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값은 남이 가진 무엇을 내 것으로 만들 적에 내가 내놓는 값어치를 뜻한다. 그것은 곧 내가 가진 무엇을 남에게 건네주고 대신 받는 값어치를 뜻하기도 한다. 이때 건네주는 쪽은 값어치를 내놓아야 하지만, 값어치를 건네받는 쪽은 값을 치러야 한다. 값어치를 내놓고 값을 받는 노릇을 판다 하고, 값을 치르고 값어치를 갖는 노릇을 산다 한다. 팔고 사는 노릇이 잦아지면서 때와 곳을 마련해 놓고 많은 사람이 모여 종일토록 서로 팔고 샀다. 그때를 장날이라 하고, 그곳을 장터라 한다. 본디는 파는 쪽에서 내놓는 것도 무엇이었고, 사는 쪽에서 값으로 치르는 것도 무엇이었다. 그런데 사람의 슬기가 깨어나면서 돈이라는 것을 만들어, 사는 쪽에서는 돈으로 값을 치르는 세상이 열렸다. 그러자 돈을 받고 무엇을 파는 노릇을 일로 삼는 사람도 생겼는데, 그런 일을 장사라 하고, 장사를 일로 삼은 사람을 장수라 부른다. 장사에는 언제나 값으로 골치를 앓는다. 값을 올리고 싶은 장수와 값을 낮추고 싶은 손님 사이에 밀고 당기는 흥정이 불꽃을 튀기지만, 언제나 가닥이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흥정을 하면서 장수는 값을 끌어 올리려 하고 손님은 값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볼맞다 [뜻]1) 함께 일할 때에 생각, 수(방법) 따위가 서로 잘 맞다.[보기월] 떠나는 분들과 남는 분들이 모두볼맞는분들을 만나서 즐거운 한 해를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한 해가 다 흘러갔습니다. 아이들의 배움해가 끝나는 날이자 엿배움해 아이들이 마침보람을 받는 날입니다. 참 많은 것들을 주고 싶어서 안달복달 바쁘게 지냈는데 아이들 가슴에 무엇이 남았을까 생각해 보니 쓴웃음이 나옵니다.이곳으로 오면서 하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많은 배움이들과 갈친이들 마음에 토박이말 씨앗을 뿌려서 토박이말 숲을 만들고 싶었지요. 씨를 뿌리긴 뿌렸는데 얼마나 싹을 틔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 말라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 않았길 빌지만 말입니다.^^낯선 말을 늘어 놓고 틈만 나면 토박이말 이야기를 한 제가 못마땅했던 분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랬으려니 하고 널리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이제 두 이레가 지나면 떠날 사람은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새로운 배움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떠나는 분들과 남는 분들이 모두볼맞는분들을 만나서 즐거운 한 해를 보내시
[한국문화신문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볼만장만 [뜻] 보기만 하고 끼어들지 않는 것을 뜻하는 말[보기월] 이렇게 퍼지는 강고뿔을볼만장만해서는 안 되지 싶습니다.강고뿔한테 아주 진 것은 아닌가 봅니다. 어제 푹 쉬어서 그런지 코가 좀 맹맹하고 머리가 띵한 것 말고는 견딜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안친 일이 많아서 아플 겨를도 없긴 없었습니다.^^아침에 배곳 오는 길에도 아이들이 강고뿔에 걸려서 배곳에 못 온다는 기별을 잇달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퍼지는 강고뿔을볼만장만해서는 안 되지 싶습니다. 이제 이틀만 더 나오면 배곳이 쉬기는 하지만 퍼져 나가는 빠르기가 무섭습니다.다른 사람에게 옮길까 걱정이 되어서 안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걸린 줄도 모르고 있다가 옆에 사람한테 옮겨 놓은 뒤에 들어간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 좀 마뜩잖은 아이들을 잘 살펴야겠습니다. 어버이들께서 일을 나가고 아이들만 둘 수가 없어서 배곳에 보내는 집도 있습니다. 돈도 벌어야 하지만 식구들을 잘 건사하며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보면 좋겠습니다.'볼만장만'은 '강 건너 불 구경하는 것'을 떠올리면 딱 맞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긴 하는데 내 알 바 아니라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본숭만숭 [뜻] 보고도 못 본체 또는 건성으로 보는 체만 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보기월] 그런데 몸이 마뜩잖아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본숭만숭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강고뿔이 널리 퍼졌다고 하는 기별이 온 나라를 덮었습니다. 한 반에 대여섯이 안 나왔다는 이야기, 병실이 모자란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저도 어제 아침 자고 일어났는데 목이 칼칼한 한 것이 마뜩잖다 싶어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했는데 낮밥을 먹고 나니 좀 더했습니다.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분도 계셨고 오랜만에 만난 동무와 이야기도 더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몸이 마뜩잖아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본숭만숭하고 집으로 왔습니다.집에 와서 밥을 먹고 도라지에 생강까지 먹고는 일찍 누웠습니다. 푹 자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니 목은 한결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머리는 조금 무겁고 아직 코는 마뜩잖답니다. 낮동안 좀 더 챙겨 먹고 나면 났겠지요?'본숭만숭'은 '본체만체', '본척만척'과 비슷한 말이면서도 '건성으로 보는 체만한다는' 쪽에서는 다른 말입니다. 아이들이 이럴 때가 많지만 어른들도 '본숭만숭' 했기 때문에 놓치는 일들도 많기 때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볼가심 [뜻] 2)볼의 안쪽인 입속을 겨우 가실 만큼 아주 적은 먹거리로 배고픔에서 벗어남.[보기월] 아마도 하루에 한 차례볼가심을 할 수 있으면 살이 절로 빠질 것입니다. 어제는 날이 춥다고 하더니 참으로 추웠습니다. 날씨 기별을 듣고 옷을 챙겨 입었는데 장갑을 잊고 나가서 손은 좀 시렸습니다. 강고뿔이 널러 퍼져 돌아다닌다고 하더니 우리 배곳 아이들도 많이 걸렸다고 합니다. 배곳에 못 온 아이들이 많습니다. 저도 목이 칼칼한 느낌이 드는데 몸을 따뜻하게 해야겠습니다.작은 글씨를 여러 날 동안 봤더니 눈이 마뜩잖았습니다. 제 눈을 보고 토끼눈 같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쉬면서 하고 싶었지만 얼른 돌려 줘야 새로 고쳐서 내야 할 때가 안쳐 와서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렇게라도 하고 나니 마음은 좋았습니다.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름 난 사람이 살을 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스스로 많이 뺐다고 하는데 보는 사람은 빠진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하며 한바탕 웃었습니다. 살이 찌는 까닭은 먹는 것보다 적게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압니다. 많이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첫 꾀꼴 어디서 결잠 자고 이때에 나타나나 너 한 소리에 온 메가 꽃 피으니 봄 돋아 꽃내음 태워 곳곳에 이어주네 * 결잠 : 겨울 잠 ▲ 꾀꼬리가 울면 온 뫼엔 진달래 피겠지(그림 운곡 강장원 한국화가)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본치 [뜻] 남의 눈에 띄는 품(태도)이나 겉모습(모양)[보기월] 남들이 볼 때본치는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해 보면 만만치 않습니다. 난이(영재) 마침보람을 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한 해 동안 남들이 쉬거나 다른 일을 할 때 빠짐없이 나와 생각과 느낌을 나눠 준 열매를 거두는 자리였습니다. 늘 그렇듯이 제가 생각한 만큼의 열매는 아니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크기의 열매를 거두었을 것입니다. 그 열매를 밑거름으로 해서 더 크고 넓은 배움터로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그곳을 다녀와서는 줄곧 꼲은말(평어)을 모아 놓은 종이를 보는 일을 했습니다. 남들이 볼 때본치는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해 보면 만만치 않습니다. 글자 크기가 작아서 죽 읽기만 하는 것도 눈이 아프고 틀린 곳을 고치는 데 적지 않은 때새가 걸렸습니다. 일거리를 나누고 울력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잘 알지만 일에 쫓겨서 그걸 못하는 게 많이 안타깝습니다.누구나 무슨 일을 하든 일의 끝에는 꼭 다시 살피고 매조지는 버릇을 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나 한 사람의 부끄러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야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노정기 - 이육사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베쪼각 여기저기 흐터져 마을 이 한구죽죽한 어촌(漁村)보담 어설푸고 삶의 틔끌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 매였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날이었건만 밤마다 내꿈은 서해(西海)를 밀항(密航)하는 쩡크와 같애 소금에 쩔고 조수(潮水)에 부풀어올랐다. 항상 흐렷한 밤 암초(暗礁)를 벗어나면 태풍(颱風)과 싸워가고 전설(傳說)에 읽어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바쳐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地平線)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熱帶植物)처럼 발목을 오여쌋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인 양 다 삭아빠진 소라 깍질에 나는 불어왔다. 머-ㄴ 항구(港口)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生活)을 들여다보며
[한국문화신문 = 지명순 교수]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79.1살로 미국보다 앞선다는 발표가 있었다. 절대 권력, 풍요로운 의식주, 특별한 의료혜택을 누린 임금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조선시대 27명 임금의 평균수명은 47살. 이들 가운데 환갑을 넘긴 시림은 6명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장수한 임금은 영조로 83살까지 살았다.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이고, 손자에게 왕위를 물려주어야 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음에도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소박한 밥상과 규칙적인 식생활이었다. 하루에 다섯 번 먹는 식사를 세끼로 줄이고, 12첩 반상을 간소화하였고, 푸성귀 위주의 식단을 즐겼다. 뿐만 아니라 식사시간을 철저히 지켰는데 심지어 회의를 하다가도 식사시간이 되면 일단 밥부터 먹고 회의를 다시 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건강 장수하는 특별한 음식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영조의 식생활에서 보았듯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박한 먹을거리와 규칙적인 식생활만으로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저렴하고도 한 끼 식사로 쉽게 먹을 수 있는 김밥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김밥의 재료 가운데 아삭아삭하고 짭짤하여 김밥의 맛을 살려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본데 [뜻] 보아서 배운 모든 것(예의범절, 솜씨, 앎)[보기월] 예의범절, 매너와 같은 말을 써야 할 때 '본데'를 떠올려 쓰면 좋겠습니다.배곳에서 들봄달(2월)은 헤어지는 달입니다.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지냈던 여러 사람들과 갈리어 떨어져야 하는 달입니다.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일찍 갈 곳을 알려줘서 마음이 더욱 어수선합니다.저도 사는 곳 가까이로 오게 되었습니다. 가깝지 않은 길을 날마다 오갈 때는 얼른 집 가까이로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마음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둘레 분들이 잘 됐다고 인사를 해 주시는 게 고마우면서도 이제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기도 하네요.또 새로운 분들을 만나 함께할 채비를 조금씩 해야겠습니다. 마음도 챙겨야 하고 짐도 챙겨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갑자기 떠 올랐습니다. 어디가서든지본데없다는 말은 안 듣도록 조심하라는 말씀 말입니다. 만남 못지않게 헤어짐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잘해야겠습니다.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집니다.'본데'가 보아서 배운 모든 것을 뜻하는 말이라면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