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지 못한 꽃, 어둠 속에 묻힌 별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그의 어깨는 더없이 무거워 보였다. 저 가녀린 허리가 버텨낼 수 있을까 싶은 정도였다. 희뿌연 하늘에 눌려서도 아닌 것 같고, 둘러매고 있는 전기기타의 무게 때문도 아닌 것 같았다. 워낙 비실비실한 체질이란 게 한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제 연락하지 마라. 네 마음 안다. 고맙다. 그저 바람 따라 떠다니다 때 되면 갈란다.“ 금방이라도 양회가루가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낮은 구름에 온갖 매연까지 뒤섞인 바람이 빛을 잡아먹고 있었다, 그가 골목 끝자락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그의 실루엣은 대기에 스며들고 말았다. 태민호! 어쩌면 그에게는 태민호라는 이름을 얻기 전, 그러니까 장효민이라는 이름으로 살 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집은 비록 서울의 사대문 안은 아니었지만, 문안과 가까운 곳에 있었고, 번듯한 양옥은 아니지만 여섯 식구 궁둥이 붙이기엔 부족함이 없을 정도에다 문간채의 방 두 개는 세를 놓을 정도의 살림은 되었다. 대학도 그가 음악에 빠져 안 간다고 버텨 그렇지, 돈이 없어 못 보낸 것도 아니었으니 60년대의 가정치곤 중류 이상은 되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2023-10-19 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