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리나케 [뜻]몹시 서둘러서 또는 아주 빨리[보기월] 한참 뒤에 냄새를 맡고부리나케달려 갔지만 이미 국물은 다 쫄아 있었습니다. 닷날 맛보여 드린 '부르걷다'를 보시고 그 말과 비슷한 짜임의 말이 더 있는지 묻는 분이 계셨습니다. 이제 맛보는 것을 넘어 다른 말과 잇는 데까지 가신 분을 만나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부르짖다'도 있고, '부르돋다'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봄이라 부르돋는 새싹들을 많이 볼 수 있겠네요.라는 월을 지어 보내주셨습니다. 참 뿌듯했습니다. ^^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이레끝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아들과 함께 뒷메에도 오르고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발수레도 타면서 땀을 흘렸습니다. 안 움직이다가 좀 많이 움직여서 그런지 몸이 좀 힘들다고 하더군요. 몇 해 만에 바깥 일이 없는 이레끝을 자주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는 늦게 일어나 아침을 건너 뛰고 낮밥을 바로 먹었습니다. 국에 불을 켜 놓고 슬기틀 앞에 앉아서 할 일을 챙기다가 국 얹어 놓은 것을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한참 뒤에 냄새를 맡고부리나케달려 갔지만 이미 국
[한국문화신문 = 지명순 교수] 한 달 전 쯤 위장병이 나서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없어 고통스러웠을 때 친정어머니가 쑤어준 대추죽을 아침저녁으로 먹었더니 어느새 예전처럼 식욕이 좋아져 이젠 살이 찔까 염려하고 있다. 죽은 곡물을 주재료로 물을 많이 붓고, 오래 끓여 만드는 음식으로 우리 먹거리 가운데 가장 일찍부터 발달한 주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죽 전문식당이 생겨나면서 죽은 특별한 맛을 즐기기 이한 별미음식으로, 환자를 위한 병인식으로, 몸이 허약한 사람을 위한 보양식으로 언제 어느 때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과거 보양식으로 죽을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은 임금이었다. 탕약을 들지 않는 날에는 날마다 이른 아침(7시 이전) 죽과 마른 찬으로 차린 초조반(初朝飯)을 먹었다. 이때 올리는 죽으로는 흰죽, 잣죽, 깨죽, 우유죽, 흑임자죽, 행인(살구속)죽, 대추죽 같은 몸에 좋은 재료를 써서 담백하게 쑤어진 것들이었다. ▲ 대추죽 대추나무는 5월 봄이 한창일 때 싹이 터, 한 여름을 다 지내고 9월 가지마다 토실토실한 열매를 주렁주렁 많이 맺기 때문에 자손의 번창함을 기원하는 의미로 혼인에식에 빠지지 않고 쓰인다. 대추는 맛이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세상 목숨이란 푸나무(풀과 나무)건 벌레건 짐승이건 모두 그런 것이지만, 사람은 혼자 살지 않고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산다. 핏줄에 얽혀서 어우러지고, 삶터에 얽혀서 어우러지고, 일터에 얽혀서 어우러져 사는 것이 사람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자니까 서로 아끼고 돌보고 돕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겨루고 다투고 싸우기가 십상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이 많아지니까, 겨루고 다투고 싸우는 노릇이 갈수록 뜨거워진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지난 일백 년에 걸쳐, 침략해 온 일제와 싸우고, 남과 북이 갈라져 싸우고, 독재 정권과 싸우며 가시밭길을 헤쳐 와서 그런지 삶이 온통 겨룸과 다툼과 싸움으로 채워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 삶이 온통 싸움의 난장판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는데, 겨룸과 다툼과 싸움을 제대로 가려 놓고 보면 그래도 세상이 한결 아늑하게 느껴진다. 정작 싸움은 그렇게 많지 않고 다툼과 겨룸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겨룸은 무엇이고, 다툼은 무엇이며, 싸움은 무엇인가? 겨루다 : 서로 버티어 승부를 다투다. 다투다 : ①의견이나 이해의 대립으로 서로 따지며 싸우다. ②승부나 우열을 겨루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르걷다 [뜻] 2)어떤 일에 온 힘을 다해(적극) 나서다.[보기월] 앞으로 토박이말 살리는 일에부르걷고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맑은 하늘에 뜬 밝은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달집이 다 타도록 달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구름 아닌 구름 같은 것이 달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달집을 지었더라구요.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렇게 올해 한보름 달집 태우기는 끝이 났습니다. 새나(동진) 아이들과 만난 뒤 나흘을 보내면서 지난해 참고을 진주에서 토박이말 갈배움의 열매를 참 많이 거두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갈친이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배움이들도 여러 차례 토박이말을 듣거나 봤다는 이야기를 하고 토박이말을 낯설어 한다거나 싫어하는 사람을 볼 수가 없습니다. 말이 삶이고 삶을 배우는 자리에 말이 가운데 서야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마땅하게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새나 아이들과의 토박이말 갈배움이 잘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앞으로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에부르걷고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우리 아이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럼 [뜻] 한보름날 깨물어 먹는 딱딱한 열매들(땅콩, 호두, 잣, 밤, 은행 따위)을 통틀어 이르는 말.[보기월] 한보름날부럼을 먹어야 이도 튼튼하고 부스럼도 안 난다고 합니다. 어제 저녁 집에 가니 다 식지 않은 국과 나물이 마루에 있었습니다. 저희집 우렁각시인 가시어머니께서 다녀가셨던 것입니다. 한보름이라고 부럼까지 함께 챙겨 주셨습니다. 한보름날부럼을 먹어야 이도 튼튼하고 부스럼도 안 난다고 합니다. 딱딱한 열매들을 깨물어 먹을 수 있을 만큼 이도 튼튼해야 하고 그런 몸에 좋은 열매들을 먹어 몸도 튼튼하게 한 우리 웃어른들의 슬기를 엿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저희 집 식구들은 아침에 부럼 깨물기를 하고 나물과 귀밝이술도 먹었습니다. 바빠서 또는 미처 챙기지 못해서 먹지 못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이야 다들 잘 먹어서 부럼을 깨물지 않았다고 덧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여느 때 여러 가지를 섞어 지은 밥을 해서 먹기도 하니 말입니니다. 다만 이런 날 오랜 옛날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런 삶버릇들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마음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은 하게 됩니다. 배곳을 오가는 길 여기저기 달집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룻 [뜻] 무더기로 놓인 몬(물건)의 부피[보기월] 부룻이 제법 컸던 짐 속의 몬들이 다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가고 나니 한결 깨끗해졌습니다. 어제 집을 나올 무렵에는 비였는데 배곳에 오는 길에 진눈깨비로 바뀌더니 둘째 배움을 마칠 무렵에는 함박눈처럼 펑펑 내렸습니다. 아이들은 반가워서 소리를 지르고 밖으로 뛰어나가 눈을 맞기도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겨우내 그렇게 눈다운 눈을 보고 싶다고 할 때는 안 오더니 봄이 오는 걸 보더니 샘이 났는가 봅니다.어제 날씨를 보면서 그제 날씨는 새내기를 맞으라고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아침 아이들을 맞을 채비를 하려고 좀 일찍 갔습니다. 아이들이 쓸 책상과 걸상을 깨끗이 닦았습니다. 먼지 없이 깨끗한 자리에 앉히고 싶어서 말이지요. 아이들은 모르고 앉았지만 닦아 놓은 데 앉은 아이들이 더 밝아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제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고 많이 웃어 주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마음을 써서 도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낮밥을 먹고는 갖다 놓고 풀지 못했던 짐을 좀 풀었습니다.부룻이 제법 컸던 짐 속의 몬들이 다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이왕 다시 여강까지 왔으니, 오늘은 떠나기 전에 호도협 트레킹에서는 그저 바라보기만 하였던 옥룡설산의 품에 안겨보기로 한다. 차가 여강 시내를 지나는데 전면에는 옥룡설산의 웅대한 자태가 드러난다. 서울에서도 시내를 지나다보면 앞에서 북한산이 마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서 전면의 옥룡설산을 바라보노라니 눈은 북한산 볼 때보다도 위로 동공을 확장해야 하누나. ▲ 여강 시내에서 본 옥룡설산 이제 눈앞에 옥룡설산이 가까워졌다. 그러나 우리가 타고 온 차는 여기서 멈추고, 관광객들은 모두 이곳에서 제공하는 버스로 옮겨 타야 한다. 옥룡설산을 조금이라도 보호하려는 조치란다. 차창 밖으로 설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른다. 한 곳에는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데, 그 앞으로 설산에서 내려오던 물이 계단식 돌들을 타고 내려와 못을 이른다. 백수하(白水河)다. 옥룡설산에서 내려온 물이니 물은 옥빛으로 반짝이겠지? 물이 타고 흐르는 계단식 돌은 물속에 녹아있던 광물질이 계단식으로 침전되며 생기는 것인데, 사실 저 계단식 돌들은 관광객들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얕은 물속에서는 야크가 놀고 있다. ▲ 백수하 ▲ 운삼평 오르는 케이블
[한국문화신문 = 손현목 작가] ▲ 등꽃 장태원의 시를 김명환이 새김 작가 김명환의 말 장태원 시인을 만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교직 5년차쯤 되었을 때 그가 우리 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해 오면서이다. 밝고 온화한 얼굴의 그에겐 따르는 학생이 많았는데 아마도 너그러운 그의 성품 덕인 것 같다. 그 때만 해도 주당 30시간 정도의 수업을 하고서 지친 몸인데도 시인은 주말이면 이곳 안동에서 시내버스와 직행버스를 번갈아 타고 1박2일 코스로 강릉을 수시로 드나들어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물었더니 강릉의 문화 창달을 위한 무크지 여맥의 편집 일로 바쁘다고 했다. 시인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 창작에 몰두했으며, 그 끈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교직은 물러났지만 시인은 은퇴가 없다. 시인으로 교사로 오랜 세월을 보낸 그 분의 시 등꽃은 어쩌면 그를 닮고 나를 닮고 우리를 닮았다. 세상이 광속으로 변해가고 있다. 문명의 발달로 모든 것이 편리해졌다. 옛날에는 영남에서 한양 까지 보름 동안을 걸어서 갔지만 이제는 한나절 길로 바뀌었다.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다림이 없으니 애틋함도 없고 그리움도 없다. 그러다 보니 소중함과 감사함도 없다. 몸이 편해진 만
[오늘 토박이말]부라퀴 [뜻]1)몹시 야물고 암팡스러운 사람[보기월]그리고 누군가에게 좋은 뜻으로 '부라퀴'라는 말을 들을 사람들이 많이 나오길 마음 속으로 빌었습니다. 그제 밤처럼 차갑지는 않았지만 아침 바람이 조금 차가워서 어제 새내기들이 추울까 봐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햇살이 퍼지고 나니 봄을 느낄 수 있게 해 줬습니다. 얼었던 땅이 녹는 걸 보니 제 마음까지 녹는 듯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병아리처럼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든지요.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다짐들을 많이 했을 겁니다. 저도 새로 맡은 일들을 하느라 아침부터 좀 바빴습니다. 한배움이(대학생)들과 만남까지 있어서 하루를 이틀처럼 보냈습니다. 무슨 까닭인지 삐딱하게 보고 삐딱하게 말하는 한 사람을 만난 것 말고는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이어진 스물 여덟 사람의 선물과 같은 만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좋은 열매를 많이 거둘 수 있도록 힘과 슬기를 모으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좋은 뜻으로 '부라퀴'라는 말을 들을 사람들이 많이 나오길 마음 속으로 빌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토박이말을 맛보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곳저곳으로 부지런히 토박이말을 나른 보람인
[한국문화신문 = 이규봉 교수]서양에서는 기원전 3500년 전부터 울림이 좋은 음 간격을 찾아서 조율을 했고, 옥타브 사이의 음들을 적당한 간격으로 나누어 다음 옥타브 위에 반복해 사용했다. 서양음악의 음계를 최초로 체계화 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이다. 피타고라스는 수학적 원칙을 기본으로 체계적인 조율을 했다. 중국에서는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을 이용하여 음을 생성했다. 음을 생성하는 방법으로 피타고라스 방법이나 삼분손익법은 모두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보다는 자연의 법칙으로 소리가 발생하는 원리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이 소리의 원리에 정수비가 포함되어 있다. 2:3과 피타고라스 방법 앞서 설명했듯이 팽팽한 줄을 튕기면 배음들이 함께 나온다. 한 옥타브 내에서 보면 이 음들은 2:3과 3:4 등의 주파수 비로 화음을 이룬다. 피타고라스 조율은 주어진 줄의 길이를 2:3의 비율로 줄이거나 늘리는 방법으로 5도씩 음을 쌓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 두 가지 방법으로 음을 각각 구한 후 서로 비교하여 정수비가 작은 것을 택해 음계를 만든다. 올려쌓는 방법 기준 줄의 길이의 반을 3/2배 늘리고, 또 다시 3/2배 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