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삶의 꽃이 말에서 피어난다는 사실은 지난 삼천 년 동안 끊임없이 탈바꿈하며 새로워진 서유럽 문명의 역사가 증명한다. 사람들은 서유럽 문명의 뿌리를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 말한다. 이들 두 뿌리는 모두 유프라테스·티그리스의 쐐기글자 문명과 나일의 그림글자 문명을 아우르며 자랐으나, 저마다 아주 다른 빛깔의 삶으로 꽃을 피웠다. 헬레니즘은 이승을 꿰뚫어보면서 꽃피운 헬라말(그리스말)의 문명이고, 헤브라이즘은 저승을 꿈꾸면서 꽃피운 히브리말의 문명이다. 저승에 매달린 헤브라이즘은 이승에 매달린 헬레니즘의 현세 문명과 겨루기 어려웠으므로, 겉으로 드러난 서유럽 문명의 뿌리는 헬레니즘으로 보인다. 그런 헬레니즘은 소리글자를 앞장서 가다듬어 기원전 8세기부터는 헬라말을 글말로 적으며 서유럽 문명의 뿌리로 자리 잡았고, 기원전 4세기까지 더욱 쉬운 소리글자에 헬라말을 담아 놀라운 삶의 꽃으로 지중해 문명을 이끌었다. 그런 서유럽 문명의 중심이 기원 어름에 헬라말에서 라틴말로 옮겨 갔다. 그러면서 소리글자도 ‘로마자’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더욱 쉽게 가다듬어져 라틴말을 글말로 담아내면서 라틴 문명을 일으킨 것이다. 게다가 헤브라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보짱 [뜻] 제 나름으로 꿋꿋하게 가진 생각 또는 마음 속으로 앞 일을 잘 헤아리는 생각[보기월] 무슨 일이든보짱이 없이는 해 나가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몸을 깨우고 아침을 먹다보면 나가는 때는 여느 날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게 사람 마음인가 봅니다. 몸을 깨우고 밥을 먹으려면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을 말이지요.아침 바람이 많이 차가웠습니다. 지리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많은 날은 어김없이 춥습니다. 머리카락이 흩어지고 바지 위로 찬바람이 느껴집니다. 들봄임을 알리는 기별을 여기저기서 봤습니다. 좋은 일이 많이 있었으면 따뜻한 햇볕과 같이 기쁜 일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말로 할 수도 있고 우리 글로 적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적은 사람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네 가지 철은 어김없이 가고 오면서 바뀌는데 사람 생각과 마음은 참 잘 안 바뀝니다. 생각과 마음을 바꿀 일이 있으면 되는데 그런 일을 만들기가 쉽지 않네요. 무슨 일이든보짱이 없이는 해 나가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저도 토박이말 살리는 일을 하면서 그 무엇보다 단단한보짱은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보자기 [뜻] 1)바다 속에 들어가서 조개, 미역 따위의 바다몬(해물)을 따는 일을 하는 사람[보기월] 보고 들은 것은 '해녀' 밖에 없는데 어찌 '보자기'라는 말을 알고 쓸 수가 있겠습니까?또 바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느새 오늘이 들봄(입춘)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언제 이렇게 때새가 흘렀는지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어제도 두 가지 일을 하고 나니 집에 가야 할 때가 되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은 얼른 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말입니다.^^얼숲(페이스) 구경을 하다가 본 글 가운데 우리 땅이름이 일본에게 억눌려 지낼 때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바뀐 이야기를 하면서 바꾸자고 한 것을 봤습니다. 저로서는 참 반가운 기별이었지요.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 알고 있거나 새로 알게 된 것 가운데 바로 잡아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바로 잡으려고 힘과 슬기를 모으는 것이 마땅합니다.그런데 눈, 귀, 입에 익은 것들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에 머뭇거리고 망설이곤 합니다. 힘을 들이고 애를 써야 하지만 옳고 바른 일이면 참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한국문화신문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보암보암 [뜻] 이모저모 살펴보아 짐작할 수 있는 겉모양[보기월] 보암보암으로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해 보니 아니네요.봄이 오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춥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지냅니다. 따뜻한 바람도 가자마자 틀어 보지만 그리 따뜻한 줄 모릅니다. 배움해끝이라 아이들이 붕 떠서 다니는 게 눈에 보입니다. 여러 가지로 새로운 것을 겪어 보게 하려고 마음을 쓰지만 아이들 마음에는 썩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래저래 마음을 쓴 저만 좀 멋쩍게 되었구요.^^갈친이들은 갈친이들대로 바쁜 날들이 이어집니다. 챙기고 갈무리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여러 가지 일을 쌓여 있습니다. 배곳 일은 말할 것도 없고 '토박이말바라기' 둘째 발표, 토의 일도 있고, 올해 토박이말 갈배움도 챙겨야 합니다.보암보암으로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해 보니 아니네요. 생각과 달리 일이 조금씩 밀리고 있습니다. 얼른 해 달라는 일부터 하나씩 매조지어 나가야겠습니다.'보암보암'은 몇 해 앞에 맛보여 드린 적이 있는 말이며 흔히 '보암보암에', '보암보암으로' 꼴로
[한국문화신문 = 손현목 작가] ▲ 조윤화 작품 봄날은 간다 노랫말이 가장 아름다운 노래 '봄날은 간다'는 1953년 대구 유니버설레코드사에서 가수 백설희가 발표한 대중가요이다. 손로원이 작사하고 박시춘이 작곡했으며, 한국전쟁 시절 너무 환해서 더욱 슬픈 봄날의 역설이 전쟁에 시달린 사람들의 한 맺힌 내면 풍경을 보여줬기에 이내 공감을 샀던 노래로 평가받았다. [위키백과] 그리고 이 노래는 '시인세계'(계간)에서 우리나라 유명 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랫말'을 조사한 결과, 가요 중에서 노랫말이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선탓컴] 국보급 끼 가수 백설희는 영화배우 황해의 배우자이자, 가수 전영록의 어머니이다.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멤버 보람과 디유닛의 멤버 람은 백설희의 손녀이다. 그녀의 집안에 흐르는 끼는 한 마디로 국보급이다. 2010년에는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특별 공로상을 수상했다. 작곡가인 박시춘은 '신라의 달밤' '굳세어라 금순아' 등 3000여곡의 노래를 작곡한 대한민국 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이다. 작사가 손노원은 일제강점기말 강제 징집을 피해 팔도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젊어서 아버지와 사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선 봄(立春) 이 고을은 빠르고 저 마을엔 더디 오고 사내 봄힘 솟아나고 아가씨 속 돋느니 이제사 가람 풀려서 꽃봉들이 눈 비비네 * 꽃봉들이 : 꽃봉오리들이 * 봄힘 : 봄기운 ▲ 춘설 (그리 운곡 강장원 한국화가) ** 김리박 : 대한민국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장 재일본한국문인협회 회장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선정 한국어어문 지킴이 (황금상) 2006년 일본 히라가타시 교육위원회 조선어강좌 특별강사 일본용곡대학(龍谷大學) 한국어강좌 강사 일본관서대학(關西大學)비교지역문화강좌 강사 누리편지 ribak@hera.eonet.ne.jp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보송하다 [뜻] 2)솜털 따위의 작고 보드라운 것이 돋아 있다.[보기월] 보송한 아기의 머릿결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공차기에서 우리나라가 이기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아깝게 져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준 우리 공차미들에게 큰 손뼉을 쳐 주었습니다. 다음에 더 멋진 모습을 보여 줄 거라는 믿음도 생겼습니다.날씨도 춥고 할 일도 있었지만 도움을 바라는 곳이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도 다 온다고 해서 두어 달 앞에 태어난 아기를 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안 왔더군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본 지는 좀 돼서 보고 싶었습니다.보송한아기의 머릿결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오랜만에 몸을 좀 놀렸습니다. 새로운 일을 벌이는 데 가서 나무도 심고 깔판도 만들고 했습니다. 모레가 들봄(입춘)이라고 하지만 나무를 심기에는 좀 이르지 않은가 싶었지만 나무를 심는 동안 따뜻한 볕살을 받으며 땀을 흘리며 생각을 바꾸게 되더라구요. 땅 속에서부터 봄이 오는 게 느껴졌다고 할까요?^^'보송하다'는 1)물기가 없고 보드랍다'는 뜻도 있습니다. 센말은 '뽀송하다'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서 풍 -이육사 서리 빛을 함북 띄고 하늘 끝없이 푸른 데서 왔다. 강바닥에 깔여 있다가 갈대꽃 하얀우를 스처서 장사(壯士)의 큰 칼집에 숨여서는 귀향가는 손의 돋대도 불어주고 젊은 과부의 빰도 히든날 대밭에 벌레소릴 갓구어 놋코 회한(悔恨)을 사시나무 잎처럼 흔드는 네오면 불길한 것 같어 좋와라.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차가 금사강(金沙江)을 따라서 합파설산(哈巴雪山)으로 접근하면서 금사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옥룡설산(玉龍雪山)도 점점 일어서고 있다. 이제 곧 합파설산과 옥룡설산이 가파르게 일어서면서 만든 깊고 좁은 협곡, 호랑이가 사냥꾼에 쫒기다가 훌쩍 뛰어 건넜다는 호도협(虎跳峽)이다. 금사강은 이제 곧 맞닥뜨릴 그 좁고 사나운 협곡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은 유유히 호도협을 향해 흐르고 있다. ▲ 황토빛 금사강의 모습 호도협 입구인 교두진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린다. 트레킹 출발지인 나씨야거에는 버스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작은 차로 갈아타기 위함이다. 보통 많은 트레커들은 여기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하나, 우리는 시간 관계상 나씨야거까지는 차로 이동한다. 교두진에는 건축물이 들어서고 길이 닦이고 있는 것이 예전에는 새나 쥐나 다닐 수 있는 길이라고 하여 조로서도(鳥路鼠道)라고도 불리었다는 차마고도에도 개발의 광풍이 몰아닥치고 있음을 실감하겠다. 이러다가 우리가 머리에 떠올리는 그 차마고도는 사진과 영상에서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차가 나씨야거를 향하여 올라간다. 길은 예전 마방들이 다니던 길을 작은 차가 다닐 수 있게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보비리 [뜻] 몹시 아니꼽게 느껴질 만큼 지나치게 아끼는 사람[보기월] 아이들 말처럼 하늘님이 계신다면 하늘님은보비리같다.는 말도 재미있게 쓸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비가 내렸습니다. 몸으로 느끼는 날씨는 눈이 내릴만도 한데 끝내 비가 떨어졌습니다. 올겨울 눈다운 눈 구경을 못한 아이들은 하늘이 짜도 너무 짜서 밉다는 말까지 합니다. 어느 동네는 지겨울 만큼 내려 주고 우리 동네는 한 차례도 안 내려주느냐면서 말이지요.아이들 말처럼 하늘님이 계신다면 '하늘님은보비리같다는 말도 재미있게 쓸 수 있겠습니다. 아침에 배곳으로 오는 길에 보니 높은 뫼에는 하얗게 눈이 내렸더라구요. 말 그대로 '눈뫼'였지요. 눈뫼 허웅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본 허웅 선생님은 머리카락이 모두 하얗게 되어서 눈이 내린 뫼처럼 보였었지요. 낮은 뫼에 눈이 내리지 않듯이 높은 뫼, 든든한 뫼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이제 구름이 걷히고 해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봄이 우리 곁으로 오고 있나봅니다. '보비리'는 '구두쇠', '굳짜'와 같이 지나치게 아끼는 사람을 두고 쓸 수 있는 말이며, '인색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