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헤실바실 [뜻] 1)모르는 사이에 흐지부지 없어지는 모양[보기월] 헤실바실빠져나가는 아이들과 달리 끝까지 하고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다.어제 아침 배곳으로 오는 길에 기별을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우니 살펴 가라는 말을 말입니다. 멀리 보이는 지리뫼 마루가 구름으로 덮여 있는 걸 보며 눈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니까 차갑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누리어울림마당 동무들께서 올려주신 찍그림을 보면서 눈으로 덮혀 온통 하얀 눈누리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날씨처럼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몸과 마음을 꽁꽁 얼어 붙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만치 와 있는 봄과 함께 따스한 기별을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아이들과마지막 가심을 함께하며헤어질 채비를 했습니다.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는데 그동안 빠짐없이 와서 깨끗하게 가셔 준 아이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어제 온 두 아이들은 더욱 그랬습니다.헤실바실빠져나가는 아이들과 달리 끝까지 하고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저자 [뜻] 1)몬을 서로 바꾸거나 사고파는 곳=시장[보기월] 우리가 언제부터 '저자'라는 말을 버리고 '시장'이란 말을 썼을까요? 어제는 날씨가 추워진다는 기별을 미리 들었는데도 다들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는 것처럼 많이들 했습니다. 아이들 가운데 밖에서 공을 차면서 손이 시린지 소매에 손을 넣고 뛰어 다니는 아이도 보였습니다. 저는 집에서 나서면서 단단히 챙겨 입고 나가서 그런지 그렇게 춥지는 않았습니다. 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리는 글을 올리고 나서부터 줄곧 틀린 글 찾기를 하느라 눈이 아팠습니다. 여러 사람이 본다고 봤는데도 틀린 게 보였습니다. 슬기틀 힘을 빌려서 마지막으로 챙겨 보기로 하고 일을 끝냈습니다. 우리가 우리말과 글을 지나치게 쉬이 여기는 것은 아닌지, 글살이가 쉽지 않을 만큼 어려운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지는 쪽에서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제가 몸담고 있는 배곳 뒤에 바로저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일을 마치고 나가면서 저녁에 먹을 것들을 사 갈 수 있어 좋다고도 하십니다. 하지만 길이 좁아서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첫 꾀꼴 어디서 결잠 자곤 이곳에 나타나나 네 한 소리 온 메가 웃으며 싹 돋우니 흐르는 가람에 얹혀 누긋누긋 봄은 오네 * 결잠 : 겨울 잠, 동면 ▲ 꾀꼬리 한 소리 온 메가 웃으며 싹 돋우니(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말꽃’은 ‘문학’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다. 토박이말이지만 예로부터 써 오던 것이 아니라 요즘 새로 나타난 말이다. ‘문학(文學)’은 본디 ‘글의 학문’이라는 뜻으로 공자님이 처음 썼다고 하는 중국말인데, 우리는 지금 그러한 뜻으로 ‘문학’이란 낱말을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문학’은 놀이(희곡), 노래(시), 이야기(소설) 같은 것을 싸잡아 서양 사람들이 ‘리터러처(literature)’라고 하는 그것이다. 이것을 일본 사람들이 ‘문학’이라 뒤쳐 쓰니까 우리가 그대로 가져와서 쓰는 것이다. 그러나 놀이, 노래, 이야기는 이른바 ‘말의 예술’이므로, 중국말이었든 일본말이었든 글의 학문을 뜻하는 ‘문학’이라는 말로는 그것들을 마땅하게 담아내지 못한다. 게다가 말의 예술인 놀이, 노래, 이야기는 입말, 글말, 전자말을 두루 싸잡아야 하는데, 글말만을 뜻하는 ‘문학’이라 부르면 입말과 전자말로 즐기는 예술은 싸잡을 수가 없다. 그렇게 중국 한자말 ‘문학’과 우리가 싸잡아 담으려는 뜻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데, 언제까지 우리가 ‘문학’이라는 남의 말을 빌려다 써야 하는가? 이런 물음을 가슴에 품고 마땅한 낱말을 오래 찾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알량하다 [뜻] (나름대로는 대견스러워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시시하고 보잘것없다.[보기월]보기에 따라서는 알량할 수도 있는 그것을 지키는 일에 마음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몇 날 동안 이건 봄이다 싶은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꽃망울을 머금은 나무들이 보이고 낮에 집 안에서 뚜꺼운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만큼 따뜻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봄이 머지않았다고 했지요. 그제 비가 올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비가 그치고 나자마자 날씨는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바람까지 불어서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배곳에 나가 일을 했습니다. 때끝 마무리를 하는데 제가 맡은 일이 여느 날 해서 다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 잘못은 안 보이고 남 잘못은 잘 보인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해 놓은 일을 살피다 보면 잘못된 곳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서로 바꿔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지요.거의 하루를 봤지만 다 볼 수가 없었습니다. 놉을 대서 해도 다 할 수가 없었지요. 또 다시 봐야 할 빌미를 얻었다는 데 뜻을 두어야겠습니다. 누군가를 꼲고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간이역 풍정 가는 지, 오는 지 완행열차 막 섰다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타는 사람 옛 사랑을 찾아 내리는 사람 사이로 누구를 기다리나 깊은 외투 깃에 바람이 머무는 사람 떠나는 기차를 보며 그림자만 볼 사람이라면 겨울 그늘 속에서 왜 서성이는가 마른 눈물 보이기 싫어서 그리움 가슴에 묻고 스카프 날리며 호올로 가는 사람 기차는 간다 기차 안에 있는 사람 그림자 하나 싣고 간다. ▲ 근대문화유산(165호) 원주 반곡역(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우리문화신문=김효곤 기자] 동대문에서 종로 방면, 도로 굴삭 공사로 밀립니다. 요즘 라디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굴삭은 사전에 나오지 않는 말입니다. 굴삭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굴착(掘鑿), 굴착기(掘鑿機)라고 써야 합니다. 掘鑿을 掘削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ㄷ사와 ㅅ사 등 재벌계열 회사들이 일본에서 굴착기를 수입하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이들은 기계 몸체에 掘削機라고 쓴 것을 지우지도 않고 그대로 수입해 팔아먹었거든요. 그때야 우리 것은 어디 명함도 못 내밀고 미제, 일제가 품질을 보증하던 시절이었으니, 돈벌이에 바쁜 그들로서야 굳이 지워야 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삭이 착이 된 까닭은 일본에서는 뚫을 착(鑿) 자와 깎을 삭(削) 자의 발음이 같기 때문입니다. 일본 문자인 가나는 음절문자라서 동음이의어가 많아질 수밖에 없기에 한자를 섞어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무한정 섞어 쓸 수도 없기에 상용한자라는 것을 3000자 가까이 정해 놓고 가능하면 그 범위 안에서 쓰도록 하고 있지요. 그런데 착(鑿) 자는 획수가 많고 어려워 상용한자에서 빠져 있기에 그 대신 뜻이 비슷하고 획이 간단하며 상용한자에 포함되어 있는 削 자를 쓴 겁니다.
[우리문화신문=최운선 교수] 집념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 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모범을 보인다. 집념은 마음과 생각이 온전히 한 가지 일에 매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말로 집착(執着)이라는 말이 있디. 이 말은 집념과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집념이 긍정적인 측면의 몰입을 말한다면, 집착은 부정적인 측면의 몰입을 의미한다. 그 예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진 사람이나, 훌륭한 예술을 창작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집념이 강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에 견주어 집착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떡만 바라본다거나,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에 불필요하게 집요한 관심을 가질 때 우리는 그런 사람을 가르켜 집착이 강하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인가를 그냥 할 때보다는 집중을 다하여 온힘을 쏟으면 그 능률은 분명 배다 된다. 특히 우리가 온 힘을 모아 집중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한 일로 바꿀 수도 있다. 한나라 때의 명장 이광은 어릴 적부터 힘이 장사였다. 그는 천성이 쾌활하여 동네 아이들을 거느리고 산야를 달리며 사냥하기를 즐겼다. 그는 대단한 명궁으로, 그가 화살을 쏘면 어김없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삽삽스럽다 [뜻](품이나 마음 씀씀이가)마음에 들게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데가 있다.[보기월]그리고 제가 좀 더삽삽스러웠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날을 쉬고 나가면서 챙겨서 할 일들을 적어서 나갔습니다. 옷도 뫼에 오르는 사람처럼 입고 갔지요. 늘옴치레기같은 아이들 마음 챙기랴, 쏟아지는 물음 갚으랴 많이 바빴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빠뜨린 게 있어서 머리를 숙일 일도 있었고, 잘못한 일을 바로 잡을 일도 있었습니다. 둘레에 계신 분들 마음을 맞춰 드리지 못 하니 그 분들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제 마음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좀 더 꼼꼼하게 했더라면, 좀 더 능을 두고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좀 더삽삽스러웠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꼭 짚어서 말하기 어려운 사이가 느껴질 때마다 말입니다.늘 둘레에 사람들이 많은 분은 꼭 갖고 있거든요.^^설을 쇠면서 다짐한 게 있습니다. 앉아 있는 때새를 줄이고 좀 더 많이 움직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밤 마실을 나갔습니다. 바람이 차가울 거라는 생각과 달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헤식다 [뜻]1) 바탕이 단단하지 못하여 헤지거나 갈라지기 쉽다.[보기월] 털로 만든 자리 위에 떨어졌는데도헤식은그릇이 여러 조각으로 깨졌습니다.다들 설은 잘 쇠셨는지요? 반가운 집안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드시며 이야기꽃도 활짝 피우셨을 거라 믿습니다. 날씨도 좋고 여러 날 쉬는 날이 이어져 좋은 곳에 다녀오신 분들도 많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나라 밖에서 차례를 모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니 참 많이 바뀌긴 했습니다.이제 절값을 받는 일은 거의 없고 줘야 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두둑하게 챙긴다고 챙겨 간 돈이 모자랐습니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지요. 인사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을 맞는 일과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하는 일이 겹쳐서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그제 저녁 가시집에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는데 저는 아는 분과 함께 다른 곳에 인사를 드리러 가야했습니다. 얼른 다녀 와서 만날 생각으로 나섰지요. 가서 인사를 드리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올 때 일이 벌어졌습니다. 같이 간 아이가 옷을 입다가 상 위에 있던 유리 그릇을 쳤습니다. 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