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라싸를 떠나 시가체(Xigaze)로 간다. 가이드가 2대의 지프를 더 마련하여, 나는 얼른 그중의 한 지프를 찜했다. 차창 밖을 스쳐지나가는 주위의 산들은 약간의 풀만 있을 뿐 황량하기만 하다. 왜 이리 나무가 없을까? 나무가 없다... 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 차가 지나가고 있는 이곳은 보통 4,000m를 넘나드는 곳이니, 이보다 높은 저 보이는 산들은 이미 수목 성장한계선을 넘어선 곳이 아닌가? 길은 나무가 없는 황량한 산들 사이로 계곡을 따라 가다가, 계곡을 나와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흐르는 얄룽창포 강을 따라 가며 이따금 마을을 지나가기도 한다. ▲ 시가체 가는 길 ▲ 시가체 가는 길에 본 눈 덮인 산 그런데 이 황량한 길에 묘한 매력이 있다. 지금 나는 뭔가 을씨년스러운 어느 다른 행성을 달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가다보니 조금 더 웃자란 산들은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다. 4,000m 길을 달리면서 바라보는 하늘의 구름도 뭔가 다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 구름의 표정도 다양하다. 길을 달리다보면 지평선과 만나는 곳에 시꺼먼 구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비를 뿌리는데,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날짐승 흘레 봄이니 새 흘레 먼 나라서 제비 오고 얼음은 어디 가고 개나리는 긴 잠 자고 가는게 봄철이라니 오는 것은 여름일까 * 흘레 : 교미(交尾) 봄이 되면 꽁꽁 얼었던 얼음은 어디로 간 채, 꽃이 피고 온갖 생명도 새로 태어난다. 그런데 벌써 개나리가 잠들려 하니 어느새 봄이 가고 여름이 채비를 하는 것일까? ▲ 봄이 되어 먼 나라에서 제비도 오고(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한국문화통신 = 권효숙 기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냉전시대의 상징물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비무장지대 DMZ가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재탄생하여 제3땅굴 및 도라산전망대에는 일년에 관광객 80만 명이 넘고 그 중에 외국인 방문객은 50%가 넘는다. 임진강가를 따라 길게 뻗은 철조망, 그 너머로 철새는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이곳은 1만 여개의 지뢰와 전쟁의 상흔으로 민간인이 자유롭게 거주할 수 없는 민통선 지역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 최근 숙박을 하며 DMZ를 체험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 캠프그리브스 DMZ체험관이 생겨서 이 곳을 찾는 많은 이들과 함께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 캠프그리브스 DMZ체험관 유스호스텔 전경 이곳은 이제 분단과 아픔만을 가진 긴장감 감도는 전쟁의 흔적으로 남은 땅이 아닌 남북통일의 전진기지이자 생태계의 무한한 보고, 그리고 관광과 역사가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그 가치가 재평가 되고 있다.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는 한국전쟁 이후 50년 간 미군이 주둔하던 공간이었다. 2004년 미군 철수 이후 2007년 8월 한국정부에 반환되었고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각 [뜻] 물과 불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맞서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상극[보기월] 그래서 사람 사이도비각이 있다고들 하지만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봄장마'라고 할 만큼 여러 날동안 흐리고 비가 내린 것 같습니다. 하루 빠꼼한 날이 있었지만 느낌에는 이어서 비가 온 것처럼 느껴지지 그런 말이 나오나 봅니다. 엊그제 분 갑작바람(돌풍)에 쓰러진 나무와 집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분 밭에 쳐 놓은 천막도 바람에 거의 쓰러져 있었다고 하니 바람이 얼마나 셌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새벽에 잠들 무렵에 바람 소리를 듣긴 했는데 그렇게 센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렇게 갑작바람이 불 거라는 기별이 있었다고 하니 더 놀라웠습니다. 이레끝에 가야 할 곳도 여러 군데여서 만남과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나 다 하지를 못했습니다. 저를 기다렸던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은 다른 까닭이 있었지만 둘레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살다보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만나지도 않으려는 사람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꽃 이육사 (李陸史)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쟎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 (約束)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한국문화신문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대다 [뜻] 남의 이름을 빌려서 대다[보기월] 잘못을 하고 아우 이름을비댄사람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이틀 해를 못 보니 우울해진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날씨도 썰렁하고 비까지 내리니 기분이 그런가 봅니다. 어제 아침에 비가 오지 않아서 비받이(우산)를 들고 오지 않은 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가기도 하고 비받이를 들고 마중을 나온 어버이도 계셨습니다. 저도 먼저 갖다 놓은 게 있어서 쓰고 갈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집에서는 구름 사이로 살짝 해를 봤는데 다시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 여섯 뜸(반)의 배움을 돕다 보니 아직 아이들 이름을 다 외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배움 채비가 덜 된 아이 이름을 적을라치면 동무 이름을비대는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면 옆에서 바로 알려 줘서 속아 넘어가지는 않지만 두벌일을 하기도 합니다.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 웃을려고 한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웃고 넘긴답니다. 책을 빌릴 때 동무 이름비대고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긴 하지만 더한 이야기도 있더군요. 잘못을 하고 아우 이름을비댄사람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의 이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지난 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국어 시험지에, 다음 밑금 그은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에서와 같이 밑금이라는 낱말이 자주 나왔다. 그런데 1960년대를 넘어서면서 밑금은 시나브로 꼬리를 감추고 밑줄이 슬금슬금 나타나더니 요즘은 모조리 밑줄뿐이다. 다음 밑줄 친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와 같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도대체 시험지 종이 바닥에다 무슨 재주로 줄을 친단 말인가? 금은 시험지나 나무판같이 바탕이 반반한 바닥 또는 바위나 그릇같이 울퉁불퉁하지만 겉이 반반한 바닥에 만들어진 자국을 뜻한다. 자국이라고 했지만, 점들로 이어져 가늘게 나타난 자국만을 금이라 한다. 사람이 일부러 만들면 금을 긋다 하고, 사람 아닌 다른 힘이 만들면 금이 가다 또는 금이 나다 한다. 사람이 만들 적에 쓰는 움직씨 긋다의 이름꼴이 곧 금이고, 그리다와 그림과 글도 본디 뿌리는 긋다에서 벋어난 낱말이다. 줄은 반반한 바닥(평면)에 자국으로 나 있는 금과는 달리,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이른바 입체로 이루어진 기다란 물건이다. 줄은 흔히 공중에 걸려 있도록 치는 것이고, 반반한 바닥이라면 떨어뜨려 놓을 수밖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거스렁이 [뜻]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나타남꼴(현상)[보기월] 비거스렁이를 하는 날씨 탓에 밖에서 좀 떨긴 했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비가 갤 거라고 하더니 저녁 때까지 비가 내렸습니다. 아침부터 궂은 일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뒤라서 그런지 더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저기 왔다갔다 바쁘게 오가면서도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기도 했지요. 만날 곳을 못 잡는 바람에 먼저 가서 그들을 기다렸습니다.비거스렁이를 하는 날씨 탓에 밖에서 좀 떨긴 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어진 따뜻한 만남이 서늘함을 쫓아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꾸어 오던 또 하나의 작은 꿈을 이루게 될지 모르는 자리였으니 더더욱 기쁜 자리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곳에서 같은 일에 뜻을 두고 힘과 슬기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뜻깊은 일입니다. 이제 함께 가는 길이 즐겁고 재미있도록 길을 잘 잡는 일만 생각해야겠습니다. 모두의 손에 놀배움 열매가 가득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마음을 바다와 같이 넓게 먹자. 바다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바다는 퐁 소리와 함께 그 돌을 가라앉혀 버리지만 물그룻에 그 돌멩이를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그이 [뜻] 비를 맞지 않으려고 짧은 동안 몸을 옮겨서 그치기를 기다리는 일[보기월]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가던 아이가 비그이를 하는 것도 보였습니다. 머리가 아파서 밤새 잠을 잘 못 잤습니다. 하지만 배곳에 가야 된다는 생각에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섰는데 수레를 몰 수 없을 만큼 식은 땀이 나고 속이 매스끄웠습니다. 아무래도 덧이 났다 싶어서 수레를 돌렸습니다. 게운 뒤에도 속은 마뜩잖았고 머리도 아팠습니다. 제가 아픈 바람에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해 드려서 참 많이 미안했습니다. 몸이 아픈 뒤에야 아프지 않을 때의 고마움을 느끼는 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나으려고 이것저것 챙겨 먹고 살만하다 싶어서 일어나 움직였습니다.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받이(우산)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뛰어가던 아이가 비그이를 하는 것도 보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침에 챙겨 갔는데 그 아이는 아마 깜빡했거나 비가 올 거라는 기별을 못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래도 비가 주룩주룩 내릴 때가 아니라서 좀 나아 보였지만 곧 그칠 비가 아니라서 안쓰러웠습니다. 제 몸처럼
[한국문화신문 =김리박 시조시인] 첫 벚꽃 개나리 뒷이어 벚꽃들 피어나면 바야흐로 봄이었만 어디선지 매미 소리 오가는 두 철 사이서 사람은 살고 지고 ▲ 일본 사람들은 봄이 되면 꼭 벚꽃놀이[花見]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