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판소리로 부르는 <적벽가>와 경기 좌창의 <적벽가>는 사설 내용이 부분적으로 비슷하다는 점을 빼고는 창법이나 선율 진행, 표현방법, 등이 양자가 전혀 다른 노래라는 점, 좌창을 <잡가(雜歌)>라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조조와 그의 군사들이 화용도 좁은 길에서 관우(關羽)에게 잡혀 목숨을 구걸하는 대목을 소개한다. 서울, 경기의 좌창 가운데 한 곡인 적벽가에는 적벽의 전투에서 크게 패한 조조의 군사가 화용도 좁은 길로 들어서자, 그곳에 매복해 있던 관우(關羽, 관운장, 관왕)에게 잡혀 목숨을 구걸하는 대목이 나온다. 관우가 조조에게 목을 늘여 칼을 받으라고 명하는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이 대목의 경기좌창 사설은 아래와 같다. “이놈, 조조야,! 너 잡으러 여기 올 제, 군령장 두고 왔다. 네 죄상을 모르느냐? 천정(天情) 거역하고 백성을 살해하니, 만민(萬民) 도탄(塗炭)을 생각지 않고, 너를 어이 용서하리. 간사한 말을 말고, 짧은 목, 길게 늘여 청룡도(靑龍刀) 받으라, 하시는 소래, 일촌간장(一寸肝腸)이 다 녹는다.” 위에서 군령장(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정선아라리가 불리고 있는 지역을 아라리권역, 또는 메나리권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 ‘메나리’라는 말은 ‘뫼놀이’, ‘뫼노리’의 변화형으로 산에서의 놀이, 곧 유산(遊山)의 의미라는 이야기, 서울 경기는 경 토리 권역, 수심가 토리는 황해도와 평안도, 그리고 전라도 지방은 육자배기 토리 등이 특징있게 불린다는 이야기, 김옥심 경기명창은 메나리권의 ‘정선아리랑’을 경토리로 불러 널리 확산시켰는데, 지금도 이 노래는 ‘경기제 정선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판소리의 ‘적벽가’ 또는 경기 12좌창의 ‘적벽가’라는 노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이 독자로부터 있어 이에 대해 견줘보기로 한다. 원래, ‘적벽가’는 판소리 5마당, 곧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가운데 하나로 그 내용은 중국 위ㆍ한(漢)ㆍ오 등 삼국의 조조, 유비, 손권 등이 서로 싸우는 중국소설 《삼국지연의》 속에서 적벽강에서의 싸움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그런데 판소리 말고도 서울 경기의 좌창 12곡 속에도 ‘적벽가’라는 노래가 들어있어서 이들은 같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 과천시에서 열린 제17회《전국 경기소리 경창대회》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출전자의 수가 많다고 해서 권위있는 대회는 아니라는 점, 과천대회의 본선은 경기 12좌창 중에서 긴 곡이든, 짧은 곡이든 1곡을 완창(完唱)하는 조건이란 점, 영예의 대상은 ‘적벽가’를 선택한 강원도 인제 출신의 장은숙 명창이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본선 무대에 오른 경연자들의 수준 못지않게, 과천의 경창대회는 국악계의 모범적인 대회로 운영되어 왔다는 점이 객관적인 평가다. 그래서일까? 출전자들은 참여하고 싶은 대회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당일 학생부의 전반적인 평가는 예년 수준이었지만, 명창부 경연자들의 기량수준은 매우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가운데서도 이번 대회에서 장원에 오른 장은숙은 네 번째 도전 무대에서 드디어 그 뜻을 이루었기에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다. 당일 본선에서 그가 부른 곡은 ‘적벽가(赤壁歌)’였다. 이 곡은 12좌창 가운데서도 가장 길고 어려워 대부분이 피하는 소리인데, 그는 의외로 여유있는 호흡을 유지하면서 경기 좌창의 특징적 창법으로 그 긴소리를 깔끔하게 이어나갔다. 특히, 요성(搖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