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없는 길따라 피는 봄내음꽃 가는 때새 오는 때새 그 사이를 또 때새 흐르는 가람소리는 꽃들의 젓꼭지니 * 봄내움꽃 : 매화꽃 * 때새 : 시간 * 가람소리 : 강물 흐르는 소리
오르느냐 비탈길 내리느냐 재넘잇길 치오르면 꼭대기냐 잦으면 바닥이냐 눈앞에 트인 길이언만 망설이는 빈 속이니 * 재넘잇길 : 산에서 내리는 바람의 길 * 젊었을 땐 겁 없이 뛰어올랐지만나이가 들어보니 빈속일 뿐이었다.
어디까지 왔는지 이곳은 어디냐 하늘아 말해다오 이 몸은 누구냐 가는가 바람탄 구름 오는가 해달아 * 스스로 돌이켜 보면 이곳이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
다음날은 보름이라 별들이 총총하네 가야만 닿이고 닿아야만 사느니 죽살이 일흔일곱 해 모자람은 없구나
알몸 채 즈믄 길을 홀 가도 내 삶이라 봄내음꽃 벗 삼아 하늘 땅을 누비느니 무엇이 아니 모자라 울며 불며 살까나 * 즈믄 길: 천리 길 * 봄내음꽃: 매화꽃
때 오면 활짝 피어 하늘땅을 나아가는데 아직은 굳혀서 때오기를 기다리느나 그래도 이겨내야만 꽃이어니 이쁘구려
가지 끝을 아는구나 멀리 오는 봄 발걸음 움내음에 꽃내음 모두 함께 오는구나 뫼끝은 흰눈 이고도 온갖 풀잎 살리느나. * 뫼끝 : 산마루(정상)
네모꼴 둥근 꼴 다 갖춘 게 물이어서 온 목숨 살리고 하늘 땅을 울리느니 길이야 된 누리라도 물처럼 살 것을. '상선여수(上善如水)'의 뜻이다. 곧 가장 뛰어나게 ‘좋은 것’은 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리 붙고 저리 붙어사는 것이 제일이다는 뜻은 아주 아니다.
추운 철에 맨 먼저 고운 내음 안겨 주니 선비도 기뻐하고 아가씨가 껴안으니 홀 가는 흰 사슴 뜻도 따라잡지 못하리. * 첫내음꽃: 매화꽃 매화꽃은 엄동설한에 좋은 내음을 풍기면서 꽃을 피운다. 또 불필요하게 무리를 지어 자라나지 않는다. 사람도 그리 살아야 할 것이다.
속 비어 길을 주니 소리는 아름답고 꺾인들 굽히잖고 닳도록 뻗어 가니 그 누가 하늘만 높다 우격다짐할 거냐. 젓대나 퉁소는 속이 비어 있는 대나무로 만들어진다. 사람도 속이 비어 있어 겸손해야 참되게 배워져 지식과 교양과 지조를 지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