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퉁구리[뜻] 어느 만큼의 크기로 묶거나 사리어 감거나 싼 덩어리[보기월] 그렇게 갈고 닦는 데 들인 때새를 모아 묶을 수 있다면 몇 퉁구리가 될지 모릅니다. 건들장마가 깨끗하게 가셔 준 파란 하늘을 보고 많은 분들이 기분이 좋다는 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바람까지 건들건들 불어서 시원했습니다. 이른 아침 바람을 쐰 사람들은 소매 긴 옷을 입고 나선 걸 봤습니다. 저는 아직은 짧은 옷이 시원하고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도 내가 하면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남들이 먹어 보고 맛있다는 맛집에 갔는데 그리 맛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들과 나누는 것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좋다고 날마다 올리는 글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올려 놓은 것들 가운데 제게 쓸모 있다고 느껴지는 게 많지 않습니다.어쩌다 좋아 보여서 아이들과 나눠 보면 올린 분이 말한 것처럼 그리 잘 되지 않아서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많은 분들에게 좋다는 말을 듣는 감을 만들어 올리는 분들은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일을 마치고 밤에 함께 일하는 아우가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추스르다 [뜻] 1)몸을 가누어 움직이다[보기월] 어제 아버지께서는 이레만에 몸을 추스르시고 혼자 걸으셨습니다. 구름에 가렸다 나오는 해처럼 삶이 참 많이 닮았습니다. 기분처럼 몸도 좋았다가 나빠지기도 하고 나빴다가 좋아지기도 합니다. 지난 이레 밝날 덧낫집에 들어오신 아버지께서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신다는 걸 눈으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엿새 동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걸음을 걸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아파하셨지요. 어제 아버지께서는 이레만에 몸을 추르스시고 혼자 걸으셨습니다. 첫 걸음마를 하는 아기를 본 듯이 둘레에서 보던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해 주었습니다.그동안 다들 힘이 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못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들은 뒤 많이 반가워 했습니다. 사는 곳이 가까우면 좀 더 나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여느 사람 같으면 나가야 할 만큼 좋아지셨지만 아직 마음대로 걸음을 떼지 못하셔서 몇 날 더 있기로 했습니다.그 바람에 저도 집에서 잠을 잘 수가 있었습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자 보면 집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됩니다. 마치 나라 밖에 가 보고서 나라 안에 사는 게 얼마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잔재비 [뜻] 1)자질구레한 일을 아주 잘하는 손재주[보기월] 제가 잔재비가 있었더라면 좀 나았을 테지만 그런 탓을 한들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건들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가 오다가 그치고 반짝 해가 나왔다가 들어가고 그러기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소나기처럼 쏟아지기도 해서 슈룹(우산)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비를 맞고 가기도 하고 비그이를 하느라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도 자주 봅니다.이레끝 쉴 겨를도 없이 일이 있었습니다. 엿날에는 배움자리에 가서 반가운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쉬거나 놀러 가는 이레끝에 배움에 뜻을 두고 모인 분들을 뵐 때마다 우러러보입니다. 그렇게 얻게 될 열매를 가지고 또 다른 일을 짜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지멸있게 사는 걸 보면 느끼는 게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집안마다 한가위를 앞두고 풀베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 이레끝에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우리 집안은 어제 모여서 했습니다. 엿날 저녁 때부터 내린 비가 새벽까지 쉬지 않고 내려서 걱정을 좀 했습니다. 아무래도 비가
[한국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가을 벼 누렁 빛이 눈에 들고 가을 내음 지니면 하나된 믿나라를 꿈꾸고 바라며 북녘과 한 햅쌀 먹고 골 해 살 꿈을 꾼다 ▲ 누렁 빛이 눈에 들면 북녘과 한 햅쌀 먹을 꿈을 꾼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한국문화신문=채바다 삼별초뱃길탐험대장]원종 12년(1271) 삼별초가 진도에 상륙하여 본격적인 왕국을 건설하기 전부터 탐라의 거점 확보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고려 관군과 삼별초 별동군 사이에 벌어진 동제원을 중심으로 한 송담천 전투가 잘 말해 주고 있다. 고려 관군도 삼별초의 기습 상륙에 대한 사전 정보들을 미리 알고 있어서 그 공방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삼별초가 진도에서 패배하기 전에 선발대의 제주 상륙은 이들의 해양력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신속성이다. 삼별초는 동서 남해안 섬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에서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상대의 허를 찔러서 거점을 선점 하는 것은 어느 전쟁에서도 만나는 상황들이다. 관군과 삼별초의 관건은 진지 구축에 있었다. 두 세력이 물러 설수 없는 방어 수단이다. 삼별초와 환해장성(環海長城) 환해장성은 말 그대로 해안선을 따라서 섬을 길게 두른 긴 성이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정부가 삼별초의 상륙을 막기 위해서 주민들을 동원하여 1270년 9월부터 쌓은 것으로 되어 있다. 성의 길이가 120여 킬로미터로써 제주도 전체 해안선, 절반에 가깝다. 해안 절벽을 제외하고 배가 닿기 쉬운 곳이라면 장성을 쌓은 것이다. 제주의
[한국문화신문=이규봉 교수] 눈을 뜨니 6시이다. 창문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아침밥은 7시부터 먹을 수 있어 그전에 산책에 나섰다. 길을 따라 걸으니 바로 가까이에 바다가 있다. 개천을 따라 올라간다. 얼마나 개천이 깨끗한지! 물고기가 왔다 갔다 한다. 그 이른 아침임에도 골목에는 쓰레기 하나 없다. 생각해 보니 어제부터 지금까지 길가에서 쓰레기를 본 적이 없다. 많지 않은 인구지만 주민과 관이 합심하면 이렇게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만일 대마도가 우리나라 영토였다면 이렇게 깨끗한 환경을 보존했을까? ▲ 도심을 흐르는 개천. 참 깨끗하다. 몸집이 자그마한 할머니가 오토바이로 신문을 배달한다. 한 집에 신문을 넣고 마침 나와 있는 구독자와 정답게 담소를 나누는 것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개천을 따라 좀 올라가니 어제 저녁을 먹었던 식당이 나온다. 음식 값도 우리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았지만 그 깔끔함은 또 한 번 오게 만든다. 한국에서 그 비싼 아사히 맥주를 이곳 값으로 마실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시내가 넓지 않아 30분 정도에 거의 다 돌았다. 어제 어두워서 보지 못했지만 쇼핑센터를 포함한 유적들도 숙소에서 1~2십분 거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산말 [뜻] 살아있는 말, 실감나도록 알맞게 나타낸 말을 이른다.[보기월] 알게 모르게 잊혀져 버린 토박이말이 우리 아이들한테는 산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불어오는 건들바람을 맞으면서도 건들바람이라 하지 못하고, 건들장마를 겪으면서도 그리 부르지 못하게 된 우리들입니다.코스모스'는 알지만 살사리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누구 탓을 할 수도 없고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내가 아니 나부터 나서지 않으면 달라질 수가 없으니까요. 내가 가진 것을 내 놓고 내가 이루고 얻은 것을 내어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가지고 얻기까지 들인 땀과 때새는 쉽게 잊어버리는가 봅니다. 나와 같지 않은 아이들인데 그런 아이들을 돕겠다면서도 다 나와 같은 줄로만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은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아이와 어른들이 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요. 하루하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바빠서 앞을 내다 볼, 아이들을 생각해 줄 겨를이 없는 어른들입니다. 모든 것을 돈벌이와 이어서 생각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그게 다 아이들을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해죽거리다 [뜻] 마음에 들어서 또는 마음에 드는 듯이 귀엽게 살짝 자꾸 웃다.=해죽대다[보기월]그 렇게 늘 해죽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살면 참 좋겠습니다. 어제 해는 나지 않았지만 낮에는 좀 더웠습니다. 찬바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참았습니다. 바람틀을 돌려 놓고 아이들을 달래야 했구요.배움쉼 동안 시집(?)을 보냈던 꽃동이(화분)을 찾아 가라는 기별을 받고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이름을 적어 붙여 놓았었기 때문에 얼른 찾을 거라고 생각하고 갔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못 찾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겨우 하나를 찾았지만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이들끼리 와서 이름을 보지 않고 그냥 가져갔지 싶었습니다. 얻어서 키운 것도 있지만, 제가 산 것도 있고 그 동안 제 손길이 많이 간 것들이라 많이 아쉬웠습니다. 얼른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새배때(신학기)가 되면 자리를 바꾸기로 아이들과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한 뜸(반)씩 새로 모둠을 만들고 있답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사람 마음에 들도록 모둠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퍼더버리다 [뜻] 힘을 빼고 죽 뻗어 아무렇게나 기대어 앉거나 눕다.[보기월]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퍼더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잠을 푹 자야 튼튼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는 기별을 봤습니다. 어른들 옛말씀이 하나 그르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고수련 하느라 덧낫집 나즈막한 판 위에서 사흘 잠을 잤는데 몸이 말을 합니다. 잠이 모자라다고 말입니다. 어제도 거기서 잠을 자고 왔는데 아침부터 하품이 쉬지 않고 나왔습니다. 토박이말 맛보기 글을 써 올리고 나니 나른하기까지 해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이 올 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눈이 자꾸 감겼습니다.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퍼더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곧 와서 인사를 하다보니 잠은 절로 깨더라구요. 배움열기 첫날이라 그런지 아이들 가운데 첫 때새부터 하품을 해 대는 걸 보며 저도 그런 아이들과 다름없다 싶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참일 어제까지만 해도 아직 잠을 자고 있었을 아이들이 많았을 테니 말입니다. 늘 글을 올리는 곳에서 기별이 온 것도
[한국문화신문=이규봉 교수] 시마토쿠 화폐를 구입하고 근처 가맹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결코 비싸지 않은 값이었다. 1시 경 히타카츠를 떠나 동쪽에 있는 39번 지방도를 탔다. 도로 양쪽에는 높은 삼나무가 곧고 길게 솟아 있어 햇빛을 막아주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자전거로 달리는 우리에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 길 양쪽에 키 큰 삼나무가 빼곡하다 섬 거의가 산악지대인지라 언덕이 자주 나왔다. 하지만 별로 높지 않아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타며 자전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길은 왕복 2차선으로 좀 좁아 보였으나 다니는 차가 별로 없어 자전거 타기에는 아주 좋았다. 터널이 자주 나왔으나 대체로 입구에서 출구가 보일 정도로 짧았고 터널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조선통신사 이예 조선인 포로를 데려오다 히타카츠에서 45킬로미터 정도 가니 사카(佐賀)라는 마을이 보였다. 이 마을은 1408년부터 78년간 대마도 영주인 소오씨(宗氏)가 살았던 곳이다. 마을 안 길가에 엔츠지(円通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절 옆에는 무덤을 뜻하는 비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소오씨 일가의 묘로 소오씨는 오랫동안 대마도를 지배한 집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