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고운 냄을 못 잊다 하는구나 어젯밤 꾸던 꿈을 되새겨 돋궈보니 손바닥 님의 느낌은 상냥만 하는나. * 냄 : 냄새 * 상냥 : 부드럽고 친근하다 일본 사람들은 재일동포들을 차갑게 대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재일동포들로 하여금 더욱 굳건히 살 수 있게 한다. 꽃샘이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것이지만 실은 그 덕분에 꽃이 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조는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꽃샘에 견주어 담은 작품이다. (편집자 덧붙임)
석달은 길었던가 아흔날이 달다는가 땅벌레 솟아 오른 겉땅은 다 봄이니 이윽고 돌아온 제비 보금자리 벼르느나. * 겉땅 : 땅바닥, 땅 표면, 지상
얼어붙은 메 가람에 소리 없이 돋은 봄은 눈석이 흐름과 꽃봉오리 몸내 얻어 가는 결 보내 주는 맘 아름답다 하느나. * 메 : 산 * 결 : 겨울 * 가람 : 강, 시내
햇빛이 동무냐 봄바람이 벗이냐 이제는 긴긴 해달 스스로 살아야하니 보낼 봄 얼마 있는지 오는 가을 얼마일까
얼어붙은 땅이건만 이제사 때를 아는지 땅 덮은 묵은 눈은 어디 있고 어디 갔지 눈석이 고운 내음은 아씨 몸내 같아라 * 눈석이 : 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 스러짐
선봄은 다 갔건만 기척 없는 개나리 회초리 휘둘러서 깨어라 소리치니 하늘 땅 오르내리는 봄바람은 비손하네 * 선봄 : 입춘
애티 추위 잠들고 묵은 추위 보내고 쌀쌀한 찬바람 온 누리를 설쳐도 새봄은 가슴에 돋아 꽃내음 그윽하네 * 애티 추위 : 소한 * 묵은 추위 : 대한
맨 먼저 피어 돋아 반갑고 또 반갑네 옷고슬은 이노 입김 아름꼴은 또 있으랴 홀 서도 골 해를 가고 그 뜻은 아시 같네. * 뒷꽃 : 매화 * 옷고슬 : 향기 * 이노 : 신선 * 아름꼴 : 아름다운 모습 * 아시 : 봉황(鳳凰) * 골 해 : 일만 년
으뜸 새벽 미역 감고 옷 갈아 입어서 떠놓은 첫 물을 한 어버이께 바쳐 드려 올해에 하려는 일들 다 잘 되게 빈다네. * 한 어버께 : 옛 할머니 할아버지 * 갈쪽 : 서쪽
밝아 돋은 첫 아침에 새해 옷 챙겨 입어 한배검 계신 곳 갈쪽 하늘 우러러 큰절을 삼가 드리고 올해를 품에 안네. * 한배검 : 단군님 * 갈쪽 : 서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