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부여팔경, 고암 정병례, 돌, 2007 [그린경제/얼레빗 = 윤재환 기자] 한국브리태니커회사로부터 독립한 뿌리깊은나무 출판사는 1978년 현대판 《택리지》라 할 《한국의 발견》(전11권)을 펴냈다. 그 시리즈 가운데 충청남도 편에 보면 1920년대에 찍은 국보 제9호 백제탑이 수록되어 있다. 탑 가까이에 초가집 여러 채도 함께 찍힌 빛바랜 흑백사진이다. 그 초가집 가운데 탑과 가장 가까운 왼쪽 초가집이 필자의 선친이 태어난 곳이다. 선친은 백제탑 주변을 마당 겸 텃밭으로 삼아 생활했다. 할머니와 선친은 늘 백제탑 이야기를 어린 필자에게 들려주셨다. 필자 역시 백제탑 옆 백제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이웃한 부여중학교를 다녔다.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백제탑과 더불어 보낸 셈이다. 그러나 백제탑 알기를 돌로만 알았을 뿐 그 가치는 전혀 모른 채 자랐다. 홋날 백제탑이 국보 제9호이고, 부여 백제에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탑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끄러운 무지를 지금도 다 가시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어린 시절 필자가 들은 그 탑의 이름은 평제탑(平濟塔)이었다. 청소년 시절에는 백제탑으로 불리었고, 그 뒤에는 정림사지오층석탑으로 부른다. 백제가 멸망
[그린경제/얼레빗 = 제산 기자] 봉황대 _화산(華山) 정상수(鄭相秀)_ 鳳凰一去復來亭 (봉황일거부래정) ᄀᄋᄀᄀᄀᄋ⊚ 竹谷溪山倍有靈(죽곡계산배유령) ᄀᄀᄋᄋᄀᄀ⊚ 掃石當時隨筆古(소석당시수필고) ᄀᄀᄋᄋᄋᄀᄀ 披雲今日見天靑(피운금일견천청) ᄋᄋᄋᄀᄀᄋᄋ 詩情謾發狂忘老(시정만발광망로) ᄋᄋᄀᄀᄋᄋᄀ 花事頻仍醉不醒(화사빈잉취불성) ᄋᄀᄋᄋᄀᄀ⊚ 第待斜陽芳草路(제대사양방초로) ᄀᄀᄋᄋᄋᄀᄀ 許多歸意暫車停(허다귀의잠거정) ᄀᄋᄋᄀᄀᄋ⊚ ▲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맵자하다 [뜻] 꼭 맞게 어울려 맵시가 있다.[보기월] 맵자하게 차려 입고 나가 성큼 다가온 봄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가 쉬지 않고 내렸습니다. 눈이 엄청 온 곳이 있다고 하더니 누운미르뫼 마루(와룡산 꼭대기)에도 눈이 내렸네요. 하지만 우리들에게 오고 있는 봄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비와 함께 부는 바람이 차갑기는 했습니다. 서늘해서 따뜻한 곳이 좋고 따뜻한 물을 마시게 됩니다. 비를 맞으며 밖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제가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맵자한 걸 따지고 챙기는 사람처럼 옷을 얇게 입는 것도 아닌데 추운 걸 보면 나이 탓일까요?^^ 안친 일을 하나씩 하다보니 하루하루 잘도 지나갑니다. 어제는 바쁜 가운데 틈을 내서 토박이말 겨루기에서 보람(상)을 받은 배움이들에게 보람과 함께 선물을 보내주었습니다. 끝난 지가 한 달이 지났는데 기다린 배움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하기만 합니다. 여러 가지로 일이 좀 꼬여 그렇게 된 것을 다 알려주지도 못하니 더 답답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바빴는데 사는 곳을 똑똑히 적어 주지 않은 배움이가 있어서 여기저기 기별을 하느라 더 바
[그린경제/얼레빗 = 손현목 작가] ▲ 가시리 인출(인쇄)본 애절하고 간결한 가사로 이별가의 으뜸으로 손꼽히는 서정시 ‘가시리’는 작자와 창작 연대를 알 수 없으나, 가풍(歌風)이나 시정(詩情)으로 보아 고려가요로 추정된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는 가시리를 고려가요(속요)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관심거리는 아마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것이리라. 그래서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는 항상 함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사랑과 이별은 항상 기다림이라는 상황과 이어져 있다. 우리 시가문학 중에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기다림의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은 많다. 몇 가지만 들어보면 ‘어져 내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다냐/ 이시라 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야/ 보내고 그리 정은 나도 몰라 노라.’고 한 황진이의 시조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고 하여 이별의 한과 기다림의 정서를 음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작으로 소월의 ‘진달래꽃’이 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노래로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로 등록된 ‘아리랑’에도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고 하여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애달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맥쩍다 [뜻] 심심하고 재미가 없다[보기월] 배움이들에게 맥쩍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갖은 수를 쓰기도 합니다. 어제 아침부터 방울 방울 떨어지던 비가 낮부터는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봄을 부르는 비답게 많이 왔습니다. 이 빗물을 잔뜩 머금은 푸나무에서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날 테지요? 하늘과 땅 사이 가득 찼던 먼지도 이 비에 다 씻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맑은 숨을 쉴 수가 있을 것입니다. 가슴을 활짝 펴고 마음껏 들이쉬셔도 좋겠습니다.맑은 숨을 쉬면 몸도 마음도 맑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 배움을 도우면서 가장 마음을 쓰는 것이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움직여 보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도 적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움이들에게 맥쩍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갖은 수를 쓰기도 합니다. 우스개를 하나 해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것을 해야 하고, 목소리며 낯빛도 자주 바꿔 줘야 하지요. 하지만 배움이들이 어떻게 보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다른 많은 갈친이들이 이런 저보다 더 좋은 수를 찾아 아이들 배움을 도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 매시근하다 [뜻]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 [보기월] 점심을 먹고 앉으니 매시근한게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엿새 동안 혼자서 배곳을 오가다가 어제 처음으로 셋이서 함께 왔습니다. 저마다 수레를 몰고 와 기름을 태우는 것도 아깝지만 오가는 동안 쉴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참 잘하는 일이다 싶습니다. 오가는 동안 궁금한 것도 서로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니 지루한 줄을 모르니 더 좋습니다. 아침저녁은 아직 바람이 쌀랑해서 그렇지만 한낮에는 바람이 불어도 춥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안친 일을 하느라 슬기틀 앞에 앉으니 매시근한게 하품이 나면서 졸렸습니다. 눈도 뻑뻑하고 졸음도 쫓을려고 바깥 구경을 했습니다. 꽃눈을 단 벚나무 가지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흔들리는 모습이 살짝 웃는 듯이 보였습니다. 곧 피어날 꽃잎이 간지럼을 태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가 올 거라고 하는데 그 비가 그치고 나면 봄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더 따뜻해지면 매시근하다는 말을 더 많이 자주 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매시근하다'가 쓰인 아래와 같은 보기도 있네요.- 몸살이 나서 온몸이 매시근했
[그린경제/얼레빗 = 권영훈 교수] 음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 넷이 나의 거소를 찾아왔다. ≪악기(樂記)≫와 ≪악학궤범(樂學軌範)≫에 대해서 강의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느냐?했더니, 그들은 워낙 한문 실력이 없어서 대개 꾸지람만 듣다가 거의 한 학기를 마치는데 잘해야 서문 몇 장정도 진도 나가면 다행이라고 했다. 악고(樂考)는 읽었느냐? 못 보았습니다. 그러면 상복음(桑濮音)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지음(知音)에 대해서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도대체 학교에서 손가락 운동만 하느냐? 이렇게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동양음악을 전공하면서 동양음악이론을 전혀 모른다면 가히 한심한 일이다. 교과 편성과정에서부터 벌써 동서양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미술문학 할 것 없이 거의 서양 이론만 배웠지 동양에는 그런 이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내가 어젯밤 꿈을 꾸었는데 종달새 두 마리를 잡았다. 아마 그대들 방문을 받으려고 그랬나 보다. 종달새의 본 이름은 종지리새[從地理鳥]다. 봄볕이 따뜻하여 땅기운이 위로 떠오를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맞돈 [뜻] 현금, 현찰[보기월] 두 가지 값이 얼마되지 않아서 맞돈을 주고 샀습니다. 어제는 한날(월요일)답게 수레가 많아서 아침에 배곳으로 오는 길이 멀었습니다. 수레가 적은 길로 둘러와서 그런지 지난 이레보다는 좀 일찍 온 듯도 했습니다. 하지만 좀 일찍 나선 탓인지도 모를 일이긴 합니다. 새로운 배해(학년)을 연지 한 이레가 지나고 만난 아이들은 새로운 두리(환경)에 맞추어 가는 게 보였습니다. 새로 만난 동무들 낯도 익히고, 갈친이와 줄다리기를 해 가면서 말이지요. 아이들과 함께 한 해를 잘 보내자고 서로 다짐을 하면서 첫 만남을 엮었습니다. 그렇게 다섯 반을 돌고 겨우 한 가지 일을 하고 나서야 남들보다 늦게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는 거겠지요? 늦게 나서서 길이 좀 밀릴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는데 생각 밖으로 얼른 왔고, 살 것이 있어 가게에 들렀습니다. 당근을 사러 갔었는데 지난 참에 가서 못 산 두부가 보여서 그것까지 샀습니다. 두 가지 값이 얼마되지 않아서 맞돈을 주고 샀습니다. 요즘은 맞돈을 주지 않아도 무엇이든 다 살 수가 있다보니 지갑이 비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경희궁 태령전(泰寧殿) 뒤에 있는 기이한 바위는 바위 속에 샘이 있어 암천(巖泉)으로 불려 왔으며 1708년 숙종이 암천을 서암으로 이름을 고쳤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건국대 사학과 신병식 교수가 작성한 경희궁이 역사와 문화(우리문화의 숨결 궁궐길라잡이 17기 교육 강좌 자료)에 의하면 정조가 지은 경희궁지에는 암천과 서암의 위치가 각 각 나타나있다. 경희궁지에 의하면 태령전뒤 암천의 좋은 경치가 있다, 덕유당(德遊堂) 서쪽에는 사물헌(四勿軒)이 있고 그 북쪽에는 작은 바위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서암이라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정조가 지은 경희궁지의 암천과 서암을 경희궁의 편전인 자정전(資政殿)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암천은 자정전 서북쪽(태령전 뒤)에 있고 서암은 자정전 동북쪽(사물헌 북쪽)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암천과 서암이 같은 것으로 설명한 경희궁 안내 자료는 잘못된 것이며 이제라도 서암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맞갖다 [뜻]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 [보기월] 아이들은 맞갖지 않은 눈치였지만 저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포근한 봄날씨가 될 거라고 하더니 어제도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쌀쌀한 하루였습니다. 눈까지 온 곳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레끝 푹 쉬셨는지요? 저는 할 일이 많았지만 모자란 잠도 자고 오랜만에 뒷메에도 올랐습니다. 집을 나섰을 때 바람이 불어 그냥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코숭이에서 꽃들이 반겨줘서 기분 좋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매화는 꽃을 피우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이름 모를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매화꽃 내음이 바람을 타고 와 제 코를 간지럽혔습니다. 제가 오르지 않는 사이 없던 기둥불(가로등)이 세워져 있었고, 시들어 말라 있던 쑥대 아래 쑥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일을 핑계대고 또는 춥다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볼 수 없었을 것들이 제 몸과 마음을 다 좋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땀이 나도록 걷고 돌아와 땀을 가시고 몸에 좋다는 과일을 갈아 먹었습니다. 과일이 아닌 것까지 넣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맞갖지 않은 눈치였지만 저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피를 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