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김기섭 기자] 경복궁의 이궁인 창덕궁이 완성된 것은 태종 5년 때의 일입니다. 이때만 해도 아직 궁궐로서의 규모는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주요 시설들이 다 들어서지 못한 탓입니다. 이듬해 태종은 창덕궁 동북쪽 모퉁이에 정자를 짓고, 해온정(解慍亭)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이 정자는 태종이 재임하는 동안 다목적 공간으로 쓰이는데, 초기에는 명나라 사신을 위한 연회 장소로, 나중에는 종친을 위한 연회의 단골장소로 자주 이용됩니다. 잔치뿐만이 아니라 종친들과 함께 활쏘기나 격구를 구경하고, 이곳에서 삼군의 군사동원 태세를 점검하기도 합니다.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된 해온정 또한 이곳은 외척인 민무휼민무회 형제를 제거하는 논의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태종 16년, 의정부공신육조대간에서 두 사람의 죄를 청하는 상소를 쏟아내자, 태종은 밤에 유사눌을 해온정으로 부릅니다. 민무구와 민무질은 이미 벌을 받았고, 민무휼과 민무회도죄에 걸렸다. 민씨(閔氏)의 네 아들을 잇달아 죽이는 일은 차마 할 수가 없다. 태종은 민무구와 민무질에 이어 나머지 동생까지 죽이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그러자 유사눌은 불충(不忠)한 마음을 가지고 종지(宗支
[그린경제=권효숙 기자]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의 율곡이이선생유적지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525호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여 5월 25일 대대적인 기념식과 함께 고유제가 개최되었다. 율곡고등학교 취타대의 개막을 알리는 연주와 함께 파주시립무용단의 힘차고 역동적인 무대공연이 펼쳐졌고 곧이어 지역의 유림인사와 다양한 파주시민의 표창이 이루어졌다. 또한 율곡의 사상과 정신을 재조명해보는 한영우 전 서울대교수의 특별강연도 있었다. ▲ 파주시립무용단이 식전공연을 펼치고 있다 ▲ 파주시립무용단원이 율곡선생으로 분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어서 초헌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아헌관 이인재 파주시장, 종헌관 우관제 파주문화원장이 헌관으로 참여하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음을 알리는 고유제례가 봉행되었다. ▲ 고유례에서 초헌관 김문수 경기도지사,아헌관 이인재 파주시장, 종헌관 우관제 파주문화원장이 예를 갖추고 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초헌례를 행하고 있다 율곡선생유적지 기념식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여 전시된 율곡의 어록과 행적을 읽어보고, 전통차 시음과 떡을 나누어 먹으면서 기쁨을 나누었다.2월 21일 자운서원(紫雲
[그린경제=육철희기자] 무릇 사람 되는 바는 예의이다. 머리는 신체를 대표하고 정신이 담긴 곳으로 인간에겐 더없는 신령스러운 곳이기 때문에 머리에 관(冠)을 쓰면 몸가짐이 바르게 되고, 몸가짐이 바르면 행동도 바르게 되며 안색이 평정하게 되고 응대하는 말이 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이란 예의 출발인 까닭으로 옛날의 성왕들은 관을 중시하였다. 예기 관의(冠儀)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거쳐야 하는 중요의례인 관혼상제 가운데 가장 먼저 치르게 되는 의례가 관례이다. 관례는 어른 나이가 된 남자에게 어른 옷을 입히고 머리에 관(모자)을 씌우는 의식을 말하고 여자는 어른 옷과 비녀를 꽂는 계례를 행하여 어른이 되었음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축복하는 의식이다. ▲ 성년례를 하는 모습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정신적, 신체적 성장을 의미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어른다운 생각과 행동으로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하기 위한 신성한 의식이므로 엄숙하게 삼가례(三加禮)라 하여 차례대로 평상복, 외출복, 예복의 순으로 갈아입게 하였다. 조선시대 태종은 의례상정소를 설치했고, 세종은 오례의를 제정하여 가례편에 왕세자와 문무관리의 관례를 행하였음을 보여주고
[그린경제=제산 기자] 노진과 강릉기생 ◑산 넘고 물 건너 장가길 천리 여기는 강릉도호부. 부사가 대청마루에서 기생 서너 명과 술판을 벌이고 있다. 그래 네가 예까지 나를 찾아온 연유가 무엇이냐? 부사는 통인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 애띈 초립동에게 퉁명스럽게 묻는다. 당숙. 우선 제 절부터 받으시지요. 초립동은 나붓이 큰절을 올리고 나서 어머니의 심부름이라며 서찰을 꺼내 올린다. 서찰을 읽는 부사의 표정이 굳어진다. 참으로 얌체들이로군.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다고. 총각은 눈이 캄캄해진다. 너 듣거라! 관청은 공무가 아니면 함부로 들어오는 법이 아니다. 이곳은 네가 사사로이 머물 데가 못 된다. 시장할 테니 요기나 하고 가거라. 동기(童妓)하나가 한쪽 구석에 밥상을 차려준다. 개다리소반에 노잣돈 몇 닢과 함께 밥 한 그릇과 나물 몇 가지가 전부다. 부사의 식전방장(食前方丈)의 주안상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부사는 당질에 대한 덕담이나 가족에 대한 안부는 한마디도 묻는 법이 없고 그저 기생들과 수작하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순간! 초립동은 발로 밥상을 냅다 걷어찼다. 밥상이 천정까지 치솟았다가 마루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 산산이 흩어진다. 네 이놈 이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대리운전에서 나와바리란 어쩌다 한번 가서 콜 잡고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요일별로 몇 시 쯤 어디서 어떤 오더가 나올지 알고 있어야 한다. 정말 착한가격의 오더가 떴을 때를 제외하고는 내 나와바리 내에서 활동하는 게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음-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이 나름대로 나와바리를 정한 예문이 확 눈에 띈다. 글을 올린 사람은 대리운전을 하는 모양인데 나름대로 대리운전에서의 나와바리를 정의해 놓고 있다. 그에 따르면 대리운전도 나와바리가 있어야 수입을 보장 받는다는 것이다. 나와바리는 의외로 남자들이 많이 쓰는 일본말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거의 이 말을 들어 본적이 없는데 남성사회에서는 곧잘 듣게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말이 나와 있지 않다. 일본말이라고 뺀 모양인데 무데뽀(막무가내), 요지(이쑤시개) 같은 말은 실려 있다. 다만 다음 일어사전에서 나와바리(なわばり,縄張り) : 1 줄을 쳐서 경계를 정함. 2 건축 부지에 줄을 쳐서 건물의 위치를 정함. 3 (노름꾼폭력배 등의) 세력 범위. 세력권. 4 남의 침범간섭을 허용하지 않는 영역. 5 (동물의) 텃세권. 세력권. 테리토리
[그린경제=김슬옹 문화전문기자] 올해는 한글 창제 570돌이요 반포 567돌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 탄신 616돌이기도 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상당수의 현직 국어 선생님들조차도 한글은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과 창제한 것으로 알고 있고 또 현장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물론 학계에서도 일부이기는 하나 집현전 협찬설이 맞서 있기는 하지만 훈민정음 전공 학자 가운데 친제설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협찬설은 -설조차 성립하기 어려운 매우 불합리한 의견이다. 협찬설이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인 냥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은 두 가지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렇게 놀라운 거대한 문자 창제를 어찌 개인이 혼자 할 수 있느냐는 것이며 또 하나는 민중사관에 의해 영웅주의 사관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그런 혐찬설이 굳어졌다.협찬설은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로 보나 훈민정음 관련 학문적, 맥락적 진실로 보아서도 성립하기 어렵다. 한글은 언어학뿐만 아니라 철학, 음악, 수학 등 다양한 관련 학문에 정통한 천재가 지속적인 오랜 노력 끝에 만들 수밖에 없는 문자다. 오히려 공동 연구로는 창제하기 어려운 문자다. 집현전 학자들의 참여는 창제 이후에 새 문
[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외출을 할 때는 뱀이 허물을 벗듯 우선 빤쓰부터 벗어야 한다 고무줄이 약간 늘어나 불편하지만, 편안하지만, 그래서 빤쓰지만 땡땡이 물무늬 빤쓰 손현숙 시인의 나 죽어도 빤스 아닌 꽃무늬 팬티로 들키고 싶다의 일부분이다. 영어의 팬티 (Panty)가 일본으로 건너가면 빤스(ぱんつ, pantsu)가 된다. 같은 속옷이지만 빤스의 이미지가 다르고 팬티 이미지가 다른 것은 왜일까? 같은 사물에 대해 다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말은 팬티와 빤스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빠마와 펌, 아까징끼와 요드딩크, 뼁끼와 페인트같은 것들도 우리의 뇌리에 와 닿는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일본 작가 다코와카코(田幸和歌子)는 ≪잡학사전≫에서 일본인 최초로 서양식 여성 속옷인 즈로즈를 손에 넣은 사람은 풍신수길(豊臣秀吉)이라고 했다. 포르투갈 사람이 선물용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이 이상한 여성 속옷을 구경만 했을 뿐 입었다는 기록이 없다. ▲ 씨름선수 등이 차는(입는) 훈도시. (구화상회 제공) 그때까지 여자들은 고시마키(腰巻)라 해서 엉덩이에 긴 천을 둘렀는데 오늘날의 팬티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옷이라기보다는
[그린경제=김보람기자] 통영옻칠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옻칠아카데미 옻칠조형 제Ⅱ과정이 개강하였다. 수 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호흡해 온 친환경 전통옻칠예술의 현대화를 도모하고 옻칠예술품을 창작하는 창의교육으로 옻칠 전문가를 양성코자 개설되었다. 3월 21일부터 16주간 수업으로 7월 5일까지 진행되며, 협저탈태로 옻칠작품을 만드는 수업이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까지 주2회 (회당 3시간씩) 진행된다. 첫 수업에서는 아이디어 스케치와 아이소핑크로 성형을 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성형을 할 때는 작품의 좌우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아이소핑크 단면에 중심을 잡고 중앙에 원을 먼저 그린 후, 자신이 스케치한 대로 칼을 이용하여 형태를 만들고 다듬는다. 성형제작을 마친 후 사포로 면을 고른다. 그리고 이형제인 핸디코트를 전체적으로 발라준다. 이때 모서리 부분과 찍힌 부분을 메워주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수강생들의 열의 있는 모습을 보니 완성될 옻칠작품이 기대된다.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외척 중에 새로 귀하게 된 사람이 많아 붉은 대문이 궁궐을 둘러쌌네 노랫소리, 풍악소리에 놀음 잔치 일삼고 갖옷과 말은 가벼움과 살찜을 다투네 단지 영화로움과 욕됨을 따질 뿐이지 옳고 그름은 수고로이 묻지도 않네 어찌 알리오 쑥대 지붕아래서 추운 밤 쇠덕석 덮고 우는 백성을 ! (詠史, 권 3: 155) 뭔가 예사롭지 않은 글이다. 구중궁궐에서 호화호식 하면서 추운 밤 한뎃잠 자는 백성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석주 권필의 시는 매양 이렇다. 충주의 비석 돌 유리처럼 고우니 수천 명이 뜯어내고 수만 바리 실어내네 물어보자 그 돌 실어 어디로 옮겨가나 실려가서 세도가의 신도비 된다 하네 그런 집의 신도비는 어느 누가 지어내나 글씨체도 굳세고 문장력도 기이하지 한결같이 적는 내용 “이 어른 살았을 때 받은 자질 배운 학식 또래 중에 빼어났도다 임금을 섬김에는 충렬하고 강직했고 집안에 지낼 적엔 효순(孝順)하고 인자(仁慈)했다 <권필, 충주석(忠州石) 가운데 일부> ▲ 고양 행주산성 아래 역사공원(행주나루터) 안에 있는 권필 시비 ▲ 석주 권필의 생애를 적은 시비 뒷면 -해적이(연보) 이윤옥- 권필의 눈에는 천년만년 돌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