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량사 매월당, 고암 정병례, 돌, 2007 [한국문화신문 = 윤재환 기자] 부여는 백마강을 끼고 완만한 구릉들 사이에 있어 눈길을 쳐들고 올려다볼 만한 산이 없다. 그런데 40번 국도를 따라 보령 방면 방향으로 20여 km를 달리면 해발 575m 만수산을 만나게 된다. 부여군 외산면 만수리에 자리 잡은 이 산의 기슭에 무량사가 앉아 있다. 대부분의 절은 속세와 떨어진 한적한 데에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무량사는 다른 절의 한적함보다도 한결 아늑하다. 한창이던 시절 무량사는 열두 개의 암자를 거느렸는데, 지금은 도솔암, 무진암, 북진암 등이 있다. 예로부터 고시준비를 이곳에서 하면 뜻을 이룬다고 해서 고시준비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량사 창건에 관한 기록은 네댓 가지가 있으나 각각 차이가 있어 초창 시기나 창건주를 명확하게 밝히기가 어렵다. 하지만 범일(梵日, 810~889)이 창건했다는 기록은 일치한다. 범일은 당나라에서 수도를 하고 847년에 귀국한다. 범일은 귀국 뒤 상릉시 구정면 학산리에 사굴산문을 개산(開山)하여 40여 년 동안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한 스님이다. 그렇다면 무량사의 창건 시기는 9세기 말 이후로 봐야 하는 것이 무리가 없
[한국문화신문 = 김연갑 국가상장연구회 위원]일제는 애국가와 태극기의 위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3.1운동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모든 항일시위에서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를 불렀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총독부는 애국가류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바로 1910년 10월 내무부 학무국 명의로 축제일 약해를 만들어 태극기나 애국가에 대한 검속을 강조했던 것이다. ▲ 2011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475호. 애국창가. 이 책에는 무궁화가애국가 등 70여 편의 애국창가가 수록되었다. 사립학교 중에서는 창가나 그 외의 다른 것으로 독립을 고취하며 일본으로의 반항을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본래 사용을 허락지 않았으므로 취체(取締)상 가장 주의를 요한다.또한 총독부는 일본 국가 기미가요를 모든 교육과정에 학습케 했고, 일장기 게양을 의무화 했다. 이와 함께 황국신민의 서사를 아침마다 제창케 하고 애국일(愛國日)의 노래(일본군에 감사하는 황국신민이 되자는 내용을 담은 노래) 부르기와 궁성요배(일왕의 황궁을 향해 절 하는 것), 정오의 묵도(일본군의 무운을 비는 묵념), 신사참배, 가미다나(집안에 놓는 신을 모시는 신단)의 설치, 일어상용, 시국 좌담회 개최 등을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전부전 [뜻]남의 바쁜 일됨새(사정)은 돌보지 않고 제 하고 싶은 일에만 서두르는 꼴[보기월] 그럴수록 서로가부전부전제 것만 챙긴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마음을 써야겠습니다. 꽃샘추위가 누그러질 거라고 하더니 어제 밤까지 찬바람이 불어서 쌀랑했습니다. 일찍 핀 꽃들이 참 많이 놀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꽃들도 다 채비를 하고 나왔는지 제가 걱정하는 것과 달리 끄떡없이 추위와 맞서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주저앉거나 그만 두는 우리 사람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듯 합니다. 우리가 사는 것을 가만히 보면 다들 저마다의 자리에서 참 바쁘게들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옆에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할 겨를도 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옆 사람을 챙기지 못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럴수록 서로가부전부전제 것만 챙긴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마음을 써야겠습니다. 어제도 했던 말이지만 같은 때 같은 곳에서 일을 하거나 배우게 된 옆 사람들을 내 삶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겪게 되는 일들 가운데 고마워 할 것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선물이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아 [뜻] 억울하고 답답하여 성나는 마음(노엽거나 분한 마음)[보기월]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때처럼 지내면부아를 낼 일도 없을 것입니다. 만남은 선물이다. 제가 만남에 새기는 뜻이라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하는 말입니다. 엊그제 지난해 배움을 함께했던 아이들이 기별을 해 왔습니다. 참 마음인지 알 수는 없지만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가깝지 않은 길을 오가느라 몸은 좀 더 힘들었지만 마음은 좋게 지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자주 웃으며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서 더 좋았었지요. 여러 아이들 말 가운데 토박이말을 배운 게 가장 재미있고 좋았다는 이야기가 꽃샘추위를 녹일 만큼 제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해 주었습니다. 제게 또 하나의 선물같은 한마디였습니다.^^어제도 안친 일들을 뒤로 하고 하하호호 웃으며 즐겁게 공밀치기를 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서 땀을 흘리며 웃는 게 몸에도 좋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공과 함께 한바탕 입과 몸으로 서로 웃음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끝낼 때가 되어 아쉽기도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때처럼 지내면부아를 낼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이
[한국문화신문 = 김슬옹 교수] 최만리[?-1445]를 대표로 하는 집현전 일부 학사들의 집단 상소는 정확히 1444년 2월 20일(이하 음력)에 올려졌다. 훈민정음 창제가 1443년 12월(정확한 날짜 모름)에 공개되었으므로 짧게는 두달 20일, 많게는 세 달쯤 뒤의 일이다. 같은 달 2월 16일, 세종이 최항과 박팽년 등에게 언문으로 운회를 번역하게 한 지 나흘 뒤의 일이었다. 이 상소문으로 세종과 최만리는 명논쟁을 역사에 남기게 된다. 상소문과 논쟁 과정이 고스란히 세종실록에 실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종은 막판에 화를 참지 못하고 7명을 옥에 가두는 실수를 하게 된다. 그것을 후회해서인지 하루 만에 풀어 주었지만 끝내 정창손은 파직을 당하고 김문은 더 심한 옥고를 치르게 된다. 흔히 최만리가 한글 창제를 반대했다고 하지만 이때는 이미 창제한 뒤이므로 반포를 반대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최만리는 비록 훈민정음 보급을 반대했는데 그의 반대 상소 덕에 창제 배경과 과정에 얽힌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세종과 세종을 지지한 정음학자들은 이 상소 덕에 반대 쪽 사람들의 생각을 제대로 알게 되었고 새 문자 해설서를 더욱 잘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시다 [뜻] (그릇 따위를)물로 깨끗이 씻다.[보기월] 이처럼 물을 마신 뒤 물그릇은 바로부시는게 좋습니다. 꽃샘추위가 매섭습니다. 눈이 온 곳도 있다고 하고 제가 있는 곳도 여섯 해만에 온봄달(3월)에 이렇게 추운 거라고 하더라구요. 따뜻한 바람이 안 나와 많이 추울까 걱정을 하고 갔는데 옷을 껴입고 가서 그런지 견딜만 했습니다. 지난 이레 겨울 옷을 다 넣고 봄 옷을 꺼내 놓았다는 분들이 있었는데 다시 꺼내 입으셨겠지요? 이럴 때 고뿔 걸리기 쉬우니 잘 챙겨 입으세요. 어제 '꽃샘추위'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토박이말 이야기를 하니 절로 말에 마음이 가는 모양이었습니다. '요즘 같이 꽃이 필 무렵에 찾아 온 추위를 이르는 말로 꽃이 피는 걸 시샘하는 추위'라는 뜻이라고 하니 많이 놀라워 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요즘은 늘 그렇지만 어제도 아침부터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제가 만드는 일도 있지만 해 달라는 일까지 더해 즐거운 울음을 울고 있다고 할까요? 그게 다 토박이말과 아랑곳한 일이니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 저녁밥을 챙겨 먹이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비행기가 이륙한다. 계속 상승 비행을 하던 비행기가 이윽고 고도를 잡더니 수평을 잡고 날아간다. 그런데 수평비행 초기에 저 멀리 밑에 보이던 땅들이 어느 순간 그보다 많이 올라와 있다. 어? 언제 비행기가 하강비행을 하였나? 아닌데, 계속 수평 비행한 것 같은데? 그렇다. 비행기는 계속 수평으로 가고 있었고, 땅이 올라온 것이 맞다. 티베트로 가면서 땅은 계속 부풀어 오르지 않는가? 그러니 비행기는 수평으로 가고 있어도 땅이 다가오는 것. ▲ 라싸 가는 비행기 안에서 밤새 기차에서 자는 둥 마는 둥 하였더니 눈꺼풀은 나의 의지를 이기고 나의 눈동자를 덮어버린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드디어 라싸에 도착하였나? 창밖을 보니 차창 밖의 풍경은 어딘가 낯이 익다. 왜일까? 그렇다. 그저께 돌아보았던 납백해의 풍경이 멀리 보인다. 이런! 다시 샹그릴라에 돌아온 것이다. 아니! 이렇게 샹그릴라에 내릴 거면서 왜 샹그릴라에서 라싸 가는 비행기표를 팔지 않은 것이야? 비행기는 샹그릴라 가는 사람 있을 때만 내리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예매를 할 때에는 이를 알 수 없기에 표를 팔지 않는 것이라나? 그것 참! 아직도 공산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사랑하다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은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들으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벌레나 푸나무까지도 힘이 솟아나고 삶이 바로잡힌다는 사실을 여러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그리고 사랑하는 것이 그만큼 목숨의 바탕이기에, 참으로 사랑하면 죽어도 죽음을 뛰어넘어 길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삶으로 보여 주었다. 세상 모든 사람의 말꽃(문학)이나 삶꽃(예술)이 예나 이제나 사랑에서 맴돌고, 뛰어난 스승들의 가르침이 하나같이 서로 사랑하라고 부채질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랑하다와 비슷한 토박이말에 괴다와 귀여워하다와 좋아하다가 있다. 이들 넷을 비슷한 토박이말이라 했지만, 저마다 저만의 빛깔을 지니고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서로 다르다. 우선 이들 네 낱말은 괴다와 귀여워하다가 한 갈래로 묶이고, 사랑하다와 좋아하다가 다른 한 갈래로 묶여서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앞쪽 갈래는 높낮이가 서로 다른 사람 사이에서 쓰는 것이고, 뒤쪽 갈래는 높낮이가 서로 비슷한 사람 사이에서 쓰는 것이다. 괴다와 귀여워하다는 아이와 어른 사이, 제자와 스승 사이, 아들딸과 어버이 사이처럼 손윗사람과 손아랫사람 사이에서 쓰고,
[한국문화신문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리다 [뜻] 2)여러 가지 틀(기계)을 제 마음대로 다루고 움직이게 하다.(=조종하다)[보기월] '조종하다', '운전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 '부리다'도 떠올려 써 봅시다. 배움이들과 함께 다짐한 것을 지키려고 힘을 쓰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잘 잤다.입니다. 나를 누구보다 사랑해야 할 사람이 '나'라는 것을 늘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다움, 사람다움, 우리다움, 아름다움과 같이 '다움'을 찾아 다지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토박이말이 그런 여러 가지 다움의 밑바탕이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말입니다. 우리말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것이라 값을 매길 수가 없을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제대로 챙겨 가르치고 배우지는 않은 채 앞뒤가 안 맞게 살고 있는 우리입니다. 우리말 가운데 가장 우리말다운 말은 '토박이말'입니다. 그런 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혀 쓰면서 살 수 있도록 해 주면 막힘 없이 사이좋게 살 수가 있을 것입니다. 말이 삶이기에 삶을 보면 말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말을 잃으면 얼을 삶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조종한다', '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깬 벌레(驚蟄) 무엇이 좋다들 결갗 뜯어 덤비느냐 오죽이면 이른 봄이 그리웠나 보이네 그러리 눈 겨울이야 그 누가 좋다할까 * 결갗 : 묵은 살갗 * 눈겨울 : 추운 겨울 석달 ▲ 눈을 뚫고 얼음새꽃이 피듯 경칩이면 벌레도 깨어난다.(사진작가 이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