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허홍구 시인] 그대 자유로 가라 (성완종 회장의 자살을 보고) 죽은 생명도 싱싱하게 살아온다는 이 봄 날 저만 혼자 떠나야 하는 그 아픈 사연이 무엇인가 목숨을 함부로 한 죄 값은 내 따질 일이 아니나 부디 이승에서 그대를 옭아맨 그 끄나풀을 풀고 가시라 봄날의 이 따사로운 햇살처럼 가시라 ▲ 봄은 아직인데 벌써 꽃이 지는가?(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죽은 생명도 싱싱하게 돌아오는 이 봄날에 이 무슨 일입니까? 국회의원도 했고 큰 기업의 회장에 돈도 많을 텐데 도대체 왜 왜 입니까? 신문을 보니 지역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돈을 쓸 줄도 알고 어려운 고비를 넘어 그만큼 일어서기까지는 남모를 눈물도 흘렸을 것인데- 도대체 그 까닭이 뭡니까?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기에 목숨을 버렸나요? 쪽지 한 장 달랑 남기고 사랑하는 가족마저 버리고 홀로 그렇게 하셨는지요? 어쩌면 좋습니까? 당신은 이미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가셨고 그대가 거명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1원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리고 밝히지 못한다하여도 국민들은 속으로 짐작을 합니다. 그래, 그래 저 사람이 오죽 억울했으면 이 봄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초가 - 이육사 구겨진 하늘은 묵은 얘기책을 편 듯 돌담울이 고성같이 둘러싼 산기슭 박쥐 나래 밑에 황혼이 묻혀오면 초가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지고 고향을 그린 묵화 한 폭 좀이 쳐. 띄엄 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앞발에 보리밭에 말매나물 캐러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소리에 반해 빈 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레짠 두 뺨 우에 모매꽃이 피었고. 그네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더니 앞내강에 씨레나무 밀려나리면 젊은이는 젊은이와 뗏목을 타고 돈벌러 항구로 흘러간 몇달에 서릿발 잎져도 못 오면 바림이 분다. 피로 가꾼 이삭에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 놈이 북극을 꿈꾸는데 늙은이는 늙은이와 싸우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에 끼는 한겨울 밤은 동리의 말고자인 강물조차 얼붙는다.
[한국문화신문 =김수업 명예교수] 기쁘다와 즐겁다는 누구나 자주 쓰지만 뜻을 가리지 못하고 마구 헷갈리는 낱말이다. 기쁘다 : 마음에 즐거운 느낌이 나다. 즐겁다 :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믓하고 기쁘다. 《표준국어대사전》 국어사전에서 기쁘다를 즐겁다 하고, 즐겁다를 기쁘다 하니 사람들이 어찌 헷갈리지 않을 것인가!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아 읽는 어느 책에서는 즐겁다를 느낌이 오래가는 것이라 하고, 기쁘다를 느낌이 곧장 사라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러 가지 쓰임새를 더듬어 뜻을 가리려 했으나, 이 역시 속살에는 닿지 못한 풀이다. 기쁘다와 즐겁다는 서로 비슷한 구석도 있고, 서로 다른 구석도 있다. 서로 비슷한 구석은 무엇인가? 기쁘다와 즐겁다는 모두 느낌을 뜻하는 낱말이다. 기쁘다는 것도 느낌이고 즐겁다는 것도 느낌이다. 그냥 느낌일 뿐만 아니라 좋은 쪽의 느낌이라는 것에서 더욱 비슷하다. 마음이 좋고, 기분이 좋고, 몸까지도 좋다는 느낌으로서 기쁘다와 즐겁다는 한결같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구석은 무엇인가? 기쁘다와 즐겁다는 느낌이 빚어지는 뿌리에서 다르다. 좋다는 느낌이 마음 깊은 데서 몸으로 밀고 나오면 기쁘고, 좋다는 느낌이 몸에서 마음으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빕더서다 [뜻] 1)다짐(약속)을 어기고 돌아서다.[보기월] 일부러빕더서는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걸립니다.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던 봄을 오늘은 찾을 수 있으려니 봅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해는 구름 뒤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울마당을 하기에는 괜찮겠다 싶었는데 집에서 나설 무렵 환한 해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뒷낮에는 봄다운 봄을 만날 수 있겠습니다. 어제는 토박이말 놀배움 동아리 첫모임을 했습니다. 미리 모일 때를 알려 드리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이어져 못 해드린 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다들 바쁘신데도 겨를을 내어 자리를 함께해 주신 분들께 참으로 고맙습니다. 모임에서는 토박이말 이름을 짓는 데 슬기를 모았습니다. 이름으로 쓸만한 토박이말들을 살펴보면서 뜻이 좋거나 소리결이 좋은 말들 가운데 고르기로 했지요. 이름을 지은 분도 있고, 조금 더 좋은 이름을 생각해서 다음 모임에서 나누기로 했습니다. 모임 끝에는 제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토박이말 놀배움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어려운 갈말(학술용어)을 갈음할 수 있는 토박이말을 알려 주기도 하고 새로운 말을 만들기
[한국문화신문 = 손현목 작가] ▲ 이충원 작, 5267㎝, 은행나무 그러나 너는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너는 네가 누구에게서 배운 것을 알며 또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 (디모데 후서 3장 14~17) 작가 이충원의 말 성경의 디모데 후서 3장 14절~17절에 나오는 글이다. 기독교인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어지러운 현실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한 번쯤은 되새겨 볼 만한 글귀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들은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확신을 가지고 살겠지만,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나 신념이 없이 그저 눈치 보며 하루를 살아가기에 더욱 올바른 자기 신념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세상보다 더욱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쌔다 [뜻] 1)어떤 일에 마음이 끌리거나 있으면서도 겉으로 안 그런 체하다.[보기월] 비쌔는건지 아닌지는 잘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봄이 어디로 간 것일까요? 여기저기서 봄을 찾는 목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넣었던 겨울옷을 꺼내 입고 오는 사람도 있고 예쁜 봄옷을 입고 와서 덜덜 떨고 있는 사람도 봅니다. 아침에 눈이 온 것처럼 하얗게 땅을 덮은 벚꽃잎들이 앞서 지나가는 수레를 따라가며 날리 듯 달리는 걸 보면서 배곳으로 왔습니다. 열흘 넘기는 꽃이 없다는 말도 생각나고, 벌나비들과 제대로 어울려 보지도 못하고 비와 함께 찾아온 추위에 떨어져 버린 꽃잎들을 보면서 짧으나마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던 그 꽃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제는 하늘을 구름이 가린 탓도 있었지만 여느 날보다 더 쌀쌀한 날씨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두고 간 옷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걱정할 만큼 배곳 안은 더 썰렁했습니다. 창문을 열기가 싫었지만 꽃동이들에게 맑은 공기를 마시게 해 주려고 열었다가 얼른 닫았습니다. 맑은 공기와 따뜻함 가운데 따뜻함을 골랐지요. 오늘은 옅은 구름을 뚫고 해가 좀 보입니다. 어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발 [뜻] 살림을 하거나 일을 하는 데 드는 돈=비용[보기월] 더 넗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려면 토박이말 갈배움비발도 넉넉하게 있어야 할 것입니다.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제 글에서 제 속마음이 살짝 드러났었나 봅니다. 글을 읽고 걱정을 해 주시고 기운 나는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숨김없이 말해서 기운이 빠졌던 것은 아니고 왠지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었던 거라고 할까요? 참일 어제는 저한테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기쁨의 손뼉과 함께 말로 그림으로 선물을 보내 주신 분들이 많아서 더 기분 좋은 날이었지요.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반가운 손님(?)과 함께 낮밤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셔야 할 분이 곁에 안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마음껏 기뻐할 수가 없어서 아침부터 기분이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뒷낮에 진주교육지원청에서 마련한 토박이말 갈배움을 잘 해보려고 모인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과 생각들을 나눠 주셔서 앞으로 토박이말 갈배움이 더욱 넓게 퍼져갈 거라는 굳은 믿음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한국문화신문 = 지명순 교수] 어릴 적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에는 꼬리 아홉 개가 달린 구미호, 천년 묵은 이무기, 처녀귀신 따위가 꼭 등장한다. 그날 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화장실을 가는 것을 꾹 참고 자야할 정도로 무서웠지만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시간만 나면 할머니께 귀신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청나라의 명의 서영태(徐靈胎)가 본인이 진료한 경험을 기록한 책 《의화정화(醫話精華)》에도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이 화살나무를 약으로 써서 귀신 들린 병자를 고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용을 보면 주월량이라는 노인의 며느리가 새해가 되어 시아버지께 세배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성문 밖 뱀사당에 가서 향을 피우면 일 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뱀사당을 찾아갔다. 사당 앞에 가니 순식간에 뱀 남녀 귀신이 며느리의 몸에 들어갔다. 며느리는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미친 말을 하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귀신 들린 사수(邪祟, 제정신을 잃고 미친 사람처럼 되는 증세)가 들었다. 서영태에게 왕진을 부탁하여 지보단(빛깔이 붉고 광택이 나는 광석 곧 주사-朱砂가 주성분으로 되어 있는 약물)을 처방하였으나 환자가 약을 먹지 않으니 시어머니가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라리 [뜻] 많은 말을 해 가며 남에게 무엇을 바라는 일[보기월] 토박이말이 잘 되는 일이라면비라리를 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여러 곳에서 '봄장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오늘까지 오는 곳이 있을 거라고 하고 이틀 쉬었다가 또 비가 올 거라고 합니다. '가뭄'에 걱정이 많다고 했었는데 이제 그 말은 쏙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봄꽃들이 마음껏 뽐을 내지 못하고 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사람 마음이 잘 바뀐다고 하지만 제 한테 도움이 된다 싶으지 않은 일에는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는 말도 틀림없이 맞는 말이구요. 어제 오늘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고 제가 하는 일이 되어 가는 게 딱 그러니 절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토박이말을 생각하면서 토박이말이 잘 살게하려고 힘을 써 왔고 아직도 터울거리고 있습니다.토박이말이 잘 되는 일이라면비라리를 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보람으로 많은 열매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토박이말을 더 많은 사람들 삶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싶은데, 한 켜 더 높은 곳으로 옮겨 놓고 싶은데
[한국문화신문 = 이규봉 교수] 2:3과 삼분손익법 삼분손익법은 중국에서 들어온 음률 산정법으로 삼분손일(三分損一)과 삼분익일(三分益一)을 교대로 적용하여 12율(律)을 얻는 방법이다. 이는 중국의 고서인 관자와 율려신서 등, 그리고 조선 성종 때 펴낸 《악학궤범》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 때 12율을 소리 내는 12율관을 제정했다. ▲ 세종대왕 앞에서 편경을 연주하는 모습의 지음도,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제공 서양에서는 줄의 길이를 이용했으나 중국에서는 굵기가 일정한 대나무를 사용하여 음의 표준인 황종율관을 정하였다. 이 방법은 기본음 황종이 소리 나는 율관을 기준으로, 그 율관의 길이의 1/3을 빼거나(삼분손일) 또는 더하는(삼분익일) 과정을 되풀이 하여 나머지 11율을 얻는다. 과정 중에 율관의 길이가 기준 율관 길이의 반보다 작아지면 그 전 단계를 한 번 더 시행한다. 기본음을 삼분손일하면 그 길이가 2/3가 되고, 삼분익일하면 4/3이 되므로 삼분손일한 것에 대하여 삼분익일한 것은 그 길이가 두 배가 된다. 따라서 기본음을 삼분손일 한 음은 기본음을 삼분익일 한 음의 옥타브가 된다. 또는 2/3 = 1/2 x 4/3이므로 기본음의 옥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