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드디어 또 새해를 맞았습니다.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에게는 한 해가 너무 빨리 지나가니까 '또'라는 수식어를 쓰게 됩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요, 사람들마다 새해 운세를 이야기하고 새해에는 지난해보다는 더 나을까 하는 궁금증과 더 나았으면 하는 바람을 띄웁니다. 2026년 병오(丙午)년 올해는 말띠 해라잖아요? 말, 그것도 붉은 말띠 해랍니다. 이 해는 전통적으로 활기차고 자유로운 성격, 열정, 사교성, 독립심, 창의성, 지도력이 강조되는 해로 여겨진다고 하네요. 아마도 말이 잘 달리니까 말이 달리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며, 긍정적인 활력이 넘치는 해라는 의미를 사람들은 연상하겠지요. 병오년 새해를 맞이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말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병오년 말띠해 특별전《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란 제목으로 3월초까지 열리는군요. 국립민속박물관도 옛날부터 말은 멀리 달리는 힘과 자유의 상징이었고, 인간의 공간적 한계를 넓히는 데 함께했기에 말은 새로운 세계로 도전한다는 의미도 가진다고 설명합니다. ‘천리마도 한 번 달릴 때 쉼이 있다.’라는 속담처럼, 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2025년은 우리에게 어떤 해였을까요? 동양에서 말하는 을사년의 올해는 1905년의 을사년, 1965년의 을사년과 어떻게 달랐을까? 그것을 일일이 다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고요, 다만 우리는 그 두 을사년만큼이나 붕 떠 있는, 새로운 질서를 위한 갈등과 혼란의 연속, 그 후유증의 지속으로 특정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세상이 질서있게 옳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면 그것을 치세(治世)라고 하고 그 반대로 소인이 판을 치고 군자가 뜻을 행하기 어렵다면 그것을 난세(亂世)라고 한다지요? 그럼 2025년 한국은 치세였을까, 아니면 난세였을까요? 한 해를 넘기면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것은 '올해의 사자성어'입니다. 교수들이 선정한 것이라며 교수신문에 발표된 것을 보면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였습니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이라고 하고요. 추천과 결정과정은 별도로 논하고,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양일모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 여야의 극한 대립, 법정 공방, 고위 인사들의 위선과 배신을 목도했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1950년 12월 20일 북한 동해안의 가장 큰 항구인 흥남항의 부두는 10만의 미군들과 장비들, 그보다 더 많은 북한주민이 뒤섞여 큰 혼란이 벌어졌다.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의 포위를 뚫고 간신히 흥남으로 온 미군들의 남쪽으로의 철수가 최대의 과제였다. 당시 동해안 지역을 관할 하는 제10군단의 에드워드 아몬드 (Edward Almond) 군단장은 모든 가용 군함을 동원해 적군의 포화가 떨어지는 위급한 상황에서 미군들의 철수작전을 펼쳤다. 미군이 철수한다는 소식을 들은 북한주민은 마을마다 집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무작정 남쪽으로 흥남부두로 향했다. 이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곧 참혹한 현실 혹은 죽음이었다. 이같은 사정을 본 맥아더 사령부의 민사고문인 현봉학 박사는 미군 군함에 피난민을 함께 실어달라고 아몬드 군단장에게 긴급 요청했으나 당장 군인들의 생명을 구해야 할 상황에서 피난민을 수송할 수는 없었다. 현봉학 박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미 10군단 참모부장겸 탑재참모였던 미 해병대의 포니(Edward S. Forney) 대령을 통해 다시 간절히 요청한다. 결국 그의 진심과 간절함에 아몬드 중장이 결단을 내려 피난민들의 수송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웃나라 일본의 연말은 대표공영방송인 NHK의 홍백가합전이란 프로그램으로 떠들석하다. 1953년 NHK-TV가 개국하면서 시작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온 대형 호화 프로그램으로 남녀 가수들이 홍팀(여성)과 백팀(남성)으로 나누어 경연하는, 가수들의 편 먹기 가요대항전이다. 일본인 가수들이 여기에 출연하기 위해 서로 경쟁을 벌였다는 이 프로그램의 연속 출전기록은 엔카 가수 이츠키 히로시(五木ひろし)로 50회다. 여성 가수들이 속한 홍팀에서는 엔카의 여왕이며 일본의 국민가수로 존경을 받는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가 13회 연속출장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이 전설적인 미소라 히바리의 기록을 뛰어넘어 20회 연속 출연한 여성 가수가 있으니 바로 미야코 하루미(都 はるみ)다. 미소라를 능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오랜 인기를 누렸던 이 여성가수는 1948년 생으로 미소라보다도 11살이 아래이기에 올해로 77살인데 이 여성가수 아버지가 한국인, 곧 그녀도 한국인이란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일본 언론에 공개된 그의 부친은 이종택(李鐘澤 1904~1987)으로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일본 비단의 직포공장에서 기술을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중세에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의 호칭으로 ‘왕’이나 '임금( 님+ 그+ 음 즉 높으신 분)을 많이 쓰지만 그밖에 통치기간 가운데 업적이 많은 분은 특히 ‘대왕’으로 불린다. 그 기준은 한두 사람이 평가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당대의 평이 있거나 오랫동안 사학자들의 평가를 한 결과일 것이다. ‘대왕’은 임금 전체를 높여 부를 때도 쓰지만, 그보다 특히 업적이 뛰어났을 때 ‘00대왕’이라는 시호(諡號)나 존호(尊號)로 강조하여 부른다. 시호(諡號)는 제왕이나 재상, 유현(儒賢, 유학에 정통한 선비)들이 죽은 뒤에, 그들의 공덕을 칭송하여 붙인 이름이고 존호(尊號)는 임금이나 왕비의 덕을 기리기 위하여 올리던 칭호다. 한국사에서 공식적으로 또는 전통적으로 ‘대왕(大王)’이라는 칭호로 불린 인물들은 많지 않다. 그중 한국사에서 대표적으로 “대왕”으로 불린 군주·위인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단군왕검(檀君王儉)으로 단군대왕(BC2333 ~)이다. 후대 사서와 민간 신앙에서 ‘단군대왕’으로 부르고 있다. 옛 기록보다 조선ㆍ근대 민족주의 시기에 강화된 표현이다. 다음은 고구려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390~412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첫눈이 기상예보대로 왔다. "저녁 6시에 대설경보입니다. 8시까지 5~10센티가 내리는 곳도 있겠습니다." 뭐 이런 내용인데 저녁 6시가 되니 정말 놀랍게도 눈이 내린다. 그것도 싸라기눈이 아니라 작은 아기 주먹만 한 눈송이들이 어깨로, 머리로 내려 곧 행인들을 할아버지로 만든다. 거리에 눈이 쌓이고 차량들이 엉금엉금. 사람들은 조심조심... 도시에는 그렇게 눈이 내렸고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조용히 소복소복 눈이 내렸다. 눈앞의 창틀에서부터 건너편 아파트 집과 창문, 그 옆의 나무들이 차례로 옷을 갈아입는다. 아이들의 놀이터 놀이기구도 눈을 뒤집어쓴다, 올겨울 첫눈으로는 너무도 황공할 정도로 깨끗한 세계를 만들어준다. 모든 먼지를 덮는 것은 물론 세속이익을 위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씻어주고 덮어준다. "무어라 해도 겨울이 겨울다운 서정시(敍情詩)는 백설(白雪), 이것이 정숙히 읊조리는 것이니, 겨울이 익어 가면 최초의 강설(强雪)에 의해서 멀고 먼 동경의 나라는 비로소 도회에까지 고요히 고요히 들어오는 것인데, 눈이 와서 도회가 잠시 문명의 구각(舊殼)을 탈(脫)하고 현란한 백의(白衣)를 갈아입을 때, 눈과 같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가을 기온이 계속 포근해 가을이 길 줄 알았는데 11월 들어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치면서 철모르고 달려있던 나뭇잎들이 한꺼번에 다 떨어졌다. 그러고는 그새 12월이다. 앙상한 가지에는 나뭇잎 몇 개만 달랑거리고 땅에 떨어진 낙엽들은 벌써 길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바람이 불자 어딘가로 휩쓸려 날아간다. 새벽 산책길을 나서면 하늘에는 추운 공기 속에 파랗게 보이는 달이 외롭게 서쪽 하늘에 떠 있다. 이럴 때마다 나에게는 제일 먼저 생각나는 동요의 노랫말이 있다. 산머리 걸린 달도 추워서 파란 밤 나뭇잎 오들오들 떨면서 어디 가나 아기가 자는 방이 차지나 않느냐고 밤중에 돌아다니며 창문을 두드리네 60여 년 전 초등학교 학생 때에 배운 동요다. 동요 제목은 '나뭇잎'이었다. 가사도 좋고 가락도 쉽고 따라 부르기도 좋아 늦가을이나 초겨울이 되면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다. 이렇게 초겨울 새벽과 아침 상황을 잘 묘사한 노랫말이 있단 말인가? 당시 음악 교과서에는 외국곡이라고만 나와 있어서 그저 그런 줄 알면서 이 노래 좋다고 감탄한 적이 제법 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 클래식 기타를 배운다고 설치며 놀다가 일본에서 나온 악보집에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손자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고 중학교 2학년이 되더니 목소리가 소프라노에서 테너와 바리톤으로 내려가고 목에 돌기가 튀어나온다. 남자아이나 여자아이가 성장하면서 목소리가 어른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목젖의 구조도 변한다고 하는데 유난히 남자 아이들이 많이 튀어나온다. 나 자신도 처음에는 목소리가 굵어지는 것이 조금 창피했지만, 나중에는 그게 어른의 징표라니 나도 어른이 되는가보다 하며 인정하고 들어간 뒤에야 마음이 편해진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튀어난 목의 돌기를 사람들이 '아담의 사과'라고 부른다는 말을 듣고 은연 중에 우리는 이것을 히브리사람들이 최초의 인류조상이라고 생각하는 아담이 이브의 권유로 사과를 먹다가 목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통해 이런 말을 들어서일 것이다. 교회 쪽에서 알려주는 '아담의 사과' 이야기는 이렇다. 야훼 하느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제일 간교한 것이 뱀이었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동산에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여름 지독히도 비가 많이 내려 단풍이 물들 10월까지 햇살을 본 날이 손꼽을 정도고, 그러다 보니 사과 등 과일이 빨갛게 색이 나지 않아 과수농가들이 한숨을 많이 쉬었다. 과연 올가을처럼 가을같지 않은 가을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달력이 이미 11윌도 하순이니 그야말로 예년 기준으로 보면 가을을 보지도 못했는데 이미 가을이 다 갔다고 해야 할 터다. 문득 가을이란 계절의 이름은 무슨 뜻이고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진다. 더듬어 보니 사람들은 가을을 한자 ‘추(秋)’ 자로 많이 설명한다. 곧 ‘벼. 화’와 ‘귀뚜라미’의 합성어라고 말이다 ‘秋’ 자에 붙어있는 ‘火’ 자는 원래는 귀뚜라미 모습인데 획이 복잡해 火자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순수 우리말 '가을'이 있음에랴. 우리 말 어원이 있을 터인데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를 알려면 또다른 계절 ‘봄’과 ‘여름’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말 ‘봄’은 동사 ‘보다’에서 왔다고 한다. 봄이 오면 모든 생물체는 겨울의 긴 휴지기를 끝내고 새롭게 태어난다. 식물은 싹을 돋우고, 동물들은 겨울이 끝났다고 기지개를 켠다. 따라서 여기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싹틈을 ‘보다’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야쿠시지(藥師寺) 묘지 ‘만령의 탑’ 여야용묘(呂野用墓)를 뒤로하고, 우리는 야쿠시지(藥師寺) 인근 산기슭으로 향했다. 살짝 오르막길을 오르면 오른편으로 평평한 자리가 나오는데 옛날 조선인 노동자들이 묵었던 현장 식당(함바) 자리였다고 한다. 그곳을 지나 왼편으로 꺾어서 언덕을 오르자 돌 비석들이 모여 있는 야쿠시지 묘지가 나타났다. 그 왼쪽 끝, 관음상이 서 있는 큰 단상이 바로 ‘만령의 탑’이었다. 왼쪽 아래로 작은 지장보살이 셋 있었다. ㅎ 선생님과 나는 바닥을 덮은 낙엽을 손으로 걷어냈다. ㅎ 선생님은 관음상 양옆에 놓인 꽃병에 물을 붓고 준비해 오신 꽃을 꽂고 향을 피우셨다. 필자는 한국에서 준비해 간 술을 따르며 예를 올렸다. . 여야용묘 건립 이후로도 죠쇼지(常照寺)에 타고 남은 숯과 함께 섞인 조선인 유골이 시멘트 포대 두 개에 담겨 왔다. 이는 1940년 아조하라다니(阿曾原谷) 눈사태 때 희생된 조선인 무연고자 유골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죠쇼지(常照寺)의 당시 주지인 히구치 요시노리(樋口惠昇) 스님은 우나즈키(宇奈月) 쥬도쿠지(樹德寺) 주지스님과 상의하고 당시 우치야마(内山) 촌장에게 부탁해서 우나즈키 화장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