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정주영의 꿈같은 첫 사업, 쌀가게는 승승장구했다. 성실하게 운영한 덕에 단골손님은 나날이 늘어갔고 가게는 번창했다. 운명일 수도 있는 첫 사업 쌀가게는 보배였다. 그러나 그런 달콤한 세월도 두해 남짓,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운명이 그 앞에는 도사리고 있었다. 일본이 아시아를 송두리째 먹기 위한 침략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일본 군부는 1937년 7월7일부터 노구교사건이라 하여 중국군과의 충돌을 거짓으로 꾸며 중일전쟁을 일으켰다. 곧바로 조선총독부는 전시체제령을 내렸다. 전쟁물자를 만들기 위해 쇠붙이 등을 거둬들이고, 군수품 통제를 시작으로 정미소까지 통제했다. 1939년 12월 쌀 배급제가 시작됐고, 전국의 쌀가게는 문을 닫아야 했다. 이는 농민들이 지은 곡식을 수탈해 일본군에 보내고, 일본 본토로 가져가기 위한 수작이었다. 정주영도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정리해야만 했다. 쌀가게를 정리한 뒤 그의 손에 떨어진 돈은 1000여 원 남짓이었다. 쌀가게를 처분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정주영은 이 돈으로 아버지께 논 2000평을 사드렸다. 가출 네 번 만에 첫 효도를 한 셈이었다. 하지만 정주영은 고향에 오래 머물지 않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개 [뜻] 한데 몰아서(모조리 다) [보기월] 버릇이라는 게 모개로 들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제는 어버이께 배움열기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여느날 더워서 매지 않던 목댕기를 매서 그런지 적잖게 답답하기도 하고 땀도 좀 흘렸습니다. 갈친이와 배움이들이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을 보러 많은 분들이 오셔서 배곳이 북적였지요. 아이들도 여느 때와 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보신 어버이들께서 흐뭇해 하셨습니다. 날을 잡아서 이렇게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미리 익히고 다시 익히는 버릇을 들이는 데 어버이와 갈친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버릇이라는 게 모개로 들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밥솥이 고장이 났다는 기별을 받고 밥솥을 손볼까 싶어 시골집에 갔었습니다. 가서 보니 제가 손을 봐서 될이 아니더군요. 보따리에 싸서 가지고 나오니 늦은밤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루가 참 빨리 가고 달도 얼른 갑니다. 벌써 5달이 마지막 날 하루 남았습니다. 어느새 석 달이 후딱 지났습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멱차다 [뜻]1) 더할 수 없는 끝(한계)에 이르다. [보기월] 땀도 흘리고 멱차지는 않더라도 숨도 가쁘게 쉴 수 있어 참 좋은 줄 알면서도 못 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바람이 불어서 서늘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함지땅인 진주와 달리 사천은 바닷가라서 바람도 많고 시원한가 봅니다. 일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바쁜 마음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아침 나절까지 보낼 게 있어서 아침부터 바쁜 걸음을 치기도 했습니다. 어제 보내 놓고 오늘까지 알려달라는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는 알 수가 없지만 말입니다. 아이들 배움을 돕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때를 맞추라 못할 거라 생각되는데 말이지요.^^ 어제 맛보여드린 '멱씨름'을 보신 분들 가운데 좋았다는 말씀을 해 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알게 되어 좋았다고도 하시고, 말을 보니 아이들이 멱살을 잡고 씨름을 하는 게 머리에 그려진다고도 했습니다. 그게 우리말 맛 아니겠습니까? 맛을 보시고 좋다 싶은 말은 둘레 분들께도 알리고 나눠서 같이 쓰도록 해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바빠서 이 이레에는 뒷메에 한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멱씨름 [뜻] 멱살을 잡고 싸우는 짓 [보기월] 멱씨름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제는 여느 때보다 일찍 점심을 먹고 배곳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숟가락을 놓자마자 슬기틀 앞에 앉는 것이 좋지 않다고도 하고, 천천히 걷는 것이 먹은 것을 삭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말입니다. 여기저기서 공을 차는 아이들, 잡기놀이를 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멱씨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멀리서 보니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괴롭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멱씨름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키가 머리하나 만큼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둘이 씩씩거리며 주고 받는 말을 들으니 내가 더 세제? 아이다 내가 더 세다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와 누가 힘이 더 센지 이야기를 하다가 힘겨루기로 번진 듯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작은 아이가 끝까지 지지 않으려고 해서 두꺼비씨름처럼 보였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그러고 있으면서 주먹다짐까지 가지 않은 걸 보니 나쁘지 않은 사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며리 [뜻] 까닭, 필요를 나타내는 말 [보기월] 배움이들이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힐 며리를 느끼게 해 주는 일이 먼저입니다. 이제 어디를 가나 뽑기(선거)철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펼침막은 말할 것도 없고 저마다 다른 빛깔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세거리, 네거리, 댓거리, 거리마다 서서 사람 알리기에 힘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내세우는 말과 다짐들이 참 많지만 말을 챙기자는 분은 어디에도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큽니다. 토박이말바라기 갈친이 모임을 했습니다. 아픈 사람도 있고 다른 바쁜 일이 있어 못 온 사람이 있었지만 모임 자리는 참 따뜻했습니다. 토박이말 갈배움의 재미에 푹 빠지신 분도 있고, 김수업 선생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 얼마나 힘이 센지를 느끼게 된다는 분도 있습니다. 갈친이가 말의 구실과 힘을 잘 알고 있어야 아이들 마음을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배움이들이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힐 며리를 느끼게 해 주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갈친이들이 앞서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배움모임을 해서 힘과 슬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막힘없이 기운차게 흘러온 커다란 물줄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메숲지다 [뜻] 메(산)에 나무가 울창하다=숲지다 [보기월] 메숲진 것을 보고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레끝 집에 돌아오자마자 집가심을 했습니다. 땀이 뚝뚝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걷거나 뛰어 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집가심을 하면서도 땀을 흘릴 수 있으니 괜찮지 않습니까? 엿날(토요일)에는 배움자리에 갔다 온 게 가장 큰일이었습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기가 쉽지 않듯이 배움을 돕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거듭 느끼곤 합니다. 일, 배움과 같이 제가 가진 것, 하고 있은 것을 값지게 여기고 자랑스럽게 여길 때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잘 일어나는데 그게 어려운가 봅니다. 배움자리에서 돌아와 아내와 함께 뒷메에 올랐는데 몇 날만에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멧딸기였습니다. 지지난 이레 꽃이 피었던 것 같은데 벌써 빨갛게 익어 있더라구요. 그리고 또 하나 메숲진 것을 보고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김없이 절로 그렇게 되는 것들을 보며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일이 많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일은 하지 못하고 아이들 헤엄
[그린경제/얼레빗=김리박 시조시인] 보 릿 가 을 첫여름에 가을이니 보리 옷곳 그윽하고 새끼 품은 제비는 바쁘기만 하는구나 논에는 갓 심은 모이 하늘 뚫듯 솟았네 * 보릿가을: 맥추 * 옷곳: 향기 * 모이: 모가 ▲ 보리 옷곳(향기) 그윽한 들판(사진작가 공영춘 제공) 재일본 한국문인협회 회장 김리박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아버지 손에 붙들려 고향으로 돌아온 정주영은 다시 농사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해에 흉년이 들었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뒤 아버지의 간곡한 설득에 굳은 결심으로 농사를 지으려 했지만, 또 다시 마음은 서울에 가 있었다. 흉년을 벗어날 뾰족한 수가 없는 농촌현실은 희망이 없었다. 기회를 엿보던 정주영은 송전소학교 동창 오인보와 함께 기어이 4번째의 가출로 서울 땅을 밟았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일거리가 많다는 인천 부둣가에 가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쉼 없이 짐을 지어 날랐다. 그러나 이도 밥 세 끼를 먹기에 급급한 형편없는 수입이었다. 하루 품삯은 고작 50전으로 먹고 자는데 드는 돈을 빼면 20전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자는 합숙소는 빈대가 들끓어 하루 종일 힘든 일을 하고 나서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잠은 자야했기에 할 수 없이 그는 식탁 위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빈대는 식탁 위의 그를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정주영은 생각 끝에 식탁의 네 다리에 물을 담은 양재기를 하나씩 놓고 잠을 잤다. 그런 방법으로도 곤히 잘 수 있었던 건 이틀에 불과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메꿎다 [뜻] 마음이나 그 씀씀이가 꽉 막혀 있고 좋지 않다(고집이 세고 심술궂다). [보기월] '메꿎다'는 고집이 세고 심술궂은 사람한테 쓰면 좋은 토박이말입니다. 한낮의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불어서 견딜만했습니다. 불이 났을 때 어떻게 움직이고 그곳을 벗어나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벗어나는 것을 되풀이해서 익히는 일을 했습니다. 불수레(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리고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어 했지요. 시원한 물방울을 맞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의 웃음을 지키려면 불이 나지 않도록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배움과 익힘 마당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어른들 몰래하는 걸 보고야 말았습니다. 다른 분이 그걸 보시고 못하게 말리고 바로 잡아 주셨지만 마음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저러지 않으면 좋겠는데 왜 저런 메꿎은 짓을 하는지, 누가 아이들을 저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그 물음의 맞말(대답)을 더 잘 알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뵙고 왔습니다. 상을 차려 올리고 뒷갈망까지 다 하고 집으로 오니 날이 바
[그린경제/얼레빗=이규봉 교수]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란 말이 있다. 본래부터 있었던 물건은 없다는 뜻이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역시 빈손으로 간다는 것이다. 법정스님은 괴로움은 집착에서 온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라며 말한다. 영원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총각에게 왜 그렇게 혼자 사나?하고 그 이유를 물으니 나에게 여자가 없으니 이 세상 모든 여자가 내 여자 아닌가?라고 답한다. 노숙자에게 왜 집이 없이 노숙하고 지내나?고 물으니 내가 가진 땅과 집이 없으니 이 세상 땅과 집이 다 내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답한다. 마치 이들은 이미 무소유의 개념을 아는 것 같다. ▲ ≪버리고 떠나기≫, 법정, 샘터사, 2001 법정스님은 ≪버리고 떠나기≫에서 잃는다는 것이 잘못된 것도 나쁜 것만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때로는 잃지 않고는 얻을 수가 없다. 크게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전체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든지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면 사람은 거칠어지고 무디어진다. 맑은 바람이 지나갈 여백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