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마완근 기자] 연보(年譜) 이육사 너는 돌다릿목에 줘왔다.던 할머니의 핀잔이 참이라고 하자. 나는 진정 강 언덕 그 마을에 버려진 문받이였는지 몰라. 그러기에 열여덟 새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 첫사랑이 흘러간 항구의 밤 눈물 섞어 마신 술 피보다 달더라, 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 바람에 붙여 돌아온 고장도 비고 서리 밟고 걸어간 새벽길 우에 간(肝) 잎만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 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 해도 쇠사슬을 잡아맨 듯 무거워졌다 눈 우에 걸어가면 자욱이 지리라. 때로는 설레이며 파람도 불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안고나다 [뜻] 남의 일이나 잘못을 도맡아 짊어지다(대신 맡다).[보기월] 그런데 아이들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을 제가 안고나니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어릴 때 남다르게 개구쟁이 짓을 많이 한 동무가 있습니다. 요즘도 모이면 생각지 못한 말과 움직임으로 우리를 웃게 만들어 주는 재미있는 동무랍니다. 어릴 때 여자 아이들 노는 데 헤살을 부리고 했었는데 왜 그랬냐고 물으니 누구를 좋아해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요즘 우리 아이들 노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왜 아프게 하고 괴롭게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말고는 마음을 드러낼 수를 모르는 것일 겁니다. 자꾸 제게 와서 싫다는 짓을 하는 아이들 마음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참일 아이들에게 서운한 것이 있어서 마음이 좀 언짢았습니다. 아이들이 그러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아이들 탓만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기를 되풀이 했지요. 생각할 것도 많고 일도 많은데 제 어깨에 얹힌 또 다른 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을 제가 안고나니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점심식사를 하고 청계천 길을 걷다가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이벤트홀 에서 전시하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미술작품 초대전 전시회를 관람했다. 내가 사람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여 시로 그린 인물화를 쓰고 있는데 혼자 생각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은 과연 무엇으로 사물을 보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참으로 궁금하였다. ▲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엄마아빠를 그린 시각장애인 작품 캄캄한 어둠속에서 그들이 읽고 본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 그들이 몸으로 느낀 바람, 각종 조각 작품들, 나무와 노을과 친구들의 얼굴, 새, 꽃밭, 자신의 얼굴 등등. 많은 작품을 보고 느끼면서 그 학생들이 만든 자신의 손모양의 조각품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래 그들의 눈은 손이었을 것 이며 또 귀와 코 그리고 마음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보게 해주는 소중한 손, 점자 읽느라 지팡이 잡느라 아주 고생 많았어. 오늘은 예쁘게 꾸며줄게 팔찌에 반지에 반짝이 까지 더하니 세상에서 제일 멋진 손이 되었네. 아니 밝고 환한 눈이 되었네. ▲ 그들의 눈이었을 손에 예쁙 장식을 하고 있다. ▲ 전시회 관계자에게 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살손[뜻] 2)일을 정성껏 하는 손[보기월] 하기 싫은 일도 살손을 붙여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제 바람과 달라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고개만 돌리면 내다보이는 벚나무 가운데 다른 나무보다 일찍 붉어져 잎을 떨군 나무가 있습니다. 다른 나무에는 아직 잎이 많이 달려있는데 그 나무에는 이제 잎이 몇 남지 않았습니다. 일찍 겨울나기 채비에 들어간 것이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제 밤에 마실을 하면서 본 벚나무들이 생각났습니다. 봄에 다른 나무들보다 일찍 꽃을 피웠던 벚나무들은 잎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할 일을 다하고 다시 일찍 잠자리에 드는 사람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일찍 겨울나기 채비에 들어갔으니 또 다가올 봄에 일찍 하얀 벚꽃을 피워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줄 테지요. 우리 아이들도 이런 나무들한테서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좋겠는데 늦도록 할 일을 한답시고 잠을 안 자고 있다가 아침에는 깨울 때까지 못 일어납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좀 잘해 주면 좋겠습니다. 하기 싫은 일도 살손을 붙여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제 바람과 달라 아쉬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푸새 [뜻] 뫼와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을 통틀어 이르는 말[보기월] 불빛 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푸새들도 가을빛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어제 낮밥을 먹고 쉴 겨를도 없이 일거리를 하나 들고 올라와 슬기틀 앞에 앉았습니다. 가심을 하러 온 아이들이 여느 날과 달리 부지런히 쓸고 닦고 난 뒤에도 가지 않고 책상위 장난글씨들을 지우는 것이었습니다. 시키지 않은 일을 알아서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추어 주었습니다.그러고 나서도 갈 생각을 않고 저희들끼리 놀이를 하더라구요. 잡기 놀이였는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깔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하면서 잘 노는 걸 차마 가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아이들이 크게 웃으면서 노는 걸 본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제가 있는 방은 아이들에게 참새들 방앗간 같은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배움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 들렀다가 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불을 껐다켰다 하는 장난을 치는 아이도 있고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 놀래키기도 합니다. 저는 괜찮은데 다른 분들이 싫어한다고 그만 하라고 해도 잘 안 된답니다. 어떤 아이들은 슬기틀을 붙들고 앉아 있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틈서리[뜻] 틈이 난 곳의 가장자리[보기월] 틈서리에 개미가 많은 걸 봤을 때 그 안에 먹을 게 있는 것 같았습니다.날씨가 몇 날 사이에 많이 달라져서 그런지 사람들 옷차림이 겨울옷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옷을 챙겨 입으면서 겨울옷을 입기는 그렇다 싶어서 좀 얇다 싶은 옷을 입고 나갔더니 좀 썰렁했습니다. 해가 떠서 창으로 드는 햇볕이 따뜻하고 좋았습니다.마침 배움거리가 불빛으로 비춰 모래를 데우는 것이라서 저도 아이들도 모두 좋아했습니다. 낮밥을 먹고 햇볕이 드는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개미떼가 새까맣게 모여 있는 게 보였습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니 개미가 엄청 많았습니다. 틈서리에 개미가 많은 걸 봤을 때 그 안에 먹을 게 있는 것 같았습니다. 틈의 크기로 봐서는 그 안에 다른 것은 들어 있을 수도 없고 아마도 개미가 좋아하는 달달한 물과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개미를 불러 모으려고 일부러 부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가만히 개미들을 보면서 사람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개미들도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찾아 모이고 모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치매기다 [뜻] 셈이나 차례(번호나 순서) 따위를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매기다.[보기월]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지 알고 아는 대로 하는가를 보면 배해(학년)를 치매기는 게 맞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를 합니다.엿날 아이들 솜씨 자랑 잔치는 모두 울력해서 잘 마쳤습니다. 알뜰장터가 함께 열렸었는데 저마다 집에서는 버림치로 여기던 것들이 모여 싼 값에 새로운 임자에게 쓸모있는 것으로 거듭나는 걸 보며 아이들이 많이 배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일에 쓰일 걸 아시고 많은 것들을 보태주신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뜻 깊은 나눔과 배움이 어우러진 자리가 되어 보기 좋았습니다.한 가지 아쉬운 것은 먹거리 장터에서 먹거리를 사 먹은 아이들이 그 뒷갈망을 잘 못해서 좀 어질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곳곳에 쓰레기주머니가 있었는데 거기에 넣지 않고 바닥에 버렸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잔칫날 들뜬 기분에 그랬을 테지만 그래도 한 해 동안 배운 것을 보여드린다고 어버이를 모신 자리라는 것을 생각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지 알고 아는 대로 하는가를 보면 배해(학년)를 치매기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골넋 모실날[萬靈節] 사람은 얼넋이니 맑고곱게 살아야고 돌아가신 분들을 고이고이 모셔야만 한겨레 꽃쇠슬기가 길이길이 빛나리 * 골 : 일만 * 얼넋 : 혼백(魂魄) * 꽃쇠슬기 : 아름다움과 철 같이 딴딴한 슬기 10월 31일 서양에서는 핼러윈데이 축제를 지낸다. 핼러윈은 죽은 이의 영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는 켈트족(프랑스 남부 지방에 살던 유목 민족) 풍습에서 유래됐다. 이날 유령이 해치지 못하도록 사람들도 유령처럼 분장하고 축제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이를 흉내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 핼러윈데이를 틈타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수백만 원짜리 상품도 판다. 하지만 이날 서양을 흉내 내기보다는 나라와 겨레를 위해 살고 싸우다 돌아가신 열사ㆍ의사 같은 애국자들을 기리는 날로 삼아야 할 일이다. 그분들이 계셨고 잘 싸웠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임을 문화인인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아니 된다. ▲ 서양축제 핼러윈데이를 그냥 흉내 내지 말고 우리는 독립지사를 기리는 날로 해야만 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우리문화신문=마완근 기자] 강 건너간 노래 이육사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 밤 앞내강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르던 노래는 강 건너갔소. 강 건너 하늘 끝에 사막도 닿은 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아서 갔소 못 잊을 계집애나 집조차 없다기에 가기는 갔지만 어린 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불에 떨어져 타 죽겠죠 사막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 먹은 별들이 조상오는 밤 밤은 옛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가락 여기 두고 또 한 가락 어데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 건너갔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잡힐손[뜻]어떤(무슨) 일에든 쓸모가 있는 솜씨(재간)[보기월] 누구나 잡힐손 하나는 갖고 있다는 걸 믿고 그것을 찾는 데 마음을 썼으면 하는 바람 말입니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제가 있는 곳에는 오지 않았습니다. 시골집에 일이 하나 있는데 비가 오면 늦춰야 해서 안 왔으면 했는데 제 바람대로 되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리그물에 물어서 알게 된 분에게 일을 맡겼는데 누가 그러더군요. 처음 보는 사람인데 믿어도 되겠나? 다른 데 더 알아 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입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도 있더라구요. 저도 알음알음으로 일을 맡겼다가 속이 썩은 적이 있어서 꼭 아는 사람한테 일을 맡겨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서로 서로 믿고 일을 맡기고 또 믿는 만큼 제대로 일을 해 주고 삯을 받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아버지께서 그 분 일해 놓은 것을 보시고 난 뒤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믿고 맡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한대로 일을 보기 좋게 깔끔하게 하고 있더라시며 마뜩하신 듯이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가서 지켜 볼 수도 없지만 지켜 본다고 제대로 하고 안 본다고 얼렁뚱땅 해서는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