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은 조선 개국부터 끝까지 정치, 외교, 군사, 법률, 통신, 종교 등 인간사의 모든 부분을 종합하여 기록함으로써,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정확한 기록물로 평가받는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도 실록이 편찬되었지만 한 왕조가 조선왕조실록처럼 긴 시간에 걸쳐 풍부하고도 엄밀한 기록을 남긴 예가 없다. ▲ 《조선왕조실록》 표지들(왼쪽부터 태조실록, 중종실록, 광해군일기, 선조수정실록, 현종개수실록, 세종실록) 《조선왕조실록》은 궤짝에 담아 보관해왔다. 그리고 실록이 서로 닿는 것을 막도록 사이에 초주지를 끼워 넣고 악귀를 쫓는 붉은 보자기로 쌌다. 또 그 보자기에는 벌레와 습기를 막으려는 청궁, 창포 등의 한약재 가루를 담았다. 한 궤짝에는 15~20책을 담아 철저하게 봉인하고 자물쇠를 채웠다. 이렇게 자물쇠를 채운 왕조실록은 처음엔 서울의 춘추관, 충주, 성주, 전주 사고에 보관했지만 임진왜란 때 전주 사고를 뺀 나머지 사고가 모두 불타자 정족산, 적상산, 태백산, 오대산 등의 산속 사고에 보관했다. 그리고 실록은 임금도 볼 수 없었으며, 실록을 관리하는 사람조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대질시켜보면 뽀록날 테니까 대기실에 들어가 있어 이는 황석영이 쓴 《어둠의 자식들》에 나오는 말이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로 뽀록나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이를 속된 말로 규정하여 풀이하길 「동사」, 숨기던 사실이 드러나다. 라고 할뿐 말의 유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일본말 보로(ぼろ,襤褸)에서 온 말이다. 일본국어사전 다이지린(大辞林)의 풀이를 보자. ① 使い古して役に立たなくなった布。ぼろぎれ。 「くず屋に-を出す」 너무 오래 써서 도움이 되지 않는 옷감. 누더기 조각. 넝마주이에게 낡은 천 조각을 주다 ② 着古して破れた衣服。つぎはぎをしてむさくるしい衣服。 「 -をまとう」 오래 입어해진 옷, 누덕누덕 기워 누추해진 옷, ~을 걸치다 ③ つたない箇所。欠点。失敗。 「余りしゃべると-が出る」 「 -をかくす」 서툰 부분. 결점. 실패. 너무 떠들면 결점이 나온다, ~결점을 감추다 ④襤褸が出る, 隠していた欠点が現れる。「意外なことから―出る」 결점이 나오다, 숨겨진 결점이 나타나다, 의외의 일에서 결점이 나오다 종합하면 보로(ぼろ)는 낡은, 너덜너
[그린경제/얼레빗 = 김리박 시조시인] 어린이날 먼 뒷날의 어른들서 믿음 받은 우리이니 참되게 가르쳐서 나라 일꾼 키워내고 하나 된 울 믿나라를 길이길이 넘겨주자 * 울 : 우리 * 믿나라 : 조국, 본국, 고국, 우리나라 어린이라는 낱말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지은 말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은 참으로 뜻이 바르고 밝고 울림 좋은 말이다. 어린이는 스스로의 자식일 뿐 아니라 미래사회가 우리들에게 잘 키우고 잘 지켜 달라고 믿어 맡겨 준, 새끼가 아니라 어린 사람이다. 따라서 굶기지 않고 추위를 덜어 주는 옷을 입히고 잘 배우도록 제일 좋은 것들을 건네주어야 한다. 그러니 어린이날은 국민이 다 같이 경축하고 새삼 잘 키우겠다고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 어린이날을 처음 만든 색동회 방정환 선생과 선생이 나신 곳 표지석 재일본 한국문인협회 회장 김리박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맥맥하다 [뜻] 기운이 막혀 갑갑하다 [보기월] 1)요즘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맥맥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해가 데운 땅에서 올라온 더운 기운에 덥다고 손부채질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저도 덥게 느껴졌습니다. 솔꽃가루비를 맞은 수레는 노랗게 칠을 한 듯했지만 물기가 날아가자 바람에 쉬이 날려가기도 합니다. 꽃가루에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덥다며 짧은 옷에 맨발로 끌신을 신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눈에 띄게 짧아진 봄이 여름과 더욱 가까워지는 한 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땀 많은 저도 벌써 짧은 옷을 입고 다닌답니다. 온나라를 슬픔으로 몰아 넣은 궂은 일을 겪은 뒤 듣보는 여러 가지 일들이 걱정에 또 걱정을 낳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맥맥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나라를 등지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도 으뜸인 나라였다고 하니 더더욱 아이들 볼 낯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 주는 것이 종요로운 일인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다 알 것입니
[그린경제/얼레빗 = 제산 시조시인] 春日哀傷 (봄날의 애상) 哀悼四月十六日歲月號 沈沒犧牲者英靈 세월호 침몰 희생자 영령을 애도하며 소병호 삼가지음 四月誰稱殘忍月 누가 사월을 잔인한 달이라 하였는가? 三春佳節冷於氷 삼춘가절 볕뉘가 얼음보다 차갑구나 國家海喪未來棟 미래의 일꾼을 바다에 빼앗긴 이 나라와 父母胸埋希望燈 희망의 등불을 가슴에 묻은 어버이들 痛哭衝天人不返 통곡이 하늘을 찔러도 죽은이는 대답 없고 哀傷渡境世皆應 슬픔은 국경을 넘어 세계를 울리나니 怒濤萬里黃昏沒 해저무는 수평만리 물결만 드높은데 何處芳魂待救繩 꽃다운 넋들 어디서 구원의 밧줄을 기다리나?
[그린경제/얼레빗 = 홍사내 기자]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날을 선생의 날이라 하지 않음은 왜일까? 물론 스승은 토박이말이고 선생은 한자말이라서 그렇기도 하거니와 현대말에서 그 뜻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따금 선생은 있지만 스승이 없다.라고도 하니 말이다. 오랫동안 문헌에서는 사(師) 또는 선생이 스승을 대신하였다.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옛것을 익히고 이로써 새것을 알면 스승으로 섬길 만하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라고 하였고, 「술이」편에서는, 세 사람이 같이 갈 때는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焉]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한자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회제도적으로 수많은 선생 또는 사(師)가 등장하게 되었으니, 이미 신라 시대 기록인 《삼국사기》 46권(열전)에 강수 선생(强首先生)과 48권에 백결 선생(百結先生)이 보인다. 엄밀히 따져 훈민정음(한글) 창제 이전에는 사(師)를 선생으로 풀이하거나 앞가지 또는 뒷가지로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창제 이후 바로 언해본에 스승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자주 쓰던 말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뜻은 사뭇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매잡이 [뜻] 일을 맺어 마무르는 일 [보기월] 하던 일을 매잡이도 못하고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어제 아침 살짝 구름 사이로 보이던 해가 구름 뒤에 숨은 뒤로 해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설 무렵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지요. 사흘 동안 이어진 궂은 날씨 탓인지 자꾸 하품과 졸음이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땀이 나도록 움직인 탓인지 날씨 아니면 가라앉은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집에 돌아와 겨우 아이들 저녁 밥을 챙겨 주고는 하던 일을 매잡이도 못하고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보내줘야 할 것도 있었고 올려 마름(결재) 받을 것도 있었는데 마음과 달리 몸은 일찍 자라고 하더군요. 웃을 일도 드물지만 웃을 수도 없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슬픔에 빠져 지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쁨은 보태고 슬픔은 나누라고 했는데 커다란 슬픔을 겪는 분들께 해 드릴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살아 있는 게 미안하다던 분들 이야기를 들었던게 엊그제인데 주검이라도 찾은 게 미안하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슬픔과 아픔에 빠져 있는 분들을 다시 아프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더 안타깝기만 합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매대기 [뜻] 반죽이나 진흙 따위를 아무 데나 함부로 바름 = 매닥질 [보기월] 우리 배곳 마당은 만든 잔디가 덮혀 있어서 매대기를 칠 일은 없습니다. 하늘도 슬퍼서 실컷 울었나 봅니다. 어제 밤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해가 보입니다. 여전히 찾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기별에 마음속 구름은 쉬이 걷히지 않을 듯 합니다. 어제 아침 비를 맞으며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답다는 생각과 함께 저 아이들을 잘 지키려면, 아이들이 마음껏 놀며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려면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를 돌아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는 게 좋아서 마냥 뛰어 놀았거든요. 진흙탕이 된 마당에서 공을 차다가 옷을 온통 흙으로 대매기를 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배곳 마당은 만든 잔디가 덮혀 있어서 매대기를 칠 일은 없습니다. 이걸 두고 좋다고 해야 할 지 안 좋다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네요. 어느덧 이 달의 마지막 날입니다. 떠올랐던 해가 어김없이 지고나면 새로운 한 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날과 같이 챙기고 마음 써야 할 날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비가 좀 길게 옵니다. 어디에서는 봄가뭄에 불이 잦아 걱정을 했다는데 이참에 내린 비에 가뭄 걱정은 가셨을 것입니다. 온 데 날리던 솔꽃가루도 깨끗이 씻겨서 한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겠지요. 이레끝에 몸을 움직이고 푹 쉬지 못해서 그런지 어제는 아침부터 몸이 무거웠습니다. 일을 마치고 이어진 배움자리 때는 졸리는 걸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슬기틀(컴퓨터) 없이는 가르치고 배우는 일도 할 수 없게 된 요즘 매나니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옛날에는 연장없이 할 수 있는 일도 많았고, 맨손으로 하던 놀이도 많았는데 요즘은 참 보기가 어렵습니다. 손가락도 쓰고 팔, 다리 할 것없이 온몸으로 일하고 놀던 것을 잊고 살면서 몸이 더 여려지고 아픈 데가 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빨리 걷는 것도 좋고 뼈마디와 힘살을 펴고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몸을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비가 그치면 가볍게 걷고 달리는 것부터 해 봐야겠습니다. '매나니'는 '아무런 건건이(반찬) 없이 먹는 맨밥'을 뜻하기도 합니다. 아래와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매끼 [뜻] 곡식 단이나 섬을 묶을 때 쓰는 새끼나 끈 [보기월] 나물 묶을 매끼 하나 찾아 오너라. 하늘에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바람까지 부네요. 그저 안타까운 사람들 마음을 담은 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가라앉는 무거운 아침입니다. 어제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를 뵙고 온 날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나라에는 아픔도 없고 좋은 일, 웃을 일만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한쪽에서는 어머니께 드릴 먹거리를 장만하고 또 한쪽에서는 집 앞 텃밭에 있는 취나물이며 방아, 엄나무 어린 잎들을 따서 가렸습니다. 아버지께서 보름 넘게 집을 비운 탓에 올 봄들어 처음 거둔 봄 푸성귀들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저녁 밥상에 올라온 싱싱한 잎들이 더 입맛을 돋우어 주었습니다. 오랜 만에 집에 오신 아버지께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지신 듯 집안 구석구석을 다니시며 여러 가지 손 볼 것들을 손보셨습니다. 한 가득 거둔 나물을 몫몫이 나누어 담으시고 나물 묶을 매끼하나 찾아 오너라.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사이 제가 얼른 가서 찾아다 드렸지요. 아이들은 처음 듣는 '매끼'라는 말을 못 알아들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