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선여름 여름서니 제비들의 보금자리 시끄럽고 밤에는 별들이 총총이 반짝이고 흐르는 가람위에는 반딧불이 나느나 * 선 여름 : 입하 * 가람 : 강 ▲ 하늘엔 별들이, 가람엔 반딧불이(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우리문화신문=이규봉 교수] 호텔의 아침식사는 6시 반부터였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식당에는 비수기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그럼에도 큰 소리 내는 사람들 없이 조용하게 다양한 뷔페식의 아침을 즐기고 있다. 작은 부주의가 펑크를 내다 8시에 출발했다. 자전거를 맡긴 곳에 표를 주니 자전거를 내준다. 날씨가 흐린 것이 꼭 비가 올 것 같았다. 오늘 예정된 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나키진 성터(今歸仁城跡)다. 어제 타고 왔던 국도 58번을 타고 해안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차도로 달리다 인도로 올라서려 했다. 인도가 차도보다 약간 높아 가볍게 올라갈 수 있겠거니 하고 산악자전거 타던 습관으로 핸들바를 누르고 앞바퀴를 들었으나 넘어지고 말았다. ▲ 산악자전거 타던 버릇 탓에 펑크 나다. ▲ 거북이 모양을 한 섬이 눈앞에 있다. 아차! 내 자전거 앞바퀴에는 충격완화장치가 없지! 산악자전거는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앞바퀴가 받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충격완화장치가 붙어있다. 그래서 핸들바를 양손으로 누르면 핸들바가 내려가고 다시 튀어나오는 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회목 [뜻]1) 손목이나 발목의 잘록한 곳[보기월] 회목을 잡아 보니 제 것보다 더 굵어서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았습니다. 어제 아침에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는 얼른 그칠 것 같지 않았습니다. 바람까지 불어서 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어서 안은 좀 갑갑했습니다. 아이들은 바람틀을 돌리자고 했지만 문을 조금 열어 두니 견딜만했습니다. 아이들과 어버이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드리는 편지도 쓰고 꽃도 접어 붙이려고 하니 좀 바빴습니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앞낮이 빠르게 지났구요.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비손을 한 보람이 있었는지 훌뿌리던 비가 낮밥을 먹기 앞에 그쳤습니다. 비가 그치고 바로 해가 나와서 마당이 좀 얼른 마르면 좋겠다 싶었는데 생각만큼 얼른 마르지 않았습니다. 식구들이 다 나가서 물을 뺄 수 있는 곳은 빼고 고인 곳에는 흙을 덮었습니다. 그럴 수 없는 곳에는 쓰레받기로 물을 퍼 내기도 했지요. 여럿이 울력을 하고 아이들까지 도와서 얼른 마칠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한테는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아이들한테는 놀이였습니다. 쓰레받기를 달라고 하더니 어느새 신을 벗고 물에 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조붓하다 [뜻] 조금 좁은 듯하다.[보기월] 모든 배움이가 함께 서서 몸을 풀기에는조붓한마당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아침부터 부는 바람은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 때 해가 나오더니 배곳에 가니 다시 구름에 가려져 오래지 않아서 비가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익히는 날로 잡아 둔 날 비가 온다니 여러 가지로 마음이 쓰인 게 참일(사실)입니다.저보다 더 마음이 쓰인 분들이 아침부터 서둘러 익히기를 했습니다. 구름이 가려 줬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제 바람과 달리 마당에 있는 동안 해가 나왔습니다. 아이들도 머리가 뜨거워 힘들다며 엄살을 부리는가 하면 온갖 장난으로 앞에서 이끄는 사람 속을 태웠습니다. 모든 배움이가 함께 서서 몸을 풀기에는조붓한마당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당기고 뒤로 물러서니 다 설 수는 있었지만 넉넉하지는 않았습니다.이어달리기, 배해(학년)마다 하기로 된 놀이를 차례대로 다 하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잔치를 하는 날에는 비가 안 온다고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무명초(無名草) 갖춰진 화단에선 꽃들이 어우러져 오가는 시선들은 향기에 취하는데 바위 틈 성긴 무명초 누가 알아 보리요. 척박한 틈에서도 바람을 즐기노라 그늘진 벽에서도 별빛을 향하노라 소외의 무관심 속에 한 생명이 깃들어. 명성이 필요 없는 무명의 경지라네 특별함 넘치어서 평범함 되려하네 스스로 이르고서야 자연(自然)이라 하리라.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어린이날 어린이란 이름씨는 이승서 으뜸 좋고 앞날의 나라의 기둥이며 슬기와 힘이니 그래서 잔물결님은 그렇게 지었으리 * 잔물결님 : 소파 방정환 ▲ 소파 방정환 선생과 그가 태어난 곳(종로구 당주동) 표지석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등 희망과 감사의 달이기도 하다 꽃 피고 새가 노래하는 이 계절에도 산골짝 두메마을에는 아름다운 풍경과는 다르게 젊은이들은 다 직장 따라 도회지로 떠나고 없는 쓸쓸한 곳이기도 하다. 늙은 노부부와 혹은 홀로 지내는 노인들만이 남아 여생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이 산골마을 작은 교회의 젊고 잘생긴 목사님이 신도들에게 알린다는 글이 지난달에는 페이스북에 소개되기도 하고 읽는 이들의 맘에 환한 꽃을 피우게 했다. ▲ 두메마을 작은 교회 김선주 목사, 그는 고스톱 치면서 짝이 안 맞을 때도 연락하라고 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필자가 찾아갔을 때 그의 얼굴은 달덩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문득 남재만 시인의 꽃은 어디에 피는가라는 시가 떠오른다. 저 하늘의 별들이 눈길을 주는 곳 지난겨울 매섭게 서릿발 치던 곳에 꽃이 핀다. 어느 외론이 홀로 찾아와 남몰래 눈물 떨구고 간 자리에 꽃이 피고 꽃이 피면 어둠도 환해지는 그런 곳에 수줍게 꽃이 핀다. 두메산골에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환한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는 김선주 목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앙당그리다 [뜻]1) 춥거나 겁이 나서 몸을 움츠리다[보기월] 그 조그만 손에 바늘을 찌를 때 얼마나 앙당그렸을까 싶어 제 마음이 다 아팠습니다. 닷날(금요일) 토박이말 갈배움을 맡은 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새로 일을 맡아서 그런지 바라시는 것, 알고 싶으 신 것을 묻고 나누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지난해 했던 분도 있어서 올해 더 잘하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달이 바뀌면 바로 갈닦음(연수) 자리를 마련해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빌리러 갔습니다. 새로운 책이 많이 들어와 있었지만 우리말과 아랑곳한 책은 새로운 게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요즘 많은 갈침이(교사)들께서 듣고 있는 물음과 마주이야기 갈배움(질문과 대답 교수법) 책을 봤습니다. 그런 움직임과 열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가르치고 배우는 알맹이(내용)가 아닌 수(방법) 찾기라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덧낫집(병원)에 있는 조카를 보러 갔습니다. 고뿔이 깊어져 갔다고 하는데 가서 보니 좀 나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손에 바늘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겨울 초입에서는 이른 추위가 닥쳐서 부랴부랴 김장들을 재촉하고. - 한수산, 부초 부랴사랴 외부대신 집으로 달려가는 교자가 있었다. - 유주현, 대한제국 부랴부랴와 부랴사랴는 생김새가 아주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의 같은 뜻으로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두 낱말의 뜻풀이를 아주 같은 것으로 해 놓았다. 부랴부랴 :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부랴사랴 :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표준국어대사전》 보다시피 그림씨 부산하고를 더 넣고 빼고 했을 뿐이니, 사람들은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 알 도리가 없다. 외국인이라면 이런 뜻풀이 정도로 알고 그냥 써도 탓할 수 없겠지만, 우리 겨레라면 이들 두 낱말을 같은 것쯤으로 알고 써서는 안 된다. 선조들이 값진 삶으로 가꾸어 물려주신 이들 두 낱말은 저마다 지닌 뜻넓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랴부랴는 느낌씨(감탄사) 낱말 불이야!가 겹쳐서 이루어진 어찌씨(부사) 낱말이다. 불이야! 불이야! 하던 것이 줄어서 불야! 불야! 하게 되었는데, 오늘날 맞춤법이 소리 나는 대로 적기로 해서 부랴부랴가 되었다. 이렇게 바뀐 것이 별것 아닌 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두 낱말이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새물[뜻] 2)빨래하여 이제 막 입은 옷[보기월] 저도새물을 입고 나와 비가 깨끗하게 가셔 준 숨씨(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봄비가 오래 내렸습니다. 어제 앞낮까지 내렸으니 거의 이틀 동안 비가 온 셈입니다. 차분하게 내리는 빗속을 천천히 걸어 갔습니다. 풀도 나무도 한결 더 시원해 보였습니다. 저도새물을 입고 나와 비가 깨끗하게 가셔 준 숨씨(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비가 내리는데도 비를 맞고 씩씩하게 오는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밖에서 달리고, 차며 땀을 흘리던 아이들은 몸이 근질근질했을 것입니다. 골마루에서 달리는 아이들을 여럿 보고 못 하게 말려야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물기가 있어서 미끄러운 곳에서 제가 미끄러질 뻔한 뒤에는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끝내 낮밥을 먹고는 물이 채 빠지지 않아 고인 마당에서 공을 차다가 신이며 옷을 버려 들어 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아무리 타이르고 구슬려 봐도 보람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말 몇 마디로 또는 몇 차례 추어올리는 것으로 아이들을 바꿀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