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밑절미 [뜻] 일몬(사물)을 이루는 본디부터의 바탕 [보기] 뛰어난 한글의 밑절미가 토박이말이니 토박이말도 그에 못지 않게 뛰어난 말이라고 가르치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겨레의 하늘이 열린 것을 기리는 날부터 사흘을 이어서 쉬었습니다. 온 나라 곳곳에 잔치가 열렸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제가 사는 곳의 흐름불 잔치(유등 축제)를 비롯하여, 살사리꽃 잔치, 불꽃 잔치,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지 싶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으로 잔치 구경을 나선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기별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저는 지나간 딸아이 돌날을 챙기고 아버지 고수련을 하느라 잔치 구경은 못 갔다왔습니다. 다만 가까이서 열리고 있는 흐름불 구경은 살짝 하고 왔습니다. 물과 빛이 어우러져 그린 빛그림은 해마다 봐도 아름다웠습니다. 길에 가득 찬 사람 구경도 좋았습니다. 이틀 뒤면 568돌 한글날입니다. 벌써부터 여러 가지 일이 있을 거라는 기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말이 아프다, 들온말이 마구 쓰인다 따위의 걱정도 이맘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별입니다. 이렇게 우리 글자인 한글을 기리는 날 우
[그린경제/얼레빗=김리박 시조시인] 할아버지 할머니 날 아침놀 길 손목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 잘 보니 꽃늙은 가시버시 흐뭇하고 죽살이 가을철이라 꽃쑥 내음 그윽하네 * 꽃늙은 : 곱게 늙은 * 가시버시 : 내외, 부부 * 죽살이 : 인생, 생애 * 꽃쑥 : 국화꽃 지난 2일은 우리 겨레 명절의 하나였던 중양절이었다. 예전엔 이날 나라에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모셔다가 대접했다. 옛날과 달라 요즈음은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연인처럼 손길 잡고 천천히 산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아름답고 흐뭇한 느낌이 돋아 하루 종일 맘이 좋다. 얼마 안 남은 인생이니 함께 살아 온 내외는 그렇게 지내는 것이다. ▲ 지난 2일은 중양절 이날은 나라에서 나이드신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날이기도 했다. ** 김리박 : 대한민국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장 재일본한국문인협회 회장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선정 한국어어문 지킴이 (황금상) 2006년 일본 히라가타시 교육위원회 조선어강좌 특별강사 일본용곡대학(龍谷大學) 한국어강좌 강사 일본관서대학(關西大學)비교지역문화강좌 강사 누리편지 ribak@hera.eonet.ne.jp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내가 전경련 회장으로 있을 때다. 나한테는 사전에 한마디 말도 없이, 5월 어느 날, 문교부 장관이 대통령 결재까지 맡았다고 하며 자신을 위원장으로 한 민간 7인 위원회라는 것을 누런 종이에 시커멓게 프린트한 것을 들고 왔다. 그러면서 정부의 체면이 서도록 해주면 좋겠다.라고 사정했다. 결국 그 임무는 돈이 있다는 것과 전경련 회장이란 명분으로 정주영에게 떠넘겨 진 것이었다. 하지만, 80년대 초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올림픽을 치르려면 경비가 약 8000억 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곳간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겨진 올림픽 유치 민간추진위원장을 정주영은 원래 그의 생각대로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다. 이왕 맡은 이상 정주영의 진가를 발휘해야 했다. 그러나 어디 그게 쉬운 일이던가? 세계 사람들은 당시 한국에 가면 아직도 전쟁고아가 득실거리고 총알이 빗발치는 줄로만 알던 때였다. 또 그보다 10여 년 전 1974년 아시안 게임을 유치했다가 개최 능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반납한 적이 있었다. 아
[그린경제/얼레빗=허홍구 시인] 높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흐르는 10월입니다 밤이면 빤짝이는 별빛도 보이고 시골 길섶과 논둑으로는 살살이꽃(코스모스) 잎이 바람에 한들거립니다. 만약에 앞을 바라 볼 수 있는 눈이 없었다면 캄캄한 암흑의 세상에서 그런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빛나는 글자는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입니다. 만약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려운 한문이나 혀 꼬부라진 말로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헐버트박사는 세상에서 한글보다 더 우수한 글자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 공공기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원없이를 ₩ON라고 써서 잘난채를 한다. ▲ 절에서 보통 대웅전이라 쓰지만 큰법당이라고 우리말로 써서 모범을 보이는 경기도 운악산 봉선사 잘났다는 사람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사람들이 참 못났습니다. 제 나라의 훌륭한 말글을 놔두고 무슨 영어와 어려운 한문을 그리도 좋아하는지요? 잘난 체하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우리의 눈에는 지극히 못난 존재로 보입니다. 말로만 나라사랑 한글사랑 통일조국을 떠들지 말고 빛나는 우리의 한글을 지키고 사랑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 말글을 지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미주알고주알 [뜻] 아주 작은 일까지 속속들이=고주알미주알 [보기월] 어디어디를 다닐 것인지 미주알고주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잘 다녀오겠습니다. 마음속으로 하리라 짜 놓았던 대로 일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일이 꼭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이틀이면 안친 일들 몇 가지를 하고 마음 놓고 몇 날 밖에 다녀 올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엿날은 두 아이 칼품새 올리는 데 다니느라 하루가 쏜살처럼 지나버렸습니다. 어제는 아침 일찍 아버지께 기별이 왔는데 시골집에 가서 지난 이레 털어 놓은 밤을 까서 갈무리까지 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할 일이 짜여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일을 하는 동안 마음이 쓰여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먼저 끄고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밤송이를 밟아 알밤을 까고 밤송이를 들어내면서 알밤을 골라내는 일을 했지요. 혼자서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밤을 까는 일에만 마음을 쏟았지만 얼른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골라 낸 알밤 가운데 크고 실한 것들은 따로 젖은 모래에 갈무리를 해 두었습니다
[오늘 토박이말]미주알고주알[뜻]아주 작은 일까지 속속들이=고주알미주알[보기월]어디어디를 다닐 것인지 미주알고주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잘 다녀오겠습니다. 마음 속으로 하리라 짜 놓았던 대로 일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일이 꼭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이틀이면 안친 일들 몇 가지를 하고 마음 놓고 몇 날 밖에 다녀 올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엿날은 두 아이 칼품새 올리는 데 다니느라 하루가 쏜살처럼 지나버렸습니다. 어제는 아침 일찍 아버지께 기별이 왔는데 시골 집에 가서 지난 이레 털어 놓은 밤을 까서 갈무리까지 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할 일이 짜여 있어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일을 하는 동안 마음이 쓰여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먼저 끄고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밤송이를 밟아 알밤을 까고 밤송이를 들어 내면서 알밤을 골라 내는 일을 했지요. 혼자서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밤을 까는 일에만 마음을 쏟았지만 얼른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골라 낸 알밤 가운데 크고 실한 것들은 따로 젖은 모래에 갈무리를 해 두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뵙는 날 드릴 것들입니다
[그린경제/얼레빗=김리박 시조시인] 가을 움 하두야 비가 많아 이삭 끝에 새움이 돋았네 아닌 봄 늦가을에 움 돋으니 어이 하료 밭갈이 궂은 마음을 그 누가 달래 주나 * 밭갈이 : 밭을 가는 사람. 농민 움은, 돋아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매는데 가을장마 때에 움이 돋은 벼이삭은 오히려 해가 아닐 수 없고 농민들의 큰 근심거리다. ▲ 가을 그림 운곡 강장원 한국화가
[그린경제/얼레빗=마완근 기자] 일 식 이육사 쟁반에 먹물을 담아 햇살을 비쳐본 어린날 불개는 그만 하나밖에 없는 내 날을 먹었다 날과 땅이 한줄우에 돈다는 고순간(瞬間)만이라도 차라리 헛말이기를 밤마다 정영 빌어도 보았다 마츰내 가슴은 동굴(洞窟)보다 어두워 설래인고녀 다만 한봉오리 피려는 장미(薔薇) 벌레가 좀치렸다 그래서 더 예쁘고 진정 덧없지 아니하냐 또 어데 다른 하늘을 얻어 이슬 젖은 별빛에 가꾸련다 . - 에게 주는 - ▲ 시화 정미연 작가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밑턱구름 [뜻] 땅 위로 바짝 내려앉은 구름 [보기월] 비가 그치고 밑턱구름이 곳곳에 떠 있어 하늘이 참 예뻤습니다. 늦게 들어오는 날이 이어져 잠이 모자랐는지 어제는 참 일어나기가 힘들었습니다. 눈을 조금 감았다가 떴는데 여느 날보다 늦게 일어났지요. 서둘러 챙길 것을 챙겨 집을 나선 때가 여느 날 저만큼 갔을 때였습니다. 수레도 많아서 마음은 바빴지만 얼른 갈 수도 없어서 흐름을 따라 갔습니다. 그리 서둘지 않으니 여느 때보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가 그치고 밑턱구름이 곳곳에 떠 있어 하늘이 참 예뻤습니다. 훨훨 날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혼자 보는 게 아까워서 찍그림으로 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늦게 일어나 바빴던 마음은 구름이 그린 그림을 보고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모자란 잠은 채우려고 한다지요? 일이 있어서 수레를 몰고 가는 길에 잠이 많이 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얼마 되지 않아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말동무를 모시고 가게 되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니 괜찮았습니다. '밑턱구름'은 '땅 위로 바짝 내려앉은 구름'입니다. 좀 더 꼼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밍밍하다 [뜻] 1)먹거리 따위가 제맛이 나지 않고 몹시 싱겁다. [보기월] 옛날에 먹었던 밍밍한 재첩국과 달리 빛깔도 맛도 다 좋았습니다. 어제 아침 퍼붓던 동이비는 그때만 내린 탓에 그리 많이 오지는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바랐던 대로 아픔이나 슬픔을 겪었다는 기별은 없었지요. 낮동안 비는 사이사이 오락가락 했지만 말입니다. 다섯 차례 갈배움을 마치고도 모임에 못 챙긴 일까지 챙기고 나니 하동 배움자리에 갈 때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마치자마자 채비를 해서 서둘러 갔습니다. 가서 슬기틀을 차려야 했고 저녁도 먹어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바빴습니다. 뭘 먹을까 생각을 하다가 아무래도 하동은 재첩국이 널리 알려졌으니 오랜만에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배움자리 가까이 가서 수레가 들어가기 좋은 밥집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아주 조용했습니다. 참일 재첩국에 얽힌 떠올리기 싫은 일이 있어서 망설이다 들어갔지요. 건건이 몇 가지와 함께 나온 국물이 아주 뽀얗더군요. 한 술 떠서 후후 불어서 맛을 봤습니다. 옛날에 먹었던 밍밍한 재첩국과 달리 빛깔도 맛도 다 좋았습니다. 그렇게 뚝딱 밥 한 그릇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