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지 들려오는 첫 홰에 깃 여며서 겨레를 슴을코 나라를 굳게 안아 나느들 덩울 바라며 한배검께 빈다네. * 슴을코 : 생각하고 * 나느 : 손자 * 덩울 : 무럭무럭 잘 자라나감
미쳐도 이렇게 안 미쳐도 저렇게 무어이 서러워 된 추위에 꽃피우나 그러리 미쳐지 않건 내 삶이 있겠는가? 봄이라야 피는 개나리, 벚꽃, 진달래 따위도 간혹 된 추위가 설칠 때에 꽃 피우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때 아닌 꽃이 틀림없지만 보면 반갑기도 하고 애절하게 하는 것은 또 웬일일까? 사람은 미치지 않고선 참삶을 못 살 때도 있고 미친 사람이 바른 사람일 수도 있다.
골 길을 마다하고 가는 새 되찾은 새 새들은 네 치 땅을 맘대로 오가는데 우리는 한 땅인데도 못 오고 못 가고 * 골 길 : 만릿길 * 네치땅 : 남북 4킬로의 비무장 지대
봄에는 온 메 피고 여름엔 푸르싱싱 갈은 타듯 메 줄기 흰옷 입어 새해를 맞는 섣달 오는 때 가는 때 사이 누가 가고 누가 올지. * 갈 : 가을 * 메 : 산(山)
쇠돌이는 소 우리에 길쌈애는 베틀 앞에 겨울 끝 하늘에는 미리내가 호젓하니 봄에는 한 믿나라를 죽도록 안고 싶네 * 결 미래내 : 겨울의 은하수 * 쇠돌이 : 견우성 * 소 우리 : 외양간 * 길쌈애 : 직녀성 * 겨울 끝 : 동짓달 * 미리내 : 은하수 * 믿나라 : 조국, 고국, 본국, 모국 * 한 믿나라 : 통일된 조국
어제까지 부드럽던 작은 봄의 아침건만 올아침은 핏대 올려 칼날을 세운 건가 빠알간 아기손 잎을 달래려 휘든거냐. * 가을 새암 : 단풍을 더 이쁜 빛깔로 해 주는 벼락 추위. * 작은 봄 : 소춘 * 올아침 : 오늘 아침 * 아기손 잎 : 빨갛게 물든 단풍 잎 가웃 가을(중순)이 지나가면 아침이 갑자기 쌀쌀할 때가 있다. ‘꽃 새암’ 아닌 ‘단풍 새암’인 느낌이다. 그러나 그 쌀쌀함이 단풍을 더 빨갛게 물들여 사람 맘을 기쁘게 해 준다. 꽃샘하고는 좀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이다.
먼 갈쪽 갈바람에 눈물만 쏟아나고 어릴 때 뛰놀던 어버이 믿고장을 오늘도 못 잊는 속을 스스로 달랜다. * 벼덕 : 볏단걸이 요즈음, 일본에서는 벼덕을 보는 일이 드물어졌다. 모심기부터 시작해서 김매기, 가을걷이에 이르기까지 다 여름지이틀(농기계)로 해 치우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그렇다고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근대화’라 해도 예나 오늘이나, 앞으로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인데……. 우리도 빵을 먹어야만 ‘근대화’를 할 수 있는 건가? 가끔 길 먼 농촌에 갔을 때 벼덕을 보면 고향 창원이 그리워진다.
어디서 지냈느냐 무엇이 좋으냐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살도 피도 줄어 드니 찾은 땅 믿고장이면 뿌리쳐서 살아야지. 두루미(학)는 우리 한겨레의 상징인 느낌을 가슴에 줄곧 안고 있다. 날개의 하얀 빛깔은 백자 같은 한겨레의 맘과 같고 나는 모습도 우아하기 때문이다. 또 두루미는 글양반의 상징이기도 하니 더더욱 좋다. * 글양반 : 선비
남았느냐 남겼느냐 머리 숙인 붉은 감 봄철에는 너나 없이 푸르름을 자랑터니 누구는 어딘들 갔나 남은 놈의 부끄럼야? * 까치밥; 늦가을에 까치 따위의 먹이로 감나무에 몇 개 남겨 놓은 감
철새는 기쁠거야 믿고장을 왔다갔다 겨레는 슬프네 못 오가는 믿나라니 빨리들 그날은 와라 늙어가는 이 몸이니. * 믿고장 : 고향 * 믿나라 : 조국, 본국, 모국, 고국 이전과 달리 오늘날 남과 북 사이가 쉽게 오가지 못하게 되어 있다. 겨레보다 나라가 앞설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법이다. 북도 더 ‘겨레’를 앞세울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통일이 하루 늦으면 통일을 못 본 채 죽어가는 분들이 많아진다. 통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