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그의 어깨는 더없이 무거워 보였다. 저 가녀린 허리가 버텨낼 수 있을까 싶은 정도였다. 희뿌연 하늘에 눌려서도 아닌 것 같고, 둘러매고 있는 전기기타의 무게 때문도 아닌 것 같았다. 워낙 비실비실한 체질이란 게 한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제 연락하지 마라. 네 마음 안다. 고맙다. 그저 바람 따라 떠다니다 때 되면 갈란다.“ 금방이라도 양회가루가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낮은 구름에 온갖 매연까지 뒤섞인 바람이 빛을 잡아먹고 있었다, 그가 골목 끝자락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그의 실루엣은 대기에 스며들고 말았다. 태민호! 어쩌면 그에게는 태민호라는 이름을 얻기 전, 그러니까 장효민이라는 이름으로 살 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집은 비록 서울의 사대문 안은 아니었지만, 문안과 가까운 곳에 있었고, 번듯한 양옥은 아니지만 여섯 식구 궁둥이 붙이기엔 부족함이 없을 정도에다 문간채의 방 두 개는 세를 놓을 정도의 살림은 되었다. 대학도 그가 음악에 빠져 안 간다고 버텨 그렇지, 돈이 없어 못 보낸 것도 아니었으니 60년대의 가정치곤 중류 이상은 되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꼼장어와 멸치회, 장어구이 등으로 유명한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의 죽성리라는 곳에 가면 일본식 성(城)의 흔적이 남아있다. 죽성리 왜성이라 불리는 이 성은 마을 해안가 가까이에 있는데 임진왜란 때 왜군 장수 구로다 나가마사(黑田長政)가 조선ㆍ명나라 연합군의 공격을 방어하고 남해안에 장기간 머물기 위해 돌로 쌓은, 둘레 약 960m, 성벽 높이는 약 4m의 성이다. 이곳은 원래 조선조 중종 때 왜구의 방어를 위해 두모포진(豆毛浦鎭)을 설치하고 성을 쌓았던 곳인데 왜군들은 이곳에서 두모포 진성 밖 더 너른 쪽에 왜성을 쌓고 그 옆 포구를 통해 조선 각지에서 잡아 온 도공들을 일본으로 실어 날랐다. 이 언덕받이에는 현재 소름요라는 도자기 가마가 있거니와 그 아래쪽에 무명도공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역사 속에 끌려간 도공들을 추념하기 위함이다. 납치된 도공들은 죽성리 포구에서부터 규슈 일대로 많이 실려 갔지만, 상당수는 바다 맞은 편에 있는 하기(萩)라는 곳으로 갔다. 당시 이곳의 영주인 모리 테루모토(毛利輝元)는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돈독한 신임을 받아 8개 번(藩)을 이끄는 대장이 되기도 했고, 임진왜란 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바야흐로 교토의 3대 마츠리 가운데 하나인 시대마츠리 날이 코앞에 다가왔다. 10월 22일이 시대마츠리(時代祭)날이다. 시대마츠리와 함께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를 더해서 교토의 3대마츠리라고 한다. 이 3대 마츠리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전세계 사람들이 일부러 교토를 찾고 있으니 마츠리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10월 22일에 열리는 시대마츠리는 헤이안천도로부터 1100년째를 기려 명치28(1895)년에 시작된 마츠리로 올해는 128회째를 맞이한다. 시대마츠리의 특징은 화려한 고대 옷이 볼만하다. 시대별로 차려입은 출연자들이 교토 시내를 두어 시간 행진하는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마츠리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도구, 행렬 시간 등을 따지자면 7월의 기온마츠리(祇園祭)에 견줄 수가 없지만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葵祭)나 10월 22일의 시대마츠리(時代祭)도 꽤 볼만하다. 시대마츠리 행렬은 교토 어소(御所)를 낮 12시에 출발하여 가라스마도오리 등 시내 4∼5킬로 구간을 행진한 뒤 헤이안신궁(平安神宮)으로 돌아오는 과정인데 시내 행진(퍼레이드) 시에는 각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은석)는 오는 20일 아침 10시 웨스틴 조선 부산, 오키드룸에서 「가야 유리기(琉璃器) 기원, 유통 그리고 재활용 - 로만글라스 가야에 묻히다」를 주제로 국제학술 토론회(심포지엄)를 연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월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확인(2021년)된 고대 유리 용기(아래 유리기)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하였으며, 여러 곳에서 제작된 다양한 로만글라스* 제품이 삼국시대 한반도에서 유통되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유리기는 비단과 함께 유라시아를 왕래했던 주요 교역품으로, 당시 유라시아의 교류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 함안 말이산 고분군 : 경남 함안군에 있는 아라가야 지배계층의 무덤군으로 올해 9월 김해 대성동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고성 송학동 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 고령 지산동 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가야고분군’으로 올랐었다. * 로만글라스 : 서역에서 제작한 유리의 일종으로, 소다-석회 유리 계열이며 원료에 따라 로마유리 또는 사사니아(사산왕조 페르시아) 유리로 구분된다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출판도시문화재단과 파주시가 주최하는 '2023 파주북소리'가 10월 27일(금)부터 11월 12일(일)까지 15일 동안 진행된다. 파주북소리는 국내 문인과 저자, 독자, 아티스트가 모이는 북 페스티벌로 올해 12회를 맞이했다. 출판도시 야외무대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파주출판도시 일원에서 깊어져 가는 가을, 가장 신선한 책을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펼쳐진다. 주요 행사는 10월 27일(금) 개막 이후 28일(토)과 29일(일) 주말 동안 진행된다. 먼저 출판도시 야외무대에서는 영화, 음악, 공간, 키즈, 커피, 크리에이티브 등 우리 일상 속 가장 신선한 책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신선한, 북앤(BOOK&)'이 진행된다. 책을 사랑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작가들이 함께 신선한 토크를 이어간다. 다섯 개의 테마로 진행되는 토크는 무료 사전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상세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28일(토)에는 아나운서 최현정 진행으로 작가 김소영, 배우 봉태규, 포토그래퍼 하시시박이 함께 나누는 토크 'BOOK&KIDS - 책, 함께 자라는 우리', 디자인 저널리스트 전은경의 진행으로 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우리나라 방문객들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공항철도 승강장이 우리 고유의 전통무늬를 만나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은 인천공항1터미널역 직통열차 승강장이 전통무늬를 활용한 디자인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진원이 전개하는 ‘2023 전통무늬 산업활용 기반구축’사업의 하나로, 공항철도(주)(사장 이후삼)와의 협업작업으로 태어났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을 포함해 공항철도 이용객들이 우리 전통무늬의 아름다움을 접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간연출의 주제는 ‘한국 유람의 향기’다. 자연유람을 즐겨한 선조들의 문화를 현대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국 전통무늬의 꽃과 자연으로 승강장 벽면과 기둥을 꾸몄다. 계절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인 꽃을 통해 사계절을 표현하고 청사초롱과 부채, 나룻배 등 전통적인 요소들을 가미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형상화했다. 10월 17일(화)부터는 전통무늬를 활용한 디자인제품 전시도 진행된다. 국내 유수의 제품디자인 스튜디오와 일상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애령)은 오는 10월 20일(금) 낮 1시부터 국립광주박물관 대강당에서 “조선의 공간과 도자기”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이 학술대회는 도자기가 사용되는 공간과 도자기의 무늬들이 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마련되었다. 지금까지 조선시대 도자기 연구는 도자기의 생산과 발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도자기의 실제 사용을 살펴보기 위해 건축, 서화를 아우르는 여러 전문분야와 융합적 연구를 시도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조선시대 누정(누각-樓閣과 정자-亭子)문화와 함께 도자기의 쓰임에 대한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고 확장할 수 있는 발표와 토론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호남지역 누정과 도자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학술대회는 1부 <풍류 공간 속의 도자기>, 2부 <도자기 속의 풍류 공간>으로 나눠 진행된다. 1부 주제발표는 ▲조선시대 누정 건물의 역사와 기능(이강근, 서울시립대) ▲누정과 공간(空間)의 경계를 넘어서: 조선시대(朝鮮時代)의 누정산수화(樓亭山水畵)의 상징과 기능(박은순, 덕성여대) ▲남도 원림의 고고학적 조사와 출토 자기(권혁주, (재)민족문화유산연구원)를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10월 26일(목) 낮 2시 30분, 서울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인공지능(AI), 전통을 혁신하다’라는 주제로 전통 기록문화 창작 회의(콘퍼런스)를 연다. 이번 회의는 스토리테마파크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실시간 중계된다. 또한 전통 창작 소재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등 국내 7개 기관과 관련 학회* 등이 함께 참여하여 인고지능과 관련한 사업과 콘텐츠를 소개한다. *한국국학진흥원, 국사편찬위원회,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전통문화연구회, 한국고전번역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콘텐츠학회 12년째 전통 기록문화를 활용한 콘텐츠 생태계를 다루는 회의 전통 기록문화 창작 회의는 전통 소재를 활용한 창작 콘텐츠의 우수사례를 소개하고 원천 창작 소재로서의 전통 기록문화의 값어치를 확인하는 행사다. 지난 2012년부터 열어 온 이번 행사는 2023년 한해를 중심으로 전통 콘텐츠의 현황과 전망을 찾기 위해 기획되었다. 올해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전통 콘텐츠 사례를 짚어보고, 앞으로 우리 콘텐츠가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한 자리이다. 이번 행사는 대면ㆍ비대면 융합 회의로 6주제의 발표는 10월 1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이경돈)은 서울의 우수 디자인 자산을 발굴하고, 서울의 도시경쟁력과 미래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2022년 서울디자인자산 40선을 선정했다. 서울디자인자산은 지난 2009년에 51선이 선정되었고, 이후 10여 년의 시간을 반영하여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서울디자인자산을 선정한 재단의 <2022 서울디자인자산 선정 및 아카이브> 사업은 디자인 개념 및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고 ‘솔루션’으로서 서울시 디자인사업 사례를 자산화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2022 서울디자인자산 선정 및 아카이브>는 기존 선정 사업의 방향을 계승하기 위해 1차(‘09) 선정 기준과 동일한 기준(서울성, 디자인가치,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유지하되, 지난 10년 동안 새롭게 만들어진 유․무형의 서울시 디자인자산(동대문디자인플라자, 송파산대놀이 등)을 추가했다. ‘서울디자인자산’의 선정 기준에는 서울 정도 600년의 역사성, 국내외 여타 도시와 다른 서울만의 차별성과 개성을 보유한 것, 문화·조형·소재·기술 등의 측면에서 독창적인 것, 당대의 생활과 문화에 영향을 준 것, 장기간 계승되어 온 전통적 가치가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서울시가 일본 내 1,300개 뷰티, 패션 매장을 보유한 거대 유통망인 일본 MN interfashion(엠엔 인터패션)과 손잡고, K-패션 세일즈에 속도를 낸다. 송호재 서울시 경제일자리기획관과 미노루 에노모토 MNIF 패션뷰티본부장은 일본 시장에 하이서울쇼룸 브랜드 진출 및 신진 뷰티 패션브랜드 발굴지원 및 성장을 위한 상호 협력 그리고 양자간 뷰티·패션 관련 공동 추진사업을 위한 홍보 마케팅 상호협력으로 13일(금)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MN InterFashion(엠엔 인터패션 - 이하 MNIF) 일본 미쓰이 물산의 섬유 부분 분사, 1992년 설립(미쓰이 물산 자회사)하여, 뷰티 · 패션 특화사업 추진 이번 협약은 K-패션에 대한 일본 현지 시장의 높은 인기로 인해 진행되었다. MNIF 패션사업단이 1차 주문한 하이서울쇼룸 대표 디자이너들의 제품이 4주 만에 완판되면서, 최초 파일럿 매장에서 판매했던 규모를 도쿄 중심의 유통망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지난 7월 협력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일본 쇼핑 중심지에 위치한 도쿄 ‘BEAUTY&YOUTH UNITED ARROWS’ 파일럿 운영 매장에서 초도물량 완판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