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믄날을 못 이겨 피는 날이 자랑일까 여름은 탓이인지 하늘 헤는 부처꽃 이 밤도 길나그네는 믿고장을 안아 우니. * 부처꽃: 백일홍 나무꽃 * 즈믄: 1000 * 탓이: 죄진 사람 무궁화는 오래오래 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우리 겨레도 이제는 하나가 되어 오래오래 피어야 하고 무궁화 꽃을 보면서 부처님께 배우고 또 배워 믿나라를 잊지 않도록 얼을 다루어야 하겠습니다. 백일홍은 되나라(중국)에서 들어온 나무라는데 우리 말로는 부처나뭇과의 나무라 하니 부처꽃이 좋을 성 싶습니다.
여름이 한창이라 노란빛 가는 하늘 마당에 해바라기 꿈결엔 오는 가을 미리내 흐르는 밤은 옛날이 생각나니. * 미리내 : 은하수 여름이 한창이면 곧 하늘 높고 숨바람 맑고 또 빨갛게 물든 아기손 나뭇잎(단풍잎)이 생각나 조용히 스스로를 돌이켜 봅니다.
바다를 사이 두고 이어진 하늘을 그렇게도 미워하고 보고 싶어 울었던데 그 밑에 몸 세워보니 눈물 독이 되었네. - 믿고장에서 - 앞 4해(예수 2007)에 60해 만에 믿고장(고향)을 찾았다. 어릴 때부터 찾아가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일들이 앞을 막아 60해를 쌓아야만 믿고장 땅을 찾았고 한한어버이들의 무덤을 찾아 큰절을 올려 드릴 수 있었다. 하늘은 ‘죽일 놈’이 아니었지만 오래 문을 열어 주지 않으니 미련하게도 60해를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붓꽃 붓꽃의 보라빛을 온몸에 지녀서 옛날에 가고파 옛날을 가고파 검너울 물결소리는 어디가서 없다느냐. 나팔꽃 나팔꽃 두송이를 받아 안은 땅인데 목숨은 어디가고 빛깔만 남았느냐 단풍이 오는 걸음을 알고서 물러섰나. -믿나라 시조 집에서-
1 가는 봄 아쉬워서 꽃잎을 입에 무니 멀리를 보리내 바람 타고 찾아오네 믿고장 이른 여름을 버들피리 퍼지느나. 4 가고 오는 봄이건만 나이는 쌓기만코 쫓겨온 망육이니 갈데도 없는구나 하나의 믿나라 믿고 줄곧 가는 죽살이. *보리내 : 보리냄새 *망육(望六) ; 예순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나이 쉰한 살'을 일컫는 말 *믿나라 : 조국, 모국 *죽살이 : 인생
49 아버님 가시고 어머님 또 가시고 꽃내음 밀어오는 아름다운 봄밤에 한 송이 진달래 꽃을 올려드린 이 마음 52 길가다가 여우비에 어머님 생각나고 무지개는 옷이니 입혀드릴 때도 없이 머나먼 나그넷길을 가시었다 하느냐.
흙물에는 못 살고 맑아야만 산다니 너야말로 둔갑해서 사대부가 되어얀대 세상이 하 어지러워 낚시없이 나꾸련다 재일본 한국문인협회 회장 김리박
차라리 뒷간 속의 구더기 되어서도 내 맘은 내 맘이요 왜(倭) 속은 안 되리라 천년을 두고 살아도 한 얼만을 지니리. 좋으료 시정살이 무명도 죽살이니 냉대가 만년이건 괄시가 천년이던 내 삶은 내 삶인 것을 울고불고 할까나. 한흙 48호(2010) -한 길, 셋째가름의 둘과 셋- *죽살이 : 죽고살기 / 시정: 市井(인가가 많이 모인 곳) 무명 :無名 / 냉대 :冷待 재일본 한국문인협회 회장 김리박
믿나라 시조 47 울 핏줄은 진달래요 벚꽃은 아니라고 가르치고 타일러 이 땅서 눈감으셔 고우신 죽살이 품어 남은 삶 살리라. * 믿나라 = 고향 * 울 핏줄 = 우리 겨레 * 죽살이 = 죽음과 삶
밀어 주어 돋느냐 당겨 주어 돋느냐 첫 아침 밝은 해에 마음을 다듬는다 오늘도 힘껏 살아서 그날을 보잔타. 새달 하늘선 찬바람 땅위는 눈판이니 바라던 새해 첫달 덜 돋은 개나리 이 날도 이겨 낼거다 뒷쪽의 겨레들은. - 믿나라, 옹근 으뜸 - --------------------------------------------------------- 한밝 김리박 선생님께서 지난 한 달여 혹독한 고뿔(감기몸살)을 앓으셨습니다. 원래는 3월부터 선생님의 정감어린 우리 토박이말 시조를 보내오시기로 했습니다만 부득이한주치만 제가선생님의 시조집 믿나라에서 골라 싣습니다. 빠르면 다음주부터는 한밝 선생님의 시조를 함께 감상 할 수 있을겁니다. 많은 기대가 됩니다. 다음은 선생님께서 보내오신 토박이말 투성이(?) 누리편지 글입니다.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우리말에 낯선 우리들이 한밝 선생님 누리편지를훔쳐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 몰래 실어 봅니다. 선생님께서도 이해 하실 겁니다. ^.^ 이윤옥교수님께 봄아가씨 만난 것 처럼 고맙고 기뻤습니다. 앓이는 이 교수님께서 말씀 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