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물리다 [뜻] 다시 대하기 싫을 만큼 몹시 싫증이 나다. [보기월] 저마다 맡은 일을 하늘이 준 일이라 여기면 물릴 까닭이 없겠지요. 비가 오락가락 하는 동안 빗소리를 노래 삼아 안친 일들을 했습니다. 미리 해 놓았던 일도 있고, 머리로 생각해 두었던 일들이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해 놓은 일들을 누군가 보고 도움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저마다 맡은 일을 하늘이 준 일이라 여기면 물릴 까닭이 없겠지요.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는데 마지못해 하다보면 그럴 때가 많을 테구요. 하지만 둘레에는 맡은 일을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기쁜 마음으로 즐기며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겠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배곳(학교)는 오늘 새로운 배새(학기)를 열었습니다. 다른 배곳보다 조금 짧게 쉬고 일찍 열어야 할 까닭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느 해에는 겪어 보지 못할 일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배울 것이 많을 겁니다. 우리 배곳 식구들이 울력해서 많은 손님들을 잘 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질리다'와 비슷한 뜻을 가진 '물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물놀이 [뜻] 잔잔한 물이 공기의 움직임을 받아 물낯(수면)에 잔물결이 이는 모습 [보기월] '물에서 노는 것'도 '물놀이'지만 '물이 노는 것'도 '물놀이'라는 것을 알고 쓰면 좋겠습니다. 이런 저런 일에 쫓겨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한 달이 다 흘렀습니다. 일 생각을 하지 않고 푹 쉬어 본 게 언제 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좀 쉬어 보려고 식구들과 함께 숲을 찾았습니다. 숨을 쉬면서 바로 맑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좋은 곳이었습니다. 물 맑고 쉬기 좋은 집이 있지만 갈 때마다 비가 오거나 나오기 바빠서 올여름에는 물에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숲에 간 김에 물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골짜기 물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차가웠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입술이 시퍼래져서 물 밖으로 내 보내야 했습니다. 저도 물에 오래 있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날도 저물어 가고 하나 둘 저마다 집으로 돌아가고 난 뒤 우두커니 놀던 곳을 보니 물놀이가 일었습니다. 바람이 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습니다. 그걸 보고 곧 비가 오겠
[그린경제/얼레빗=김리박 시조시인] 아욱달 보름날 참아욱 피어나는 한여름 나랏무덤 서럽게 앗긴 분 아까운 젊은이들 다시는 그리 안 되리 못 잊을 샅바 띠새 * 아욱달 : 8월 * 참아욱 : 무궁화 * 나랏무덤 : 국립묘지 * 샅바 띠새 : 왜정 시대 ▲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 포스터에서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입찰에 실패한 기업들의 훼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심지어 사우디 무기상으로 사우디 왕족들과 대단한 친분을 과시하고 있는 한 인사는 현대가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따내면 내 오른팔을 잘라도 좋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닌다는 소리도 들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발주처가 현대의 OSTT(Open Sea Tanker Terminal) 곧 해상유조선 정박시설 공사 능력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현대는 OSTT에 대해 공사 경험은 물론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으니까 발주처의 걱정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30m 바다 밑 암반에 30m 기초공사를 12㎞나 해내야 하니 이거야말로 난공사 중에 난공사 아니던가? 사실 입찰에서 현대보다 적은 금액을 써내 처음 낙찰되었다가 OSTT에만 한정된 금액으로 써낸 탓에 무효가 되었던 OSTT 공사의 전문기업인 브라운 앤드 루츠사의 입찰금액이 9억 달러인 것만 봐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브라운 앤드 루츠사가 현대에 찝쩍거렸다. 자기들에게 OSTT 부분을 하청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자기네 견적에서 금액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브라운 앤드 루츠사에 하청을 주고 나면 현대는 별
[그린경제/얼레빗=홍사내 기자]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는 《일제말기 한국 작가의 일본어 글쓰기론》(서울대학교출판부, 2003)에서, “저 《친일문학론》을 쓴 임종국은 ‘독자들이 제일 궁금하게 생각할 것은 이 책을 쓴 임종국이는 친일을 안 했을까? 이것이 아닐까 한다. 이 의문을 풀어 드리기 위해서 필자는 자화상을 그려야겠다.’라는 글을 남겼다.”고 하면서, 강점기 시대의 작가가 선택해야 했던 글쓰기의 방법과 삶을 살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일문제는 사상 검증처럼 돌이켜 구별 져야 하는가보다. 작가의 삶이나 작품 속에서 친일 색깔을 찾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저울의 덫처럼 균형 잡기 힘든 작업이다. 수평잡기를 못하면 항일운동가가 되거나 친일매국노로 몰리기 쉽고, 그렇다고 수평을 잘 잡은 자도 매를 맞기는 마찬가지다. 방관자 혹은 도피자, 회색분자 따위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우리 역사 속에서도 많은 정변으로 적대자가 생기고, 그들이 다시 복원되는 일을 숱하게 본다. 사람의 한평생을 선악의 잣대로 구별하거나 이념의 굴레를 씌우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분단 이후 자의든 타의든 남북으로 갈라져 사는 우리는 서로 적이 되어 있고,
[그린경제/얼레빗=허홍구 시인] 뜨겁다 하였더니 어느새 가을이다. 떠나고 또 새롭게 다가오는 이 대자연의 순환을 지켜보면서 나는 나중 어떤 모습으로 떠나야 할까를 생각 하게한다. 떠날 때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고 당당하다.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은 국민들이 그토록 남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국가를 이룩할 후진을 위해 웃으면서 물러났다 고향으로 가서 나를 키워준 계곡과 언덕, 시냇가를 거닐고 싶다고 했다 여의도 신사로 불린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영광과 곡절이 교차한 20여년의 정치인생을 마감하고 정계를 떠났다. 사법심판대에 오르거나 들것에 실려 나가기 전에는 제 발로 정계를 떠나는 정치인을 좀체 찾기 어려운 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일한 만큼 소외 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손학규는 이제 그 꿈을 접는다고 했다 그가 끝내 이루지 못한 소중한 꿈이 그의 아름다운 퇴장으로 더 활짝 꽃피는 세상이 되고 더 실한 열매가 열릴 수 있기 바란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손 학 규* 저평가 우량주! 이 말은 오래전 대통령 선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렁팥죽 [뜻]1) 마음이 여린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보기월] 그것을 널리 알리고 싶은데 제가 물렁팥죽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겨레 사랑, 나라 사랑 이야기는 듣보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일들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이 그런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인지는 저마다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로 다른 쪽을 보고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도 다 겨레와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저도 남을 잘 믿습니다. 그래서 가끔 속기도 하고 속은 뒤에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저마다의 생각을 마음껏 나눌 수 있는 누리가 되었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요새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을 널리 알리고 싶은데 제가 물렁팥죽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다들 알고 있었던 일인데 저만 이제서야 알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너울 [뜻] 바다같은 넓은 물에서 크게 움직이는 물결=파도[보기월] 시원한 파도가 생각날 때 '물너울, 물놀'도 떠올릴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는 것입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능을 두고 나서서 천천히 가서 어제 있었던 일도 갈무리할 겨를이 있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모두모임을 했다는 기별도 하고 토박이말 맛보기 글도 올리고 말입니다. 아이들과 토박이말을 널리 알리는 알림감을 만들고 있어서 이런저런 토박이말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서로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게 토박이말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마다 일을 짰기 때문에 하나씩 만들어 가는 모습도 보고 이렇게 저렇게 좀 보태고 바꿨으면 좋겠다는 도움말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마칠 때가 되어 있었습니다.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를 하다가 물놀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아빠 파도는 한자말이에요 토박이말이에요?라고 물었습니다. 한자말이라고 하니 그럼 파도를 토박이말로는 뭐라고 하는지 물었습니다. 이게 아이들입니다. 뭐든 하나를 알려주면 그것과 아랑곳한 궁금한 것이 있고 궁금하면 묻게 되어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문문하다 [뜻]1) 어려움 없이 쉽게 다루거나 대할 만하다. [보기월] 그래서 토박이말을 문문하게 여기는 아이들처럼 어른들도 그렇게 될 거라 믿습니다. 여러 날만에 만나서 그런지 해가 더욱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집을 나서지도 않았는데 땀이 물 흐르듯 흘러 내 려 손헝겊으로 닦기 바빴습니다. 그래도 찬바람이 나오는 배움방에 들어가니 살만했습니다. 배달말난이(국어영재) 아이들과 토박이말 알림감을 만들면서 더위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솜씨를 살린 멋진 알림감들이 나올 거라 믿고 힘껏 돕고 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첫 발표 토론 및 모두모임이 있었습니다. 날씨도 덥고 바쁜 일도 많았을 텐데 함께해 자리를 빛내 주신 분들께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하신 분들은 그 어떤 분들보다 토박이말을 사랑하는 분들이고 앞으로 토박이말을 살려 온 누리에 퍼지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박이말을 맛보고 부려 쓰며 사는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듯이 또렷하게 보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함께 손잡고 가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모습에 힘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토
[그린경제/얼레빗=김리박 시조시인] 늙 장마 홀 남은 장마를 주머니에 넣어서 무더운 그믐날 밤 님과 함께 젖어서 미리내 까치 다리를 건너나 볼까나 * 미리내 : 은하수 ▲ 우중(雨中) 그림 운곡 강장원 한국화가 ** 김리박 : 대한민국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장 재일본한국문인협회 회장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선정 한국어어문 지킴이 (황금상) 2006년 일본 히라가타시 교육위원회 조선어강좌 특별강사 일본용곡대학(龍谷大學) 한국어강좌 강사 일본관서대학(關西大學)비교지역문화강좌 강사 누리편지 ribak@hera.eonet.n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