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 버캐 [뜻] 2)엉겨서 굳어진 느낌(감정) 따위를 빗대어 이르는 말[보기월] 남은 열흘은 한 해 동안 쌓인 마음의버캐들을 걷어 내는 날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골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나가던 매지구름이 뿌리는 눈송이들을 봤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뿌옇게 먼지 보이던 것들이 가까이 가니 하얀 눈이었습니다. 수레 앞으로 휘어지듯 다가오는 꽃잎같은 눈보라를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설렜습니다.굴을 빠져나오 듯이 바로 멀어졌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짧은 눈구경을 하고 집에 가서 밀린 일들을 몇 가지 했습니다. 들어야 할 것들도 있었고 아이가 하는 일을 도울 것도 있었습니다. 일을 하느라 날이 어두워진 줄도 몰랐고 밥때가 지나는 줄도 몰랐습니다. 가시아우가 아이를 낳으러 간다는 기별을 받고 가시아우의 큰애를 가시집에 데려다 주러 나갔더니 수레 위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바닥에도 얇게 쌓여 있어서 제 발자국이 남았지요. 큰길에는 수레들이 많이 다녀서 다 녹아서 볼 수가 없었지만 곳곳에 쌓인 눈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오늘까지 올해도 딱 열흘 남았습니다. 여기저기서 한해를 돌아보고 마무리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만등동산(晩登東山, 늦게 오른 동녘 산) 이육사 卜地當泉石 샘과 바위 있는 곳을 가려 相歡共漢陽 한양에 함께 삶이 즐겁다 擧酌誇心大 잔을 들어 마음 담대함을 자랑하고 登高恨日長 높은 곳에 올라 해가 길어짐 한탄한다 山深禽語冷 산이 깊어 새소리 차갑고 詩成夜色蒼 시를 지으니 밤빛은 푸르다 歸舟那可急 돌아가는 배는 왜 그리도 급한가 星月滿圓方 별빛과 달빛이 하늘에 가득하다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해보기나 했어포기 모르는 뚝심 포드와 車 조립 기술 계약 맺어 어려운 과제 주고 해결책도 귀띔 현대자동차 일본판매 사장을 지냈던 김진수 씨는 재미있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현대상사 일본지점장을 할 때의 이야기다. 정주영은 그에게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자네가 일본 지점장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일본에 배를 팔아야지. 회장님 일본은 해상왕국인데다 조선왕국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에 배를 판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팔아보기나 했어? 김진수는 그때까지만 해도 정주영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고 했다. 아무 것도 모르니 그저 겁도 없이 말대꾸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팔아보기나 했어?라고 하는 말을 듣고는 헷갈리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더 이상 말을 할 수도 없었고, 사실 팔아보지 않았으니 딱히 할 말도 없었다고 했다. 정 회장의 팔아봤어?란 말은 그에게 일생 큰 가르침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 뒤로부터 정주영을 회사의 회장이나 인생 선배가 아니라 스승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주영이 아우 인영에게 포드사와 자동차 조립 기술 계약을 맺고 들어오라는 갑작스런 명령을 했을 때 정인영은 형의 성격에 이력이 났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버슷하다 [뜻] 두 사람 사이가 서로 어울리지 않다(어색하다).[보기월] 버슷한사람들도 이제 맺힌 일들 다 풀고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낳고 있습니다. 올 들어 가장 추웠다는 어제 물이 얼어서 안 나온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일인데 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수레 힘틀이 움직이지 않아 깜짝 놀랐습니다. 추운 날씨에 이틀을 밖에 세워 두었더니 수레도 얼었었나 봅니다. 날씨가 좀 풀렸다고는 하지만 저녁부터 눈이 오는 곳이 많을 거라고 하는데 다른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올해 마지막으로 배곳에 왔습니다. 가깝지 않은 길을 오가며 아무 일도 없이 잘 다닐 수 있어서 좋았고, 그 길을 함께해 준 세 분이 참 고맙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다보면 서로 곱새기는 일도 있고 그러다보면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마음을 다치기도 합니다. 그럴 일이 없는 게 좋지만 그럴 일이 있었더라도 풀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버슷한사람들도 이제 맺힌 일들 다 풀고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해끝에 한 해를 돌아보고 마무리 하면서 서운했던 일보다는 고마웠던 일,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버성기다 [뜻] 1)벌어져 틈이 있다.[보기월]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버성긴발뒤꿈치, 거친 손에 마음이 쓰입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와 달리 바람이 불면서 날씨가 더 많이 추워졌습니다. 밖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은 귀와 볼이 빨갛게 되어도 마냥 즐거운 듯 보입니다. 저는 손도 시리고 귀도 시려서 나가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요. 찬바람이 불면 저를 성가시게 하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버성긴발뒤꿈치, 거친 손에 마음이 쓰입니. 모두 다 추운 날씨와 걸리는 것들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다 물려 받은 것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어릴 때는 안 좋은 것만 물려 줬다며 어머니께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어머니 모습을 저한테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습니다. 아버지 혼자 계신 시골집 물이 얼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 '버성기다'는 위의 뜻 말고도 2) 두 사람 사이가 탐탁하지 아니하다, 3)분위기 따위가 어색하거나 거북하다는 뜻으로 씁니다. 아래에 보기들이 있습니다.1) -버성긴발뒤꿈치에서 피가 나온다.(표준국어대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버물다 [뜻] (사람이 못된 일이나 범죄에)관계하다.[보기월] '연루'를 '관련'으로 다듬어 쓰라고 했는데 앞으로는 '관련'을 써야 할 때 '버물다'도 쓰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눈, 바람, 추위 세 가지가 겹쳐서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합니다. 따뜻한 집 안에서는 못 느끼는 것들이지만 밖에 나오면 다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제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은데 남 챙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따뜻한 곳에서 지낼 수 있는데 굳이 나가서 지낼 까닭이 없겠지요? 토박이말 갈배움도 그렇습니다.사람 사는 게 다 그렇 듯이 말입니다. 그런 게 마땅한데 그럴 수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 씁쓸하고 아쉬운 기분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날씨만큼 몸도 마음도 추운 날입니다. 오늘도 쏟아지는 기별들 가운데 '연루'라는 말이 보입니다. 기별꾼들이 그 말을 골라 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모이(사전)에는 '관계'로 다듬어 쓰도록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옛날에는 '버물다'는 말을 썼습니다. '버무리다'는 말은 쓰는데 왜 안 쓰게 되었을까요? 토박이말을 업신여기는 마음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되묻게 됩니다. '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버릊다 [뜻] 2)벌여서 어수선하게 늘어놓다.[보기월] 책상 위에버릊어놓았던 종이들을 깔끔하게 치울 수 있게 도와 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어제 아침은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닌데 여느 때보다 늦어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해서 많이 미안했습니다. 김장 담은 김치를 밤재웠다 넣으면 맛이 더 있을 거라고 해서 갈 채비를 하기 앞서 넣으려고 보니 두껍게 얼음이 얼어 있었습니다. 그게 손으로는 쉽게 떨어지지 않아서 칼로 떼어 내느라 때새를 좀 보내고 보니 늦어 있었습니다. 어제 밤에 넣을 자리를 봐 두었더라면 그렇게 바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쉬지 않고 이어진 배움자리를 마무리하고 안친 일을 한 가지씩 했습니다. 내 달라는 것을 먼저 챙기고 내야 할 것들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일이 겹쳐서 혼자 하다가는 집에 갈 때를 맞추기 어렵겠다 싶어 도움의 손을 빌렸습니다. 애들을 집으로 보내고 좀 쉬거나 해야 할 일이 해야 하는 줄 알지만 서로 도우며 살자는 뜻으로 그랬습니다. 마다하지 않고 와서 꼼꼼하게 일을 챙겨 줘서 제가 다른 일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버릊어놓았던 종이들을 깔끔하게 치울
[한국문화신문 = 김리박 시조시인] 길눈 눈 오면 아득 옛날 아빠는 눈 얘기 울 믿고장 섣달에 길눈 쌓면 오는 해 온것 피어나 여름이 좋다들 * 길눈 : 어른 한 사람의 키만큼 쌓인 눈 * 쌓면 : 쌓이면 * 온 것 : 온갖 풀나무와 곡식들(온은 백) 돌아가신 우리 아버님은 젊으신 때 영남, 호남은 물론 저 서북, 관동까지도 돌아다니신 얘기를 어린 우리들에게 흥이 돋으시면 자랑삼으시어 해 주셨다. 그 속에 눈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는데 눈은 곡식들의 거름이 된다.고들 많이 말씀 해 주신 기억이 났다. 얼핏 보기에 좋은 숫눈은 숫처녀 같이 예뻐 볼만한 자연 풍경이지만 한편 그 무게가 엄청나 지붕이 빠질 때가 적지 않다 한다. 그러나 눈은 논밭의 좋은 거름이 되니 눈이 안 오면 농민들은 걱정거리가 된다고들 했다 한다. (참고 문헌: 김영조 지음 《하루하루가 잔치로세》 2011. 인물과 사상사) ▲ 전주 한옥마을의 눈온 풍경(공영춘 기자) ** 김리박 : 대한민국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장 재일본한국문인협회 회장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선정 한국어어문 지킴이 (황금상) 2006년 일본 히라가타시 교육위원회 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버드름하다 [뜻] 바깥쪽으로 조금 벋은 듯하다.[보기월] 버드름한이 사이에 찌꺼기가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는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마음은 바쁜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아서 답답한 요즘입니다. 눈이 온 뒤로 이어지는 추운 날씨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집이 잡혔던 입술은 이제 딱지가 앉았습니다. 하지만 뭘 먹으려고 입을 조금 크게 벌리면 터져서 잘 아물지 않습니다. 이레는 넘게 갈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없는 것보다 많이 거슬리네요. 토박이말바라기 일꾼 모임에서 다음 모두모임(총회) 날을 잡았습니다. 새해 2달 14날인데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뒤에 모시는 말씀을 예쁘게 만들어 다시 기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는 가시집에서 김치를 담았습니다. 가시어머니께서 손수 키워 절인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 일을 했지요. 양념이 묻을까봐 허름한 옷을 챙겨 가서 갈아 입고 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옷에 양념을 묻히는 게 주는 것 같습니다. 빨간 고춧물이 들면 잘 지지 않기 때문에 조심을 하지 않으면 옷을 버릴 수도 있는데 양념 바르는 것도 난든집이 났는가 봅니다.^^오래 쪼그려 앉아 있어서 허리도 아프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우리 겨레의 삶을 구렁으로 몰아넣은 옹이는 바로 중국 글말인 한문이었다. 기원 어름 고구려의 상류층에서 한문을 끌어들였고, 그것은 저절로 백제와 신라의 상류층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말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우리말에 맞추어 보려고 애를 쓰기도 하였다. 그래서 한쪽으로는 중국 글자(한자)를 우리말에 맞추는 일에 힘을 쏟으면서, 또 한쪽으로는 한문을 그냥 받아들여 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한자로 우리말을 적으려는 일은 적어도 5세기에 비롯하여 7세기 후반에는 웬만큼 이루어졌으니, 삼백 년 세월에 걸쳐 씨름을 한 셈이었다. 한문을 바로 끌어다 쓰는 일은 이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져, 고구려에서는 초창기에 이미 일백 권에 이르는 역사책 《유기》를 펴냈고, 백제에서는 4세기 후반에 고흥이 《서기》를 펴냈으며, 신라에서는 6세기 중엽에 거칠부가 《국사》를 펴냈다. 상류층이 이처럼 한문에 마음을 쏟으면서, 우리 겨레 동아리에는 갈수록 틈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배워서 익힐 시간을 가진 상류층 사람들은 한문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새로운 길로 내달았으며, 배워서 익힐 시간을 갖지 못한 백성들은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