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박이말]맏물 [뜻]푸성귀, 과일, 곡식, 따위에서 그해 들어 가장 먼저 거두어들인 것[보기월]봄내음을 가득 담은 맏물 곰취와 두릅 생각만 해도 입맛이 당깁니다. 하루가 다르게 벚꽃이 피고 있습니다. 여느 해보다 조금 늦게 필 거라고 했는데 이틀 봄기운을 받더니 얼른 피는 걸 보면 참 놀랍기만 합니다. 다음 이레에는 벚꽃굴을 지나다닐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이들도 이렇게시나브로자라고 있겠지요? 오늘은 해까지 반짝 나면 긴 옷 안으로 땀이 솟을 것이라고 하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기 때문에 옷을 잘 챙겨 입지 않으면 고뿔 들기 쉬운 때입니다. 낮이면 조금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는 윗도리를 하나 더 챙겨 입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골마루에서 내다 보이는 논두렁에 어린 쑥들이 그려 놓은 그림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러 차례 아이들 데리고 쑥을 캐러 가고자 마음을 먹었었는데 제대로 캐 본 적이 없습니다. 겨를이 나서 갔을 때는 쑥이 없기도 했고, 쑥이 많았지만 겨를이 없어서 캐지 못한 때도 있답니다. 이레끝에는 가까운 들로 나가 봐야겠습니다. 봄구경도 하고 봄볕도 좀 쬐면서 봄기운을 받아 보고 싶습니다. 저는 봄에 나는 것들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기(氣)를 충분히 얻고 그 흐름이 원활하면 건강할 수 있다. 자연의 기를 받는 방법으로는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우리 조상님들은 다달이 끼어 있는 명절에는 절식(節食)이라는 것을 먹었다. 경칩(驚蟄)이 되면 냉이국, 두릅적, 애탕, 봄나물 등 봄에 나는 식품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요즘의 식생활은 매일 똑같은 감자튀김, 햄버거, 콜라 등 패스트푸드와 비타민과 미네랄이 파괴된 가공식품 등 기가 빠진 음식들을 먹고 있으니 어찌 건강할 수 있겠는가. 춘곤증의 계절이다. 한의학에서는 기후는 봄인데 몸은 아직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증상으로 본다. 따라서 몸의 기운이 잘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봄나물과 수렴(收斂)하는 작용이 있는 신맛 나는 조미료를 써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간(肝)기능이 강화되어 춘곤증을 이길 수 있다. 봄이면 어디든 파릇파릇하게 자라는 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흔한 쑥은 민간약으로 한약제로 뜸의 재료로 식품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요긴하게 사용되어 왔다. ▲ 다진 쇠고기에 데친 쑥을 다져 넣고 완자를 빚어 장국에 끓인 수라상의 애탕국 《동
[그린경제/얼레빗 = 손현목 작가] 이번에 소개할 작품 청산별곡은 오늘날까지 가장 사랑받고 있는 고려가요 중의 하나이다. 그 근거로 가수 혜은이와 시조새, 국악인은 안숙선과 주상한 등 많은 분들이 청산별곡을 열창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많은 가수들이 청산별곡을 열심히 노래한 것은 아련한 삶의 아픔을 경쾌한 음악적 효과를 살려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낙천적인 삶의 태도가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리라. 사실 청산별곡의 문학적 성격이나 해석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다. 다만 가사만 악장가사에 전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학자들 사이에 해석의 차이가 많은 것으로 안다. 많은 분들이 제각각 다르게 노래를 불렀듯이. ▲ 청산별곡 인쇄본(위)과 목판(손현목 작, 크기: 34㎝20㎝) ▲ 청산별곡 영인본 청산별곡은 고려가요 중에서도 창의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왜냐하면 새에 대한 슬픈 감정의 이입이나 고독과 운명론적 철학, 공상적 상념, 그리고 슬픔과 체념 속에서도 꼭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는 태도에서는 고려인들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지는 일반적으로 불황으로 인해 실업한 노동력의 환류나 고령화로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뜻] 아주 귀찮게 구는 말이나 짓(행동)을 싫증 내지 않고 잘 받아 주는 일[보기월] 맛있는 먹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만수받이를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비가 내렸지만 날씨는 참 포근했습니다. 바깥보다 오히려 안이 더 서늘하게 느껴지는 그런 때입니다. 어제는 참으로 오랜만에 공굴리기(볼링)를 하러 갔었습니다. 제대로 굴려서 시원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공은 가장자리 고랑으로 굴러가곤 했습니다.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며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스무 차례 굴려서 싹쓸이는 딱 한 차례 했는데 그 때는 참 속이 시원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잊고 그런 걸 하면서 새로운 기운을 얻기도 하니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저녁에는 두리기(회식)이 있어서 아이들 밥을 챙겨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둘 다 일이 있는 날은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많이 쓰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어제도 저녁은 할머니하고 먹으라고 했습니다. 둘이 챙겨 먹어도 될 나이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할머니께 가곤 하는 아이들입니다.맛있는 먹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만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만손 [뜻] 아무리 그러하더라도.=비록[보기월] 만손 엄청난 돈을 들였더라도 쓸모가 적으면 그건 좋은 풀그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제 점심 무렵부터 내린 비는 봄비답지않게 좀 많이 내렸습니다. 많고 많은 푸나무들이 먹고 자라는 데 쓸 물로 넉넉할 만큼 왔습니다. 다른 나무들보다 일찍 꽃을 피운 벚꽃의 하얀 얼굴이 더욱 깨끗해 보이고, 이제 곧 피어날 꽃봉오리들 끝에 맺힌 물방울들이 구슬처럼 빛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한 가지 일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마다 하는 일이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지만 할 때마다 바삐 서두르게 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을 수월하게 하고자 만든 풀그림(프로그램)이라면 그걸 쓸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뭔지 좀 물어보고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손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들었더라도 쓸모가 적으면 그건 좋은 풀그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풀그림을 쓰면 일이 줄어야 좋을 터인데 풀그림을 써야 되기 때문에 일을 더하게 되는 우스운 일이 많아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조금만 더 천천히 해서 겪지 않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막치 [뜻]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마구(마음대로) 만들어 질이 낮은 몬(물건)[보기월] 맞춤 배움이 되도록 돕고 싶은데 막치 배움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서울에도 개나리가 피었다고 하네요. 그렇게도 많은 눈이 내리던 곳에서도 꽃은 피었겠지요? 비가 온다고 하더니 아직 내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곧 비가 떨어질 듯 하늘은 구름을 가득 덮고 있습니다. 이 비가 오고 나면 봄맛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식구 가운데 몸이 좋지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 차갑던 추위를 견디고 오는 봄과 같은 꿋꿋함과 온누리를 감싸고도 남는 포근함에 힘입어 얼른 나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큰 요즘입니다. 어제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잘해보려는 아이들을 보고 기운을 얻기도 했지만 어제와 다름없이 그저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고 기운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잘해보려는 아이들이 많아 쓰러지지는 않았지요.^^ 맞춤 배움과 익힘이 되도록 돕고 싶은데 막치 배움만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배움은 넘치는데 익힘이 없는 얄궂은 삶을 되풀이 하면서 웃음을 잃은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좀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 마투리 [뜻] 곡식의 양을 섬이나 가마로 잴 때, 한 섬이나 한 가마가 되지 못하는 남는 양.[보기월] '마투리'과 '자투리'를 알면 '-투리'가 들어간 새말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봄다운 날씨 봄을 마음껏 느끼셨는지요? 나들이를 갔다오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활짝 핀 개나리에 참꽃뿐만 아니라 날아다니는 하얗거나 노란 나비들, 한결 빛이 고은 옷들을 입고 나온 사람들에게서 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너도나도 길을 나서는 것을 보며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라도 갈까 생각을 했는데 이런저런 까닭으로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집 두리에 있는 푸나무들 구경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이레끝 배움자리에서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두고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의 삶과 멀어져 버린 말을 되살려 쓰자고 하는 까닭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지요. 말이라는 것이 그저 생각이나 느낌을 주고받는 연모(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면 저마다 마음에 드는 손쉬운 것을 쓰도록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말이 그런 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을 갈고
[그린경제/얼레빗 = 김리박 시조시인] 휘가람마을탈 가람이 돌고가니 하회라 일컬었고 마을이는 탈 쓰고 못된 누리쳤으니 그래서 남은 아홉탈 나라가 지키네 *휘 가람 : 휘 도는 강 * 가람 : 강(江) * 마을이 : 마을 사람, 마을 백성 * 누리 : 세상 예전 백성은 이런 탈들을 쓰고 못된 양반들을 나무랐다. 하회탈은 바가지나 종이로 만든 탈이 아니라 오리나무로 만들어졌다. 원래 12개가 있었다 하나 3 개를 잃어버려(일본이 훔쳐갔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은 9개만 전해지며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문화유산은 우리 한겨레의 얼넋이요, 정신적 목숨이기도 하다. 따라서 남대문을 불지른 못된 놈 같은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하늘이 무너져도 제 목숨처럼 소중히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한다. ※ 지은이 덧글 : '휘가람마을탈을 지음에 있어 김영조 지음 《하루 하루가 잔치로세》(2011.인물과 사상사 ISBN978-89-5906-199-0 03380)가 좋은 참고가 되었음을 밝혀 둡니다. ▲ 국보 제121호 안동 하회탈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냉이국에 밥을 말아 아침 먹고,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들으며 출근한다. 후리지아 꽃이 꽂혀 있는 책상에 앉아 박목월님의 시 '소찬(素饌)'을 소리 내어 몇 번이고 읽는다. 오늘 나의 밥상에는 냉이국 한 그릇 풋나물무침에 신태(新苔햇김) 미나리김치 (...) 혀에 그득한 자연의 쓰고도 향긋한 것이여 경건한 봄의 말씀의 맛이여. 냉이는 흙냄새와 햇볕 냄새가 난다. 냉이국은 온 몸을 돌아 겨우내 묵은 몸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피아노 선율은 사랑에 빠진 처녀처럼 애타고, 두근거리며, 부드럽게 감정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박목월님 시는 겸허하고, 소찬으로도 행복하고, 자연에 감사하게 만든다. 이것은 내가 음식, 음악, 시에서 찾은 나만의 봄맞이 이벤트이다. 봄나물의 씁쓸한 맛을 통해 봄이 보내는 신호를 일찌감치 감지하는 것은 혀, 미각이다. 올해도 달래, 봄동, 돌미나리, 쑥, 머위, 취나물, 원추리 등등 시시때때로 봄나물들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봄의 전령은 역시 '냉이'이다. ▲ 냉이죽 약과 식재료로 모두 사용되는 냉이에 대하여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제채(薺-냉이 제 菜-나물 채)라고 하고, 성질은 따뜻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은 물론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가 무척이나 즐겼던 전통차는 삼국시대에 인도나 중국에서 들어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처음 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언제일까? 지금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의 기록이다. 처음 차가 들어온 것은 신라 27대 선덕왕(632~647)이며, 처음 차 씨앗이 뿌려진 것은 신라 42대 흥덕왕 3년(828)에 대렴이 임금의 명으로 당나라에서 가져온 씨앗을 지리산 부근에 심었다. 이것이 그동안 정설처럼 알려진 차 전래의 시작이다. 하지만, 최근엔 김부식의 ≪삼국사기≫ 기록은 사대주의 시각이며, 실제는 그 이전에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생겼다. 우선 일부 내용이 일연의 ≪삼국유사≫ 전한다는 ≪가락국기(駕洛國記)≫에 인도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許黃玉, 33~89)이 금관가야의 왕비로 시집오면서 차씨와 차를 가져왔다.라는 기록이 그것이다. 또 같은 책에는 가락국 시조 수로왕 제사에 차(茶)를 제수품목에 넣은 것으로 나온다. 이해는 서기 661년으로 흥덕왕 3년에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게 한 육우(733~804)가 태어난 해보다 무려 72년이 앞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