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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정동에서 피어난 문학향기

국립민속박물관 K-museums 공동기획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과 이화박물관(관장 김혜정)은 2022년 5월 31일(화)부터 2022년 12월 31일(토)까지 이화박물관에서 <정동에서 피어난 문학향기>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2012년부터 공ㆍ사립ㆍ대학박물관과 추진하고 있는 공동기획전의 하나다. 한국 첫 근대 여성 교육 기관인 이화학당[1886년]에서 교지 활동으로 성장한 여류문인을 소개한다. 50여 점의 전시자료를 통해 정동을 배경으로 성장한 작가의 문학세계와 값어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 문학소녀를 작가로 성장시킨 정동

 

우리나라 첫 여학교인 이화학당에서 학생들은 자기 생각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고》, 《배꽃》, 《거울》 등 교지를 만들고, 백일장, 문학 강연, 문학의 밤, 시 낭송의 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문학의 지평을 넓혀갔다.

 

교사 신지식(申智植)은 교지 《거울》을 학생들과 함께 펴내며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지은 소설 ‘빨강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을 번역해 소개했다. 교지를 나눠주는 화요일 점심시간은 교실이 쥐 죽은 듯했다. 교지에 실린 ‘빨강머리 앤’을 읽는 숨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고 한다. 희망의 아이콘 앤에게 자신을 투영한 여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문학소녀의 길을 걸었다.

 

 

근현대 격변기, 전통문화와 이국적인 문화가 공존했던 정동은 문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공간이었다. 정동, 학교, 교지라는 터전 위에서 문학의 싹을 틔운 신지식ㆍ김일엽ㆍ백국희ㆍ장영숙을 비롯해 강성희ㆍ김제영ㆍ김지원ㆍ손장순ㆍ신동춘ㆍ이영희ㆍ전숙희ㆍ허근욱의 이야기를 통해 정동에서 피어난 문학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1부 – 문학의 싹

“그때만 해도 여자에게는 글을 가르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제게는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우리 어머니-김복희 장로의 일생》 가운데서

*김복희(독립운동가, 1919년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 제1회 졸업)

 

1866년, 메리 스크랜튼은 정동 32번지에 이화학당을 설립해 유교적인 질서에 얽매여 있는 여성들에게 근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글을 배웠고,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았다. ‘1부-문학의 싹’에서는 그림과 사진, 교과서를 통해 초창기 이화학당의 모습을 담았다.

 

2부 – 문학의 뜰

이화학당에서 글을 익힌 여학생들은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신여성으로 김일엽, 시인 백국희, 소설가 장영숙 등이 있다. 1934년에 이화 교지 ‘이고’ 창간으로 학생들을 문학소녀로 이끌었고, 1954년 창간된 교지 《거울》은 정동이 문학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한 밑거름이 됐다.

 

 

“거울의 본령은 모습을 비추는 것이다. 좋은 거울일수록 보다 여실히 그 물상의 정체를 나타낸다. 지금부터 이화에서 일어나는 가지가지의 사실은 이 거울 속에 영롱히 드러나고 영상될 것이다.”

《거울》 창간호, 학교장 신봉조의 창간사 가운데서

 

문예반은 교내 문예 콩쿠르를 열어 학생들에게 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우수한 작품을 쓴 학생에게 ‘이화문학상’을 주어 작가가 되려는 학생을 독려했다. 문학 강연, 문학의 밤, 시 낭독회 등 다채로운 문예 활동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

 

‘2부-문학의 뜰’에서는 《新女子》 창간호(1920), 이화 교지 《이고》 창간호(1934)와 《거울》 창간호(1954), 동아리지와 백인장 상패 등을 통해 교내 문학 활동을 보여준다.

 

 

 

 

3부 – 문학의 향연

초기 문학계는 여성들의 문필 활동을 여류문학으로 부르며 섬세하고 자상한 문학으로 한정했으나, 점차 그 틀을 뛰어넘어 지평을 넓혀갔다. ‘3부-문학의 향연’에서는 이화여고가 배출한 대표적인 문인들과 작품을 소개한다.

 

4부 – 문학과 신지식, 그리고 빨강 머리 앤

“책을 읽는 사람들이 걸어야 하는 길은 사랑의 길이어야 하지 의무의 길은 아니다.” 《한국근대예술사 구술채록연구, 신지식》 가운데서

 

 

신지식은 문학 활동과 관련된 사진, 도서, 육필 원고, 상패 등 유품 100여 점을 이화박물관에 기증했다. 또한 아동문학가이자 이화여고 교사였던 신지식은 한국에 처음으로 ‘빨강 머리 앤’을 뒤쳐서 소개했다. ‘4부-문학과 신지식, 그리고 빨강 머리 앤’에서는 신지식 기증자료와 ‘빨강 머리 앤’을 만날 수 있다.