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최운선 교수] 중국 대륙에는 큰 강이 두 개가 있다. 북쪽에는 황하, 남쪽에는 양자강이다. 양자강 유역은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하여 농사짓기에 알맞으나 황하유역은 해마다 홍수와 가뭄이 되풀이되고 메뚜기 떼의 피해가 극심하여 농사짓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중국 고대 문명의 발상지는 양자강이 아니고 황하유역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농경조건이 나쁜 황하유역에서 먼저 문명이 발달하였을까?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가 한 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더욱 쉬울 것 같다.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라는 책에서 도전과 대응의 관계가 문명을 만든다고 하였다. 그 예가 바로 양자강유역의 사람들은 농사짓는 환경과 조건이 좋고 자연에 도전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문명이 생성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하유역 사람들은 홍수를 극복하기 위하여 수로를 만들고 관개토목 사업을 하였고, 가뭄을 극복하기 위하여 기상관측소를 설치하였으며 기하학과 천문학을 연구하는 등 자신들이 처한 불행에 늘 도전하여 새로운 문명이 발전하게 되는 근간을 이루었기 때문에 문명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라인강의 기적이나 한강의 기적도 전쟁의 폐허라는 불행에
[우리문화신문=김효곤 기자]백묵(白墨), 흑판(黑板)... 이런 말을 무심코들 쓰시지요? 오늘은 이걸 한번 따져봅시다. 분필은 하양뿐 아니라 빨강 파랑 등 여러 가지 색이 있습니다. 이를 빨간 백묵, 파란 백묵이라고 쓰자니 정말 어색합니다. 백묵이란 말에 이미 빛깔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청묵', '홍묵' 하는 것도 우습고... 또, 요즘 교실 앞뒤의 칠판은 거의 다 초록색이지요? 이 또한 '흑판'이라고 하자니 안 맞고, 그렇다고 녹판(綠板)이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 우리가 칠판, 분필하던 것은 일본에서 들어온 흑판, 백묵으로 바뀌었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사실 이런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들입니다. 흑판, 백묵이라는 말이 일본에서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분필(粉筆)과 칠판(漆板)이라고 썼습니다. 이는 각각 가루로 만든 붓, 칠을 한 판자라는 뜻이니, 애당초 어떤 색이든 상관없습니다.(漆은 원래 옻칠을 뜻하는 한자이지만, 굳이 한자가 아니라 순 우리말로 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서 한걸음 더 나아가 봅니다. 일본 사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들봄(입춘) 이 고을 빠르고 저 마을 더디 오고 사내 센봄 솟아나고 아가씨 꿈 안느니 풀린 물 흘러 흐르고 개나린 눈 비비네 * 센봄 : 춘정 ▲ 머잖아 봄은 오고, 아가씨는 꿈꾸고, 사내는 센봄 솟고(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알근달근하다 [뜻] 맛이 조금 매우면서 달짝지근하다.[보기월] 고추장 양념 옷을 입은 닭볶음도알근달근한것이 아주 맛이 있었습니다. 이레끝이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쉬었는지 또는 잘 쉬었는지 묻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늘 그렇듯이 못 다한 일을 하고 모임에 다녀오느라 푹 쉬지는 못 했습니다.닷날 저녁에는 갑자기 이를 손볼 일이 있어서 다녀와서는 저녁을 챙겨 먹고 나니 밤이 늦었고, 엿날은 일어나자마자 슬기틀 앞에 앉아 배곳 일을 했습니다. 늦은 밤 공차기 겨루기를 볼 생각에 다른 데 마음 쓰지 않고 일에 매달렸습니다. 겨루에서 우리가 이길 때까지는 참 즐겁게 봤는데 끝내 지고 말아서 많이 아쉬웠습니다.밝날은 한밭에서 겨살이 모임이 있어서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났습니다. 혼자서 먼 길을 오갈 때가 많았는데 이참에는 수레를 꽉 채워서 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니 길도 멀게 느껴지지 않고 힘든 줄도 모르고 갔습니다. 늘 오시는 반가운 분들과 만나서 많은 걸 보고 배우고 왔지요. 토박이말바라기 안에서 함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다들 먼 길을
[우리문화신문=진용옥 교수] 김소월(金素月, 1902~1934)은 일제항쟁기를 처절하게 살았던 시인이다. 본명은 김정식(金廷湜)이지만, 호는 소월이며, 본관은 공주(公州)이다. 서구 문학이 범람하던 시대 민족고유의 정서에 기반을 둔 시를 쓴 민족 시인이요, 저항 시인이었다. 저서는 시집 진달래꽃이 유일하다. 이 시집에 나오는 영변의 약산은 아사돌곳[한반도] 최고의 명승지요, 그곳에 핀 진달래는 전국 최고의 진달래일 것이다. 또 시어에 나오는 진달래는 님일 수도 있지만 조국임이 분명하다. 마치 만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은 조국이듯이. 이는 이흥렬의 가곡 바우고개에서도 10여 년 동안 머슴살이에 왜 하필 진달래를 안고서 눈물짓겠는가? 시인의 본적은 평안북도 정주군 곽산면 남서동(일명 남산동) 569번지이며 평안북도 구성군 구성면 왕인동 외가에서 9월 7일(음력 1902년 8월 6일) 태어났다. 바다가 있는 영주군 곽산면 남단동에서 자랐으며 구성군 서산면 평지동 터진고개에 묻혔다. 영변의 약산은 인근 고을 명산이다. ▲ 청북[청천강 이북] 지역지도 일본말을 쓰지 않고 늘 한복을 입었던 소월 그는 민족의식이 강했던 오산학교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저버리다 [뜻 ]1)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잊기나 어기다. [보기월] 그래서 더 좋은 길 더 바른 길로 갔으면 하는 어른들 바람을 저버려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제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추위에 떨 마음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섰습니다. 하늘마저 구름으로 덮여 있어서 어려움이 하나 더 늘었지요. 다른 분들도 더 두터운 옷을 입고 왔는가 하면, 털신을 신고 온 분도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장갑에 목도리까지 하고 왔더군요. 추위도 추위지만 여러 가지 일을 하지 못 하는 걸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전기에 기대며 살고 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나절 바짝 서둘러 주셔서 낮밥을 먹을 무렵 불이 들어왔고 다들 반가워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두웠던 배움방이 여느 때보다 더 환하게 느껴졌고 따순바람틀에서 나오는 바람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컴컴한 곳에서 몸을 움츠리고 먹을 때보다 밥맛도 더 좋았습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느 때 느끼거나 생각하지 못 했던 있음과 없음에 고마움을 알게 되는 배움이 절로 일어났다고 할까요?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그들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삼사하다 [뜻]지내는 사이가 조금 서먹서먹하다[보기월] 하지만 오랜만이라 그런지삼사한듯 저를 보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어제 따순바람틀이 고장이 나서 손과 발이 시려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더 큰 일이 벌어져서 손발이 시린 이야기는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꼼짝없이 오늘까지는 추워도 참아야 하고, 일이 바빠도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제가 토박이말 맛을 보여 드리면서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 쓰곤 하는데 그 말에 마음을 써 주시는 분이 계셔서 참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바람틀, 찬바람틀, 따순바람틀 이렇게 가려서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것을 챙겨 주셨고, 배움쉼이란 말이 알맞지 않다는 것도 꼬집어 주셨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옳은 말씀이라 배움쉼은 '배곳쉼'으로 바꾸어 써 보겠다는 글갚음을 해 드렸습니다. 이렇게 말을 다듬는 데 힘과 슬기를 모으면 더 좋은 말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마뜩잖은 말을 보시거든 말씀해 주시면 더 좋은 말로 다듬어 보겠습니다. 배곳쉼을 마치고 온 첫날 배움방에 들어오면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헤갈 [뜻] 1)쌓이거나 모인 몬(물건)들이 흩어져 어지러움. 또는 그런 됨새(상태).[보기월] 여러 날 동안헤갈이 되어 있던 배움방을 깨끗이 갈무리했습니다. 어제 앞낮 바람틀이 고장이 나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날이 풀렸다고는 해도 혼자 오래 앉아 있으니 손과 발이 시려웠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있는 곳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배움쉼이 끝나고 아이들이 오면 춥지 않게 얼른 고쳤으면 했는데 아직까지 못 고친 모양입니다.어제 낮밥을 먹으러 나갈 때 손을 보시는 분들이 와서 바로 고칠 줄 알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전기를 내리는 바람에 슬기틀을 못 써서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기로 마음 먹었던 배움방 가심을 했습니다. 여러 날 동안헤갈이 되어 있던 배움방을 깨끗이 갈무리했습니다.쓸고 닦고 줄 세우고 걸레까지 빨아 널고 나니 기분까지 깔끔해서 좋았습니다.혼자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던 일이었는데 고장난 바람틀이 도운 셈입니다.제 이를 손보러 가는 길에 아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덧니가 나고 아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우리말에서는 풀이말을 으뜸으로 삼아 종요롭게 쓴다. 말의 뿌리와 뼈대 노릇을 하는 풀이말이 맨 뒤에 자리 잡고 앉아서 앞서 나온 여러 말을 다스리고 거느린다. 그러므로 맨 나중에 나오는 풀이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앞에 나온 여러 말을 아무리 잘 들어도 헛다리를 짚는 수가 적지 않다. 인사말을 보더라도 서유럽 사람들은 좋은 아침!, 좋은 저녁!같이 이름씨로 그만이고, 이웃 일본 사람들은 오늘 낮은?, 오늘 밤은?같이 풀이말을 잘라 버리고 쓰지만, 우리말은 반드시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같이 풀이말로 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말 이름씨 낱말은 움직씨나 그림씨 같은 풀이말에서 탈바꿈해 나온 것이 많다. 마개니 덮개니 뚜껑이니 하는 낱말도 모두 풀이말로 쓰이는 움직씨에서 탈바꿈한 이름씨다. 마개는 막다라는 움직씨의 줄기 막에 애가 붙어 이름씨 낱말이 되었고, 덮개는 덮다라는 움직씨의 줄기 덮에 개가 붙어 이름씨 낱말이 되었다. 이럴 적에 애와 개는 다 같이 ~에 쓰는 무엇이라는 뜻의 이름꼴 씨끝이다. 그래서 마개는 막는 데에 쓰는 무엇이고, 덮개는 덮는 데에 쓰는 무엇이다. 놀다에 애가 붙어 이루어진 노래는 노는 데에 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곁두리 [뜻]일꾼들이 끼니 밖에 참참이 먹는 먹거리=간식[보기월]몇 차례 오르락내리락하고 나니낮밥을 잘 먹었는데도곁두리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 춥더니 이제 많이 풀렸습니다. 바람도 없어서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곧바로 올라가는 걸 봅니다. 해가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있으니 햇볕이 따뜻하네요.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걸 보니 제 몸에서도 땀이 나는 듯합니다. 어제는좋은 보람(상)을 받으신 분이 한 턱 내셔서 맛있는 낮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가는 자리에 끼여 기쁜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보람을 받으신 것에 큰 손뼉을 쳐 드린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배곳에 돌아와서는 해끝셈(연말정산)을 하느라 많이 바빴습니다. 몇 차례 오르락내리락하고 나니 낮밥을 잘 먹었는데도곁두리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좋은 분과 맛있는 저녁을 생각하며 참았습니다. 딱히 먹을 것도 없기도 했구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뉘우치게 됩니다. 이것저것 챙겨서 썼더라면 좀 아낄 수도 있었을 텐데, 여느 때 따지며 살 겨를이 없다는 핑계로 지나친 걸 말입니다. 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