니다. ^^나흘을 쉬고 온 아이들이 새새거리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둘째 때새 밖에 나가서 일을 내고 왔습니다. 얼마나 풀어진 모습을 보였으면 그렇게 하셨을까 싶어서 오히려 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잘못한 게 없다는 듯이 들어와 서로 탓을 하고 있었지요. 풀어진 마음들을 다잡을 꼬뚜리를 잡은 김에 잔소리를 좀 했습니다. 알아듣는 아이들이 많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아이들을 돌려 보내고 여러 사람들과 손말틀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배곳 다닐 때 한 뜸(반)이었던 사람들끼리 만났으면 좋겠다는 기별을 봤습니다. 남겨 놓은 글들을 보니 배곳 다닐 때 보고는 못 본 동무가 멀리 강원도에 산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새새거리다 [뜻] 1)실없이 웃으며 가볍게 자꾸 지껄이다=새새대다[보기월] 아이들이새새거리는까닭을 잘 알기에 웃으며 넘길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날 맞이 어울림 한마당은 날씨가 도와 주는 바람에 그야말로 잘 마쳤습니다. 바람이 좀 세게 불어서 우리 배해(학년)가 한 놀이는 제대로 안 돼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요. 다들 한마음으로 빌고 서로 도와서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그날 아침 일찍 온 아이들은 여느 날과 참 많이 달랐습니다. 까딱하면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말이지요.^^ 아이들이새새거리는까닭을 잘 알기에 웃으며 넘길 수 있었습니다. 나흘동안 이어 쉬는데 사흘은 어린이날답게 보내고 하루는 어버이날답게 보내고 오라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날 저녁은 피붙이들이 시골집에 모여 어머니를 모시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먼 곳으로 가시는 바람에 한 해 딱 하루 만나기로 되어 있는 날이었지요. 낮부터 먼저 와서 갖춰 주는 누나들이 있어서 많이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이듬날이 어린이날이라 마음도 한결 가벼웠습니다. 아이들도 스스로 어린이가 아니라 푸름이로 맞이해 주길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 덕분(?)으로 요즘 우리 겨레의 옛 삶이 뚜렷이 드러나면서 중국 사람뿐만 아니라 온 천하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고조선의 중심이었던 요하 가장자리에서 일어난 문명이 세계 4대 문명의 하나로 손꼽혀 온 중국 황하 문명보다 오백 년에서 천 년이나 앞선 사실이 환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을 일으켜서 먹거리를 익히고, 그릇을 굽고, 청동기를 만들어 사냥과 농사를 바꾸는 일을 황하 언저리의 중원 사람들에게 가르쳤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이는 동이족인 염제 신농씨가 중국으로 불을 가져가 농사를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한갓 신화가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겨레가 불을 쓰며 살아온 세월이 오래라 그런지, 우리말에는 불에 말미암은 낱말이 여럿이다. 부리나케와 불현듯이도 그런 낱말들 가운데 하나다. 부리나케는 [불+이+나+게]가 본디 모습이다. 그러니까 불이 나게가 하나의 낱말로 붙어 버린 것인데, 오늘날 맞춤법이 본디 모습을 밝혀서 적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기로 해서 부리나케가 되었다. 나게가 나케로 바뀐 것은 느낌을 거세게 하려는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나게가 낳게와 서로 헷갈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