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삐대다 [뜻] 한 군데 오래 눌러붙어서 끈덕지게 굴다.[보기월]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만삐댈것 같아서 번개처럼 나들이를 했던 것이지요. 쉬는 날이 여러 날 이어졌습니다. 한날(월요일)이 징검다리 쉬는 날이라서 어제까지 많은 배곳이 쉬었을 것입니다. 어떤 곳은 아흐레 동안 쉬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배움자리가 하나 있어서 멀리 나들이를 갔다오지는 못 했지요. 그래도 닷날 시골집에 다녀와서 엿날 갈모임(학회)까지 다녀 온 뒤에 모임에 가서 비가 오긴 했지만 바다 구경을 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왔습니다.그제 배움자리를 가면서 나머지 식구들을 집에 두고 가는 것이 아주 마음에 걸렸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선물 삼아 배움자리를 좀 일찍 마치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미리 귀뜸을 해 주긴 했는데 돌아 와 보니 채비가 다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얼른 챙겨서 멀지 않은 곳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만삐댈것 같아서 번개처럼 나들이를 했던 것이지요. 가 봤던 곳이었지만 꼼꼼하게 알아보고 나오지 않은 탓에 이리저리 다니느라 길 위에서 보낸 때새가 많아 아쉽긴 했습니다. 그것까지 잘했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어린이 날 먼 앞날서 잘 키워달라 건네 준 어린이들 그들을 앓이 없이 맑고 곱게 가르치면 겨레의 얼넋 누리가 으뜸가는 울 믿나라 * 얼넋 누리 : 문화 * 울 믿나라 : 우리 조국, 겨레 모국 * 앓이 : 질병 ▲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왼쪽), 방정환이 테어난 곳 표지석(종로구 당주동)
[한국문화신문 = 미완근 기자] 아미(娥眉) - 구름의 백작 부인 이육사 향수에 철나면 눈썹이 기나니요 바다랑 바람이랑 그 사이 태어났고 나라마다 어진 풍속 자랐겠죠 짓푸른 깁장을 나면서 그 몸매 하이얀 깃옷은 휘둘러 눈부시고 정녕 왈츠라도 추실란가 봐요 햇살같이 펼쳐진 부채는 감춰도 도톰한 손결 교소를 거루어서 공주의 홀보다 깨끗이 떨리요 언제나 모듬에 지쳐서 돌아오면 꽃다발 향기조차 기억만 새로워라 찬젓때 소리에다 웃끈을 흘려보내고 촛불처럼 타오르는 가슴속 사념은 진정 누구를 아끼시는 속죄라오 발아래 가득히 황혼이 내려치오 달빛은 서늘한 원주 아래 듭시면 장미 쩌이고 장미 쩌흩으시고 아련히 가시는 곳 그 어딘가 보이오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한갓 [뜻] 기껏해 봐야(다른 것 없이) 겨우[보기월] 토박이말의 힘과 종요로움을 잘 모르면 한갓 잘 안 쓰는 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배곳돌날(게교기념일) 어울림 한마당 잔치 채비를 했습니다. 앞서 미리 해 보면서 모자란 것, 걸리는 것들이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아침나절에는 구름이 해를 가려서 어려움 없이 잘 했는데 낮밥을 먹고 나니 해가 쨍쨍 나니 햇볕도 뜨겁고 눈이 많이 부셨습니다. 오늘은 그늘을 만들어 줄 천막을 치긴 하지만 아이들이 더위에 좀 많이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하지만 어버이 앞에서 솜씨를 자랑하고 겨루는 것이니 잘 참아 줄 거라 믿습니다. 배곳 안 토박이말 갈침이 동아리를 낫날(목요일)마다 하고 있습니다. 배움가지(교과) 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이 알아차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토박이말을 알려주고 좀 더 쉽게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와 와서 토박이말을 알려드린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만난 말이 얼마나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지는 잘 압니다. 하지만 낯설고 어렵다고 멀리할 수만은 없는 것 또한 참일(사실)입니다. 토박이말의 힘과 종요로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일하다와 짝을 이루는 놀다는 일제의 침략을 만나서 갑자기 서러운 푸대접을 받았다. 저들은 우리네 피를 남김없이 빨아먹으려고 부지런히 일하기[근로]만을 값진 삶의 길이라 외치며 노는 것을 삶에서 몰아냈다. 일제를 몰아내고 분단과 전쟁과 산업화로 이어진 세월에서는 목숨 지키는 일조차 버거워서 놀다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놀다는 일하다를 돕고 북돋우고 들어올리는 노릇이고, 일하다에 짓눌린 사람을 풀어 주고 살려 주고 끌어올려 주는 노릇이며, 일하다로서는 닿을 수 없는 저 너머 다함없는 세상으로 사람의 마음을 데려다주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네 삶에서 밀려난 놀다를 다시 불러들여 제대로 가꾸는 일에 슬기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놀다는 네 가지 이름씨 낱말로 우리네 삶 안에 살아 있다. 움직씨 놀다에 가까운 것에서부터 놀기, 놀이, 놀음, 노름이 그것들이다. 그러니까 움직씨 놀다가 놀기라는 이름씨로 탈바꿈하여 벌어져 나오면, 놀이를 거치고 놀음에 닿았다가 마침내 노름까지 가지를 치며 나아가는 것이다. 놀기는 놀다를 이름씨로 바꾸어 놓았으나 제 몫은 여전히 놀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놀이에 이르면 일의 고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파니 [뜻] 아무 하는 일 없이 노는 모양[보기월] 마음이야파니놀고 싶겠지만 놀기만 해서는 사는 보람을 얻기 어려운 것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앞낮에는 쉬지 않고 비가 내리더니 낮밥을 먹고 나니 비가 긋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다시 온 비는 새벽이 되어서야 멈췄습니다. 어제 겪고배움(체험학습)을 떠났던 아이들이 걱정할 일 없이 잘 다녀오는 걸 보고 마음을 놓았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배곳을 떠나 바닷가, 두메로 배우러 갔기 때문에 안에서는 잘 다녀오는 걸 바라는 것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더 즐거웠을 텐데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아이들의 밝은 얼굴을 보니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오늘배곳돌날(개교기념일),올제 어울림 한마당(운동회), 이레끝부터 잇쉼(연휴)이 있어서 아이들 기분은 날아갈 듯 가벼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배움 때새에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자주 하게 됩니다. 놀고 싶은 아이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좀 생각을 하며 지냈으면 싶을 때가 많습니다. 마음이야파니놀고 싶겠지만 놀기만 해서는 사는 보람을 얻기
[한국문화신문 = 허홍구 시인]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은 게릴라 출신의 호세 무히카 우르과이 대통령이었다. 15년 동안의 감옥 생활이 자신의 내면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고 월급의90%를 기부하고 대통령관저 대신 자신의 농장에서 지냈다 그가 타고 다닌 1987년에 생산한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는 그의 검소함의 상징이었으며 우르과이 국민들의 자부심이 됐다 그는 늘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입던 평범한 옷만 바꿔가며 입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지만 철학자 대통령이라 불렸다 국민들과는 스스럼없이 어울렸으며 우쭐하지 않은 보통사람이었다. 퇴임은 떠남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라 했다. 가장 이상적인 정치인은 국민과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이라 했다. 삶에는 가격표가 없다고 말했고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었지만 맘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고 했으니 어찌존경 하지 않을 수 있으랴 ------------------------------------------------- *2015년 3월에 퇴임한 79세의 우르과이 대통령 bbc 방송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으로 소개했다 ▲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Jos Alberto Mujica Cordano) 호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타분하다 [뜻] 1)입맛이 개운하지 않다.[보기월] 먹던 걸 버릴 수가 없어서 다 먹고 나니 많이타분했는데계피꿀물을 한 그릇 먹고 나니 한결 나아졌습니다. 흐리다 비, 다시 그쳤다가 비. 밤이 되어서야 비가 그치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많이 옵니다. 어제 아침에 비가 올 거라는 기별을 듣고 수레에 있던 비받이를 가져갔었습니다. 그런데 낮에 살짝 해가 나기도 하고 소나기처럼 비를 뿌리고 가기에서 비가 다 온 줄 알고 수레에 두고 배움 자리에 갔는데 밥을 먹을 무렵 다시 비가 많이 왔습니다. 날씨에 맞춰 일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제 토박이말 가르치는 힘 기르기 갈닦음(연수) 자리에는 온 다고 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와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배움자리를 모든 분들께 열어서 알려 드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토박이말 가르치기에 마음을 쓰시는 분들이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으뜸빛 김수업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듣다가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론 아~하며 놀라기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심낙섭 교육지원과장님께서 저녁으로 비빔밥을 사 주셔서 고마운 마음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켜 [뜻] 겹겹이 포개진 몬(물건)의 낱낱=층[보기] 일이 눈에 보인다면 제 일도 여려켜로 쌓여서 수북할 것입니다. 어제 아침에 입고 간 윗도리는 낮밥을 먹고 나니 벗어야겠더군요. 한낮 수레 안은 찜통 같이 더웠습니다. 찬바람을 틀지 않고 가려니 땀이 줄줄 흘러 내렸습니다. 저 말고도 짧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꼼짝하면 땀이 흐르는 걸 보면서 제 몸도 마음도 여름에 맞춰 바뀌는가 보다 생각하며 지내야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구름이 해를 가려서 땀은 안 흘려도 되지 싶습니다. 배움자리에 가는 길에도 여러 곳에서 일 때문에 기별이 오고 배움자리에 있을 때도 여기저기서 기별이 왔습니다. 받을 수가 없어서 뒤에 보니 다 제가 해야 하는 일 때문에 온 것이었습니다. 어렵게 말을 꺼내셨는데 선뜻 한다는 말씀을 못 드리고 더 잘할 수 있는 분을 찾아 봐 주십사는 말씀을 드리는 것으로 갈음하기도 했습니다. 일이 눈에 보인다면 제 일도 아마 여러켜로 쌓여서 수북할 것입니다. 그 일들이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어떨까 생각해 보니 아찔해졌습니다. 그리고 함께 어울려 할 수 있으면 더 즐겁게 더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모란꽃 난거지 든거지 어느쪽이 좋을까 모란꽃 피어나면 든거지 기뻐하나 시들면 구린 내음을 알아서 자랑할까 난거지란 말이 있다. 바르게는 난거지 든 부자인데 겉보기에는 거지꼴로 가난하여 보이나 실상은 집안 살림이 넉넉하여 부자인 사람을 말한다. 반대로 든거지난부자란 말은 사실은 가난하면서도 겉으로는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겉보다 속이 더 소중하다는 뜻이겠다. 우리 한국은 세계에서도 꼽힐 만큼 부자나라는 되었으나 실속은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백범스승님께서 가르치신 문화나라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곧 난거지든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모란꽃도 나쁘지 않으나 개나리, 진달래, 호박꽃 같은 꽃들이 얼마나 소박하고 알맹이있는 훌륭한 꽃인지를 깨달아야만 한다. ▲ 모란도(비단에 색, 각 폭 145.0 58.0cm, 국립중앙박물관) ▲ 약산의 진달래꽃 (그림 운곡 강장원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