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르쇠 [뜻]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다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 [보기월] 갓 배운 것을 두고 모르쇠로 나오면 할 말이 없습니다. 만나야 하고 그리고 만남으로 그 뜻을 알려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토박이말을 가르칠 갈친이들과의 만남에서 느낀 것입니다. 아무리 종요로운 것이라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고 했습니다. 저하고 다름없이 일을 마치고 바삐 수레를 몰아서 왔을 것입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쳐 쉬고 싶을 무렵에 새로운 만남과 배움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때에 만나는 것이라 저도 마음이 많이 쓰였습니다. 무엇이든 새롭고 귀가 솔깃한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말이지요.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은 많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참 다릅니다.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마음이 같지 않으면 그냥 뭇소리에 지나지 않으니 말입니다. 말을 하는 자리에서는 목에 핏대를 올려가며 말하기도 하지만 듣는 자리에서는 그저그런 말처럼 여길 수도 있지요. 배우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을 가르치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것도 쉽지는 않다는 것을 더 잘 알 것입니다. 한
[그린경제/얼레빗=허홍구 시인] 우리가 누군가를 보고 평가하는 기준을 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답답할 때가 많다. 큰 교회와 성당에 다녀야 하나님의 은총이 더 크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다. 큰 절에 다녀야 부처님의 가피가 더 있다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다. 또 간판이 큰 약국에는 약효가 더 뛰어나다고 믿는 것도 역시 어리석다. 우리는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 할 때 그 속보다도 겉모양만 보기가 쉽다. 각료로 추천된 분들의국회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 우리들 맘도 부끄럽고 화가 난다. 물론 스스로 인물됨이 아니라 자각하고 극구 사양하는 용기 있는 인물이 없는 탓도 있지만 번지르르한 껍데기 간판만 보고 그 속을 잘못 판단하고 평가한 어리석음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뭐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제발 좀 자신을 잘 다스려줘야겠다. 왜 어느 대학을 나오셨습니까하고 묻는가? 왜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가? 학교의 동창, 같은 고향, 같은 정당, 또는 직장의 선후배, 이런 것들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사람을 평가하는데 왜 출신 대학과 출신 고향을 꼭 알아야하나? 왜 대통령과 어떤 사이고 또 누구와는 언제부터 어떤 관계에 있습니까하고 묻는가? 약국의 간판은 약효와 아무런 상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롱이 [뜻] 메(산)모퉁이의 휘어 돌아간 곳 [보기월] 모롱이를 끊어 길을 낸 뒤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왔습니다. 오라는 데도 있었고 가야 할 곳도 있었습니다. 다음 이레에 참고을에서 열릴 '토박이말 알음알이 잔치'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첫발을 내딛는 거나 마찬가지다 보니 제가 도우고 챙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다음 해에는 제가 없어도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갈배움감 겨루기(교육자료전)에 갔었는데 참으로 남다르면서 갖가지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가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가 있어 좋았습니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았던 사람들이 좋은 열매를 거두었다는 반가운 기별을 들고 와서 더 좋았구요. 더더욱 반갑고 고마웠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참에 갈배움감을 같이 만들었던 아우가 앞으로 토박이말 갈배움에 앞장서서 일을 해 주겠다는 다짐을 줬습니다. 뜻을 같이 하지만 일을 함께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많은데 그리 나서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제 일꾼이 점점 더 늘 거라 믿습니다. 어제
[그린경제/얼레빗=김리박 시조시인] 긴 낮 (夏至) 여름이 끝닿아 첫가을 숨소리니 누에는 깁 걸쳐 줄곧나방 꿈을 꾸고 꿈결서 아씨 몸내를 못 잊는 사나이 * 깁: 명주실로 바탕을 좀 거칠게 짠 비단 ▲ 하일차담(여름날 차와 이야기), 그림 운곡 강장원 한국화가 ** 김리박 : 대한민국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장 재 일본한국문인협회 회장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선정 한국어어문 지킴이 (황금상) 2006년 일본 히라가타시 교육위원회 조선어강좌 특별강사 일본용곡대학(龍谷大學) 한국어강좌 강사 일본관서대학(關西大學)비교지역문화강좌 강사 누리편지 ribak@hera.eonet.ne.jp 손말틀 (일본) 090-8147-7689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어쩌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은 건설이었는지도 모른다. 중동건설 붐을 타면서 봇물 터지듯 했던 해외건설 수주는 당시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2014년에도 여전히 건설회사 도급순위 1위를 달리는 현대건설은 직원들이 한국에는 경쟁자가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이미 중동 건설 붐 때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현대, 그런 정주영도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흔히 정주영은 롤러코스트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할 만큼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런 롤러코스트 삶의 시작일지도 모르는 건설사업은 자동차 수리비를 받으러 관청에 갔다가 시작되었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을 목격했다. 자신은 자동차 수리비로 고작 몇 백 원을 받아 가는데, 건설업자들은 건설 공사비로 몇 만원을 받아가는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정주영은 분야가 다르지만 우리도 일을 죽어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안 되겠다. 이왕이면 나도 큰돈을 받는 일을 해야지.라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함께 사업을 하는 친구는 물론 식구들도 펄쩍 뛰었다. 안 됩니다. 건설업을 하려면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것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래톱 [뜻] 가람이나 바닷가의 넓고 큰 모래 벌판 [보기월] 올 여름에는 모래톱에서 놀고 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습니다. 어제 해가 질 때가 다 되어서 비가 긋더니 어둠이 내릴 무렵 또 몇 방울 내렸습니다. 뒷메에 가려고 나섰다가 저 멀리 보이는 매지구름을 보고 마실을 돌고 들어왔습니다. 바람까지 불어서 서늘한 느낌에 긴 옷을 찾아 입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레끝에는 여름다운 더위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하니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게 더 값지게 여겨졌습니다. 더울 때는 시원한 곳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바다로 골짜기로 사람들이 몰리곤 하지요. 벌써부터 물에 들어가 노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바닷물을 좋아하세요? 민물을 좋아하세요? 저는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끈적이는 듯한 바닷물보다 민물이 좋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모래찜질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깊은 골짜기에서 발을 담그고 노는 게 더 좋습니다. '모래톱'이란 말은 여섯 해하고도 한 달 앞에 맛을 보여드린 적이 있는 말입니다. 그때 '모래톱'이란 말을 자주 듣는 날이 얼른 오겠지요? 라고 그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람모람 [뜻] 이따금씩 한데 몰아서 [보기월] 이렇게 이레끝까지 모람모람 비가 올 거라고 하고 더위는 한풀 꺾일 거라고 하니 다들 좋으시죠? 어제 배곳에서 나설 때까지만 해도 해가 났었는데 집에 가까워질수록 어두워졌습니다. 그렇게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던 해가 매지구름에 가린 뒤에는 비가 왔습니다. 집에 들어서려던 참에 빗방울이 떨어져서 저는 몇 방울 맞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비받이를 들고 마중을 갔습니다. 몇 발자국 가지 않아서 뛰어오는 아이들을 만나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들은 참 좋아했습니다. 마중을 나와 준 것이 반가웠던 게지요. 집에 들어오니 투두툭 투두둑 소리를 내며 내렸습니다. 소나기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내렸지요. 바람과 함께 온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쳐서 얼른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아침까지 내릴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번개와 벼락 소리에 비가 더 많이 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동네에는 콩알보다 더 큰 누리(우박)가 왔다고 하고 일산에서는 미르오름(용오름)이 있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레끝까지 모람모람 비가 올 거라고 하고 더위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뜨다 [뜻]남이 하는 짓을 그대로 흉내 내어 본뜨다. [보기월] 남의 나쁜 것이 아닌 좋은 것을 모뜨며 살려고 힘을 쓰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제가 수레를 몰고 가는 날이었습니다. 이레끝에 손을 좀 봐서 그런지 힘틀 소리가 여느 때보다 더 부드럽게 들렸습니다. 때론 어제 있었던 일을 가지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때론 소리틀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오는 길이 참 좋습니다. 혼자 그 길을 다닌다면 많이 심심할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저런 일로 말밥에 오르내리고 있어 마음이 쓰입니다. 동무들끼리 서로 챙겨 주고 마음 써 주면서 기대고 손잡으며 살아가면 좋으련만 왜 그리 여린 사람을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의 나쁜 것이 아닌 좋은 것을 모뜨며 살려고 힘을 쓰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이 그런 걸 보여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아이들만 나무랄 수도 없으니 더 안타깝습니다. 일이 한 가지 끝이 나는가 했는데 또 한 가지 일이 났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마음이 무거울 텐데 반가운 일이라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참고을 진주에서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제대로 해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들뜨다 [뜻] 두 눈동자를 안쪽으로 쏠리도록 몰아 뜨다. [보기월] 손가락을 세워서 밀었다 당기면 눈을 모들떴다 말았다를 되풀이 하면서 눈을 많이 움직이게도 하지요. 어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때문에 여느 날보다 늦게 배곳에 닿아야 했습니다. 미리 알려 주었더라면 다른 길로 올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여러 사람이 일터에 늦게 닿았을 것입니다. 작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을 헤아려 주는 마음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해가 구름에 가렸다가 살짝 나왔다가 되풀이를 해서 그런지 저는 그렇게 더운 줄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땀으로 씻은 듯 온 몸이 젖은 채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바람틀을 돌리자고 하는 걸 마다하지도 못했습니다. 배움 마당 하나를 또 마쳤습니다. 마당 갈무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공책을 깔끔하게 갈무리해 놓은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도 읽지 못할 만큼 괴발개발 써 놓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배움 마당 갈무리를 하는 날은 배운 것을 얼마나 아는 가를 꼲기도 하지만 공책 갈무리를 깨끗하게 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데 오늘은 선물을 받은 아이들이 많이 늘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많은 일
[그린경제/얼레빗=김슬옹 교수] 우리 겨레는 천 년 이상을 한자를 빌어 문자생활을 해왔다. 15세기, 한문 사용으로 인한 문자 모순이 극에 달했을 때 다행히 고유 문자인 한글을 갖게 되었지만 그 뒤로도 오백 년 이상을 지배층과 지식인들은 한글을 철저히 비주류 문자로 묶어 두었다. 올해는 한글이 창제된 지 572돌, 반포된 지 569돌이나 되었지만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대 대학신문 등은 한글전용을 거부하고 있다. 물론 한글이 주류 문자로 자리 잡은 마당에 몇몇 언론이 한자 섞어 쓴다고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전 세계의 권위 있는 언어학자나 문자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실정으로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실제 한글이 주류 문자로 제대로 인정받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남한의 경우는 1988년 5월 15일에 이르러서야 한글 반포 542년 만에, 국민모금으로 한글전용 신문인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우면서 한글 주류 문자의 꿈을 먼저 이루었지만, 안타깝게도 독재와 세뇌의 도구로 전락하여 세종의 소통 정신을 반영한 한글(조선글이라 부름)이라 보기 어렵다.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