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대체로 여자의 마음을 비유하자면, 꽃은 피지만 덩굴이 뒤틀린 등나무와 같다. 소년은 가시가 있지만 처음 핀 매화꽃처럼 형언할 수 없는 깊은 향기가 있다. 그러므로 이런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여자를 버리고 남자에게 가야 할 것이다. 남색도(男色道)의 심오함을 홍법대사(弘法大師, 774-835)가 널리 퍼트리지 않은 것은 인간의 씨가 마르는 것을 애석하게 여겨 말세의 남색을 내다보셨기 때문이다. 한창때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어찌하여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의 남자주인공은 많은 금과 은을 여러 여자에게 써 버렸을까? 진정한 유흥은 남색(男色)뿐이다. 다양한 남색을 이 책 《남색대감(男色大鑑)》에 빠짐없이 기록하기 위해서 나니와만(難波灣)의 해초를 채취하듯 많은 소재의 글을 수집하였다” -제1권 1화 가운데- 이는 이하라 사이카쿠의 저서인 《남색대감(男色大鑑)》의 제1권 1화 끝에 나오는 남색(男色) 예찬(?) 글의 일부다. 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 1642-1693)는 《남색대감(男色大鑑)》 외에도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 등을 써서 에도시대(1603-1868)의 인기도서 작가로 등극한 인물이다. 《남색대감》은 불가(佛家)나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주독일 한국문화원(원장 양상근, 이하 문화원)이 한글날(10.9)을 앞두고 10월 5일 문화원에서 아주 특별한 한글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문화원 세종학당 수강생들과 함께 한 이날 행사의 명칭은‘한글 뽐내기 대회’. 말 그대로 지금까지 배운 한글 실력을 맘껏 뽐내는 자리였다. 주독일 한국문화원에서 운영하는 베를린 세종학당에서는 매 학기마다 치열한 수강신청 경쟁이 벌어진다. 케이팝과 드라마를 필두로 한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더 커진 탓이다. 매 학기마다 대기자가 백여 명씩 생길정도로 인기가 높은 세종학당의 수업 열기 역시 언제나 뜨겁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80여 명의 세종학당 수강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서예로 써보기, 한글로 좋아하는 문장 쓰기 등의 행사에 참여해 그동안 배운 한국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학생들은 또 문화원이 마련한 한복 입어보기 체험행사를 즐기고 포토부스에서 멋진 사진도 촬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문화원 행사에 빠질 수 없는 한식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수강생 라비는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에 모든 백성이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0월 15일과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는 무용 공연 최강 프로젝트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가 무대에 오른다. 아름다움 없이, 깨달음 없이, 애착 없이, 아무것도 아닌 지속을 위한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무용은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나? 무용은 그 자체로 몸과 동물, 사물, 온 우주의 모든 힘을 빌리고 감각하며 본질의 안과 밖을 뒤흔들고 변신시킨다. 무용과 몸은 필연적 합의로 끊임없이 새로운 몸이 나타나기를 요구하고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에게 새로운 몸이 들어오길 소망한다. 그래서 우린 '끊임없이 흐르고 바뀌는 상태' 바로 변신 캐릭터(셰이프시프터)가 되기로 했다. ‘최강 프로젝트(Choi x Kang Project)’는 몸으로부터 발생하는 무용의 방식과 여러 표현 방식으로 도출되는 다른 장르들의 각 매체적 특성이 부딪혀서 만났을 때 발생하는 틈, 그 사이에서 방법을 찾아가고 있으며 전통적 방법에서 벗어나는 방향을 찾고자 한다. 새로운 보기 형태를 제시함으로써 규정된 미를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생각하는 몸'으로써의 춤을 지향하고 있다. 제작진은 안무에 강진안ㆍ최민선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양주시(시장 강수현)는 경기도 무형문화재가 한자리에 모이는 '2023 경기도 무형문화재 대축제(부제:경기도 무형유산, 천년을 수 놓다)를 오는 13일(금)부터 15일(일)까지 양주별산대놀이마당 등에서 열린다고 6일 밝혔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양주시, (사)경기무형문화재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우리의 전통문화 유산의 예능과 기능을 이어오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70종목의 전시와 공연,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예능 분야 무형문화재 30종목의 공연이 양주별산대놀이마당 공연장에서 펼쳐지며, 별산대놀이마당 전시관과 양주시종합관광안내센터에 마련된 전시관 등에서 기능 분야 40종목 장인들의 작품전시와 기능 실연ㆍ시연이 무료로 이루어진다. 특히 양주시가 자랑하는 경기도 무형문화재인 양주상여와회다지소리, 양주농악, 생전예수재, 나전칠기장(나전장)의 공연과 전시도 진행된다. 강수현 양주시장은 "이번 '경기도 무형문화재 대축제'는 우수한 경기도 무형문화재의 멋과 흥을 느끼고, 그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행사"라고 하며 "많은 시민이 우리의 찬란한 전통문화유산을 누릴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부산 동래구(구청장 장준용)는 '1592년 조선, 동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역사ㆍ교육ㆍ문화가 공존하는 다양한 체험과 공연으로 가득 채운 '제29회 동래읍성역사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13일 금요일부터 10월 15일 일요일까지 동래문화회관, 동래읍성광장, 온천장, 온천천 인공폭포 일원에서 펼쳐질 이번 축제는 ▲동래부사행차 길놀이 ▲동래성전투재현 실경 뮤지컬 ▲동래세가닥 줄다리기 등 모두 5개 분야 42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져 동래읍성민의 하루를 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올해는 동래세가닥 줄다리기가 전국 유일의 세 가닥 줄로 제작돼 흥겨운 난장과 500여 명의 선수가 한마음으로 대동단결하는 장관을 새롭게 단장된 온천천 인공폭포 앞에서 펼쳐지고, 축제의 중심 프로그램인 동래성 전투재현 실경 뮤지컬은 사전 공개모집으로 선발된 부산지역 초등학생 15명의 어린이 배우가 참여해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함께 축제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경험을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MZ세대도 함께하는 축제를 위해 지난해 신설해 큰 호응을 얻었던 ▲'또 다른 동래성 전투' 조선 힙쟁이 댄스 배틀 ▲'여기는 클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우리는 미래에 어떤 세상을 남길 것인가? 인공지능, 기후변화, 핵전쟁, 유전자조작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협들은 우리의 결정이 미래세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한 책임과 장기적인 관점을 강조하는 ‘장기주의(longtermism)’ 철학을 소개하고 우리가 미래에 어떤 책임과 영향력을 가졌는지를 얘기한다. 장기주의의 개념과 중요성, 실천 방법, 도전과 한계, 역사와 전망, 실천 사례를 5개 장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장기주의는 미래의 문제를 현재의 문제에 우선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현재 세대에게도 고통인 동시에 미래도 위험에 빠뜨리는 문제들에 대해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지금 당장 행동하자”는 주장이다. 미래 세대를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구체적 실체로 볼 때 미래 세대를 위한 윤리적 실천의 근거가 생긴다. “당신이 아니라면 누구겠는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인가”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현명한 선택과 효과적인 행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추천 도서-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천고마비의 계절에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질러 경남 하동에 왔다. 거리 곳곳에서 ‘재첩’ 두 글자가 눈에 띈다. 재첩은 모래와 진흙이 많은 강바닥에서 자라는 민물조개다. 강에서 난다고 강조개(하동 사투리로 갱조개), 까만 아기 조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막조개로도 불린다. 국내에 서식하는 재첩 중에는 섬진강 재첩이 출하량도 많고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이에 하동군은 섬진강 특산물 재첩을 이용한 요리를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2009년 12월에 하동읍 신기리에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했다. 가장 기본적인 재첩국을 비롯해 재첩회무침, 재첩회덮밥, 재첩부침개, 재첩해물칼국수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전문 음식점이 하동 재첩의 명성을 알려왔다. 현재 하동재첩특화마을에는 대체로 30년 이상 운영한 재첩 전문 음식점이 입점해 있다. 수령 270년이 넘는 노송이 장쾌한 숲을 이루는 하동 송림(천연기념물)에 자리한 하동송림공원, 박경리 작가가 쓴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지인 평사리에 개관한 박경리문학관, 섬진강 물길과 평사리 들판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스타웨이하동 스카이워크는 하동 재첩 미식 여행을 넉넉하게 채워줄 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조선의 출판문화’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누리잡지 담(談) 10월호를 펴냈다. 조선의 출판 역량과 지식 유통과정에 대한 모습을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서적의 유통이 곧 정보의 확산 <조선 시대 서적의 보급과 교육기관의 장서 관리>에서 육수화 연구원(한국고전번역원)은 조선의 출판 활동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과 함께 서적의 보급 및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본다. 조선 시대 서적의 출판은 교서관에서 담당하였으며, 서적 보급은 임금이 내려주는 반사의 형식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1776년(정조 즉위년) 정조가 교서관을 규장각에 편입시키며, 규장각이 서적의 출판과 유통까지 관장하는 기구가 되었다. 반사의 대상은 주로 세자시강원, 성균관, 사부학당, 향교, 사액서원 등 교육기관이었다. 세자시강원에는 도서관 외에도 시강원책역소(侍講院冊役所)라는 서적을 출판할 수 있는 별도의 기관이 존재하였다고도 하며, 향교와 서원은 별도의 건물을 지어 서적을 보관하고 도서 목록을 만들어 서적의 출납을 엄격히 확인하는 등의 유사한 규정으로 관리하였다. 한편, 조선 전기 훈구세력은 서적의 유통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기 러 기 - 김수열 아비는 저렇게 가야 하는 것이다 두 눈에 진물이 흐르고 기억 저편이 흐릿해져도 두 어깨 나란히 어린 식솔들 거느리고 앞장서서 먼길 가야 하는 것이다 힘겨워도 내색하지 않고 지나온 길 애써 지우며 차갑고 먼길 가야 하는 것이다 내일 10월 8일은 24절기 열일곱째로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다. 본격적으로 가을이 온 것이다. 《고려사(高麗史)》 권50 「지(志)」4 역(曆)을 보면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물고”라는 대목이 보인다. 이제 바야흐로 기러기가 오는 계절이다. 기러기가 습성상 짝짓기를 처음으로 한 암수는 한쪽이 죽어도 다른 기러기와 짝짓기를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실이 좋은 새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혼례에서는 목기러기가 등장한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가수 최양숙은 1971년 김민기가 작곡한 ‘가을 편지’ 음반을 청초한 목소리로 발표한다. 그리고 작곡가인 김민기가 이를 새로 녹음하여 1993년 자신의 음반에 싣는다. 가을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잘 표현한 명곡이다. 최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문화재청은 지난 9월 6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800년 만에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공개했는데 그 크기는 폭 33.0 x 18.5cm, 높이 19.4cm입니다.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가 전 세계 20건에도 못 미치고, 그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무늬와 보존상태가 고려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매우 큽니다. 나전칠기는 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이지요. 목재, 옻칠, 자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무늬를 장식하는 등 고도의 정교함과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공예 기술의 집약체’라고도 일컬어집니다. 특히,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으뜸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습니다. 《고려사(高麗史)》에는 이미 11세기에 고려 조정이 송(宋), 요(遼) 등 외국에 보내는 선물 품목에 나전칠기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볼 때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