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루 [뜻] 쉽게 또는 한참에 없애지 않고 오래 가도록 늘여서[보기월] 모두가 오늘 같은 날은 먹거리를부루먹듯이 마음들을부루먹었으면 좋겠습니다. 밝날(일요일)이자 삼일절이었던 어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쉬는 날이 아니었는데 태극기를 단 집이 많이 없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을 거북해 합니다. 다들 나라를 위한다고 말은 하는데 누구의 나라를 말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을 알뜰히 살아야 하는 것도 좋지만 내 아이가 살아갈 올제(내일)를 생각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새로운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온나라 배곳이 새로운 배때(학기)를 여는 날입니다. 저는 새 배곳으로 꽃등 나가는 날이라 여느 날보다 늦게 잤는데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만남에 설레고 새로운 다짐들이 넘쳐 날 것입니다. 모두가 오늘 같은 날은 먹거리를부루먹듯이 마음들을부루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먹은 마음들이 배때가 끝날 때까지 갈 수 있게 말입니다. 오늘부터 토박이말 맛을 볼 사람들이 엄청 많아집니다. 제 어깨도 그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겨레달 첫날 (31날) 바다 넘은 남 나라서 믿나라를 바라보며 그때의 핏소리를 뜨겁게 껴안아 즈믄 해 또 즈믄해를 잊쟎고 살리라 * 겨레달 : 3월달 * 믿나라 : 조국, 본국, 모국 * 즈믄 해 : 천년 ▲ 1919년 3월 1일 온 겨레는 떨쳐 일어나 독립만세를 불렀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한국문화신문 = 김연갑 국가상장연구회 위원] 만세운동이란 나라를 오래도록 유지시켜 달라는 기원을 구호로 하여 저항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31운동에서의 만세는 조국이여 만년동안 계속 될 지어다라는 뜻이다. 이때의 운동이 위와 같이 저항의 한 수단인〈만세운동〉이었음은 민중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조선인이 모두 현실의 학정에 비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구한국 정부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독립 만세를 부르는 것이니 우리 다 같이 끝까지 독립만세 시위를 그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여 그 목적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경성 시내가 만세 소리에 떴다 잠겼다고 할 정도였다. 실제 시위에 대한 스스로의 명칭에서도 만세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것은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시위를 용천리 시위에서 희생자가 많이 난 것에 대해 현북면민이 위로하기 위하여 용천리로 가서 만세운동을 벌였는데 이를 위로 만세라 했던 것이다. 또한 이때 만세 운동을 위해 집결한 하조대 뒷편의 고개를 만세고개라고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다. 또한 굳이 군수나 면장이나 구장(리장)등의 관공리를 앞장 세워 만세를 부르게 한 것도 이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춘수삼제(春愁三題) 이육사(李陸史) 1 이른아츰 골목길을 미나리장수가 기-ㄹ게 외우고 감니다. 할머니의 흐린동자(瞳子)는 창공(蒼空)에 무엇을 달리시난지, 아마도 에간 맛아들의 입맛(味覺)을 그려나보나봐요. 2 시내ㅅ가 버드나무 이ㅅ다금 흐느적거림니다, 표모(漂母)의 방망이소린 웨저리 모날가요, 쨍쨍한 이볏살에 누덱이만 빨기는 짜증이난게죠. 3 빌딍의 피뢰침(避雷針)에 아즈랑이 걸녀서 헐덕림니다, 도라온 제비떼 포사선(抛射線)을 그리며 날너재재거리는건, 깃드린 옛집터를 차저목찻는 괴롬갓구려.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대끼다 [뜻] 1)사람이나 일에 시달려 크게 괴로움을 겪다.[보기월] 말씀을 들어 보니 마흔 해 가까이부대끼신일이 없이 고마운 일만 가득하셨습니다. 또 한 분이 물러나시는 자리에 다녀왔습니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옛날과 견주어서 떠나시는 분이나 보내는 분들이 자리를 한결 밝게 만듭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거의 보기 힘들고 좋은 말과 함께 노래가 넘치는 때가 많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인사말씀을 하시면서 지난 날들을 돌이켜 들려주셨습니다.말씀을 들어 보니 마흔 해 가까이부대끼신일이 없이 고마운 일만 가득하셨습니다.그리고 제가 나온 배곳(학교)에도 제가 들어가기 앞에 계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토박이말 갈배움의 종요로움을 똑똑히 헤아리시고 토박이말을 더욱 널리 퍼뜨리고 알리는 데 앞장서 주셨기에 고마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모임 이름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은 패를 만들어 드렸답니다. 유병주 교육장님 고맙습니다. 새로운 삶의 수레를 타고 즐겁게 지내시길 빌겠습니다.^^떠나시는 그 자리에 새로 오시는 분도 아는 분이라서 올해 토박이말 갈배움을 펼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실 거라 믿습니다. '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꾸미 [뜻] 찹쌀가루, 밀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둥글넓적하게 빚어 지진 떡.[보기월] 달콤한 밭소가 들어 있는 따끈한부꾸미가 생각났습니다. 어제도 두 곳을 오가며 일을 했습니다. 오라고 한 곳은 없었지만 할 일이 있으니 몸이 절로 움직였습니다. 자리를 옮기는 길에 동무를 만나 낮밥을 같이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해가 넘도록 낮밥을 같이 먹은 게 언제인지도 까마득하더군요. 이제 일터가 가까워서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지 싶습니다. 짐을 챙겨서 싸고 보니 짐이 그리 적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맡아 하던 일도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고 그야말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 큰 잘못은 없었지만 이런저런 걱정을 끼치기도 했는데 막상 떠나오려니 죄송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겹쳤습니다. 더 잘하지 못해서 말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큰애가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발수레를 사러 갔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비싼 것들이 좋아 보였지만 아이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알록달록 빛깔을 입힌 발수레가 참 예뻐서 저도 하나 갖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알맞은 값에 아이 마음에 드는 발수레를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다듯하다 [뜻] 몸에 열이 나서 불이 달듯 하게 몹시 뜨겁다.[보기월] 부다듯하다싶을 때에도 몸이 절로 이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바쁘게 하루를 보냅니다. 두 쪽에서 비슷한 일을 맡아서 둘 다 하려니 몸도 마음도 바쁩니다. 하지 않던 것을 가르치는 길(교육과정)에 넣으려니 더 그렇습니다. 새롭게 토박이말 맛을 보게 될 아이들이 반겨 줄 배움종이까지 바쁘게 만들었습니다. 어제 케이비에스진주 라디오에 토박이말교육학회 '토박이말바라기'를 알리는 기별을 들었다며 반갑게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래서 방송의 힘이 세다고 하나 봅니다. 조금씩 우리 모임이 하는 일과 보람을 보고 들은 사람들이 토박이말을 살리는 데 힘과 슬기를 보태 주실 분들이 늘어날 거라는 믿음도 커졌습니다. 꽃배곳(초등학교) 배움책(교과서)에 한자를 나란히 적을 거라는 말이 나온 뒤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래서는 안 되는 까닭을 꼼꼼하게 짚어 주어서 시원했습니다. 다만 이런 다툼을 넘어서 힘과 슬기를 모아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그런 저의
[한국문화신문 = 윤재환 기자] 궁남지(宮南池)는 말 그대로 왕궁 남쪽에 조성된 연못이란 뜻에서 얻은 이름이다. 이곳은 미래방죽으로도 불렀다. 방죽의 원말은 방축(防築)인데, 물의 침범을 막기 위해 쌓은 둑을 가리킨다. 하지만 둑은 아니었고 농지와 모호하게 뒤섞인 습지연못이었다. 습지와 논이 혼재한 한켠에는 쓰레기더미가 쌓이기 시작했고, 일부는 택지로 변해갔다. 미래방죽 주위에는 휘늘어진 버드나무가 빙 둘러 있었고, 그것을 그늘로 삼은 대나무 낚시꾼이 항상 있었다. 어린 필자는 낚시꾼들 사이를 비집고 물밤으로 불리는 마름 열매를 건져내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마름은 물 위에 떠서 자란다. 뿌리를 물밑의 진흙 속에 내리며, 물 위까지 뻗어 있는 줄기 끝에 많은 잎들이 빽빽하게 달린다. 꽃은 7~8월에 피고, 흰색도 있고, 담홍색도 있다. 열매는 9~10월에 익는데 물에 잠긴다. 이것을 건져 삶아 말린 뒤 가루를 만들었다가 죽을 쑤어 먹으면 몸 안의 기운을 왕성하게 하고, 허약체질을 개선한다고 전한다. 그 마름 열매는 가끔 화석으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그 식물의 연대가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 궁남지 포룡정,김억,다색목판,2007년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닐다 [뜻] 가까이 따르며 붙임성 있게 굴다[보기월] 저를부니는아이들이 많아지도록 더욱 힘을 써야겠습니다. 또 한 분이 아름답게 물러나시는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마흔 해가 넘도록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는 일을 쉼 없이 해 오신 것이 참으로 우러러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손뼉을 받으며 웃으시는 모습이 참 보기도 좋았습니다. 이제 또 다른 삶의 수레에 옮겨 타셔서 기쁘게 살아가시길 빌어드렸습니다. 그 자리를 끝까지 하지 못하고 다음 달부터 일하게 될 새로운 배곳에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함께 지낼 분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또 맡아 할 일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만남과 함께 일거리가 쏟아졌습니다. 바쁜 날들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더 많은 아이들과 토박이말 갈배움을 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아이들 삶 속으로 토박이말들이 깃들도록 힘을 쓸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아이들과 더 가깝게 지내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요. 저를부니는아이들이 많아지도록 더욱 힘을 써야겠습니다.'부닐다'와 비슷한 뜻을 가진 '다부닐다'는 여러 해 앞에 맛보여 드린 적이 있습니다. '다부닐다'가 '바싹 붙어서 붙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물은 햇빛, 공기와 함께 모든 목숨에게 가장 뺄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언제나 물을 찾아 삶의 터전을 잡았다. 그러면서 그런 물에다 갖가지 이름을 붙였는데, 여기서는 먹거나 쓰려고 모아 두는 물이 아니라 흘러서 제 나름으로 돌고 돌아 갈 길을 가는 물에 붙인 이름을 살펴보자. 물은 바다에 모여서 땅덩이를 지키며 온갖 목숨을 키워 뭍으로 보내 준다. 이런 물은 김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가 되어 땅 위로 내려와서는 다시 돌고 돌아서 바다로 모인다. 그렇게 쉬지 않고 모습을 바꾸고 자리를 옮기며 갖가지 목숨을 살리느라 돌고 돌아 움직이는 사이, 날씨가 추워지면 움직이지도 못하는 얼음이 되기도 한다. 그처럼 김에서 물로, 물에서 얼음으로 탈바꿈하며 돌고 도는 길에다 우리는 여러 이름을 붙여 나누어 놓았다. 김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던 물이 방울이 되어 땅 위로 내려오는 것을 ‘비’라 한다. 그리고 가파른 뫼에 내린 비가 골짜기로 모여 내려오면 그것을 ‘도랑’이라 한다. 도랑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사람의 집 곁으로 흐르기 십상이기에, 사람들은 힘을 기울여 도랑을 손질하고 가다듬는다. 그래서 그것이 물 스스로 만든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