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안갚음 [뜻] 2)아들이나 딸이 자라서 어버이를 받들어 모시거나 섬김[보기월] 그 아이들도 안갚음을 할 나이가 되면 어른 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제 아침에 수레에 타서 앉을 때 엉덩이가 차갑다는 느낌에 살짝 놀랐습니다. 옷은 여름 옷을 안 입은 지가 몇 날 되었는데 아직도 수레에는 여름 자리가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수레 힘틀(엔진)도 밤새 쌀쌀했다는 걸 말을 해 주는 듯 붉은 불꽃을 켜 보여 주었습니다. 그제까지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어제는 엿날(토요일)에 하기로 되어 있는 배움 솜씨 자랑(학예회) 채비가 잘 되었는지 미리 챙겨 해 보는 날이었습니다. 저마다 맡은 일을 챙기고 도와 큰 어려움 없이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들 언제 저런 솜씨들을 갈고 닦았는지 놀랄 만큼 잘했습니다. 아이들의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미처 알지 못했던 갈침이들의 솜씨에 더 놀랐습니다.다만 다들 그렇게 모여서 그동안 갈고 닦은 것을 여러 사람 앞에서 해 보고 모자란 것을 찾아 보태려는 자리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뛰어다니면서 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낮배해(저학년) 배움이들보다 높배해(고학년) 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살소매 [뜻] 옷소매와 팔 사이의 빈 곳[보기월] 살소매를 파고 드는 바람이 차가워서 팔짱을 끼고 걸었습니다.어제 아침 눈을 떴는데 여느 날보다 어두웠습니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비가 오나 싶어 내다 보니 아직 오지는 않았습니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설 무렵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아무래도 길에 수레가 더 많습니다. 배곳까지 가는 데도 때새가 더 많이 걸리지요. 무엇보다 앞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마음을 많이 쓰면서 수레를 몰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절로 천천히 가게 되고 그렇습니다.그제 옷을 좀 얇게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좀 두꺼운 옷을 입고 나섰습니다. 아무래도 아침이고 비가 오기 때문에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옷이 한결 두꺼워져 있었고 춥다면서 문을 자꾸 닫았습니다. 그렇게 문을 닫아 놓고 뛰고 장난을 쳐서 먼지를 일으키면 저는 또 문을 열고 그러면 아이들은 닫기를 되풀이했지요.낮밥을 먹을 무렵 비가 그치면서 해가 나오자 윗도리가 좀 거북했습니다. 윗도리를 벗어 놓고 문을 열어 놓으니 바람이 불어서 서늘해서 바로 닫았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허수하다[뜻]1)마음이 허전하고 서운하다[보기월]요즘 안친 일들이 많아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데 이리 허수한 건 왜일까요? 어제 제가 입고 간 옷이 날씨에 어울리지 않았나 봅니다. 아침부터 옷을 왜 그렇게 얇게 입고 왔느냐고 묻는 분이 있었는데, 날이 저물 무렵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습니다. 아침에는 좀 서늘하다 싶어도 낮에는 입고 간 옷을 다 입고 있으면 끈끈하게 땀이 나니 저 나름대로 맞춰 입고 간 것인데 말이지요. 그런데 해가 지고 나니 썰렁한 게 옷이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좀 따뜻하게 입고 왔습니다. 비가 온다고 했고 비가 그치면 더 쌀쌀해 질 거라고 했거든요.땀이 많아 여름도 그렇고 추위도 많이 타는 저는 봄, 가을이 좀 길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어디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제 하는 일은 잘했다는 사람들이 많지 못했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일 잘한다고 추는 사람은 드물고 어깃장 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일도 그렇고 멀리서 들려오는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친 일들이 많아 옆을 돌아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푸념[뜻] 마음속에 품은 못마땅한 것(마음에 들지 않은 것)을 늘어놓음. 또는 그런 말[보기월] 푸념을 한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니 널리 알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걸 말입니다.지난 닷날은 달마다 모이는 높배곳(고등학교) 동무들 모임에 나갔습니다. 다들 살기 바쁜 가운데 달마다 모임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그래도 그리 만나서 밥을 같이 먹고 사는 이야기도 주받고 도움을 주받기도 하지요.지난 모임에서 제가 말을 꺼내 놓기만 하고 말았기 때문에 말할 채비를 해서 갔습니다. 여러 해를 만나도 저는 이야기를 듣는 쪽이지 말을 하는 쪽이 아니었거든요. 여느 때보다 많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온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듣고 좋게 말을 해 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무엇보다 도움이 될 길을 찾아보자고 하고 바로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만나게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더 좋았을 거란 이야기를 듣고 힘도 났지만 좀 더 넓게 보고 생각하지 못 했던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배곳 안에서 이래저래 터울거린 지 스무 해가 다 되어 가는데 선뜻 함께하자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에 안타까워하고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계화(桂花) 이 철만의 네 몸내니 올밤은 빠져보자 보름달은 다 갔건만 남은 밝음 안고 싶네 이 밤은 줄곧 노녀서 푸른 나이 돋궈볼까 * 계화 : 계수나무 꽃 * 푸른 나이 : 청춘 우리는 어렸을 때 윤극영 작사ㆍ작곡의 반달이란 동요를 부르며 자랐는데 여기 가사를 보면 푸른 하늘 은하수에 하얀 쪽배(반달)가 지나는데 쪽배에는 계수나무와 토끼가 있다고 했다. 바로 그 계수나무에 피는 계화는 향이 아주 좋아서 중국에서는 이 계화로 빚은 계화진주(桂花陳酒)가 명주로 알려졌고, 양귀비가 즐겨 마셨다고 한다. 지금은 바로 이 노란 계화가 피는 철이다. 그런데 계화진주를 마시면 혹 회춘이 되는 것일까? ▲ 꽃이 향기로운 계수나무 꽃(계화), 중국여행 - 계림 블로그 제공 ▲ 계화로 빚었다는, 양귀비가 즐겨 마셨다는 중국의 명주 계화진주(桂花陳酒)
[우리문화신문=마완근 기자] 주난흥여(酒暖興餘) 이육사 酒氣詩精兩樣蘭 술기운과 시정(詩情)은 다 한창인데 斗牛初轉月盛欗 북두성 지긋하고 달도 난간에 가득하다 天涯萬里知音在 하늘 끝 만리 친구는 멀고 老石晴霞使我寒 이끼 낀 돌 맑은 이내 마음이 시려온다 (김용직 옮김)
[우리문화신문=채바다 삼별초뱃길탐험대장] 제주의 삼별초 유적지들은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제주도 전 지역이 삼별초 유적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잘 알려진 항파두리성을 비롯하여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환해장성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회에 소개한 화북의 송담천과 동제원도 빼 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역사의 현장과 유적들이 많이 훼손되어 살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의 현장처럼 소중한 유산은 없다. 또한 제주의 크고 작은 항포구들은 삼별초뿐만 아니라 역사시대 수많은 해양 세력들이 이용했던 중요한 관문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옛 포구도 산업화에 밀려 옛 정취를 찾아보기에는 너무도 아쉬움들이 많다. 이러한 포구 유적들은 제주인의 삶 속에서 애환들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여기서 기록에 나타난 중요한 포구들을 열거 하면 화북포 조천포, 함덕포, 성산포, 조공포, 애월포, 명월포 군항포 등을 들 수 있다. 화북포(禾北浦) ▲ 삼별초 뱃길탐험을 위해 화북포를 출항한다. 제주시 화북동의 화북포는 별도 북쪽에 있는 포구로 베린냇개 또는 별도포라고 불렀다. 포구와 인접한 곳에는 화북진성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대에 뭍(육지)과 뱃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틀수하다[뜻] 됨됨이가 너그럽고 차분하다[보기월] 하지만 누구나 틀수한 사람을 더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배곳 둘레에 있는 벚나무 잎이 불이 붙은 듯이 빨갛게 되더니 바로 떨어져서 바닥에 뒹굴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잎이 얼마 없네요. 은행잎도 노란 빛깔을 더해가고 있구요. 여러분들이 나라 곳곳에서 찍어 보여 주시는 꼬까잎에는 견주지 못하지만 오가는 길에서 보는 고까잎도 예쁘답니다.들어주자 들어주자는 마음으로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들어 보면 도와 줄 게 많다는 걸 바로 알게 됩니다. 하지만 뭔가 모르게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제자리를 돌고 있는 우리를 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되었다고 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여기는 일들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데 그걸 바로잡을 힘과 슬기가 모자라 가슴을 치게 됩니다.아직도 서로 믿지 못하는 마음과 바뀜을 싫어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을 같이 하면서도, 굳게 자리한 익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낯설어 하고 어려워합니다. 아이들끼리는 서로 좋궂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아직 서로를 먼저 생각해 주는 마음이 모자라서 그렇습니다. 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치레[뜻] 2)무슨 일에 실속보다 더 꾸미어 드러냄[보기월] 치레로 하는 말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온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 날씨 탓으로 돌리기에 맞지 않는 궂은 기별들이 잇달아 들립니다. 제가 아는 분이, 그리고 제 동무 언니가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받았습니다. 한 분은 따르는 사람들도 많고 잡을손이 빼어나 다른 사람들한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으시는 분입니다. 마뜩잖은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가셨습니다.동무 언니도 혼자 살면서 이것저것 끝임없이 배우려는 품과 늘 웃으며 밝은 얼굴로 사는 모습이 좋아서 아는 사람들이 짝을 찾아 주고 싶어하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 배우러 가서 잠을 자다가 못 일어났다고 합니다. 두 분 다 갑작죽음이나 마찬가지여서 남은 사람들의 슬픔이 더 클 것입니다.맏아들을 잃은 동무 어머니는 또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생각하니 제 마음도 아팠습니다. 동무도 여러 날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많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어버지를 여의고 아버지 같이 든든한 버팀목인 큰언니를 잃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좋은 일로 만났더라면 웃으며 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잡을손[뜻] 일을 다잡아 해내는 솜씨[보기월] 밖에서 잡을손이 매섭다거나 너울가지가 좋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 가을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도 자리몸소배움을 다녀 온 아이들이 있었는데 참 좋았다고 했습니다. 어제 배곳 오는 길에 예순 다섯 해만에 헤어졌던 남편,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헤어진 아버지를 만나는 할머니와 아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만나는 분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이시라고 하더라구요. 그 아드님이 마지막으로 바람을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만났다 헤어진 뒤 편지라도 주고 받아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기별은 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이는데 저도 코끝이 찡해지더군요.두 차례 만나고 나면 살아서 또 볼 수 있을지도 모른 채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아픔이 없다면 그 좋은 꼬까잎들 속에서 만나는 기쁨이 더 클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는 기쁨에 눈물만 주루룩 흘리는 모습이 그 분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 주었습니다.늘 곁에 있으니 그 있음의 값어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