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느루 [뜻]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보기월]제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느루 쓰며 천천히 가야겠습니다. 내리막길을 가보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갈 수가 있고 여느 길보다 빨리 갑니다. 하지만 그 길을 되돌아 올라가려면 더디기도 더딜 뿐더러 힘은 견주기가 어렵게 많이 듭니다. 메오름(등산)을 하면서 삶을 배운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 몸도 그렇습니다. 튼튼하게 잘 지낼 때는 몸을 막 놀리기 쉽습니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몸에 좋지 않다는 것도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그러다가 어딘가 덧이 나면 그때부터 놀라서 몸을 챙겨보지만 얼른 낫지를 않습니다. 마음은 바빠지고 낫고자 쓰던 힘을 그만 두게 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느루 쓰며 꾸준히 하면 몸은 좋아지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참고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 때문에 물거품이 되곤 하는 것이지요. 공부도 마찬가지고 저마다 하는 일이 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얼른 눈에 띄 는 열매나 보람이 없다고 그만두기를 되풀이하다보면 얻을 것이 없는 것입니다. 또 올라가는 것이 힘들다고 한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것도 그렇습니다. 뜻
[그린경제/얼레빗=김리박 시조시인] 겨울꾀꼬리 봄에는 그렇게도 아름다운 소리던데 이제는 무엇을 꿈꾸는지 걱정되네 봄가을 다지나 가면 겨울을 몰랐을까 ▲ 까치와 동백 (그림 운곡 강장원 화백) *** 김리박 : 대한민국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회장 재 일본한국문인협회 회장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선정 한국어어문 지킴이 (황금상) 2006년 일본 히라가타시 교육위원회 조선어강좌 특별강사 일본용곡대학(龍谷大學) 한국어강좌 강사 일본관서대학(關西大學)비교지역문화강좌 강사 누리편지 ribak@hera.eonet.ne.jp 손말틀 (일본) 090-8147-76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느껍다 [뜻]어떤 느낌이 마음에 북받쳐서 벅차다[보기월]토박이말 자람과 배움을 보면서 느꺼울 일이 더 많을 거라 굳게 믿습니다. 방 안에 앉아서 날씨가 어떤지 똑똑히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늘을 보고 맑은지 흐린지 알 수 있을 것이고, 나무가 흔들리는 걸 보고 바람이 부는지 안 부는지 알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얼마나 추운지 더운지는 나가 봐야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방 안에 앉아서 밖이 추우니 더우니 하는 사람을 본다면 여러분 기분은 어떠시겠습니까? 토박이말 배움터에 와 보지도 않았으면서 토박이말 갈배움(교수학습) 열매를 깎아내리는 사람을 본 제 마음을 아실는지요?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는 올해 가장 큰 보람은 두물꽃배곳(금곡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토박이말 앎, 삶, 품을 길러 본 일입니다. 이렇게 온 식구들이 함께 토박이말과 살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클 것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 보여야 토박이말 힘을 믿어 줄지 답답합니다. 아니 그 사람들은 믿으려는 마음이 없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 괜찮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그린경제/얼레빗=성제훈 기자] 저는 요즘 버스로 일터에 나다닙니다. 차가 고장이 나서 고치고 있는데 이달 말쯤에나 나온다고 하네요.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책을 볼 때도 있지만 창밖을 스치는 세상을 구경할 때도 잦습니다. 앙상한 졸가리만 남은 나무, 아직 불을 켜지 않은 사무실, 여전히 불을 켠 채 손님을 기다리는 식당 등... 우리말에 '숨탄것'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숨'이 사람이나 동물이 코 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 또는 그렇게 하는 일을 뜻하지만, 채소 따위의 생생하고 빳빳한 기운도 '숨'이라고 합니다. 김장할 때 소금을 뿌려 숨을 죽이잖아요. ^^* 이렇게 '숨'이 동물에도 쓰이고 식물에도 쓰인다면, '숨탄것'도 동물에만 쓰는 게 아니라 식물에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숨탄것은 여러 가지 동물만 이르는 게 아니라 식물에도 써야 한다는 것이죠. 일터에 나오면서 창밖으로 보는 여러 가지 숨탄것을 보면서 제 삶을 되돌아봤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며 왜 살지?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눌러듣다 [뜻]작은 잘못을 탓하지 않고 너그럽게 듣다[보기월]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눌러들을 수 있도록 마음을 넓게 먹어야겠습니다. 코 안에 났던 뾰루지가 곪아 밖으로 터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구멍이 난 거죠. 많이 아프더니 이렇게 곪아 터지고야 낫는가 봅니다. 곪으면 아프기도 하고 누런 게 보기에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곪지 않는 게 좋다고 하지만 몸은 좋지 않은 것을 이렇게 스스로 맑힙니다. 스스로 낫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배움을 도우면서 제가 오히려 배우고 깨달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함부로 또는 생각없이 말하고 움직인다고 어른들은 나무라고 꾸짖습니다. 하지만 이모저모 따지고 생각해서 말을 하고 움직이면 아이가 아닙니다. 어른들도 그렇게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말을 어른들이 눌러듣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큰 잘못은 꾸짖기도 하고 나무라고 타일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잘못은 너그럽게 봐 줄 수 있어야 어른이 아닐까요?그래서 저는 눈높이를 아이들과 맞추려고 힘을 쓰고 있습니다. 늘 그렇게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가끔은 욱
[그린경제/얼레빗=홍사내 기자] 1. 글로벌 요즘 우리 사회의 큰 화두 가운데 하나가 한류(韓流)이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말과 글, 음악과 디자인, 영화와 연속극이 그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유행하고 있다. 그 속엔 우리만이 가지는 독특하고 고유한 말과 글, 멋과 맛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먼저 생각나게 하는 말은 글로벌이라는 말이었다. 그것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 세계화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개발도상국이란 말을 버리고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지위가 오른 만큼 모든 사회 문화적 잣대를 경쟁력 있는 선진국형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예컨대, 보건, 의료, 교육, 정치, 제도 따위의 기준을 높이고, 환경과 건강 등 삶의 질을 올리자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권위주의적인 많은 관습을 버리고, 국가 중심에서 인간 중심, 조직 중심에서 개인 인권 중심, 남녀 평등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였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노력과 맞물려 정치적으로도 발전을 거듭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많았다. 세계화라는 것은 외국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기도 하였다
어초은 윤효정 선생 '삼개옥문적선지가(三開獄門積善之家)' 가문 최고 덕목으로 기려 고산 윤선도, 죽기 전 84세 때 극빈 이웃들 돕기 위해 '의장(義庄)' 마련 공재 윤두서는 가난한 이들 기근서 벗어나게 자활의 길 열어줘 후손들도 '대대로 나눔 실천' 속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종가' 만들어가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녹우당 취재를 위해 종손 윤형식 선생께 전화를 드렸다. 나눔을 실천한 종가를 취재하려고 한다는 말에 선생은 “전화 잘 주셨습니다. 녹우당은 대대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집안의 내력입니다. 그래서 녹우당 유물전시관에도 그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한국에 종택과 고색찬란한 고택은 많지만 특별히 ‘나눔’이라는 주제에 맞는 집을 찾느라 매회 어려움을 겪던 가운데 윤형식 선생의 전화는 무척 반가운 목소리였다.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 듯 기자는 상쾌한 마음으로 전남 해남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은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종부가 우려내온 따뜻한 전통차도 맛볼 수 있었다. ▲ 종손 윤형식 선생 ▲ 녹우당 전경 대담 도중 걸려온 전화는 '한국 최고의 정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고산 윤선도의 금쇄동 관리인으로부터였다. “자네가 고생이 참 많네. 그렇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음 [오늘 토박이말] 눈비음 [뜻]남의 눈에 들려고 겉으로만 꾸미는 일[보기월]눈비음으로 일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어제는 옷을 잘 챙겨 입어서 그런지 그제보다는 추위를 덜 느낀 하루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마당에서 공을 차다 온 아이들은 옷을 벗어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와서는 문을 열더군요.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여럿이 덥다는 데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배곳 여기저기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방을 새로 만드는 일, 마당을 고치는 일도 있고, 바깥에 물감을 칠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을 보면서 삶터가 배움터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배움과 가르침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 좋은 걸 가르쳐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배움을 돕느라 한창일 때 창밖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물감칠을 하는 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얼굴이며 옷에 물감이 묻은 아저씨는 물감을 칠하는 일에 몸과 마음을 쏟고 있어 안의 모습을 보지 않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그렇게 일하기 어려운 곳, 남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곳을 꼼꼼히 가시고(청소하고) 물감을 칠하는 걸 보면서 일꾼으로서 일하는 품(태도)을 배울 수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놉 [뜻]하루하루 품삯과 먹거리를 받고 일을 하는 품팔이 일꾼. 또는 그 일꾼을 부리는 일[보기월]일들을 제대로 하려면 놉을 사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제는 날이 풀릴 거라는 기별을 듣고 가볍다 싶게 입고 나갔다가 추위에 조금 떨었습니다. 안에서야 어떻게든 견딜 수 있는데 밖에서는 발도 시렵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좀 챙겨 입고 와서 훨씬 낫습니다. 둘레에 고뿔 든 사람들이 있지요? 해끝에 이어지는 모임에 자칫 몸도 마음도 풀어지다보면 덧이 나기 쉽습니다. 저도 잘 안 되지만 저마다 힘에 맞춰 잘 하시기 바랍니다.한 사흘 조금 다른 삶을 살아서 그런지 몸이 좀 놀랐나 봅니다. 해야 할 일이 늘다보니 잠을 줄이게 되고 잠을 푹 못잔 탓인지 코와 입 안에 뾰루지가 돋아 아픕니다. 이렇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요즘 동무들과 주받는 인사가 몸 챙기며 살자입니다. 더 나이 드신 분들이 보시기에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여러분도 하시는 일과 함께 몸 꼭 챙기며 사시기 바랍니다. 하나 둘 늘어난 일과 하던 일들을 제대로 하려면 놉을 사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노느매기 [뜻]여러 몫으로 갈라 나누는 일. 또는 그렇게 나눈 몫.[보기월]무슨 일이든 여럿이 노느매기를 해서 하면 수월합니다. 어제는 털옷을 안 입을 걸 그랬다 싶을 만큼 포근했습니다. 얼마나 갈 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몸 생각만 하고 챙기다가 일을 하다보니 챙겨 먹을 때를 놓치기도 하고 건너뛰게도 됩니다. 안 하던 말도 많이 하니 마뜩잖습니다. 하지만 곧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또 몸은 이렇게 사는 데 맞춰 갈 테지요. 그동안 안 챙긴 일들도 어느새 고개를 내밀고 챙겨 달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든 여럿이 노느매기를 해서 하면 수월합니다. 하지만 같이 할 사람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혼자 해야지요. 하나씩 천천히 챙길 일입니다. '나누매기', '나누메기'로 쓰기도 하는데 '노느매기'가 널리 쓰여 '대중말(표준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말밑(어원)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지요. 될 수 있으면 낱말을 풀어서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있으면 배워 쓰기에 좋지 않을까요? 저는 이 말이 '나누다' + '매다'에서 '나누매기'가 된 것으로 풀이를 하고 싶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