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최운선 교수] 우리나라 일부 청소년들은 부모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평생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이 이 말을 들으면 매우 섭섭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들은 오히려 부모들이 존경받을 만한 일을 했느냐고 반문한다. 이 말에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이처럼 부모를 존경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부모가 지녀야 할 이성적 권위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존경심이라는 것은 맹목적인 사랑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지혜를 일깨워 준 데 대한 고마움에서부터 우러나온다. 따라서 우리의 부모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까닭은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데 힘쓰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는 이성적 권위를 부모들이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성적 권위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의 영혼 속에 부여되어 있지는 않다. 그 능력은 단지 우리가 살아가는 어느 지점에 이상적인 목표로서만 존재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자녀를 위한 이성적 권위에 대한 인식을 부모들은 새롭게 해야 한다. 따라서 자녀를 위한 이성적 권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모로서 자신의 인생 자체에 걸려 있는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상막하다 [뜻] 담은생각(기억)이 또렷하지 않고 아리송하다[보기월] 짐을 챙기다 보니 어디에 두었는지상막해서찾지 못 했던 게 보였습니다.하루를 일찍 열고 일찍 닫는 게 좋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늦게 일어나면 그만큼 다른 사람보다 늦게 하루를 여는 것이니 바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하려고 마음 먹었던 일을 다 못 하든지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합니다. 참으로 옳은 말인데 그렇게 마음을 먹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언제부터 하려고 했는데 못 하던 수레 손보기를 했습니다. 돈이 들긴 했지만 일이 나지 않도록 미리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니 아깝지 않았습니다. 나만 잘한다고 일이 안 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더 일찍 했어야 할 일이었지요.낮밥을 먹고 난 뒤에는 슬기틀 알맹이를 갈무리하고 짐을 챙겼습니다. 버려야 할 것들을 가려 내고 가져 갈 것들을 넣어 묶었습니다. 짐을 챙기다 보니 어디에 두었는지상막해서찾지 못 했던 게 보였습니다. 새로 산 듯, 선물을 받은 듯 기분이 좋았습니다. 짐을 쌀 때도 갈무리를 잘해서 싸야 하듯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넋전 춤 - 양혜경님의 초혼무(넋전 춤) 사랑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나노니 세상은 다르지만 그리움 다르리까 애틋함 사르고 놓아 바람처럼 스치네. 마음을 알겠는가 혼백을 보겠는가 지전에 혼을 얹고 장삼에 넋을 실어 경계를 넘나들고서 그리운 임 부르네. 맺힌 맘 풀어놓고 서러움 내려놓고 짧았던 인연일랑 바람에 날리고서 사랑만 가슴에 두고 원한미움 지우리. ▲ 넋전 춤을 추는 혜인스님 (한국사진영상 카페 제공)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헤집다 [뜻] 1)긁고 나서 팬 곳을 파다.[보기월] 타고 남은 달집 불무덤을헤집고고구마를 묻어 놓으면 바로 익어 맛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어제 아침은 여느 날과 달리 일찍 눈을 떴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봄맞이를 갔다왔고, 여러 달만에 뒷뫼에도 갔다오고 해서 몸이 무거울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잠은 깼는데 밥솥이 말을 듣지 않아서 밥이 될 때까지 기다리느라 밥은 여느 때보다 좀 늦게 먹었습니다.한보름이라고 나물도 먹고 부럼을 깨물었습니다. 아이들하고 귀밝이술을 먹을까도 생각을 했지만 나가기가 바빠서 못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더위를 팔지도 못 했네요.^^배곳에 가서는 하기로 마음 먹고 간 일들을 하나씩 했습니다. 여러 가지를 하긴 했지만 그리 눈에 띄게 남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하던 일을 끊고 멍하니 좀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슬기틀에 매여있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서 달집 태우기를 하는 마당으로 갔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저지레 [뜻]일이나 몬을 들추어내거나 떠벌려 그르치는 짓 또는 일.[보기월]보기에 따라서 제가 하는 일이저지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마침풀이, 헤어짐풀이, 물러남풀이와 같은 일들이 이어져 참 바쁘게 여러 날을 보냈습니다. 자주 되풀이 하는 일이라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인사를 하며 울먹이는 분이 계셔서 헤어짐풀이다웠습니다. 좋은 만남으로 오래 잊혀지지 않길 바라며 헤어짐을 슬퍼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어딜 가든 누구나 반갑게 맞아 주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까지 하지 않던 일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언짢게 여겨지기 쉽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제가 하는 일이저지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게 더 마음이 쓰이고 짐스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하지만 그 맛을 모르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앞으로 우리와 다르게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는 일이라 생각하며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오늘은 한보름입니다. 구름에 가려 못 볼 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구름 위에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물고기 첫뜀 그렇게도 좋다느냐 첫뜀은 곤춤이야 치올라 하늘보고 내리니 멋이네 첫봄은 덜녹은눈을 고이들 안아주고 * 곤춤 : 고운 춤, 멋있는 춤 ▲ 눈이 덜 녹은 시내에 물고기는 뛰어 봄이 오누나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산수유 시절(時節) 산수유 옹기종기 시냇가 물들일 때 가파른 비탈길에 호올로 가는 임아 사무친 어이! 어야야! 상여소리 구슬퍼. 돌이켜 헤아리니 불효만 노적(露積) 같아 뜨거운 회한으로 흙 한줌 뿌리고서 안으로 눈물 삼키며 애처로이 서있네. 먼 길을 떠나면서 맺히고 슬픈 것은 나누지 못하였던 속 깊은 사랑이라 길가엔 애틋한 부정(父情) 샛노랗게 덮었네. ▲ 산수유가 흐드러진 정경(구례군청 제공)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알른알른 [뜻]1)무엇이 조금씩 보이다 말다 하는 모양[보기월]가게 이름이알른알른잘 안 보여서 좀 더 가까이 가야했습니다.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아니면 몸은 숨김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그제 저녁에 먹은 게 안 좋았는지 자고 일어나서 속이 마뜩잖아서 힘이 들었습니다. 어제 뒷낮까지도 개운해지지 않아서 먹는 게 조심스러웠습니다.뒷낮에는 사람을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밖에 나갔습니다. 수레를 세워 놓고 만나기로 한 가게를 찾아 갔습니다. 가게 이름이알른알른잘 안 보여서 좀 더 가까이 가야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른 가게였습니다. 한 골목 위에 가니 그 가게가 있었습니다. 바람이 차서 눈물을 좀 흘렸지만 찾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언제쯤 따뜻해져서 두꺼운 옷을 안 입어도 될까 묻는 아이 마음과 같이 좀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속이 좀 나아졌는지 저녁 때가 되니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저녁밥은 가리지 않고 꼭꼭 씹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속은 개운하지 않아서 따뜻한 물을 마시며 속을 달랬습니다.어제까지 떠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상기다 [뜻] 1)몬(물건) 사이가 조금 뜨다.[보기월] 상긴이 틈에 낀 것들을 입씻이틀로 씻어내고 나니 개운했습니다.아이들 마침풀이(졸업식)를 끝내고 배곳에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이 모여 낮밥을 먹었습니다. 한 해 동안 가르친 아이들과 헤어지고 시원 섭섭한 마음을 달래는 자리였습니다.맛있는 밥을 배부르게 먹고 들어오니 아이들이 글로 인사를 남겨 주었습니다. 마음에 쏙 들게 잘하지 못 해서 죄송하고 그 동안 잘 가르쳐 줘서 고맙다는 말이었습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꼭 찾아 와 주겠다는 다짐을 한 아이도 있었고,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겠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무엇보다 토박이말을 알 게 해 줘서 고맙다며 좋아하는 토박이말로 글을 쓴 아이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앞으로 가끔 사는 이야기 주고받으며 지내자고 하나하나 글을 갚아주었습니다.어제 먹은 게 안 좋았는지 아침에 일어나지 속이 더부룩했습니다. 아침밥을 먹으려고 하다가 숟가락을 다시 놓고 속을 달랬습니다. 한 숟가락을 먹었는데 입안 구석구석에 밥알이 끼어서 더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상긴이 틈에 낀 것들을 입씻
[우리문화신문=최운선 교수]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ii 1821-1881)가 쓴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이 생각해 낸 사상에 따라 인간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누었다. 하나는 세상의 모든 법률과 제도, 또는 도덕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켜야 할 세상의 규범을 간혹 무시하고 스스로 정치가라고 나서 행동하는 영웅심리의 초인들이다. 그런데 영웅심리의 초인사상을 품고 있던 라스콜리니코프는 사회의 쓰레기 같은 전당포 노파를 없애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노파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이 품고 있던 영웅심리의 초인 사상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그는 노파를 살해하고 난 후, 자신이 과연 초인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 의구심을 갖는다. 결국 그는 자신이 초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깨닫게 된 계기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인 소냐에 의해 인간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고서 부터이다. 희망을 갖게 된 까닭은 어떻게 소냐와 같은 연약한 소녀가 창녀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