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재 윤두서, 형형한 눈빛 뒤에 어린 따뜻한 마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화가 났나?’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해.’ ‘아냐, 슬픈 표정인데?’ 종이에 꽉 차게 그려진 어떤 사람이 우리를 뚫어지게 보고 있어요. 살짝 올라간 눈매에 한 올 한 올 생생하게 묘사된 풍성한 수염, 다소 불그레한 살집 있는 얼굴이 씩씩한 장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강렬한 눈매를 가진 그림 속의 인물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듭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 사람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조선 후기의 유명한 선비화가 윤두서입니다. (p.8) 정면을 응시하는 부릅뜬 눈. 한 번 보면 쉬이 잊기 어려운 그 얼굴. 바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미술 교과서에 실려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법한 이 그림은, 해남윤씨 종가를 대표하는 종손이자 선비 화가였던 공재 윤두서가 18세기 초 그린 것이다. 지금은 얼굴만 남아있어 미완성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X-선 투과 촬영 등 정밀히 조사한 결과 본디 다소 옅게 그려졌던 신체 부분이 보존복원 과정에서 지워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신체는 지워져 버렸으나, 그가 강렬한 눈빛으로 응시했던 세상은 여전히 그를 기억한다. 이 책의 부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